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40)
마운드의 빌런-40화(40/285)
마운드의 빌런 40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플로리다와 애리조나가 그곳들이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정확히 절반인 15개 팀씩 나뉘어 두 곳에 캠프를 연다.
오클랜드는 애리조나에 캠프를 차려 새로운 시즌을 준비한다.
“휘유~ 기자들이 많이 왔군.”
백준기는 오클랜드를 취재하기 위해 숙소 앞에 도착했다.
오클랜드가 숙소로 잡은 호텔 앞에는 이미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한국 기자들도 제법 되었지만, 외국 기자들도 많았다.
“선배!”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다빈이 있었다.
“일찍 왔네.”
“제가 좀 부지런하잖아요. 거기다 오늘은 한국의 슈퍼루키가 캠프에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고요.”
“너도 참, 낯간지러운 말을 잘하는군.”
“어머~ 제가 붙인 별명도 아닌걸요?”
한국의 슈퍼루키.
당연히 하성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별명을 사용한 것은 뉴욕타임즈의 스포츠기자였다.
Korea Super Rookie.
제목에 떡하니 사용된 이 용어는 이후 기자들을 통해 한국에 전해졌다.
그만큼 미국에서도 관심이 높다는 뜻이었다.
그때 한 대의 택시가 호텔로 들어서고 있었다.
“또 한 명이 도착하나 보군. 촬영준비 하자고.”
백준기의 말에 다빈도 카메라를 꺼내 찍을 준비를 했다.
곧 택시가 도착하고 한 사내가 내렸다.
“허…….”
그를 본 백준기는 감탄을 터뜨렸다.
놀란 건 다른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배…… 정말 정하성 선수죠?”
“그렇……지?”
불과 몇 개월 전에도 봤던 하성이다.
그런데 택시에서 내리는 그는 아예 다른 몸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몸이 저렇게 커지죠?”
하성의 피지컬은 유명하다.
큰 키에 근육질 몸매는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었다고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택시에서 내리는 하성은 더욱 몸이 커져 있었다.
이제는 동양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옷을 입고 있어도 외적으로 근육이 느껴질 정도야. 단순히 몸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커진 느낌이다.’
흔히 운동한 사람에게 몸이 좋다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간혹 몸 자체가 크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케이스는 대부분 엘리트 운동인에게서 나타난다.
‘순간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종목의 선수들이 저런 몸을 가진 케이스가 많지. 미식축구나 단거리 선수들과 같은 몸이다.’
백준기는 경험 많은 기자였다.
당연히 클로저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현재 하성의 몸이 뭘 생각하면서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클로저를 염두에 두고 만든 몸이다.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폭발시켜서 최고의 공을 던지기 위해서 만든 몸이야.’
설마 어린 나이의 하성이 거기까지 생각하고 준비할 줄이야.
확실히 생각하는 게 남달랐다.
‘하드웨어는 완성됐다. 남은 건 소프트웨어인가?’
신체를 하드웨어라고 한다면 정신력은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었다.
클로저는 한 경기 전체를 책임지는 보직이니 부담감이 다른 보직에 비해 엄청났다.
그런 부분을 컨트롤할 수 있는 정신력까지 준비되었을지 궁금했다.
“선배! 뭐 해요? 이러다가 인터뷰도 못 하겠네!”
“어? 어어!”
하성의 앞으로 기자들이 몰려드는 걸 본 백준기도 다급히 앞으로 달려갔다.
* * *
[스프링캠프에 모습을 드러낸 정하성!] [슈퍼루키! 압도적 피지컬로 돌아오다!] [헐크가 된 정하성! 현지 기자들도 뜨거운 반응!]하성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사진까지 첨부되어 대중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와…… 몸 지린다.
-옷을 입고 있어도 근육이 보이네.
-어깨 태평양이다.
-피지컬 지리네.
-동양인으로 안 보임.
-진짜 역대급 피지컬이다…….
-작년보다 키가 더 커진 거 아님?
하성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그의 커진 피지컬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열광하는 건 아니었다.
-몸 너무 커진 거 아님?
-투수가 무슨 보디빌더도 아니고 ㅋ
-이 정도로 몸이 변하면 밸런스 다 깨졌겠는데?
-근육이 늘어나서 둔해 보인다.
-투수의 메커니즘은 정교해서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신체가 변하면 밸런스가 깨지게 마련임.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올 시즌 하성 성적 내리꽂을 듯.
-나도 같은 생각.
인터넷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의견도 쏟아졌다.
단지 사진 한 장만으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만큼 하성이란 선수가 가진 화제성은 대단했다.
* * *
스프링캠프에는 선수들의 합류가 크게 두 번으로 이루어진다.
투수와 포수들이 먼저 합류하고 야수들은 후에 합류한다.
덕분에 숙소로 잡은 호텔은 그렇게 번잡하지 않았다.
‘역시 스프링캠프에는 모르는 얼굴들이 제법 있네.’
하성은 로비에서 새로 산 스마트폰을 만지면서 지나다니는 선수들을 바라봤다.
아는 얼굴도 있었지만, 모르는 얼굴도 많았다.
스프링캠프에는 다양한 선수들이 모인다.
어슬레틱스 소속의 선수부터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 선수들, 거기에 외부에서 초청받은 이들까지.
정말 다양한 이들이 모이기에 모르는 얼굴도 제법 있었다.
“하성!”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반가운 얼굴이 다가오고 있었다.
“잭!!”
더블A 록하운즈 시절 같이 호흡을 맞추었던 잭이었다.
“으하하! 이 녀석! 메이저리그에서 아주 날아다니더라? 와우! 그런데 몸이 왜 이렇게 커진 거야?”
“벌크업 좀 했지. 그런데 여기에 있다는 건……?”
“이 몸도 드디어 빅리그 데뷔를 하는 거지!”
잭이 가슴을 주먹을 때리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하성의 옆자리에 앉은 뒤에는 고개를 저었다.
“하아…… 문제는 이 캠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거지만…….”
“푸하하! 왜 이렇게 감정이 롤러코스터야?”
“처음이란 말이야. 빅리그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는 건.”
잭의 나이는 25살이다.
빅리그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는 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아니, 대형 유망주와 비교하면 다소 느린 편에 속했다.
“너 더블A에서 바로 올라온 건가?”
“아니, 너 떠나고 나도 복귀했는데. 거의 바로 트리플A로 올라갔어.”
“거기서 성적은?”
“고작 7경기 출전이 전부야. 타율은 의미 없고 그나마 의미 있는 건 홈런을 3개 때렸다는 걸까?”
7경기에 홈런이 3개라니.
크리스 단장이 그를 캠프에 초청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팀에서는 네 장타력을 보고 캠프에 초청했나 보네.”
“역시 그렇지?”
“응. 08시즌에 어슬레틱스는 타격이 약했잖아. 그러니 트레이드해서 맷을 데려온 거고. 거기에 기사 보니까, 올해 초청한 선수들 대부분이 타자들이더라.”
잭의 눈이 커졌다.
“넌 이제 스무 살이면서 뭘 그런 걸까지 파악하고 있는 거야?”
“나이랑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건 그렇지만…….”
“그냥 내가 속한 팀이니 어느 정도 파악할 필요는 있는 거지. 그리고 이 정도는 기사만 조금 찾아봐도 알 수 있는 거고.”
하성은 말을 하면서 잭의 몸을 살폈다.
“더블A에 있을 때보다 몸이 좀 커진 거 같은데?”
“그렇지?”
잭이 자신의 이두를 자랑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훈련하는 걸 좀 참고했지. 여러모로 도움이 되더라. 특히 네가 말해줬던 불균형 했던 어깨를 잡아주니 송구랑 타격이 한결 편해졌어.”
“스트레칭은 계속한 거야?”
“물론이지. 일어나면 스트레칭부터 하는걸.”
“아주 좋아. 몸이 불균형하다는 건 타격의 핀포인트가 어긋날 수 있다는 소리야. 그걸 꾸준히 해주니 정확히 맞출 수 있게 된 거지.”
“히야…… 넌 정말 메커니즘에 대해 잘 알고 있네.”
“뭐, 나름대로 공부를 했으니까.”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하는 하성의 모습에 잭이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한국은 어떤 곳이길래. 투수가 타자의 메커니즘까지 알고 있는 거야? 그 나라 너무 무서운 거 아니야?”
“하하…….”
사실은 미국에서 배운 거다.
당시 그가 교육을 받았던 곳에서는 투수를 교육하기 위해서는 타자의 메커니즘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덕분에 관심도 없던 타자의 메커니즘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게 됐다.
“어쨌건 어슬레틱스에서 원하는 건 너의 포수로서의 능력이 아니라 타자로서의 능력이라는 소리네.”
“역시 그렇겠지? 하아…… 메이저리그 공에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의외로 쉬울 수도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스프링캠프 초기에는 투수들이 제대로 공을 던지지 않아. 특히 빅리그에서 뛸 투수들은 본인의 루틴에 맞춰 시범경기에선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시범경기는 캠프의 막바지에 열린다.
그곳에서 선수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아직 빅리그에서 자리 잡지 못한 선수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반면 이미 자리를 잡은 선수들은 굳이 그러지 않는다.
본인의 루틴에 맞춰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린다.
“아…… 들은 적이 있어. 그래서 시범경기에서는 슈퍼스타들의 성적이 나쁘다고 말이야.”
“맞아. 이미 빅리그 합류가 확실한 상황에서 굳이 루틴을 무너뜨리면서 페이스를 끌어올릴 필요가 없는 거지.”
“음…… 그럼 나는 그 순간을 노려야 하는 건가?”
“그렇지. 일단 너의 목표는 빅리그 로스터에 들어오는 거잖아?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으면 5월에는 콜업이 가능한 거지.”
잭은 아직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
말인즉슨 메이저리그 서비스타임이 지나지 않았다는 소리다.
그러니 구단 입장에서는 굳이 개막 로스터에 그의 이름을 올릴 필요가 없었다.
5월에 천천히 올린다면 그의 서비스타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후우…… 어렵군. 너무 많은 걸 생각해야 해. 어릴 때는 그저 편하게 야구만 하면 됐는데 말이야.”
“우리는 어른이 됐으니 어려울 수밖에 없지. 거기에 맞춰 적응해 가는 수밖에 없어.”
“하하! 누가 보면 네가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걸로 알겠어.”
“그런가?”
하성은 피식 웃으며 그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는 즐거웠다.
그러다 문득 궁금하다는 듯 잭이 물었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응?”
“너는 작년에 빅리그에 이름을 올렸잖아. 내가 봤을 때는 충분히 자리를 잡은 거 같은데? 그럼 루틴을 지키면서 페이스를 올려도 되는 거 아니야?”
하성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나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너 정도면 이제 완전히 빅리거라고 봐야지.”
“고작 한 달이야. 올 시즌 내 성적이 나락으로 떨어지면 단장은 곧장 트리플A로 날 내려버릴걸?”
“허…… 그럴까? 나라면 기회를 더 줄 텐데.”
“아직은 내 루틴을 지킬 때가 아니야.”
메이저리그에는 수많은 유망주들이 나왔다가 사라진다.
그중에는 하성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내는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이들도 사라지는 건 매한가지다.
“올 시즌은 내가 팀에서 대체 불가능한 선수가 되어야 해.”
“대체 불가능?”
잭의 질문에 하성이 미소를 지었다.
* * *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한국과는 조금 달랐다.
한국은 단체훈련이 주가 된다면 메이저리그는 단체훈련의 비중이 적었다.
이는 프로라면 스스로 알아서 할 거라는 미국식 마인드가 깔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한국이나 일본에서 건너온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의 적은 훈련량에 처음에는 적응 못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성은 달랐다.
“훅! 훅!”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개인훈련과 단체훈련의 비율을 맞춰 루틴을 진행했다.
시행착오가 없기에 페이스 유지를 하기에 편했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났을 때.
“오늘부터 불펜피칭을 시작한다.”
자신의 공을 선보일 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