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42)
마운드의 빌런-42화(42/285)
마운드의 빌런 42화
마운드에 도착한 하성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뻐억-!!
연습 투구를 시작하자 관중들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하성이다.”
“작년에 정말 잘 던졌지.”
“올해 공도 나쁘지 않은데?”
작년 시즌 막판에 엄청난 활약을 했던 하성의 모습은 관중들에게도 남아 있었다.
당연히 올 시즌 그에게 기대를 거는 관중들이 많았다.
그리고 관중들만큼이나 상대 선수들 역시 그의 피칭을 유심히 바라봤다.
“휘유~ 저게 20살짜리 애의 공이라고?”
“괴물이 따로 없네.”
“연습피칭인데도 장난 아닌데?”
로열스 타자들 중 일부는 하성의 피칭을 보고 감탄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연습피칭에서 너무 힘을 빼는데?”
“저게 전력 아니야?”
“너무 힘이 들어갔잖아. 저런 공은 때리기 쉬워.”
하성의 공을 얕보는 이들도 있었다.
뭐가 됐건 곧 결과가 나온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 * *
[연습피칭을 끝낸 정하성 선수, 본인의 루틴대로 천천히 피칭준비를 합니다. 그동안 정하성 선수에 대해 여러 말들이 오가지 않았습니까? 해설위원님은 그러한 논란들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근육질 몸은 투구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좋지 않습니다. 투구라는 건 정교한 메커니즘이 따라와야 하는데, 갑자기 하드웨어가 바뀌었으니 시스템이 따라올지 의문입니다.]해설을 들은 아버지가 얼굴을 찌푸렸다.
“여보, 우리 하성이 괜찮은 거죠?”
어머니 역시 걱정하긴 매한가지다.
가정주부라고 해도 야구선수의 어머니다.
당연히 야구에 대해서는 일반인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관심도 많았다.
아들의 기사를 찾아보고 인터넷으로 반응을 찾아봤다.
그랬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 소리가 10개가 있더라도 안 좋은 소리 한 개가 더 마음에 와닿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걱정하는 어머니의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아! 우리 아들이잖아! 잘할 거야!”
“그렇겠죠?”
“물론이지! 하성이 저놈이 어떤 녀석인데! 모든 걸 다 생각해서 하는 녀석이잖아. 분명 이번에도 생각이 있어서 몸을 키웠을 거야!”
어머니를 안심시켰지만, 사실 아버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녀석아, 다 계획이 있어서 그렇게 한 거지?’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더 야구에 대해 잘 알았다.
특히 하성이 투수를 하면서 전문적인 공부도 했었다.
그 과정에서 투수의 메커니즘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불안했다.
이 불안감이 어서 떨쳐지길 바랐다.
[정하성 선수, 마운드에 섭니다.]하성이 상체를 숙였다.
[어슬레틱스의 주전 포수인 트레버가 그와 호흡을 맞춥니다. 작년에도 호흡을 맞추었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거 같네요.] [타격이 더 좋은 포수지만, 투수의 리드도 잘하는 선수입니다.] [사인 교환이 끝났습니다. 투구자세에 들어가는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을 합니다.]주자는 2, 3루였다.
시범경기에서 홈스틸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
무엇보다 하성은 우투수다.
주자를 정면으로 보기에 와인드업을 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1구 던집니다!]그의 손을 떠난 공이 순식간에 공간을 가로질렀다.
타자는 초구부터 배트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 구속은…… 100마일이 나왔습니다!]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구속 100마일이 찍혔다.
놀라운 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구 던집니다!!] [스트라이크!!] [2구는 99마일! 이번에도 존을 통과합니다!] [굉장한 공을 연달아 뿌리네요.]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낸 정하성 선수! 과연 3구는…….]와인드업과 함께 뿌린 3구가 그대로 존을 통과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이번에도 패스트볼로 빠른 승부를 내는 정하성 선수! 구속은 101마일이 찍혔습니다!!]* * *
[슈퍼루키 정하성, 1이닝 무실점 3탈삼진 기록!] [우려는 그저 우려에 불과했나? 정하성 1이닝 퍼펙트로 쾌조의 스타트!] [첫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선보이는 정하성!]경기가 끝나고 기사가 쏟아졌다.
이에 따른 반응도 즉각적으로 올라왔다.
-정하성 오늘 쩔더라.
-와…… 생중계 처음 보는데 진짜 공 장난 없네.
-이런 애를 국대로 왜 선출 안 함?
-처음부터 계획에 없었다는데?
-하여간 게비오, 제대로 일을 안 해요.
-슈퍼루키라는 별명이 붙을 만하네.
-대단하다.
그동안 하성의 경기를 생중계로 볼 일이 없던 한국 팬들이다.
그렇기에 이번 중계에 대한 반응은 대단히 뜨거웠다.
하지만 반대쪽 의견도 여전했다.
-시범경기에서 100마일 던지는 애가 있네.
-그러게.
-굳이 전력투구할 이유가 있나?
-초반에 무리하다가 정규 시즌 들어가고 자빠질 듯.
그러나 이러한 의견에 대한 반론도 장난이 아니었다.
-방구석 전문가들 또 납시었네.
-그동안 정하성 벌크업에 대해 떠들던 애들 어디 감?
-정하성이 100마일 던지니 바로 다른 걸로 시비 거네.
-쟤네들은 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듯 ㅋ
중계로 인해 커뮤니티의 반응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전에는 경기가 끝난 후 기사가 올라오면 팬들의 반응이 따라오는 형식이었다면, 이제는 실시간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화력이 더욱 증폭되었다.
그런 반응에 방송국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평균 시청률은 1퍼센트지만, 정하성 선수가 등판한 이후에는 시청률이 7퍼센트까지 치솟았습니다.”
“뭐? 그게 정말이야?”
“예! 최고시청률이지만, 첫 방송에 이 정도 수치면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으허허! 도박이 성공했군!”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따오는 건 중소방송국의 입장에선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도박은 성공했고 그에 따른 보상은 달콤했다.
하성의 활약은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었다.
* * *
하성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정하성 선수, 하루 휴식하고 세 번째 시범경기에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오늘은 1, 3루에 주자를 두고 올라오네요.]두 번 연속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등판.
첫 경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와인드업이 어렵다는 소리다.
와인드업은 투수에게 있어 중요한 동작이다.
힘을 더 충전할 수 있고 안전성을 더할 수 있었다.
반면 슬라이드 스텝은 갑작스레 이루어지는 동작이기에 안전성과 힘의 충전이 어려웠다.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주자들을 눈으로 견제합니다.] [어린 나이지만, 정하성 선수는 이러한 침착함이 좋습니다. 주자들을 확실히 바라보면서 눈으로 묶어두는 법을 알아요.] [정하성 선수, 1구 던집니다!]슬라이드 스텝과 함께 뿌린 공이 빠르게 날아갔다.
타자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지만, 공을 맞히지 못했다.
뻐억!!
[스트라이크!!] [초구 헛스윙! 구속은 96마일이 찍힙니다.] [포심 패스트볼로 보였는데. 구위가 좋으니 배트가 따라오질 못하네요.] [어제보다 구속은 덜 나오네요.] [아무래도 세트 포지션에서 바로 공을 던지니 구속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구위가 좋으니 큰 문제는 없어 보이네요.]해설위원의 말은 정확했다.
그리고 하성도 그걸 알고 있었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몸의 밸런스도 잘 잡혀 있고 무엇보다 하드웨어가 바뀌어도 컨트롤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벌크업은 반드시 필요한 단계였다.
그러나 그로 인한 후유증은 하성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체계적으로 계획을 짜더라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신체는 의외로 빠르게 적응했다.
그 결과 더 강하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
[정하성 선수, 사인을 교환합니다.]하성은 상체를 숙이고 포수인 트레버와 사인을 교환했다.
‘슬라이더.’
‘오케이.’
첫 등판에서 슬라이더를 던진 적이 없다.
즉, 올해 실전에서 처음 던지는 브레이킹볼이란 뜻이다.
상체를 세우고 세트 포지션에 들어갔다.
그 상태로 정면을 바라봐 3루 주자를 노려봤다.
‘뛰면 죽인다.’
눈빛으로 상대를 압박한다.
던지지 않고도 주자의 리드폭을 줄이는 방법이다.
‘눈빛 한번 살벌하네. 어차피 시범경기라고. 뛸 이유가 없잖아?’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위한 경기다.
주전급 플레이어들은 굳이 무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1루에도 주자가 있고 아웃 카운트는 1개밖에 올라가 있지 않은 상황.
점수를 올리기에는 공격이 유리했다.
주자가 무리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후웅!
주자의 리드폭을 줄인 하성이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비록 와인드업처럼 힘의 충전을 완벽하게 만들어낼 순 없지만, 아주 약간 하체를 숙이는 것으로 충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발을 내디디며 직선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호흡을 멈추면서 코어를 긴장시켰다.
뒤이어 몸을 회전시키며 충전된 에너지를 상체로 이동시켰다.
부드럽게 이어진 힘의 이동은 곧 가슴과 팔을 지나 손끝으로 이어졌다.
후웅!!
릴리스포인트에서 또 한 번의 가속을 통해 힘을 방출시켰다.
쐐애애액-!!
[2구 던집니다!]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타자는 곧장 배트를 돌렸다.
100마일에 육박하는 공을 보고 때리는 건 불가능하다.
어디로 올 것인지 예측하고 배트를 돌려야 했다.
그 순간.
공이 궤적을 바꾸었다.
휘릭!
배트가 돌아가는 궤적을 피해 멀어지는 공에 타자는 속수무책이었다.
후웅!!
퍽!
“스트라이크! 투!!”
[2구 변화구에 타자의 배트가 헛돕니다! 구속은 88마일! 변화구임에도 빠른 속도입니다!] [정하성 선수의 장기 중 하나인 고속 슬라이더로 보였습니다. 아주 좋은 변화를 보여주네요.] [이전 경기에서는 패스트볼 위주로 보여줬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브레이킹볼도 테스트를 하네요.]하성은 경기가 진행될수록 조금씩 레퍼토리를 늘리고 있었다.
‘브레이킹볼도 생각대로 구사되네. 컨트롤도 나쁘지 않고.’
변한 몸에 적응하는 중이었다.
* * *
두 번째 경기 역시 무실점으로 마감했다.
시범경기 1.2이닝 무실점 4탈삼진.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하성을 보며 크리스는 점점 마음을 굳혀가고 있었다.
‘역시 우리 팀에서 클로저를 맡을 수 있는 녀석은 하성밖에 없어.’
크리스는 일부러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하성을 등판시켰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클로저는 1이닝을 완벽하게 책임져야 한다. 1이닝을 책임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은 건 역시 삼진으로 타자를 돌려세우는 거지.’
배트에 공이 맞으면 그때부터는 변수가 생긴다.
아예 공을 건들 수도 없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이러한 능력은 클로저에게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크리스의 생각이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하성만큼 클로저에 잘 어울리는 투수는 없다.’
08시즌부터 쌓인 데이터를 통해 하성이 어떤 타입의 투수인지 알 수 있었다.
‘주자가 없을 때는 공이 필드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위력적인 공이기에 그게 정타로 이어지는 일은 적지.’
맞춰 잡는 건 단점이 아니다.
투수가 프로이듯이 수비 모두 프로이기에 실수가 나오는 일은 적다.
하성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선 최대한 맞춰 잡으며 투구 수를 아끼는 효율적인 피칭을 해나갔다.
‘반면 주자가 있을 때는 아예 공을 맞히지도 못하게 하고 있어. 탈삼진 비율이 확연하게 올라간다.’
작년부터 쌓인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11.7개다.
하지만 주자가 있는 상황만으로 한정한다면 이 숫자는 16.7개로 수직상승 한다.
‘물론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기에 높은 수치가 나올 수 있는 거지만…….’
크리스가 하성의 데이터를 보며 고심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
“크리스, 날 찾았다고?”
감독인 토니가 들어왔다.
“그래. 내일부터 하성을 클로저로 고정해서 등판시키도록 해.”
“결국 그렇게 가기로 했나?”
“그만큼 뛰어난 녀석은 없으니까. 이번 시즌 그가 우리 팀의 승리를 책임질 거야.”
하성의 클로저 기용이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