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45)
마운드의 빌런-45화(45/285)
마운드의 빌런 45화
9회 말.
1이닝만 막으면 경기는 끝난다.
팀은 승리한다.
반대로 말하면 1이닝을 막지 못하면 경기는 뒤집힌다.
팀은 패배한다.
동료들이 고생한 것이 한 번에 날아갈 수 있다.
그러한 중압감이 투수를 짓누른다.
[클로저가 가지는 정신적 중압감은 대단히 큽니다.] [정하성 선수는 평소처럼 던지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카메라가 마운드에 선 하성을 잡았다.
그 모습은 미국은 물론 한국에 라이브로 전달됐다.
-와-! 하성이 몸 저리 컸나?
-올 시즌 앞두고 엄청 커졌음.
-커졌다커졌다 하더니 진짜 엄청 커졌네.
-경기 보는 거 처음인데. 동양인 피지컬이 아닌데?
-어메이징하네.
-왜인지 홈런 맞을 각이다.
-역전패 가즈아-!
-너희는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보냐?
커뮤니티 역시 반응이 뜨거워졌다.
거기에 하성이 등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TV를 보지 않던 사람들도 전원을 켰다.
그러는 사이 연습 투구를 끝낸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
[정하성 선수와 호흡을 맞출 포수는 트레버 선수입니다.]사인을 교환한 하성이 자세를 잡았다.
‘클로저는 많은 능력을 평가받는다. 강한 멘탈이 첫 번째로 손꼽히지만…….’
와인드업을 하며 힘을 충전시켰다.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촤앗-!!
뒤이어 킥킹과 함께 몸을 틀었다.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는……!’
몸의 비틀림을 푸는 것과 동시에 다리를 뻗어 있는 힘껏 내디뎠다.
콰직!!
후웅!!
스파이크의 징이 마운드에 박히고 연이어 그의 몸이 회전했다.
‘타자를 압도하는 무기다!’
쐐애애액-!!
충전한 힘을 모두 손끝에 모아 방출했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은 매서운 속도로 날아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몸쪽을 찌릅니다! 구속은…… 99마일!] [초구부터 굉장한 공으로 타자를 압도하네요.]타자를 압도하는 무기를 가진 투수는 두렵다.
하성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때릴 수 있으면 때려봐.’
무언의 압박이 타자를 짓눌렀다.
하지만.
후웅!!
상대도 메이저리거다.
녹록지 않았다.
‘대단한 공을 던지는구만.’
에인절스의 선두타자는 블라디미르 게레로였다.
노장의 반열에 오른 그지만, 그는 08시즌에도 3할 타율과 27개의 홈런을 기록해냈다.
한마디로 경험과 실력이 공존하는 괴물이란 소리다.
‘빠르네. 그리고 공에 대한 자신감도 대단해. 그걸 존에 넣을 수 있는 배짱도 보유하고 있고.’
게레로는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하지만 그런 애들은 많이 상대했단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괴물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타자다.
하성 역시 그를 잘 알고 있었다.
‘미래에 명전에 올라가는 괴물이지. 아들 녀석도 괴물이었고.’
게레로의 아들인 주니어 역시 메이저리거가 된다.
어쨌건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만만한 상대는 아니지만…….’
[정하성 선수, 사인을 교환하고 2구 던집니다!]‘메이저리그에 만만한 타자는 없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게레로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하성은 뒤돌지 않았다.
그리고 게레로 역시 1루를 향해 달리지 않았다.
[3루 라인 밖으로 휘어져 나가는 타구!! 파울입니다!!]두 사람 모두 마치 파울이 될지 알았다는 듯 말이다.
‘대단한 녀석이네. 분명 같은 포심 패스트볼이었는데. 마지막에 살짝 휘었다. 무빙 패스트볼이라는 건가?’
커터와 싱커는 아니다.
단지 볼끝이 지저분했다.
그랬기에 타점에서 아주 약간 빗겨갔다.
‘재밌는 공을 던지네.’
볼카운트가 몰렸지만, 게레로는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게 마음을 진정시키며 타석에 섰다.
트레버는 그런 게레로를 보며 사인을 냈다.
‘게레로는 위험한 녀석이야. 여기에서 공 하나를 빼서 반응을 보자.’
요구한 것은 슬라이더.
존을 타고 들어오다 나갈 정도의 코스였다.
게레로가 배드볼히터임을 알고 있는 트레버의 노련한 요구였다.
하지만 하성이 고개를 저었다.
‘다른 걸로 가자.’
‘왜? 이 공이면 헛스윙을 유도해 낼 수도 있어.’
‘포심으로 가고 싶어.’
하성이 직접 사인을 보냈다.
게레로가 배드볼히터인 건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게스히터는 아니다.
그럼에도 K/BB 비율이 훌륭한 타자였다.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다는 건 배드볼도 때려낼 수 있는 타자라는 소리였다.
‘젠장!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어차피 여기서 큰 게 나오더라도 1점밖에 주지 않아.’
3점 차이의 스코어였다.
1점 정도는 줘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하성은 뛰어난 투수다.
이런 녀석이 괜히 고집부릴 거 같지 않았다.
‘좋아, 네 마음대로 해보라고.’
트레버가 사인을 보내고 미트를 내밀었다.
‘사인 교환이 길었군.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나눈거지?’
게레로는 마운드 위에서 와인드업에 들어가는 하성을 보며 배트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뭐가 오건 상관없어. 모든 공을 때려내 주마.’
하성이 킥킹과 함께 3구를 뿌렸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게레로의 배트가 돌아갔다.
‘어떤 공이냐? 슬라이더? 커브?!’
게레로는 공의 궤적이 바뀔 것이라 생각했다.
투 스트라이크니까.
자신이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정면승부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엇보다 2구가 장외로 나가는 파울이었다.
조금만 더 중심에 맞췄다면 홈런도 가능했다.
만약에는 없다지만, 사람인 이상 그러한 공포가 머리를 잠식한다.
그렇기에 한 번쯤은 도망쳐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바뀌지 않아!’
공의 궤적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게레로는 당황하지 않았다.
‘바뀌지 않으면……!’
후웅!!
배트의 스윙에 속도가 붙었다.
‘좋은 먹잇감이지!!’
그리고 매가 먹이를 낚아채듯.
따악!!
공을 때려냈다.
[3구 때렸습니다!!]카메라가 높게 떠오른 타구를 잡아냈다.
[하지만 타구 멀리 뻗지 못합니다! 중견수 달려 나오면서 가볍게 잡아냅니다!!]1루 베이스로 달리던 게레로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분명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타이밍도 맞았어. 하지만 한 가지 달라진 건…….’
[구속은 무려 101마일!! 정규 경기에서 본인의 최고 구속을 갱신하는 정하성 선수!!]‘구속과 구위였나.’
고작 2마일.
하지만 1구의 99마일에 눈이 적응해 있었기에 타이밍이 늦었다.
‘재밌는 녀석이야. 또 싸울 기회가 있으면 좋겠군.’
하성을 힐끔 바라본 게레로가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본 하성은 로진을 손에 묻혔다.
‘헛스윙을 유도하려고 했는데. 그걸 때려냈다. 타이밍도 늦었고 거기에 수직 무브먼트도 다른 투수들과 달랐을 텐데.’
타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유형은 빠른 공을 던지는 처음 만나는 투수다.
평소와 타이밍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수직 무브먼트까지 높다면 더욱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그런데 게레로는 그걸 해냈다.
‘역시 괴물이야.’
전설의 타자가 왜 전설인지 알게 되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를 느꼈다.
‘내가 저런 인간을 잡아냈단 말이지.’
짜릿함이 손을 타고 전신으로 퍼졌다.
다시는 느끼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성취감이다.
‘재밌네.’
야구가 다시 재밌어졌다.
* * *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정하성 선수가 1이닝 무실점 1K 완벽투로 팀의 정규 시즌 첫 승리를 지켜냈습니다.9회 말 팀이 6 대 3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 등판한 정하성 선수는 선두타자인 괴수 블라디미르 게레로를 3구 만에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중략)
정하성 선수는 클로저로서 첫 발을 잘 내디디며 1세이브를 달성, 올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성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그에 대한 반응이 쏟아졌다.
-게레로 잡은 거 실화냐?!
-와…… 그 괴수를 3구 만에 돌려세우네.
-설마 우리나라 투수가 100마일 이상을 던질 줄이야.
-진짜 지렸다.
-나 팬티 갈아입음.
-제구도 딱 잡혀 있던데?
-나머지 두 타자를 상대할 때도 장난 아니었음.
-정하성 지린다.
블라디미르 게레로라는 거물을 잡은 것에 팬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하성은 그러한 팬들의 열광에 힘입어 앞으로 나아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게임 끝!! 정하성 선수 2세이브를 거두면서 팀의 승리를 지켜냅니다!]시즌 4번째 경기.
1이닝 2K 무실점 1피안타.
딱!!
“마이볼!!”
퍽!
“아웃!!”
[우익수 거의 제자리에서 공을 잡아내며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냅니다! 정하성 선수가 시즌 3번째 세이브를 거둡니다!]시즌 6번째 경기.
1이닝 1K 무실점 퍼펙트.
빠각!!
[배트 부러집니다!! 타구는 평범한 그라운드볼! 2루수 대시하여 공을 잡아내 1루로 던집니다!!]퍽!
“아웃!!”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배트를 부러뜨리며 잡아냅니다! 시즌 4번째 세이브를 기록합니다!]시즌 8번째 경기.
1이닝 2K 무실점 퍼펙트.
오클랜드가 치른 8경기 중 4번을 등판해 모두 세이브를 달성했다.
시즌 세이브 성공률 100퍼센트.
거기에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면서 그의 이름이 서서히 미국에 알려졌다.
이러한 하성의 활약에 어슬레틱스의 성적도 고공행진 했다.
[어제 어슬레틱스의 경기 본 사람? 요즘 정말 어슬레틱스 경기 보는 맛에 저녁에 즐겁다니까?8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6승 2패로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어!
답답한 플레이가 나오는 일도 많지만, 경기 막판이 되면 정하성이 등판할 거라는 기대감에 보게 된다니까.
정하성이 누구냐고?
100마일을 뻥뻥 터지는 슈퍼루키를 모르는 거야? 그럼 리모컨을 들고 TV를 틀어.
아, 물론 내 방송은 모두 듣고 해야 하는 거 알지?]
지역 라디오에서 연일 어슬레틱스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거기에 신문사와 방송국에서도 어슬레틱스의 최근 활약을 다루면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정하성이라면 작년에 활약했던 슈퍼루키지? 그 녀석이 클로저가 됐어?”
“그렇다니까! 지금까지 4경기에 올라왔는데. 아직까지 무실점이래!”
“세이브는?”
“4개 모두 성공했다 하더라고.”
“오호, 그래?”
“그래! 거기에 공은 얼마나 빠른지 100마일은 우습게 던진다나 봐!”
“그런 괴물이 나왔단 말이지? 이거 내 눈으로 꼭 봐야겠는걸.”
주민들의 관심은 곧 경기장을 찾는 발걸음으로 옮겨졌다.
* * *
크리스는 보고를 들으며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작년 대비 경기장을 찾는 관중의 숫자가 22퍼센트 상승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꾸준히 오르고 있어서…… 단장님?”
“응? 아아! 보고하게.”
“미소가 조금 부담스러운데요.”
“하하! 그런가? 하지만 어쩌겠나? 관중이 찾아온다는 건 팀의 재정이 좋아진다는 건데!”
“그렇긴 하죠. 그래서 말인데. 관중들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해 볼까 합니다.”
“보블헤드 데이가 예정되어 있지 않나?”
보블헤드란 선수를 본떠 만든 피규어를 말한다.
머리가 흔들리는 이 피규어를 상품으로 판매하기도 하지만, 구단은 특정 날을 이벤트로 지정하여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예. 원래는 맷 홀리데이 선수와 지암비 선수의 보블헤드를 제작해서 증정하는 행사를 기획했는데. 이 중 한 명을 제외하고 정하성 선수의 보블헤드를 제작했으면 합니다.”
“흠, 누구를 제외하지?”
맷 홀리데이는 현재 어슬레틱스에서 가장 이름값이 높은 선수였다.
시즌 초반의 활약은 미비했지만, 인지도만 놓고 보면 팀 내에서 최상위권이었다.
지암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어슬레틱스를 대표하는 타자 중 한 명이다.
비록 팀을 떠났다가 돌아왔어도 그는 오클랜드 지역에서 인기가 높았다.
두 타자 모두 인기가 높아 누구를 빼기에도 애매했다.
하지만 캐서린은 단호했다.
“지암비를 빼고 정하성 선수를 넣는 게 맞아요.”
“그렇겠지?”
“네. 지암비는 한물간 스타지만, 맷은 이제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예요. 맷의 보블헤드를 제작하는 게 더 수요가 있을 거예요.”
“자네 정말 냉정하구만.”
“단장님도 그러시잖아요.”
캐서린의 말에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암비를 빼고 하성의 보블헤드를 제작하지.”
“네. 제작에 착수하겠습니다.”
하성의 첫 번째 보블헤드 제작.
이것만으로도 그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오클랜드는 홈을 떠나 양키스를 상대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