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46)
마운드의 빌런-46화(46/285)
마운드의 빌런 46화
하성은 전용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돈 벌면 한 대 살까.’
메이저리그 구단은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다.
대여를 하든 아니면 구매를 했든, 이동할 때는 전용기를 탄다.
더 좋은 점은 전용기의 모든 좌석이 퍼스트클래스로 개조되어 있다는 점이다.
‘역시 돈이 좋아. 이렇게 퍼스트클래스도 공짜로 타고.’
메이저리거의 당연한 권리였다.
내부는 다양한 음식들도 차려져 있어 배고프면 언제든지 섭취가 가능했다.
“으하하! 풀하우스다!”
“에이! 젠장!”
“이거 몇 번째야?”
“하아…….”
전용기 한쪽에서는 동료들이 카드를 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미국에서는 포커가 하나의 스포츠처럼 인식되어 있었다.
실제 대회도 많이 열린다.
그래서인지 먼 거리를 여행할 때 자주 포커판이 열렸다.
‘맷이 잘 치나 보네. 연속으로 이기고 있잖아?’
테이블에서 이기고 있는 건 맷이었다.
그의 앞에는 밀머니로 나눠준 달러가 수두룩하게 쌓여 있었다.
“하성 씨는 포커 못 쳐요?”
자신을 언급하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왜소한 체격의 여인이 서 있었다.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여인, 캐서린이었다.
“예. 한국에서는 홀덤을 잘 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요? 의외네요. 대학 시절에 한국에서 온 친구가 있었는데. 홀덤을 무척이나 좋아했거든요.”
“한국인이 도박을 좋아하긴 하죠. 하지만 불법이에요. 그러니 포커를 칠 기회가 없죠. 외국에서는 치더라도 걸릴 일이 잘 없으니, 괜찮겠지만요.”
“에헤…… 그렇군요.”
“그런데 하실 말씀이라도?”
“아니에요. 그냥 지나가다 이야기를 해봤어요. 참, 한 가지 궁금한 게 있긴 하네요.”
“뭐죠?”
“이번 벌크업도 모두 계산하고 하신 건가요?”
캐서린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그게 궁금했어요?”
“네! 하드웨어가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됐는데, 거기에 맞춰 프로그램까지 업그레이드하다니. 정말 대단해요.”
“간단해요. 처음부터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할 때 조금씩 적응하면 되니까요.”
“아……!”
“업그레이드된 부품에 맞춰 프로그램도 조금씩 적응을 시키면 모든 업그레이드가 끝났을 때는…….”
“모든 게 발맞춰 갈 수 있는 거군요.”
지금 시대의 스포츠사이언스와 조금 다른 방식이었다.
대부분 벌크업을 우선적으로 하고 거기에 메커니즘을 맞춰가는 형식이다.
하지만 하성은 벌크업을 하는 와중에 메커니즘도 적응을 시켰다.
“확실히 그게 효율적이겠네요. 하지만 그건 메커니즘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봐줘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는 한국에서도 봐줄 사람이 있어요.”
“음음, 그렇겠죠. 좋은 정보 감사해요! 아, 이거 드실래요?”
캐서린이 내민 건 초콜릿이었다.
느닷없이 초콜릿이라니.
“당분이 뇌를 빨리 돌게 해주거든요. 한 번씩 드시면 좋아요.”
“아, 예. 감사합니다.”
“그럼 푹 쉬세요!”
홀로 남은 하성은 손에 쥔 초콜릿을 바라봤다.
‘회귀 후에 여자한테 처음 받는 선물이 초콜릿이라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 * *
09시즌.
뉴욕 양키스는 말 그대로 혼란의 도가니였다.
-약물 빤 애가 클럽 리더라니 ㅋ
-양키들이 그렇지 뭐.
-실력만 좋으면 약물만 빨면 된다.
-A-로이더를 아직도 데려 있는 게 웃기네.
-사무국은 A-로이더 출장정지 시켜야 하는 거 아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연일 양키스를 까는 글들이 올라왔다.
그러한 글을 작성하는 건 대부분 레드삭스 팬들이었다.
그걸 아는 양키스 팬들은 일제히 실드 글을 올렸다.
-빨간양말 새끼들, 기회를 놓치지 않네.
-너네는 약 안 빨았냐?
-알렉스는 당당하게 자기 잘못 인정했잖아?
-04시즌 이후부터는 빤 적 없음. ㅅㄱ
공격과 실드가 공존하는 인터넷 세계.
하지만 여론은 좋지 않았다.
대부분 메이저리그 팬들은 알렉스 로드리고에게 제재가 내려지지 않는 걸 의아해했다.
특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양키스와 라이벌리를 이루고 있는 레드삭스는 엄청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런 와중에 양키스를 상대하기 위해 어슬레틱스가 찾아왔다.
그리고 레드삭스 팬들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슈퍼루키가 작년에 A-로이드한테 헤드샷 날린 거 기억함?
-기억하지. 진짜 그때 맞췄어야 함.
-ㅋㅋ 그거 맞았으면 그대로 출장정지일 텐데.
-그건 정지가 아니라 은퇴지.
-강제은퇴 가즈아-!
-이번에도 헤드샷 하나 날려주면 좋겠다.
레드삭스 팬들의 수위는 높아졌다.
자연스레 양키스 팬들 역시 수위가 올라갔다.
-슈퍼루키인지 나발인지.
-작년 생각하면 진짜 욕나온다.
-또 헤드샷 던져봐.
-아주 작살을 내버려.
-이번에도 또 그러면 고의지.
-작년에는 조용히 넘어갔지만, 올해는 어림도 없지!
양키스 팬들에게 알렉스는 여전히 슈퍼스타였다.
그를 보호하는 분위기는 당연했다.
이런 팬들의 과열된 분위기에 언론도 발을 들였다.
“정하성 선수! 현재 4세이브로 아메리칸리그 세이브 단독 선두입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작년 헤드샷을 맞힐 뻔했던 알렉스 로드리고 선수와의 재회한다면 어떤 공을 던지실 생각입니까?”
“알렉스 선수가 도핑했던 걸 알고 있었나요?”
갖가지 질문이 쏟아졌다.
“세이브 단독 선두는 앞으로도 지킬 겁니다.”
“그 말씀은 세이브 단독 선두가 당연하다는 건가요?”
“당연한 건 모르겠고 현시점에선 제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클로저입니다. 앞으로도 이 자리를 양보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오오-!”
기자들은 이런 멘트를 좋아했다.
기사에 쓸 게 많아지니 말이다.
그들은 빠르게 하성의 멘트를 적었다.
“그리고 알렉스 로드리고와 관련된 질문은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첫째로 난 알렉스 로드리고가 아닙니다. 그러니 그가 도핑을 했는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원하던 대답은 아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라이징스타의 발언이다.
기자들은 집중하여 그것을 받아 적었다.
“둘째로 난 상대가 누구건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미 전설인 블라디미르 게레로도 내게는 한 명의 타자였고 알렉스 로드리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알렉스 로드리고는 메이저리그를 상징하는 슈퍼스타입니다.”
“상징이요?”
하성이 피식 웃었다.
“약물 빨아도 상징이라 불러줘요?”
* * *
하성의 발언은 각국 기자들의 손에 의해 기사가 되어 세상에 퍼졌다.
[슈퍼루키 정하성! 알렉스 로드리고를 저격!] [약물 빨아도 상징이냐?! 알렉스 로드리고를 저격한 슈퍼루키!] [슈퍼루키의 패기는 어디까지?]이 발언은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우와-! 이래도 되나?
-안 될 건 뭐임 ㅋㅋ
-알렉스 로드리고가 예수임? 발언도 못 하게
-시원하다~
-약쟁이를 약쟁이라 말했는데 뭔 상관임 ㅋㅋ
긍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양키스 팬들은 엄청난 반발을 했다.
-이 새끼 작년에 알렉스한테 헤드샷 날린 놈이잖아?
-선배에 대한 예우가 없네.
-메이저리그가 이렇게 커진 데에 알렉스의 공이 큰데 그걸 무시하는 건 너무했다.
-어린놈이 윗사람에게 못하는 말이 없네.
└미국에서 어린놈 ㅇㅈㄹ ㅋㅋ 너 한국인이지?
야구팬들의 반응이 뜨거워지는 사이.
어슬레틱스와 양키스의 경기는 박빙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7구 만에 삼진으로 데릭 지터를 돌려세우는 어슬레틱스의 두 번째 투수 앤드류 베일리!]7회부터 등판한 앤드류 베일리의 피칭은 안정적이었다.
작년 시즌 하성과 같이 불펜에서 시작한 그는 실력을 인정받아 올해부터는 메이저리그에서 스타트를 끊었다.
‘잘 던지네. 밸런스가 좋아. 구위와 제구 역시 신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
앤드류 베일리는 재능이 충만했다.
거기에 그 재능을 잘 써먹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톱타자인 데릭 지터를 삼진으로 잡은 것만 해도 알 수 있었다.
‘배짱이 있는 녀석이야. 본인의 무기를 제대로 알고 던진다.’
멘탈적인 부분도 완성된 투수로 보였다.
[투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알렉스 로드리고가 들어섭니다!!]그때 알렉스 로드리고가 들어섰다.
동시에 양키 스타디움이 들썩였다.
“로드!! 한 방 날려버려!”
“너만 기다렸어!”
“신인 자식은 그냥 보내버려!”
엄청난 응원이 쏟아졌다.
약물 복용을 시인했어도 알렉스의 인기는 떨어지지 않았다.
이례적인 일이다.
어떤 스포츠스타라도 본인이 약물 복용을 시인하면 배신감에 팬들이 등을 돌린다.
그런데 알렉스는 반대였다.
‘등을 돌리기는커녕 오히려 응원을 하는 팬이 늘었다. 본인이 시인했다는 게 첫 번째고 과거의 일이라는 게 두 번째 이유겠지. 그리고…….’
하성의 시선이 모니터에 비치고 있는 알렉스를 바라봤다.
‘현 메이저리그를 상징하는 선수라는 게 세 번째 이유가 되겠지.’
알렉스 로드리고는 시대를 상징하는 선수다.
어마어마한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이 방패가 되어 알렉스에 대한 공격을 막아주고 있는 것이다.
‘인기가 없었다면 사무국도 제재를 했겠지. 하지만 인기가 있으니 그럴 수 없었다.’
편의를 봐준 것이다.
형평성에 어긋나지만, 선수들 중 누구도 그것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불합리한 법이지만, 그게 통용되는 게 사회다.’
공평하지 않다.
그게 사회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뭐가 되건 상관없어.’
딱!!
[2구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이 타구는 큽니다!!]모니터에선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가 비치고 있었다.
[넘어갔습니다!! 점수 차를 1점으로 좁히는 알렉스 로드리고!]‘널 쓰러뜨리면 내 주가는 올라간다. 그게 중요한 거지.’
알렉스 로드리고는 슈퍼스타다.
비록 약물로 인해 그 가치가 떨어졌다지만, 그는 여전히 메이저리그를 대표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티가 많아진 상황에서 너를 잡으면 내 주가는 더 올라가겠지.’
하성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하성! 몸 풀어야겠다.”
“예.”
* * *
[스코어 4 대 3. 어슬레틱스가 아슬아슬한 1점 차 리드를 지키고 있습니다.] [알렉스 로드리고의 솔로홈런이 경기의 흐름을 바꾸었어요.] [그래도 추가 실점을 하지 않은 베일리 선수도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아슬아슬한 리드를 언제까지 지킬지…….]9회 초.
어슬레틱스의 공격이 시작됐다.
[이번 어슬레틱스의 타순은 좋습니다. 3번 마크 엘리스 4번 올란도 카브레라에 이어 5번 아담 케네디 그리고 6번 맷 홀리데이 선수로 이어집니다.]중심타선으로 이어지는 찬스.
여기에서 추가점을 내준다면 어슬레틱스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딱-!!
[초구부터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마크가 안타를 때려냈다.
뒤이어 올란도는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고 아담은 볼넷으로 베이스를 채웠다.
[어슬레틱스!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좋은 기회를 잡습니다!]1사에 주자 1, 2루.
장타 하나만 나온다면 도망치는 점수가 만들어지는 상황.
그리고 타석에는 올 시즌 어슬레틱스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모으며 영입한 타자가 들어섰다.
[타석에는 6번, 맷 홀리데이가 들어섭니다. 지금까지 맷 홀리데이 선수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죠?] [맞습니다.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대로 가는 모양새입니다.]전문가들은 맷 홀리데이가 로키스를 떠나는 걸 우려했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 필드는 투수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그곳에서 성적을 내던 선수이니 로키스를 떠나면 성적이 반감할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그 예상은 지금까지 맞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딱-!!
[3구를 타격! 하지만 유격수 정면입니다! 유격수 잡아 2루로!]“아웃!”
[그리고 1루로!!]퍽!
“아웃!!”
[더블플레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집니다!]더블플레이가 만들어지면서 기회는 날아갔다.
카메라에 잡힌 맷은 헬멧을 집어 던지며 풀리지 않는 자신의 경기력을 원망했다.
[점수를 올리지 못한 어슬레틱스를 기다리고 있는 건 양키스의 중심타선입니다.]중계 화면에 9회 말 타석에 들어설 양키스의 타자들이 나타났다.
[3번 타자 로빈슨 카노, 4번 타자 데릭 지터. 그리고 알렉스 로드리고로 이어집니다!]뒤이어 카메라가 마운드를 비췄다.
[그리고 이들을 막기 위해 어슬레틱스는 팀의 클로저! 정하성 선수를 등판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