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49)
마운드의 빌런-49화(49/285)
마운드의 빌런 49화
마운드에 오른 하성이 토니에게서 공을 건네받았다.
툭툭!
하성은 공을 글러브에 넣고 로진을 손에 묻혔다.
그러고는 마운드에 서서 침착하게 연습 투구를 시작했다.
퍽!
퍽!
연달아 공을 뿌리며 몸 상태를 살폈다.
‘어제 쉬어서 그런지 가볍다. 오늘 꽤 던져야 할 수도 있으니, 연습 투구도 가볍게만.’
하성은 평소보다 연습 투구를 짧게 끝냈다.
“응? 벌써 끝내는 거냐?”
“예. 몇 개나 던져야 할지 모르니까요.”
“거참, 루키 녀석이 그런 거까지 생각하다니. 넌 정말 특이한 녀석이군.”
“그런가요?”
“거기까지 생각하는 녀석이니 네가 해야 할 일도 알고 있겠지.”
“언제나와 같겠죠. 점수를 내주지 않는 것.”
“그래. 이런 흐름이면 9회 초에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이 흐름도 점수가 벌어지면 오지 않는다.”
“가볍게 막아드리죠.”
자신감 있는 대답에 토니가 피식 웃었다.
“난 너의 그런 점이 참 좋단 말이지. 그럼 부탁하마.”
어깨를 두드리고 내려가는 토니를 바라보던 하성이 마운드의 흙을 골랐다.
많은 투수가 방문한 만큼 마운드 상태는 좋지 않았다.
‘무사에 주자는 1, 2루. 한점이라도 내주면 역전이다.’
회귀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엄청난 난타전에 조기 투입.
‘원래라면 이런 상황에서 루키는 멘붕이 오게 마련이지. 하지만 이전 삶에서 이런 경기는 많이 경험했어.’
하성은 선발투수였었다.
그렇다고 꼭 선발로만 경기에 나간 건 아니었다.
매우 중요한 경기에서는 중간에 투입된 적도 있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던지는 건 오랜만이지만, 내가 해야 할 건 변함이 없다.’
아웃 카운트를 올리는 것.
언제든지 변하지 않는 투수가 해야 할 일이었다.
‘이 위기를 이겨내면 내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선수에 따라 이런 상황을 꺼릴 수 있다.
하지만 하성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아했다.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1점도 주지 않는다.’
하성이 마운드에 섰다.
* * *
[무사 1, 2루의 찬스를 잡은 양키스. 추가점을 올려 경기의 리드를 잡기 위한 제국을 막기 위해 클로저 정하성 선수가 올라왔습니다.]카메라가 하성을 잡았다.
[지난해 확장 로스터로 메이저리그 데뷔를 치렀던 정하성 선수. 올해는 개막전부터 로스터에 들어 현재까지 5경기 동안 평균자책점 제로, 5세이브로 세이브 성공률 100퍼센트를 달리고 있습니다.] [작년 활약이 일시적이 아니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그의 야구 인생 중 가장 어려운 상황일 겁니다.] [맞습니다. 장타 하나라도 나온다면 2루 주자는 홈을 파고들 겁니다.]양키스는 2루 주자를 교체했다.
발이 빠른 전문 대주자 요원이었다.
단타로는 무리겠지만, 외야까지 공이 빠지면 홈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발이 빠른 주자였다.
[양키스는 여기에서 대타로 앨런을 내보냅니다. 빠른 공에 장점이 있는 선수죠?] [그렇습니다. 양키스도 총력전을 펼치면서 오늘 경기를 잡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네요.]말 그대로 총력전이다.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내밀고 있었다.
[첫 타자를 어떻게 상대하느냐가 중요합니다.]하성과 트레버가 사인을 교환했다.
[사인 교환을 끝낸 정하성 선수, 세트포지션에서 눈으로 주자들을 압박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하네요. 아주 좋습니다!] [1구 던집니다!]쐐애액-!
딱!!
[초구 때렸습니다!]“파울!!”
[라인 벗어납니다! 비록 파울이 됐지만, 97마일의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췄습니다.]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배트를 돌리네요. 확실히 빠른 공에 자신감이 있어 보입니다.]타자에겐 망설임은 없었다.
빠른 공이 온다면 모두 넘겨버리겠다는 생각으로 보였다.
‘확실히 잘 때리는군.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트레버의 사인에 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2구 던집니다.]쐐애액-!!
이번에는 타자의 바깥쪽을 향해 공이 날아갔다.
앨런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휘릭!
공이 바깥으로 휘어져 나갔다.
후웅!!
퍽!
“스윙! 스트라이크!!”
[2구 헛스윙이 나옵니다! 이번에 던진 공은 싱커로 보이는데요?] [맞는 거 같네요. 작년에 몇 번 던진 적이 있지만, 올 시즌에는 처음으로 던진 싱커입니다.] [무브먼트가 예술이네요.] [이 정도 무브먼트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하성이 꺼내 든 카드는 싱커였다.
하성이 현재까지 던진 공 중 가장 노출이 덜 되었다.
무엇보다 무브먼트가 브레이킹볼에 가깝기에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에 적절했다.
[계속해서 3구 던집니다!]쐐애액-!
퍽!
“볼!!”
[배트 나오다가 멈춥니다! 트레버 1루심에게 스윙 체크!]1루심의 팔이 좌우로 펼쳐졌다.
[배트 돌지 않았다는 판정입니다. 느린 그림으로 보면 체크스윙으로 보이는데요.] [배트가 돈 것으로 보이는데. 1루심은 돌지 않았다는 판정을 내리네요. 아쉽습니다.]하성은 1루심을 바라보다 몸을 돌려 로진을 손에 묻혔다.
‘돌았는데.’
그가 보기에도 배트의 헤드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돌지 않았다니.
1루심이 놓쳤을 수도 있지만, 판정이 이미 내려진 상황이다.
‘어쩔 수 없지.’
지나간 일을 후회한다고 돌아오는 건 없다.
하성은 그걸 뼈저리게 경험했다.
‘한국시리즈에서 그 공을 던지지 말걸. 등판하지 말걸이라고 수없이 되뇌었지만, 변하지 않는 결과였지.’
현재에 집중해야 했다.
그래야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집중하자, 집중.’
하성은 집중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후우…….”
차분하게 호흡을 고르고 피처 플레이트에 발을 가져갔다.
그리고 상체를 숙이고 트레버의 사인을 확인했다.
‘원 볼 투 스트라이크다. 여기에서 결정을 내야 해.’
트레버의 사인은 커터.
위치는 타자의 몸쪽에서 허벅지 높이였다.
하성이 던지는 커터의 무브먼트를 생각하면 중앙으로 가다 변화를 일으킨다.
중앙을 생각하고 배트를 돌리면 손잡이 부근에 맞을 가능성이 컸다.
‘배트가 부러지면서 타격이 되면 그라운드볼이 나올 확률이 높다. 더블플레이까지 노려볼 수 있어.’
트레버는 거기까지 계산을 하고 사인을 냈다.
하성은 고개를 끄덕이고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곁눈질로 1루 주자를 견제했다.
‘무게중심이 옮겨가긴 했지만, 뛸 의사는 거의 없다.’
고개를 돌려 2루 주자도 체크했다.
‘리드폭이 좀 길지만…….’
볼카운트가 나쁘다.
런 앤드 히트나 히트 앤드 런이 나올 수 있지만, 거기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내가 해야 할 건…….’
촤앗-!!
하성이 발을 내디뎠다.
‘공을 던지는 것!!’
후웅!!
있는 힘껏 팔을 돌렸다.
그 순간.
타닥-!
두 주자의 리드폭이 늘어났다.
하지만 하성은 거기에 신경을 단 1도 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미트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흡!!”
[4구 던졌습니다!]하성의 손에서 공이 떠났다.
매섭게 날아오는 공을 향해 타자의 배트가 매섭게 돌았다.
‘걸렸……!’
배트와 공의 궤적이 일치하려는 순간.
휘릭!!
공의 궤적에 미세한 변화가 일어났다.
‘커터……!’
빠각!!
변화를 일으킨 공이 배트의 스윗스팟을 벗어나 배트의 손잡이 부근에 맞았다.
빗맞은 타구가 하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인필드?!’
‘잡힌다!’
공을 잡을 수도 있는 상황.
금방이라도 뛸 거 같던 주자들이 귀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 순간.
툭!!
공이 힘없이 하성의 앞에 떨어졌다.
하성은 곧장 공을 잡아 1루로 공을 뿌렸다.
퍽!!
“아웃!”
1루심의 손이 올라갔다.
공을 잡은 1루수는 곧장 2루로 공을 던졌다.
퍽!
“아웃!!”
이번에는 2루심의 손이 올라가고 공은 3루로 향했다.
퍽!
“아웃!!”
순식간에 세 개의 아웃 카운트가 올라갔다.
* * *
트리플 플레이.
연속된 동작으로 3명의 공격팀 선수를 아웃시키는 플레이를 의미한다.
세 개의 아웃 카운트가 동시에 올라가기에 이닝이 종료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여전히 양키스 선수들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양키스 지라디 감독의 항의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필드 플라이에 대한 어필 같죠?]인필드 플라이.
노아웃이나 원아웃 상황에서 평범한 플레이로 내야수가 공을 잡을 수 있는 플라이볼을 의미한다.
인필드 플라이는 고의낙구를 통한 더블플레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칙이다.
여기에서 논란이 생겼다.
[그렇습니다. 지라디 감독은 투수인 정하성 선수가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공이었다는 어필을 하는 거죠.] [하지만 인필드 플라이는 심판이 콜을 해야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이번 공은 빗맞으면서 투수에게 돌아갔고 워낙 빠른 시간에 낙구를 했기 때문에 심판들 중 누구도 선언을 하지 못한 상황이죠.] [판정이 번복될 수 있을까요?]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선언을 해야 효력이 발생하는데, 그러지 못한 상황이기에 인필드 플라이의 상황이라고 볼 수 없죠.]인필드 플라이는 심판이 선언해야 타자가 아웃이 되고 주자들은 베이스로 복귀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선언하기도 전에 공이 낙구했다.
즉,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상황이기에 심판들이 라이너성으로 본 것이다.
[이건 정하성 선수의 센스를 칭찬해야 합니다. 아주 짧은 순간에 상황을 판단해 훌륭한 플레이를 만들어냈습니다.]지라디 감독이 항의로 얻어낸 건 없었다.
심판들은 그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어슬레틱스의 트리플 플레이가 완성됐다.
[정하성 선수가 트리플 플레이의 토대를 만들어내면서 8회 말, 양키스의 찬스가 그대로 사라집니다!]경기는 9회로 넘어갔다.
* * *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다.
야구에서 이 말은 아주 잘 들어맞는다.
딱!!
[때렸습니다! 연속해서 안타를 만들어내는 어슬레틱스! 1사에 1, 3루가 됩니다!] [리베라를 상대로 기회를 잡아내는군요.]마운드에 끝판왕 마리아노 리베라가 있었지만, 어슬레틱스가 기회를 잡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하성은 음료를 들이켰다.
‘1점이라도 내면 경기는 내가 마무리한다.’
트리플 플레이까지 나온 경기다.
승리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
패배한다면 그만큼 빛이 바랠 테니 말이다.
그때 경쾌한 타격음이 그라운드를 울렸다.
딱-!!
“와아아아!!”
“잘 맞았다!!”
더그아웃이 술렁였다.
하성도 자리에서 일어나 외야로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봤다.
‘중견수 방향. 이건 승부가 된다.’
그렇게 판단한 3루 주자도 태그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퍽!
공이 잡히는 순간.
3루 주자가 베이스를 박차고 뛰기 시작했다.
동시에 중견수가 있는 힘껏 홈을 향해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레이저의 궤적처럼 공이 빠르게 홈으로 날아들었다.
주자는 홈에서 대기하고 있던 동료의 손짓에 슬라이딩으로 홈플레이트를 노렸다.
촤아아앗-!!
퍽!
송구를 받은 포수의 미트가 슬라이딩하는 주자를 터치했다.
순간 적막이 흘렀고 그것을 깬 것은 구심의 외침이었다.
“세이프!!”
“와아아아-!!”
[세이프입니다! 아슬아슬하게 홈을 먼저 터치한 어슬레틱스! 드디어 게임을 앞서나갑니다!!]9회에 리드를 잡기 시작했다.
단 1점이지만, 충분했다.
‘경기를 이기는 데에는 말이지.’
하성이 자신의 글러브를 챙겼다.
* * *
[정하성 메이저리그 첫 승을 기록하다!]어슬레틱스와 양키스의 경기는 어슬레틱스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 결과로 하성은 메이저리그 첫 승을 기록하게 됐다.
하지만 그보다 더 화제 된 것은 트리플 플레이였다.
[환상적인 센스로 트리플 플레이의 시발점이 된 정하성!] [논란의 여지가 있는 트리플 플레이?] [뉴욕 양키스의 조 지라디 감독! 경기 후 인터뷰에서 분노를 터뜨려!]트리플 플레이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