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50)
마운드의 빌런-50화(50/285)
마운드의 빌런 50화
트리플 플레이에 대한 논란은 간단했다.
-이건 인필드 플라이 선언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맞지.
-인필드 플라이 선언해서 아웃 카운트가 하나만 올라갔어야지.
-트리플 플레이로 보기 어려움.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인필드 플라이였다.
트리플 플레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쪽은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됐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인필드 플라이는 심판이 선언해야 하는 거 아님?
-ㅇㅇ 맞음. 선언하지 않으면 볼인플레이임.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는데, 트리플 플레이가 아니라니 ㅋㅋ
-야알못쉑들 또 지랄하죠.
-방구석 존문가들 발광한다.
-양키들 로이더도 감싸더니 이제는 상대방 트리플 플레이 아니라고 외치네 ㅋㅋ
양키스에 대한 반감이 극도로 달한 시점이다.
당연히 인터넷 여론은 좋지 않았다.
이번 일은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더 이슈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하성의 승리와 트리플 플레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만 쏟아졌다.
일단 언론부터 그의 편이었다.
[루키 같지 않은 루키! 정하성의 센스가 빛난 트리플 플레이!] [어슬레틱스를 위기에서 구한 정하성의 센스 플레이!]한국 언론의 대다수가 하성의 기사를 대대적으로 다루었다.
트리플 플레이에 포커싱을 맞추었기에 대부분의 네티즌은 그에게 찬사를 쏟아냈다.
-크으-! 삼중살 지렸다!
-저 상황에서 저런 판단을 하네.
-판단력 오졌다.
-저 짧은 타이밍에 어떻게 낙구를 택하냐?
-나 같으면 잡았을 듯.
-공이 높게 뜬 것도 아니고 거의 라이너성이던데.
-진짜 물건은 물건이다.
물론 모든 언론이 그의 편이었던 건 아니다.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트리플 플레이. 정하성의 플레이는 인필드 플라이였나? 아니었나?]강동수가 작성한 기사는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인필드 플라이를 중점으로 다루었다.
당연히 그 기사를 본 네티즌은 관련된 이야기를 커뮤니티에 퍼다 날랐다.
-이번 트리플 플레이 오심 아니냐?
-인필드 플라이 선언했어야지.
-국뽕들 또 한국인이 했다고 신났지.
-이건 양키스가 억울하겠다.
-뉴욕에서 정하성 엄청 까는 거 같은데?
-치사하게 야구 하네.
별의별 주장이 다 나왔다.
하성이 심판을 매수했다는 이야기하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물론 금방 묻혔지만, 팬만큼이나 안티도 많다는 뜻이었다.
어쨌든 긍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이라는 게 중요했다.
문제는 미국이었다.
-양키스가 승을 뺏겼다!
-이건 양키스의 승리야!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했어야 한다!
양키스 팬들은 이틀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트리플 플레이에 대해 비난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언론도 감지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슬레틱스의 홈구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젠장, 기자 놈들이 냄새를 맡았군. 심판이 정상적인 플레이라고 선언했는데 도대체 왜들 저러는 건지.”
크리스 단장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런 일로 화제가 되는 건 썩 바람직하지 않았다.
특히 하성은 루키다.
아무리 루키답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변수에 약할 수 있었다.
흔들리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다.
“이전에 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녀석이 또 무슨 사고를 칠지 몰라.”
몇 번이나 기자들과 부딪힌 전례가 있었다.
그나마 이전에는 한국 기자들과의 충돌이었다.
미국에서는 화제가 되지 않았으니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었다.
그들과 충돌하면 단번에 여론이 돌아설 수 있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해.”
그가 전화를 들었다.
그리고 구장 입구에 있는 직원에게 연결해 말했다.
“하성이 도착하면 내게 곧장 오게 해. 기자들과의 접촉을…….”
[어…… 이미 접촉하고 있는데요.]“뭐?!”
한발 늦었다.
* * *
하성은 앞에 있는 기자들을 바라봤다.
마치 먹이를 발견한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마이크와 녹음기를 내밀었다.
“정하성 선수,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필드 플라이로 인해 트리플 플레이는 성립되지 않는단 팬들의 의견이 많은데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하성의 코멘트였다.
하성도 딱히 피할 이유는 없었다.
“논란이 일어난 걸 이해하지 못하겠네요.”
하성의 말에 기자들이 집중했다.
“인필드 플라이는 심판의 선언과 함께 나옵니다. 심판들이 이미 설명하지 않았나요?”
“하지만 이번 플레이에는 심판들이 선언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타구가 떨어졌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 타구는 라이너성이죠. 라이너성에는 원래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타구는 라이너성으로…….”
“하아…… 저기요.”
친절하게 대답하던 하성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듣고 싶은지 모르겠는데요. 경기중에 나오는 판정은 제 권한이 아닙니다. 제가 낙구를 시켰을 때, 심판들이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했다면 아웃이 됐겠죠. 하지만 그들은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죠?”
몇몇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저는 그냥 플레이를 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게 왜 제 책임처럼 되는 거죠? 상대가 양키스라서요? 양키스 팬들이 물고 늘어지니 이런 것도 이슈가 되는 겁니까?”
“그것보다는 상황이…….”
“전 잘못한 거 없습니다. 상황에 맞춰 플레이를 했고 심판들도 정상적인 플레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디에서도 문제 될 게 없습니다. 이걸 문제라고 말하는 쪽이 이상한 거 아닙니까?”
“지금 그 말씀은 팬들이 이상하다고 해석될 수도 있는데요.”
민감한 주제였다.
대답을 잘못하면 한순간에 팬을 욕하는 쓰레기가 된다.
하지만 하성은 망설이지 않았다.
“문제 되지 않을 걸 문제 삼는 게 더 문제로 보입니다만?”
“그러니까, 그 말씀은 팬이 문제라는 건가요?”
“아씨!”
“예?”
한국말이 튀어나왔기에 기자가 되물었다.
하성은 짜증 섞인 얼굴로 말했다.
“기자 맞아요? 아니면 내 영어가 이상한가? 방금까지 한 말 해석 안 돼요? 이상한 걸로 트집 잡지 마시라고요. 나는 정당하게 플레이했습니다.”
“하지만 팬들이……!”
“그렇게 정당한 플레이가 보고 싶은 팬들이라면 A-로이더가 제재받지 않는 것부터 여론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폭탄이 터졌다.
* * *
하성의 발언은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A-로이더라 했다고?
-실화냐?ㅋㅋㅋㅋ
-와…… 커뮤니티에서 떠드는 애들은 봤어도 저걸 선수가 하네.
-얘 뒷감당 어쩌려고 이러냐?
-배짱 좋네.
-크으-! 남자가 따로 없다.
-선배에 대한 예의가 없네.
-선배는 무슨 ㅋㅋㅋ 약쟁이지.
소식을 접한 한국 네티즌들은 하성의 발언에 환호했다.
그리고 미국 네티즌들 역시 마찬가지다.
-와우! 화끈하네.
-A-로드를 이렇게 말하는 애가 있구나.
-얘 이름이 뭐라고?
-어슬레틱스의 정하성. 루키임.
-루키라서 그런가 발언 한번 화끈하네.
-어슬레틱스에 재밌는 애 나왔네.
-아무리 그래도 A-로이더라고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대부분의 네티즌도 하성의 발언에 크게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아닌 이들도 있었다.
-정하성 이 새끼 뭐냐?
-루키 주제에 업계 선배에게 함부로 말하네.
-이 새끼 작년에 A-로드한테 헤드샷 날린 애잖아?
-진짜냐?
-뭔가 악감정이 있나 보네.
-다음에 양키 스타디움 오면 작살내 주겠어.
-뉴욕에 발만 들여봐!
양키스의 팬들은 엄청난 악담을 쏟아냈다.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슈퍼스타를 욕보인 것이다.
그런 그들을 향해 한 네티즌이 말했다.
-그런데 로이더 맞잖아?
팩트는 언제나 아픈 법이었다.
* * *
하성의 발언은 메이저리그 전체를 흔들었다.
그만큼 파장이 큰 발언이었기에 메이저리그 팬들은 모두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이상한 효과를 낳았다.
“우하하! 어슬레틱스에 그런 애가 있다고?”
“재밌는 녀석이군.”
“직접 보러 가야겠는데?”
“요즘 어슬레틱스 순위도 좋아서 한번 갈까 했는데. 이런 녀석이 있다면 직접 봐야지!”
“야구장이나 가자고!”
오클랜드의 주민들이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연고지 이전이 무산됐어도 경기장을 찾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이게 이렇게 풀린다고?’
크리스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분명 하성의 인터뷰는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좋았다.
그런데 그게 이런 효과를 낳을 줄이야.
‘정하성은 정말 우리 구단의 복덩이군.’
양키스에게는 엄청난 욕을 먹고 있지만, 메이저리거 전체를 보면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거기에 관중까지 몰아주니 크리스의 입장에선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어슬레틱스의 홈구장인 오클랜드 콜리세움에는 오랜만에 관중들이 북적였다.
그리고 어슬레틱스는 홈에서 텍사스를 맞이했다.
* * *
타격이 불을 뿜기 시작한 어슬레틱스는 텍사스를 상대로도 점수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딱-!!
“와아아아!”
“달려! 달려!!”
특히 맷 홀리데이의 타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오늘 경기에서도 멀티히트를 펼치면서 타선을 이끌었다.
[맷 홀리데이의 안타! 이 타격으로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옵니다!] [산을 내려온 홀리데이 선수가 확실히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가는 모습이네요.] [그렇습니다. 이번 추가점으로 어슬레틱스가 7 대 3으로 4점을 리드합니다.]6회가 지난 상황에서 4점 차 리드를 잡으면서 승기를 가져왔다.
‘흠, 오늘 경기는 쉴 수 있겠는데.’
불펜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하성은 평소보다 편하게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잘 됐지. 이동하면서 하루를 쉬었지만, 연투를 하는 것보다는 쉬는 게 더 나으니까.’
최대한 휴식을 취하면서 경기에 나서는 게 좋다.
특히 불펜은 선발처럼 로테이션이 정해진 게 없다.
상황이 되면 언제든지 등판해야 하기 때문에 쉴 수 있을 때는 반드시 쉬어야 한다.
그리고 이날 하성은 등판 없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 * *
텍사스와의 1차전은 휴식을 취했지만, 2차전에서는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정하성 선수, 9회 2점의 리드를 등에 업고 마운드에 오릅니다.]하성의 등판에 오클랜드 콜리세움이 들썩였다.
“오-! 나왔다!”
“멋지게 던지라고!”
오클랜드 팬들의 환호성이 하성에게 향했다.
[오클랜드에서 정하성 선수의 인기가 매우 높네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루키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메이저리그 세이브 전체 1위를 달리고 있으니 말이죠.] [거기에 스타성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하하! 인터뷰가 직설적이라 팬들이 좋아하긴 하죠.]첫 달에 하성의 성적은 루키 중 가장 압도적이었다.
1승 5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
클로저라는 약점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달의 루키와 투수에 가장 근접해 있었다.
[정하성 선수 초구 던집니다.]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 구속은 98마일이 찍힙니다. 정말 시원시원하게 공을 던지네요.] [무엇보다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집어넣는 배짱이 무척 뛰어난 투수죠.]하성의 피칭에 중계진의 칭찬이 쏟아졌다.
그만큼 하성의 피칭은 완벽 그 자체였다.
[2구 던집니다.]하지만 이곳은 메이저리그였다.
쐐애애액-!!
따악!!
[때렸습니다!! 이번 타구는 큽니다!!]하성이 괴물인 만큼 다른 타자들 역시 괴물이었다.
[아아-! 넘어갔습니다! 정하성 선수! 올 시즌 첫 번째 피홈런을 허용합니다!] [아…… 정말 잘 던지고 잘 때렸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타구였습니다.] [정하성 선수에게 첫 번째 홈런을 선물한 것은 텍사스 레인저스의 마이클 영입니다!]텍사스 레인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마이클 영.
그가 하성에게 첫 번째 홈런을 뺏어냈다.
하성의 제로 행진이 멈췄다.
이 사실은 중계진의 우려로 이어졌다.
[아…… 정하성 선수가 충격을 받지 않았어야 하는데요.] [그렇습니다. 첫 번째 피홈런을 허용했으니 충격이 클 테지만, 야구를 하는 이상 언제든지 홈런을 맞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경기가 계속 진행되고 있거든요. 게임에 집중해야 합니다.]신인이 첫 번째 홈런을 허용하면 흔들리는 일은 당연했다.
문제는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기에 역전당하거나 동점도 아니다.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기에서 흔들린다면 그게 더 큰 문제였다.
[어슬레틱스 벤치에서는 움직이지 않네요.] [감독이 방문할 법도 하지만, 일단 정하성 선수를 신뢰하는 거 같습니다.] [침착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면 좋겠습니다.]중계진의 걱정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정하성 선수 공 던집니다!]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아-! 정하성 선수! 이번에는 101마일의 공으로 카운트를 잡아냅니다!!] [전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네요.]트레버에게서 공을 돌려받은 하성이 모자를 고쳐 썼다.
‘1점 준 게 뭐 대수라고.’
경력직 신인인 그에게 실점은 대수롭지 않았다.
‘어차피 블론세이브도 아니고…….’
침착하게 로진을 손에 묻히며 호흡을 골랐다.
‘이제부터 안 맞으면 그만이지.’
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며 다시 마운드에 섰다.
이날.
하성은 메이저리그 첫 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즌 6번째 세이브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단독 선두의 자리를 지켜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