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51)
마운드의 빌런-51화(51/285)
마운드의 빌런 51화
메이저리그는 매달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를 대상으로 이달의 선수를 선정했다.
여기에는 이달의 투수, 이달의 선수 그리고 이달의 신인이 있었다.
메이저리그가 개막하고 보름이 지나는 시점에서 언론에선 이들에 대한 후보군을 추려내고 있었다.
[이달의 투수에 가장 유력한 후보는 누가 있을까요?] [1순위는 역시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잭 그레인키입니다. 그는 현재까지 3번의 선발등판에서 단 1실점도 하지 않는 괴력을 선보이며 전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잭 그레인키는 08시즌 9월 13일부터 38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경쟁자인 펠릭스 에르난데스나 팀 웨이크필드 그리고 정하성 선수보다 앞서 있다 볼 수 있습니다.]잭 그레인키는 시즌 초반 엄청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성도 언급이 되었지만, 잭 그레인키의 활약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달의 신인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아메리칸리그 이달의 신인은 단연 이 선수가 앞서고 있죠?] [정하성 선수의 수상이 유력합니다. 그는 현재까지 7경기에 등판해 1승 6세이브 7.2이닝 평균자책점 1.25를 기록 중입니다.] [최근 메이저리그 첫 피홈런을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들을 깔끔하게 잡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맞습니다. 루키이고 그동안 좋은 활약을 해왔는데. 갑자기 홈런을 허용하면 흔들릴 수 있는데, 후속타자를 완벽하게 잡아내면서 세이브에 성공했습니다.]영상이 바뀌면서 하성의 첫 실점 장면이 나왔다.
[실점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실점 이후죠. 정하성 선수는 실점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이달의 신인을 수상하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중요하겠죠?] [예. 선발투수들은 1-2경기 정도 더 등판할 가능성이 높지만, 정하성 선수는 경기 상황에 따라 더 자주 등판할 수 있으니까요. 현재 성적을 유지하는 게 관건입니다.] [과연 정하성 선수가 이달의 신인을 수상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
이달의 신인은 매달 뛰어난 활약을 펼친 루키에게 주어진다.
이달의 신인을 자주 수상할수록 올해의 신인에 수상될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진다.
한국인으로서 이달의 신인에 도전하는 건 오랜만이다.
당연히 한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정하성 선수, 텍사스와의 3차전에 등판합니다.] [오늘은 1점 차 리드를 등에 업고 마운드에 오르네요.] [1차전에서보다 더 타이트한 상황에서 등판하는 정하성 선수, 초구 던집니다.]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구속은 93마일의 커터로 보이죠?] [예. 패스트볼의 궤적으로 들어오자 홈플레이트 앞에서 변화를 일으키기에 타자가 정타를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면서 유리한 카운트를 끌어가는 정하성 선수, 2구 던집니다.]쐐애액-!
딱!!
“파울!!”
[2구 98마일의 패스트볼을 때렸지만, 라인 밖으로 흘러갑니다.]5마일의 차이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에 충분했다.
트레버에게서 공을 받은 하성은 로진을 손에 묻히고 다시 마운드에 섰다.
‘이 녀석은 이런 상황에서 승부하는 걸 즐기지.’
트레버는 하성의 스타일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 한 달간 호흡을 맞췄고 올 시즌에도 벌써 보름이 넘는 시간을 같이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파트너에 대한 파악은 대충 끝났기에 공격적인 리드를 했다.
‘마음에 드네. 이 녀석이 왜 무명으로 끝나는 거지?’
트레버의 사인을 본 하성이 마음에 들어 하면서도 의아해했다.
트레버는 자신의 기억에 없는 선수였다.
이 정도로 투수의 리드를 잘하면 기억에 남을 법도 하건만, 기억나지 않았다.
‘뭐, 메이저리그에는 수많은 선수가 다녀가니까.’
어느 순간 사라지더라도 알 수 없다.
지금은 그것보단 공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었다.
“후우……!”
호흡을 뱉으며 와인드업을 한 하성이 몸을 틀면서 다리를 차올렸다.
동시에 축이 된 왼발과 골반을 구부리면서 힘을 충전시켰다.
뒤이어 오른발을 내디디며 호흡을 멈춰 복압을 유지시켰다.
콰직!!
발을 내디딤과 동시에 하체와 골반을 회전시키며 충전된 힘을 상체로 이동시켰다.
복압이 유지된 코어를 지나 가슴과 어깨 그리고 팔을 지나면서 힘은 더욱 배가 되었다.
그렇게 모인 힘이 손끝에 모아 일제히 방출됐다.
“하앗!!”
쐐애애액-!!
외마디 기합과 함께 공이 그의 손을 떠났다.
코스는 타자의 몸쪽.
타자의 배트도 매섭게 돌아갔다.
후웅!!
두 궤적이 하나가 되려는 순간.
공이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갔다.
뻐어억!!
공이 먼저 미트에 꽂히고.
후웅!!
배트가 뒤늦게 돌아갔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구속은 101마일! 정하성 선수, 본인의 최고 구속을 던지며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훌륭하게 잡아냅니다!] [공격적인 피칭을 좋아하는 선수답게 빠르게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네요.] [그리고 타석에는 전일 정하성 선수에게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선물했던 마이클 영 선수가 들어섭니다.]마이클 영이 타석으로 들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베테랑이기도 했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마이클 영 선수는 정하성 선수에게 뺏은 홈런을 포함해 이번 시리즈에서만 10타수 5안타 2홈런 6타점을 기록 중입니다.] [시리즈의 지배자라고 할 수 있는 활약을 펼치고 있죠.] [과연 정하성 선수가 첫날의 복수를 할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마이클 영의 타격 컨디션은 좋았다.
무엇보다 하성에게 홈런을 뺏어냈다.
이런 타자를 상대하는 건 까다로웠다.
‘루키라면 이런 상황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다. 긴장한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공은 가장 자신 있는 공이지.’
마이클 영은 노련한 타자였다.
그렇기에 투수들의 심리들을 잘 알고 있었다.
수많은 투수를 만났고 루키들과 마주했다.
그들이 어떤 습성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하성이 와인드업하자 마이클 영은 배트를 다소 짧게 쥐었다.
‘전력투구로 들어오면 내가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
하성을 인정하기에 나온 동작이었다.
여기에서 큰 것도 좋지만, 출루를 함으로써 주자가 쌓이는 게 더 좋다는 판단도 있었다.
하지만.
휘릭!
하성은 거기까지 내다봤다.
초구로 선택한 공이 포심이 아니라 커터라는 점이 그것을 이야기했다.
빠각!
“큭……!”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배트가 부러졌다.
힘없이 굴러간 공은 3루수가 잡아 그대로 1루로 던졌다.
퍽!
“아웃!!”
[아웃입니다! 1차전에서 홈런을 허용했던 마이클 영에게 복수하는 데 필요한 공은 단 1개였습니다!] [당연히 가장 자신 있는 포심을 던질 거라 생각했는데. 허를 찔러 커터를 선택했어요.] [배트 브레이커라는 별명에 걸맞게 마이클 영의 배트를 부러뜨리면서 첫 홈런의 복수를 한 정하성 선수!]투아웃을 잡아낸 하성을 마이클 영이 힐끔 바라봤다.
‘신인 맞아?’
의문이 가장 먼저 들었다.
자신의 생각을 읽고 포심이 아닌 커터를 던졌다.
그만큼 커터에도 자신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것도 자신에게 첫 홈런을 남겨준 타자에게 말이다.
‘요즘 애들은 정말 대담하군.’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는 게 느껴지는 마이클이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그를 뒤로하고 하성은 다음 타자를 맞이했다.
* * *
[어슬레틱스의 정하성 시즌 7번째 세이브 달성!] [자신에게 첫 피홈런을 선물해 준 마이클 영을 단 1구 만에 잡아낸 괴력의 신인!] [이달의 신인에 한 발자국 다가간 정하성, 과연 이달의 신인을 수상할 것인가?]경기가 종료되고 다양한 기사가 쏟아졌다.
기사의 포커싱은 이달의 신인에 맞춰져 있었다.
한국인으로서 이달의 신인에 선정됐던 선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가뭄인 상황.
오랜만에 등장한 괴물 신인의 활약에 언론은 물론 커뮤니티에서도 집중적으로 언급됐다.
-복수는 이렇게 하는 거다. by 정하성
-ㅋㅋㅋ 마이클 영 홈런 하나 때리고 배트 부러졌네.
-배트값 아깝겠다.
-어차피 구단에서 줄 텐데 ㅋㅋ
-저 정도 클라스면 자기가 살걸?
-이야~ 텍사스 프랜차이즈 스타를 1구에 돌려세우네.
-정하성은 신인 같지 않다니까.
-4월 이달의 신인 쌉가능할 거 같지 않냐?
-가능성 높을 듯.
-가능성은 높지만, 남은 경기에서 한 번이라도 미끄러지면 뺏김.
-불펜이 이게 안 좋지.
하성의 활약에 커뮤니티만 신난 건 아니었다.
“흐흐, 정하성 활약 덕분에 우리 제품이 엄청나게 팔리네.”
작년 겨울.
하성과 계약해서 광고를 찍었던 브랜드들은 신났다.
그도 그럴 것이 하성이 활약하면서 본격적으로 판매량이 우상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벌써 작년 동월 대비 300퍼센트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대로만 계속 활약해 주십시오.”
몇몇 업체는 하늘에 빌었고.
“당장 매니지먼트 쪽에 연락해서 다음 광고 계약도 진행하자고 해!”
“알겠습니다!”
벌써 다음 광고를 노리는 업체들도 생겼다.
하지만 김혜령 대표는 단호했다.
“죄송하지만, 정하성 선수의 광고 연장은 어렵습니다.”
여지도 주지 않는 그녀의 말에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런 김혜령에게 부하직원이 물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왜? 정하성 선수가 금방이라도 무너질까 봐?”
“솔직히 좀 걱정돼요. 메이저리그에선 잘하던 선수도 어느 날 갑자기 얻어맞기 시작하거든요.”
“잘 아네?”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해서요. 어쨌든 지금 활약이 좋을 때 높은 계약 조건을 따내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직원의 말은 타당했다.
스포츠선수에게 가장 큰 리스크는 언제 부상이나 실력 저하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거다.
그나마 톱클래스에 있는 선수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들은 오랜 시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성은 라이징스타다.
이제 막 떠오르고 있다는 건 주목을 많이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본인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단점도 있다.
이러한 부분은 분명 리스크가 된다.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의뢰인이 이걸 원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지.”
“의뢰인이라면…… 정하성 선수가 계약을 받지 않겠다 한 건가요?”
“응. 계약 연장은 물론이거니와 새로운 계약 역시 거절했어. 자신이 증명하겠다더군.”
“증명이요?”
“그래. 본인의 진정한 가치를 말이야. 시즌이 끝난 뒤 자신의 가치를 가지고 계약에 임하겠다고 말했어.”
김혜령의 말에 직원이 허탈하게 웃었다.
“엄청난 자신감이네요.”
“이 정도 배짱은 있어야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러게요. 정말 전 상상도 못할 정도의 배짱이에요.”
김혜령은 일어나 창밖을 바라봤다.
도시의 멋진 빌딩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과연 어떻게 될까?’
만약 자신의 말을 지킨다면 메이저리그는 물론 한국 스포츠계에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그냥 말만 앞선 남자가 되겠지.’
흥미로웠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말이다.
“참, 그거 들으셨어요? 은하양 이번에 앨범 나온 게 반응 좋더라고요.”
“은하양? 전에 하성 선수와 같이 광고를 찍었던?”
“네. 그게 화제가 돼서 일부 커뮤니티에서 언급이 되더니 팬클럽까지 생겼나 봐요. 거기에 이번 앨범이 좋아서 벌써 반응이 올라오나 보던데요?”
“그래? 잘됐네.”
김혜령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가수는 소속사가 있다.
매니지먼트가 끼어들 곳이 없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자, 우리 일이나 하자고.”
“넵.”
하성의 활약은 한국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