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54)
마운드의 빌런-54화(54/285)
마운드의 빌런 54화
[메이저리그가 개막하고 벌써 한 달이 흘렀습니다. 4월 한 달간 각 팀의 성적을 비교분석 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현재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팀은 역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라고 봐야겠죠.] [그렇습니다. 어슬레틱스는 4월 한 달간 24게임을 치르면서 15승 9패를 기록하면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4월 막판에 레드삭스가 연승가도를 달리면서 리그 1위를 뺏긴 게 아쉽죠.] [하지만 주축 선수를 내보내고 트레이드로 선수들을 데려오면서 이런 성적을 냈다는 게 대단합니다.]
어슬레틱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스몰마켓다운 행보를 걸었다.
몸값이 비싼 선수를 내보내고 트레이드로 즉시 전력감을 데려왔다.
하지만 선발은 대부분 신인으로 구성해 우려를 샀다.
그러나 4월의 성적만 놓고 보면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어슬레틱스의 이런 활약은 타선에선 지암비와 홀리데이가 좋은 활약을 펼친 덕분이라 봐야겠죠?] [그렇습니다. 프랜차이즈 스타라 할 수 있는 지암비를 다시 데려오고 내년 시즌 FA가 되는 홀리데이를 신인들을 내주면서 과감하게 데려와 타선을 이끌게 한 게 주효했습니다.] [크리스 단장의 머니볼 이론이 다시 한번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네요.] [4월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그럼 어슬레틱스에서 4월의 MVP를 선정한다면 누굴 뽑을 수 있을까요?]해설위원은 잠시 고민하다 말을 이어나갔다.
[당연히 정하성 선수입니다.]화면에 하성의 프로필이 나타났다.
[작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정하성 선수는 미국 나이로 19살입니다. 풀타임을 뛰는 건 올해가 처음이죠. 그럼에도 정하성 선수는 4월 한 달에만 1승 11세이브를 거두었습니다.세이브 성공률이 100퍼센트예요.] [메이저리그 전반기 최다세이브 기록인 26세이브까지 단 15개만을 남겨두게 되었죠.]
메이저리그 전반기 최다세이브 기록은 06시즌 조나단 파펠본에 의해 세워졌다.
06시즌부터 35개, 37개, 41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는 괴력을 선보이며 현재는 레드삭스의 붙박이 클로저로 활약하고 있었다.
[현재의 기세를 이어가면 정하성 선수가 파펠본의 전반기 최다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우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신인 전반기 최다세이브 기록만이 아니라 역대 최다세이브 기록도 넘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전반기 역대 최다세이브 기록을 확인해 보죠.]화면이 바뀌면서 반가운 이름들이 나타났다.
[1위는 2008년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선수가 거둔 38개의 세이브네요.] [이때 로드리게스 선수의 풀타임 성적은 62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면서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세이브 기록을 세웠습니다.] [만약 정하성 선수가 전반기 기록을 깨면 역대 최다세이브 기록에도 도전해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2위는 2003년 존 스몰츠 선수가 거둔 34개, 3위는 대니 그레이브스 선수가 올렸네요. 33개입니다.] [정하성 선수가 역대기록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7월 14일까지 매월 8개 이상의 세이브를 올려야 한다는 소리네요.]매월 8개 이상의 세이브.
4월에 11개를 기록했으니 무난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팀 상황에 따라 등판하지 못하는 날도 있으니 변수가 많았다.
[변수가 꽤 많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역대 기록들에 도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변수라면 아무래도 팀 상황이나 체력적인 문제가 있겠죠?] [예. 풀타임 첫해니 정하성 선수의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해주냐에 따라 시즌 성적을 결정지을 겁니다.] [그래도 현재까진 역대급 성적임에는 분명하네요.] [맞습니다. 4월 이달의 신인 수상도 거의 확실하고 이 성적보다 조금 떨어져도 페이스만 어느 정도 유지하면 올스타전 출전도 노려볼 수 있습니다.]하성에 대한 칭찬이 줄을 이었다.
단순히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하성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이름을 알려갔다.
그리고 5월이 시작되고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정하성, 4월 이달의 신인 수상!]메이저리그 데뷔 첫 이달의 신인을 수상한 것이다.
* * *
하성의 활약은 어슬레틱스에게 한 가지 고민을 안겨주었다.
‘불펜에 자원이 남는데.’
불펜에 좋은 투수가 많아진 것이다.
현재 어슬레틱스의 승리 공식은 딱 정해져 있었다.
‘6회까지 선발이 막아주면 7회에 워츠, 8회에는 베일리, 9회 하성으로 이어지면 이길 수 있지.’
마이클 워츠는 올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다.
하성이란 카드가 있었지만, 루키라는 점에서 변수가 많아 영입한 선수였다.
워츠는 예상대로 잘 던져주고 있었다.
문제는 하성이 그보다 더 잘 던진다는 점이다.
‘크레이그나 지글러도 잘해주니 너무 잘 던지는 애들이 많군.’
불펜에서 믿고 쓸 수 있는 투수가 너무 많았다.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선수가 부족한 어슬레틱스 입장에선 고민이 될 수 있었다.
‘불펜 중 한 명을 선발로 돌릴까?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베일리 정도가 있는데.’
올해 25살인 그는 현재 성적만 놓고 보면 하성 다음으로 가장 잘 던지고 있었다.
만약 하성이 없었다면 클로저를 맡아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하성이라는 확실한 마무리 카드가 있기에 셋업맨을 맡고 있었다.
‘구속이 조금 떨어지지만, 마이너에서 선발로도 뛰었으니 전향해도 큰 문제는 없을 거야.’
크리스는 여러 경우의 수를 떠올렸다.
불펜투수의 선발전향부터 트레이드를 통한 선발투수의 영입까지 말이다.
4월 리그 2위, 지구 1위라는 성적 때문인지 크리스의 의욕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단장님.”
“음? 무슨 일이지?”
“5월에 보블헤드 이벤트 일정을 공지했습니다.”
“아, 그래. 정하성 선수의 보블헤드 이벤트는 언제지?”
“10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좋아. 다른 이벤트들도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준비하라고.”
“예.”
관중이 많아지고 있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크리스는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 * *
하성의 활약은 5월에도 이어졌다.
빠각!!
“큭……!”
[배트 부러졌습니다! 타구 높게 뜨지만, 내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1루수 자리를 잡고 안정적으로 포구합니다.]“아웃!”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면서 정하성 선수 12번째 세이브를 기록합니다!] [벌써 12게임 연속 세이브예요. 정말 대단합니다!]12게임 연속 세이브.
신인 연속 세이브 기록은 조나단 파펠본이 20세이브였다.
이 기록까지 단 8개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세이브를 올리며 정하성 선수는 세이브 1위 자리를 굳건히 다집니다!]시즌 초반부터 세이브 기록을 두고 엄청난 경쟁이 이어지고 있었다.
경쟁자는 리베라와 브라이언이었다.
리베라는 4월 기록한 10개의 세이브에서 아직 1개도 추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양키스가 세이브 상황을 가지고 9회까지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사이 브라이언이 10개의 세이브를 쌓았다.
공동 2위에 오른 두 선수와의 격차는 고작 2개.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었다.
* * *
‘스타트는 완벽 그 자체네.’
하성은 메이저리그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의 성적을 확인했다.
“내 예상보다 젊을 때의 포텐셜이 대단했었네.”
지난 삶에서 하성은 어깨에 시한폭탄이 있었다.
그 폭탄은 하성의 잠재력을 모두 터뜨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부상은 없는 상태에서 온전하게 피칭을 할 수 있어.’
무엇보다 잠재력을 깨울 수 있는 방법을 하성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준비한 09시즌이다.
생각대로 공을 던질 수 있었고 구속도 잘 나왔다.
무엇보다 원하는 곳에 공을 꽂아 넣을 수 있었다.
‘5월에도 이대로 가면 되겠지.’
5월에도 목표는 이달의 신인이었다.
두 달 연속 받아내서 확실하게 자신의 입지를 다질 생각이었다.
하성은 주먹을 불끈 쥐며 다음 경기를 기다렸다.
* * *
메이저리그는 전 세계 최고들이 모인 리그다.
전 세계 스포츠사업 중 손에 꼽을 정도로 거대한 곳이기에 당연하게도 최고가 모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단순히 선수만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딱-!!
[때렸습니다!! 삼유간을 가르는 깔끔한 안타! 정하성 선수, 마이클 영에게 내준 피홈런 이후 첫 안타를 내줍니다!]최고가 모인다는 건 선수, 코치, 그리고 전력 분석원들이 모인다는 의미였다.
거기에 최고의 장비들이 도입되고 그러한 것들의 시너지는 강하게 일어났다.
‘타이밍은 조금 늦었지만, 공의 궤적을 정확히 맞췄다.’
하성은 타자의 배팅을 보고 느꼈다.
자신의 패스트볼을 완벽하게 노리고 때렸다는 걸 말이다.
본래 하성의 공은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
일단 공의 구속이 빠르다.
100마일에 근접하는 공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공들은 타자가 보고 때리는 건 말이 안 돼. 예측하고 때린다.’
인간의 반응속도를 넘어서는 속도다.
공을 보고 때린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100마일 이상의 공을 때릴까?
공이 올 것을 예측하고 먼저 스윙의 시동을 걸기에 가능한 일이다.
후에 궤적을 보고 예측해 스윙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공을 때려낸다.
‘그동안 타자들이 내 공을 때리지 못한 건 공의 궤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궤적까지 맞춰서 때려냈다.
그렇기에 타이밍은 늦었어도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정하성 선수의 포심 패스트볼은 평균 RPM이 2542가 나올 정도로 높습니다.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치의 RPM이죠. RPM이 높을수록 공의 낙차는 줄어들게 됩니다.]낙차가 줄어든다는 건 공이 덜 떨어진다는 소리다.
과거 라이징 패스트볼이라 하여 공이 떠오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게 바로 공의 회전에 있었다.
이런 현상을 마그누스 효과라 부르며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었다.
‘그거에 적응하고 스윙을 바꿨다는 건가?’
가능성은 충분했다.
공이 덜 떨어진다고 해서 아예 안 떨어지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이번 녀석을 상대하면 알 수 있겠지.’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초구 슬라이더를 던졌다.
중앙에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공에 타자의 배트가 돌지 않았다.
퍽!
“스트라이크!!”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브레이킹볼은 포기한다는 건가.’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확인하기 위해 사인을 보내고 2구를 던졌다.
쐐애액-!
이번에도 슬라이더였다.
몸쪽에서 존으로 들어오는 공이었다.
후웅!!
타자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딱-!!
[때렸습니다!!]잘 맞은 타구가 외야로 날아갔다.
다소 깊은 코스로 날아가는 타구에 좌익수가 펜스까지 물러섰다.
[아아-! 큽니다!]넘어갈 거 같은 타구였다.
하지만 막판에 힘을 잃더니 펜스 앞에서 좌익수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펜스 앞에서 잡힙니다! 정말 아슬아슬한 타구였습니다!] [1구, 2구 모두 슬라이더를 던지면서 타자가 정확한 타이밍을 잡아냈습니다.]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은 공이 패스트볼이라서 그런 걸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늘 타자들의 배트가 매섭네요.]평소 하성은 압도적인 포스로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하지만 오늘은 타자들의 배트가 더 매섭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이 녀석들 내 공을 어느 정도 파악했네.’
하성의 시선이 상대 팀의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벤치는 바쁘게 움직이며 대기 타석으로 향할 타자에게 무언가 지시하는 게 보였다.
‘이 녀석들이 내 공을 분석했다면 다른 구단들 역시 어느 정도 파악했다는 소리겠네.’
작년 9월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하성이다.
분석이 되었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무엇보다 하성의 볼 배합은 다소 단조로운 편이었다.
워낙 구위와 무브먼트가 좋았기에 그동안 단조로운 패턴에도 타자를 압도할 수 있었다.
‘뭐, 분석이야 언제든지 당하는 거지.’
분석을 당한다고 해서 공략당하는 건 아니다.
분석이 전부였다면 메이저리그는 언제나 타고투저여야 할 테니 말이다.
‘어쨌든 지금은 위기란 말이지.’
시애틀 타자들은 자신의 공을 가볍게 때려내고 있었다.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평소와 다른 무언가를 꺼내야 했다.
‘오랜만에 던지겠네.’
하성은 트레버가 던진 공을 받아 글러브에 넣었다.
그리고 공을 이리저리 돌리며 지금까지와 다른 그립을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