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55)
마운드의 빌런-55화(55/285)
마운드의 빌런 55화
하성은 23살부터 본격적인 선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당시 150㎞의 강속구를 던졌던 그를 구단에서는 선발투수로 분류해서 육성했다.
(네 직구는 손댈 곳이 없다. 그러니 변화구 위주로 공부하자.)
2군 감독의 말에 하성은 변화구 연마에 힘을 쏟았다.
슬라이더를 배우고 당시 코치의 주 무기였던 싱커를 익혔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공과 몸쪽으로 들어오는 공을 익히면서 그의 실력을 일취월장했다.
일단 속구의 구속이 150㎞라는 것만으로도 브레이킹볼의 위력이 배가 되었다.
타자는 기본적으로 속구에 타이밍을 맞추기 때문이다.
2군을 평정한 그는 24살이 되는 시즌부터 1군에 올라왔다.
(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올 시즌 기대 중이다.)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1군 감독과의 면담에서 자신에 대한 기대를 들었다.
그리고 스프링캠프에 가고 연습경기와 시범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라이징스타 정하성! 최고 구속 151㎞로 상대 타선을 압도!)
(4이닝 무실점 1피안타 완벽투! 차세대 에이스 정하성의 등장!)
언론에서도 하성에 대해 집중 조명하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시즌 초반에서도 이러한 기대감에 부응하듯 하성은 좋은 활약을 펼쳐갔다.
(신성 정하성 첫 등판에서 승리를 올리다!)
(6이닝 1실점 완벽투! 두 번째 승리를 올리는 정하성!)
5월까지 4승 1패라는 성적을 올리며 시즌 10승과 신인왕 레이스에서 선두로 내달렸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하성은 세상을 모두 가진 거 같았다.
1군이라는 무대에서 성적을 냈으니 자만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꿈과 같은 나날은 6월이 되면서 깨졌다.
(5이닝 4실점 정하성 시즌 두 번째 패배!)
(4이닝 5실점! 정하성 두 경기 연속 부진한 신성.)
(2이닝 6실점! 추락하는 신성)
연달아 세 경기에서 공략당하며 하성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편이었던 언론은 등을 돌렸고 팬들 역시 질타를 쏟아냈다.
엄청난 스트레스가 찾아왔고 하성은 슬럼프에 빠졌다.
결국 2군으로 내려가게 됐고 거기에서 재활등판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상태는 좀처럼 좋아지지 못했다.
(하성이의 구속이 자꾸 내려가고 있습니다.)
(변화구가 통하지 않으니 장점이던 직구도 나빠지고 있어요.)
패스트볼은 하성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주위에서의 말이 아니라 하성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많이 의지했다.
그런 패스트볼의 위력이 떨어지자 등판 자체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 하성에게 은인이 찾아왔다.
(새로운 변화구를 배워보는 게 어때?)
2군 투수코치의 조언과 함께 새로운 변화구를 익히기 시작했다.
* * *
[정하성 선수,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첫 위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웃 카운트를 잡았지만, 이전과 같이 압도적인 모습이 아닙니다.]중계진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TV를 통해 흘러나왔다.
아버지는 주먹을 꽉 쥐고 조마조마하게 중계를 시청하고 있었다.
‘아들, 잘할 수 있지?’
도와줄 게 없다는 게 미안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마음속으로 보내는 진심을 담은 응원이었다.
[원아웃, 주자 1루 상황에서 정하성 선수가 다음 타자를 상대합니다.] [시애틀 타자들이 정하성 선수의 공을 정확히 때려내고 있어요. 로테이션을 조금 바꿔보는 게 어떤가 싶습니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정하성 선수 1구 던집니다!] [딱!!]경쾌한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파울!!] [초구 파울! 잘 때렸지만, 1루 라인 밖으로 떨어지는 타구입니다.] [마지막 순간에 휘어서 들어간 걸 보면 커터로 보이네요.]“후우…….”
파울이 된 걸 확인하고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 명에 못 살겠군.’
자신도 이럴 지경인데, 직접 던지는 아들은 얼마나 힘들까?
[커터에도 타이밍을 맞추는 시애틀 타선이 무섭습니다.]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지, 정하성 선수 2구 던집니다.] [퍽!] [볼!] [2구 볼입니다. 슬라이더로 유인했지만, 타자의 배트는 나오지 않습니다.]원볼 원스트라이크.
불리하지도 유리하지도 않은 볼카운트였다.
[3구 던집니다!]하성은 스트라이드를 밟으며 있는 힘껏 공을 던졌다.
빠르게 날아오는 공에 타자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하지만.
[퍽!] [스윙! 스트라이크! 투!!] [아-! 이게 뭐죠? 타자의 배트가 헛돕니다! 그리고 구속은…… 86마일이 나왔습니다!]하성이 던진 공들 중 가장 느린 구속이 찍혔다.
* * *
배터박스를 벗어난 타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야? 패스트볼 아니었어? 분명 타이밍을 맞춰서 배트를 돌렸는데…… 공이 멈췄어.’
하성의 예상대로 시애틀은 그를 공략하기 위해 철저한 분석을 통해 타자들에게 주입시켰다.
같은 지구에 속해 있어 시즌 동안 자주 마주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일찌감치 분석에 들어갔고 오늘 그 성과를 내고 있었다.
‘저런 공은 데이터에 없었는데?’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공이 등장하자 타자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젠장……. 어떻게 하지?’
혼란한 머리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너무 시간 끌지 말고 타석으로 들어와.”
“예.”
구심의 주의에 타자는 어쩔 수 없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번에도 그 공이 오는 건 아니겠지?’
머릿속에 다양한 경우의 수들이 떠올랐다.
그중에 하나를 결정해야 했지만, 좀처럼 결정하지 못했다.
그때 하성이 스트라이드를 내디뎠다.
‘젠장…… 아직 결정하지 못했……!’
후웅!!
속으로 외마디 비명을 질렀지만, 하성은 기다려 주지 않았다.
순식간에 회전을 끝내면서 4구를 던졌다.
‘패스트볼이다!’
공은 빠르게 날아왔다.
피치 터널이 지나기 전, 타자는 공을 판단하고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또 멈췄어!’
배트가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공이 허공에서 멈췄다.
헤드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난 뒤에야 다시 날아오기 시작한 공은 배트의 밑을 통과해 그대로 미트에 들어갔다.
퍽!
“스윙! 아웃!!”
“와아아아-!!”
헛스윙 삼진과 함께 오클랜드 콜로세움을 채운 팬들이 일제히 환호를 내질렀다.
* * *
[정하성 시즌 13번째 세이브 달성!] [슈퍼루키 정하성! 신무기 선보이다!] [전문가들 정하성의 신무기는 체인지업으로 보여!] [위기의 정하성, 스스로 위기를 돌파하고 빠져나오다!]하성의 신무기는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와…… 오늘 하성이 블론세이브 기록하는 줄.
-시애틀 애들 잘 때리더라.
-그런 순간에 나온 게 짜잔! 체인지업입니다 ㅋㅋ
-체인지업 던질 때 타자 표정 봤음?ㅋㅋ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이던데.
-100마일 이상의 공을 기다리고 있는데, 느닷없이 80마일대 체인지업 들어오니 죽을 맛이지.
-체인지업 무브먼트도 쩔더라.
-ㅇㅇ. 무슨 싱커 뺨치듯 들어가던데.
-이 정도면 포 피치 아니냐?
포 피치란 투수가 실전에서 던질 수 있는 구종이 4개 이상이 되는 걸 의미한다.
지금까지 하성은 투피치 혹은 쓰리피치의 투수였다.
커터를 변화구로 보느냐 아니면 패스트볼에 따라 갈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체인지업의 등장으로 하나의 무기가 추가됐다.
그리고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정하성 선발로 뛰어도 되는 거 아님?
-ㄹㅇ. 포피치에 100마일 던지면 선발로 뛰는 게 낫지.
-클로저랑 선발이랑 같냐?
-클로저로 100마일 던진다고 선발로 100마일 던질 수 있는 건 아님.
-지구력 문제도 있고 아직 여러 문제가 있지.
-무엇보다 시즌 도중에 그냥 마무리도 아니고 언터처블을 선발로 돌릴 이유가 있음?
다양한 의견들이 커뮤니티에서 돌았다.
이런 팬들의 관심에 그날 저녁, 야구 프로그램에선 하성의 활약을 집중 조명했다.
[정하성 선수가 시즌 13번째 세이브를 달성했습니다. 이런 기록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새로운 무기의 등장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타자의 혼을 빼놓았어요.]화면이 바뀌면서 하성의 피칭 장면이 나왔다.
[사실 오늘 첫 타자에게 안타를 뺏기고 두 번째 타자에게도 홈런성 타구를 맞으면서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등판 초반.
하성이 타자들에게 얻어맞는 장면들이 나왔다.
[세 번째 타자를 상대로도 다소 위험한 장면들이 노출이 됐습니다. 하지만 3구에서 던진 이 공으로 모든 게 바뀌었죠.]하성이 공을 던지는 장면이 나왔다.
타자가 반응하고 공이 밑으로 뚝 떨어지는 궤적을 그리며 미트에 들어갔다.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었습니다. 체인지업의 다른 이름인 체인지 오브 페이스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 거죠.] [체인지 오브 페이스요?] [체인지업을 변화구로 보는 분들도 계시는데, 사실 투수가 체인지업을 던지는 이유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위함입니다.]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정하성 선수의 체인지업은 완벽하게 타자의 타이밍을 뺏었어요.]하성의 체인지업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극찬을 쏟아냈다.
-크으-! 전문가들도 하성의 체인지업을 극찬하네.
-19살짜리가 무슨 공을 이렇게 잘 던지냐?
-진짜 미래가 궁금하다.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 정복 가능한 거 아니냐?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팬이 있으면 언제나 안티가 있는 법이었다.
-쟤네들이 무슨 전문가냐 ㅋ
-체인지업 잘 던지긴 했지만, 이전에는 얻어맞기 일보 직전이었음 ㅋ
-갑자기 꺼내 들었으니 타자들이 타이밍을 뺏긴 거지.
-척 봐도 그냥 위기 넘기려고 던진 거드만 ㅋ
-이제 곧 거품 빠질 듯.
일각에서는 거품론을 주장하면서 하성이 곧 무너질 거라는 의견도 내놨다.
소수지만, 이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하성은 이런 이들을 비웃듯이 호투를 이어갔다.
* * *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정하성의 시즌 14번째 세이브 달성! 2위인 리베라를 3개 차이로 따돌리다!]빠각!
[배트 부러졌습니다! 그라운드볼, 3루수가 잡아 1루로 던집니다!]퍽!
“아웃!”
[게임 셋! 시즌 15번째 세이브를 달성하는 정하성 선수! 신인 연속 최다세이브 기록까지 6개를 남겨두게 됩니다!]하성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세이브 포인트를 올렸다.
무엇보다 하성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세이브 성공률이었다.
현재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률 100퍼센트를 자랑하는 건 하성이 유일했다.
이번 시즌 다른 마무리투수들은 한 차례씩 블론세이브를 거두거나 아니면 5개 이하의 세이브를 거둔 투수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1위를 달리면서 블론세이브가 없다는 것이 하성의 가치를 높이고 있었다.
이런 하성의 활약에 지역방송국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오랜만이에요! 크리스 단장님, 최근 어슬레틱스의 활약이 정말 대단합니다!”
오클랜드 지역방송국인 KTVU의 찰스가 찾아왔다.
과거에도 어슬레틱스를 밀착취재 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그가 오랜만에 방문했다.
“최근 오클랜드에서 어슬레틱스의 주가가 나날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어슬레틱스를 더 알고 싶어 하고 있어요.”
“주민들이 좋아해 주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입장객들도 이전보다 증가했고요.”
“이제 이전 이슈도 잠들었으니 팬들도 다시 마음을 붙이려고 하는 거겠죠.”
“하하.”
구단 이전은 언제나 아픈 부위였다.
구단주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어쨌든 이제는 지나간 일이었다.
“오늘 찾아오신 이유가 있으실 텐데요.”
“물론입니다. 어슬레틱스를 동행하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방송에 내보내고 싶습니다.”
“이전과 같은 포맷인가요?”
“네. 거기에 정하성 선수를 집중적으로 조명할 생각입니다.”
크리스는 정하성을 지목했다.
현재 어슬레틱스에서 가장 핫한 선수라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저희가 도와드릴 게 있을까요?”
“지난번처럼 협력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죠.”
방송에 나간다면 지역주민들의 방문은 늘어난다.
크리스가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