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57)
마운드의 빌런-57화(57/285)
마운드의 빌런 57화
5월에도 하성의 활약은 계속됐다.
[정하성, 레드삭스를 상대로 1세이브 추가!] [시즌 17번째 세이브를 달성한 정하성! 메이저리그 신인 연속 최다세이브 기록 타이까지 4개 남았다!] [카운트다운 시작! 과연 정하성은 메이저리그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인가?]긴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
그곳에 이름을 남긴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당연하게도 언론의 주목이 하성에게 쏠렸다.
[한국에서 온 슈퍼루키가 어슬레틱스의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ESPN에서도 특집기사를 내보내고.
[슈퍼루키 정하성! 신인 연속 최다세이브 갱신이 가능할 것인가?]MLB.COM의 메인에도 그의 사진이 올라갔다.
이제 한국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이 된 건 말할 필요가 없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부모님들 역시 인기인이 되었다.
“부장님! 오늘 아드님 경기 잘 봤습니다!”
“응? 자네도 봤나?”
“물론이죠! 새벽에 일어나서 라이브로 시청하고 출근하는 길입니다!”
“하하! 자네 그러다가 일에 지장 생기는 거 아니야?”
“그럴 리가요! 정하성 선수 경기 보면 아주 힘이 납니다!”
부하직원의 아부성 발언이지만, 아버지의 미소는 떠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되면 원래 그랬다.
자신을 칭찬하는 것보다 자식을 칭찬하는 게 더 기분이 좋았다.
사무실에 도착해 짐을 풀고 있을 때였다.
뚜르르-!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예, 정…… 아, 예. 사장님. 알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사장님의 호출이었다.
출근하자마자 찾아온 호출에 아버지는 긴장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비서가 열어주는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아, 어서 오게.”
“좋은 아침입니다, 사장님.”
“앉지.”
경력이 오래된 자신도 사장님과의 독대는 어려웠다.
무슨 일로 자신을 불렀을까?
최근 회사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혹시나 인원 감축의 대상이 된 걸까?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 사장님의 입이 열렸다.
“자네 아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정하성 선수라고 들었는데.”
“예?”
예상치 못한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재빨리 표정을 바꿨다.
“아, 예! 하성이가 제 아들입니다.”
“허허! 자식 농사를 정말 잘했군. 요즘 자네 아들 경기 보는 맛에 산다니까.”
“사장님도 야구를 보십니까?”
“하하! 한국 남자들 중에 야구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90년대부터 메이저리그에 푹 빠져 살았지.”
코리안특급이 활약하던 시절이 한국에서 메이저리그의 전성기라 불리던 시절이었다.
사장님이 본다 하여 이상할 건 없었다.
“혹시 무리한 부탁이 아니라면 다음에 자네 아들 사인 좀 부탁할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시즌이 끝나고 한국에 들어오면 부탁해서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으하하! 고맙네! 고마워!”
좋아하는 사장님의 모습을 보며 아버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텍사스 원정에서 1세이브를 추가한 정하성! 시즌 18세이브 달성!] [기록까지 남은 건 단 3개!]시즌 18세이브를 달성과 함께 연속 세이브 기록까지 3개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5월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정하성 선수가 벌써 6개의 세이브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앞으로 4개만 더 획득하면 역대 최다세이브 기록도 도전해 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맞습니다. 4월과 비슷한 속도로 세이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슬레틱스의 상승세도 한몫을 하고 있죠.] [4월에 이어 5월에도 지구 1위, 리그 2위를 달리고 있죠?]어슬레틱스의 순위는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번 시즌 여러 준비를 했지만, 큰 반전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은 적었기 때문이다.
[크리스 단장의 머니볼 이론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고 봐야 할까요?] [그렇다고 봐야겠죠.] [크리스 단장의 과감한 신인 기용도 이번 돌풍을 일으킨 이유라고 할 수 있겠죠.]크리스 단장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팀을 운영하는 건 단장이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성적에 대한 압박이 있었을 텐데. 크리스 단장이 다시 부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그렇습니다. 성적이 부진하면서 2000년대 초반을 휩쓸었던 크리스 단장의 명성이 많이 깎인 게 사실인데. 올해 부활하는 느낌이네요.]크리스의 부활은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머니볼 이론은 크리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레드삭스나 다른 구단들도 머니볼 이론과 세이버메트릭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오히려 좋은 성적을 올렸다.
거기에 크리스 단장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트레이드 시장에서 경계를 받게 된 것도 하나의 요인이었다.
그랬던 그가 살아나는 모습에 전문가들도 놀라고 있었다.
[어슬레틱스의 마운드는 굳건합니다. 하지만 최근 타선이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4월에 맹활약을 펼쳤던 맷 홀리데이 선수의 타율도 5월 들어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홀리데이 선수의 타율이 떨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아무래도 투수의 무덤이라 불리던 쿠어스 필드에서 좋은 성적을 내던 선수라 산에서 내려온 영향이 본격적으로 찾아온다 봐야겠죠.] [다음은 지암비 선수의…….]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어슬레틱스.
09시즌을 휩쓸고 있었지만, 불안요소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조금씩 성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 * *
[어슬레틱스가 1 대 0으로 패배합니다. 타선이 침묵하네요.] [상대였던 매리너스의 펠릭스 에르난데스의 호투에 모든 타선이 제대로 된 타격을 펼치지 못했어요.]불펜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하성은 고개를 저었다.
‘역시 킹이네.’
킹 펠릭스 에르난데스.
매리너스의 상징인 그의 포텐셜이 폭발하기 시작한 09시즌.
올해 그는 잭 그레인키와 함께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두 명의 투수가 되어 있었다.
“하성, 오늘은 나갈 일이 없었네.”
옆에서 같이 짐을 챙기던 베일리의 말에 하성은 가볍게 어깨를 들썩였다.
“어쩔 수 없지. 경기가 지는 와중에 내가 나갈 순 없으니까.”
“그건 그렇지. 그나저나 오늘 펠릭스 무섭더라.”
“공의 구위가 평소보다 더 무섭더라. 컨디션이 좋나 봐.”
“그러게 말이야. 우리 타선도 그렇게 컨디션이 나쁜 건 아니었을 텐데 말이야.”
“아니야. 우리 애들도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내려가 있었어.”
“응? 그랬던 거야?”
“킹의 공이 좋긴 했지만, 못 칠 정도는 아니었어. 타자들의 컨디션이 나빠서 그런 거지.”
하성의 설명에 베일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아쉽겠다. 세이브 포인트 쌓을 기회가 날아갔으니.”
“시즌은 길다. 괜히 조바심내면 지금 폼이 무너져. 천천히 때를 기다리면 되는 거야.”
하성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실제 그는 조바심을 느끼거나 하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하나같이 신기록이니 어쩌니 떠들고 있지만, 하성은 그러려니 했다.
‘기록이란 건 달성해야 의미가 있는 거지. 내가 지금 주목을 받지만, 그 기록을 달성하지 못하면 한낱 기삿거리에 불과해.’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하성은 그 말에 반대했다.
‘모든 이들이 과정에서 최선의 노력을 한다. 하지만 결국 이기는 건 결과를 낸 소수의 사람들이야.’
한 번의 삶을 살았던 하성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결과를 내기 전까지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덕분에 하성의 멘탈은 크게 흔들릴 일이 없었다.
* * *
펠릭스 에르난데스와의 일전 이후.
어슬레틱스의 타선은 거짓말같이 침묵에 빠졌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유격수 정면! 유격수 잡아 2루에! 선행주자 아웃되고 그대로 1루로!]퍽!
“아웃!!”
[아웃입니다! 더블플레이가 만들어지면서 이닝 종료됩니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어슬레틱스의 공격이 잘 풀리지 않습니다.]주자가 나가더라도 그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기회가 왔을 때 점수를 내지 못하니 마운드가 버티더라도 결국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딱!!
[잘 맞은 타구! 좌중간을 가릅니다! 그사이 2루 주자 3루 돌아 홈으로! 타자 주자는 2루까지 들어갑니다!]결국 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어슬레틱스의 순위가 리그 3위로 떨어졌다.
거기에 하성의 출전기회가 줄어들면서 신기록 달성과는 거리가 생겼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어슬레틱스 시즌 첫 3연패!] [시애틀에 스윕당한 지구 1위 어슬레틱스!] [타선의 침묵,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타선의 침묵은 길어졌다.
사실 어슬레틱스는 그동안 마운드의 힘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거기에 타선도 적당히 터져주면서 시너지가 일어나니 1위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런데 타선이 죽어버리니 답도 없어진 것이다.
‘조금 변화를 줘볼까?’
크리스는 로스터를 확인하면서 타선에 변화를 줄 생각을 꾀하고 있었다.
사실 시즌 첫 3연패를 거둔 것이기에 아직 여유는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는 미리 준비를 해둘 생각이었다.
‘현재 타선에서 가장 성적이 좋지 않은 녀석들은…….’
로스터를 확인하며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선수들의 명단을 확인했다.
‘지암비의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해.’
1루를 맡는 지암비의 타율은 1할대에 불과했다.
홈런을 제외한 다른 지표들에서 그가 메이저리그 1루수를 맡을 선수가 아니란 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후보인 바튼을 넣을 수도 없고.’
바튼의 타율은 지암비보다 나은 수준이었지만, 수비나 장타력에서 1루를 맡길 정도는 아니었다.
‘트레이드 혹은 마이너에서 찾아봐야겠군.’
크리스는 명단을 확인하며 어떻게든 부진한 최근 분위기에 반전을 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선수들이 살아나면 좋겠지만, 팀을 이끄는 입장에선 언제나 최악을 생각해야 하니 말이다.
* * *
5월.
어슬레틱스의 상승세는 거짓말처럼 꺾였다.
[어슬레틱스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10경기에서 3승 7패를 거두면서 어느덧 지구 2위까지 순위가 내려갔습니다.] [타선이 문제입니다. 10경기 동안 마운드의 평균자책점은 2.7이지만, 타선의 지원이 경기당 0.9점으로 매우 낮은 상태입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정하성 선수의 신기록 달성도 늦어지고 있지 않습니까?]한국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하성의 신기록 달성이다.
경기에서 이기는 상황이 아니면 세이브를 올릴 수 없기에 그의 등판은 최근 10경기 중 1경기밖에 되지 않았다.
[정하성 선수는 시즌 19세이브를 기록한 뒤로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2위 그룹의 추격이 매서운 상황이라 1위 자리도 위태롭죠.]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가 18개로 어느덧 1개 차이로 따라잡았습니다.]하성의 개점휴업이 길어지면서 2위 그룹이 따라잡고 있었다.
[어슬레틱스가 과연 이대로 하위권으로 떨어질지, 아니면 반전을 만들어낼지 크리스 단장은 어떤 생각일지 궁금합니다.]전문가들은 어슬레틱스의 부진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만큼 최근 그들의 모습은 예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타선이 약하니 마운드가 굳건해도 도무지 풀리질 않네.’
캐서린도 고민이 많았다.
그녀는 단장인 크리스를 보좌하는 역할이기에 팀에 대한 고민을 누구보다 많이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데이터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니 팀의 문제점을 크리스만큼 잘 알고 있었다.
‘지암비가 문제야. 팀의 중심을 잡아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질 못하니까. SLG를 제외한 모든 수치가 낮아. 무엇보다 주자가 있는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게 문제야.’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지암비.
그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러지 못했다.
‘트리플A에도 괜찮은 선수가 없으니 더블A까지 찾아봐야겠네.’
마이너리그 선수들까지 찾아볼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팠다.
‘응? 하성이네.’
그때 카페에서 음료를 받고 있는 하성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작년까지 저 사람도 더블A에 있었지?’
원래라면 이런 걸 선수에게 묻지 않는다.
하지만 하성은 특별했다.
작년까지 더블A에서 뛰었고 무엇보다 그 자체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특이한 케이스였다.
의견을 물어도 나쁠 건 없었다.
“하이, 하성.”
“음…… 그러니까, 이름이…….”
“하아…… 아직도 못 외웠어요? 캐서린이잖아요.”
“아, 미안. 자주 만나는 게 아니니까, 외우기 힘드네요. 그런데 할 말 있어요?”
“혹시 더블A에서 뛸 때 인상 깊었던 타자 있었어요?”
“있어요.”
대답은 의외로 빨리 나왔다.
캐서린이 눈을 빛내자 하성은 이어서 이름을 말했다.
“아놀드 제임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