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59)
마운드의 빌런-59화(59/285)
마운드의 빌런 59화
[루키 연속경기 세이브 신기록까지 단 1개만 남았다!] [오클랜드의 수호신 정하성! 메이저리그 세이브 1위 자리 탈환!] [2개월 연속 이달의 신인 수상 가능성은?]오랜만에 들려온 하성의 세이브 소식에 국내 언론은 신이 났다.
엄청난 양의 기사를 쏟아냈다.
커뮤니티의 반응도 그 어떤 때보다 뜨거웠다.
-다시 1위 하는 클라스 지렸다.
-이제 카운트다운 1개 남았다.
-이러다 진짜 신기록 달성하는 거 아니냐?
-와…… 한국인이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운다고?
-또 누가 있지?
-루키 시즌 신기록은 최초인 듯.
-이런 애를 버린 태일고는 도대체 뭐냐?
-태일고는 언제까지 고통받아야 하냐?ㅋㅋ
-메이저리그 세이브 1위를 포기한 고등학교가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제보해야 할 듯 ㅋㅋ
영원히 고통받는 하성의 모교였다.
많은 팬의 기대와 달리 하성의 신기록 달성은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5월에 어슬레틱스는 승리를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6월이 되면서 결국 크리스 단장이 움직였다.
[변화를 주기 시작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트리플A에서 타자 3명을 콜업하다.]이번에 콜업 된 3명의 선수 중 한 명에는 아놀드 제임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성의 개입으로 역사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 * *
하성은 오랜만에 만난 아놀드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오랜만이다, 아놀드.”
“하성! 오랜만이야. 요즘 네 활약 보는데, 정말 대단하더라!”
“원래 나는 메이저급이었으니까. 그나저나 작년보다 몸이 더 커진 거 같은데?”
아놀드는 작년보다 몸이 커져 있었다.
벌크업이라기보다는 몸 자체가 커진 느낌이었다.
키도 커진 데다가 골격도 넓어져 있었다.
“너 떠난 뒤로 갑자기 막 자라더라고. 덕분에 힘이 제대로 붙어서 트리플A에서 장타력이 크게 증가했어.”
“으흠.”
이 녀석도 재능충이다.
피지컬은 타고나는 것이라 아무리 훈련을 하더라도 성장할 수 없다.
유전적으로 결정되기에 타고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격 메커니즘은? 몸이 커지면서 그것도 영향이 갈 텐데.”
“응? 너도 코치랑 비슷한 이야기를 하네. 하여간, 나이는 어려도 해박하다니까.”
“나도 몸이 갑자기 커진 케이스라서 대충 알아.”
“그랬구나. 뭐, 메커니즘은 딱히 변화는 없어. 처음에는 스윙이 나가는 속도가 조금 느려졌는데. 파워를 붙이니 오히려 빨라졌어.”
“타이밍 잡기 힘들었겠네.”
“그렇지 뭐. 그래도 지금은 적응해서 트리플A에서도 10개나 때려냈다.”
트리플A에서 10개의 홈런이라니.
이제 개막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걸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이었다.
그가 콜업이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이제 또 한팀에서 뛰게 되었으니 잘 부탁한다.”
“나야말로 잘 부탁해.”
악수를 나누는 제임스를 보며 하성은 생각했다.
‘얘 원래 죽는 인생인데. 이렇게 콜업이 빠르면 어떻게 되는 거지?’
당장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자신이 고민할 일도 아니었다.
‘신이라는 양반이 알아서 하겠지.’
자신에게 영향이 없는 걸 보니 이런 것도 큰 제약이 없는 듯했다.
하여간 자기 마음대로라니까.
신에 대한 불평을 마음속에 묻어두며 하성은 경기를 준비했다.
* * *
6월이 되면서 올스타전과 관련된 기사들이 흘러나왔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7월 17일 개막 예정!]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유일하게 합류 가능성이 높은 정하성 선수!] [6월에 신기록 수립과 함께 생애 첫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인가?]한국에서는 하성의 올스타전 합류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메이저리그에는 세계에서 가장 뒤어난 스타 플레이어들이 모여든다.
그런 스타들 중에 스타만 참가할 수 있는 별들의 전쟁이 바로 올스타전이기 때문이다.
최근 메이저리거 자체를 배출해내지 못했던 한국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별들의 전쟁에 한국인이 참가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하성이 올스타전 참가 가능한가?
-이 성적이면 쌉가능이지.
-확실히 리그 씹어 먹는 성적이니까.
-6월에 신기록 수립하면 백퍼센트 아님?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지.
-팬 투표 언제부터 시작임?
-10일부터 시작이더라.
올스타전에 나가는 플레이어는 팬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투표는 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기에 한국에서도 투표가 가능했다.
한국인들은 하성에게 투표하기 위해 투표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오늘 경기에선 나갈 수 있으려나.’
하지만 정작 하성은 올스타전은 관심 밖이었다.
나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먼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당장은 올스타전보다 내 기록에 대해서 생각해야지.’
올스타전까지는 아직 한 달이나 남았다.
벌써 거기에 흥분할 이유는 없었다.
지금은 기록달성이 먼저였다.
‘아홉수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군.’
기록 달성을 앞둔 상황에서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로드리고의 경우 통산 599홈런에서 600홈런을 기록할 때 수십 경기 동안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이런 일은 흔했다.
‘나도 통산 100승을 달성할 때 7경기 연속 무승을 거둔 적도 있었지.’
하성은 KBO에서 통산 104승을 기록했다.
가장 힘들었던 승리는 99승에서 100승으로 넘어갈 때의 승리였다.
당시 하성은 7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승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타선의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노히트노런을 작성하면서 100승을 기록할 수 있었다.’
타선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하성은 아예 점수를 주지 않는 피칭을 펼쳤다.
커리어 첫 노히트노런과 100승 달성을 동시에 한 것이다.
문제는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공을 던지다 은퇴로 이어졌지만 말이다.
‘어쨌든 지금은 기다려야 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7회까지 진행된 현재.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2점으로 경기를 리드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오클랜드는 단 1점밖에 내지 못하면서 여전히 타선에 문제를 노출했다.
‘이런 상황일 때는 누군가 미쳐야 하는데.’
미친다는 게 나쁜 표현이 아니다.
정말 미친놈처럼 타격에 눈을 떠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그런 선수가 나와야 다른 선수들도 타격에 눈을 뜬다.
하지만 오클랜드는 그런 게 없었다.
[8회 초, 오클랜드의 타선은 지암비부터 시작합니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복귀였지만, 현재까지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타율은 2할이 되었지만, 두 자릿수 홈런도 기록하지 못하면서 점점 입지가 좁아 들고 있어요.]지암비의 부진은 크리스의 계획을 모두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도 지암비는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플라이볼, 우익수 가볍게 잡아냅니다.] [허무하게 물러나네요.] [이럴 때야말로 오히려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최근 지암비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어요.]지암비의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큰 것은 승부욕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안타를 만들어내려는 끈질김이라도 보였지만, 최근에는 그런 모습조차 없었다.
물고 늘어지지 못하니 투구 수조차 늘리지 못했다.
‘지암비의 시대도 막을 내린 거지.’
한때는 팀을 대표했던 스타의 말년이었다.
이전 삶에서도 저런 모습을 자주 봤다.
그리고 본인 역시 그중에 하나였다.
슬프지만, 이것도 야구다.
그리고 한 시대가 저물면 다른 시대가 떠오르는 법이었다.
딱-!!
“와아아아!!”
그때 경쾌한 소리와 함께 안타가 만들어졌다.
안타를 만들어낸 건 카브레라였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에 카브레라는 2루까지 내달렸다.
“세이프!!”
2루심의 외침과 함께 오랜만에 주자가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산체스가 두 투수를 콜했다.
“베일리, 그리고 미첼 준비해. 그리고 하성은…….”
산체스는 입을 다물었다.
하성은 어느덧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나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군. 역시 믿음직한 녀석이야.’
알아서 준비하는 그의 모습에 산체스는 다른 투수들을 신경 썼다.
* * *
퍽!
“볼! 베이스 온 볼!!”
[홀리데이!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합니다!] [좋은 선구안이었어요. 카브레라의 안타 이후 마크가 아웃되면서 기회가 날아가나 싶었는데. 홀리데이가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기회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토니 감독은 대타 카드를 선택하네요.]카메라가 대기 타석을 비추었다.
거기에는 앳된 얼굴의 선수가 배트를 돌리고 있었다.
[오늘 트리플A에서 콜업 된 아놀드 제임스 선수가 나옵니다.] [오늘 콜업 된 선수가 빠른 기회를 잡았네요. 이걸 보았을 때 현재 어슬레틱스의 타선이 얼마나 총체적 난국에 빠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트리플A에서 아놀드 선수의 성적은 좋네요. 타율 3할 3푼 1리를 기록 중이고 홈런도 11개를 때려냈습니다.]아놀드의 트리플A 성적은 좋았다.
과연 그게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였지만 말이다.
‘아놀드 녀석이 제대로만 친다면 역전까지도 가능하겠는데.’
2 대 0의 스코어.
여기에서 홈런이 나온다면 단번에 역전이 가능하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에게도 세이브 기회가 찾아온다.
‘뭐, 그리 쉽게 일이 풀릴…….’
그때였다.
따악-!!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모니터를 보자 카메라가 외야로 날아가는 타구를 잡고 있었다.
큼지막한 타구는 단숨에 담장 밖으로 사라졌다.
“이게 되네……?”
역전 쓰리런이 터졌다.
* * *
팀이 이길 거라 생각했던 블루제이스 팬들의 표정은 똥 씹은 듯이 변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8회까지 리드하고 있던 블루제이스! 하지만 이제는 3 대 2로 뒤집힌 채 마지막 공격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카메라가 마운드를 비쳤다.
거기에는 몸을 풀고 있는 오클랜드의 수호신이 있었다.
[그리고 마운드에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오클랜드의 수호신! 정하성 선수가 올라왔습니다!]한국에 중계되고 있는 화면의 좌측 상단에는 (세이브 성공 시 메이저리그 신인 연속 세이브 타이기록!)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동시에 각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검색어에 하성과 관련된 검색어들이 올라갔다.
1) 정하성
2) 메이저리그 세이브 기록
3) 메이저리그 신인 연속 세이브
4) 정하성 세이브 기록
5) 메이저리그 생중계
1위부터 10위까지.
모든 순위에 하성과 관련된 것들로 도배가 되었다.
그만큼 메이저리그 신기록이란 단어가 주는 파장은 컸다.
[정하성 선수가 첫 번째 타자를 맞이합니다. 과연 오늘 경기에서 세이브를 달성하고 타이기록을 작성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합니다. 정하성 선수가 대단한 투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떨릴 수밖에 없습니다.]다른 것도 아니고 메이저리그 역대 신기록과 타이기록이다.
이런 상황에서 긴장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만 19살의 루키라면 더더욱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주위에서 보는 시선이었다.
‘초반부터 확실히 죽여둬야지.’
하성이 보는 건 신기록이 아니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타자만 그의 시선이 들어왔다.
“후우……!”
사인을 교환하고 깊게 호흡을 뱉은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정하성 선수 초구 던집니다!]몸을 틀면서 킥킹과 함께 힘을 모았다.
뒤이어 스트라이드와 함께 있는 힘껏 1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목표지는 타자의 몸쪽.
공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 정확히 미트에 꽂혔다.
뻐어억-!!
굉장한 소리가 들리고 직후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스트라이크!!”
[초구 몸쪽 꽉 찬 공이 들어갑니다! 구속은…… 101마일!! 본인의 최고 구속을 초구부터 찍어내는 정하성 선수!!]대기록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