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60)
마운드의 빌런-60화(60/285)
마운드의 빌런 60화
초구 101마일의 패스트볼.
타자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젠장, 최근에 체인지업을 자주 던지더니. 나한테는 패스트볼이냐?’
체인지업의 추가는 하성을 한층 더 무서운 투수로 만들어냈다.
덕분에 타자들은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했고 타이밍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정하성 선수의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같은 동작에서 나옵니다. 궤적 역시 타자가 파악할 수 있는 지점까지 같은 궤적으로 날아오기에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올 시즌부터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했는데, 이 정도의 완성도라니. 정말 정하성 선수는 대단한 거 같습니다.]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타자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빠른 투구로 정신을 빼놓을 생각이었다.
[2구 던집니다!]쐐애애액-!!
빠르게 날아오는 공에 타자의 배트가 돌았다.
하지만 공은 날아오다 허공에 멈췄다.
타자는 깜짝 놀라 스윙을 멈추면서 어떻게든 공을 때리려 했다.
그게 실수였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 유격수 잡아 1루로!]퍽!
“아웃!!”
[아웃입니다! 타구가 조금 높았지만, 아놀드 선수가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하성이 1루 베이스로 걸어가며 글러브를 내밀었다.
“나이스 캐치, 아놀드.”
“휘유, 처음 오는 공이 이렇게 높이 올 줄은 몰랐네.”
“그래도 잘 잡던데 뭐.”
가볍게 아놀드에게 인사를 하고 마운드로 돌아왔다.
수비들이 어수선하다는 게 느껴졌다.
‘오히려 쟤들이 내 기록을 의식하는 거 같은데?’
메이저리그 신기록이다.
당사자만이 아니라 팀원들 역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나만 믿어야겠어.’
하성의 눈빛이 바뀌었다.
* * *
[메이저리그 신기록 타이까지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2개가 남았습니다.] [첫 아웃 카운트는 잘 잡아냈습니다.] [컨디션도 좋아 보이죠?] [오랜만에 등판이라 그런지 공에 더 힘이 있었어요.]하성이 와인드업을 했다.
[정하성 선수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초구 던집니다!]쐐애애액-!
딱!!
“파울!!”
[파울입니다. 커터에 반응했지만, 파울라인 밖에 떨어집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정하성 선수의 구위가 더 좋았어요.]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은 하성이 다시 마운드에 섰다.
[정하성 선수, 2구 던집니다!]쐐애액!
후웅!
퍽!
“스윙! 스트라이크!”
[2구 헛스윙!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정하성 선수!] [적절한 타이밍에 체인지업을 섞어주면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했습니다. 아주 영리한 투구였어요.] [투스트라이크를 잡아낸 정하성 선수, 과연 3구는 어떤 공을 던질지!]하성의 3구는 슬라이더였다.
바깥쪽 높은 곳에서 그대로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유인구였다.
타자의 배트가 반쯤 나왔지만, 이내 멈췄다.
퍽!
“볼!”
[볼입니다. 트레버 1루심에게 확인을 봤지만, 돌지 않았다는 판정입니다.] [좋은 유인구였는데, 잘 멈췄네요.] [원볼 투스트라이크 상황, 아직 정하성 선수가 유리한 볼카운트입니다.]여기서부터는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
한 번 더 유인구를 던지더라도 투볼 투스트라이크가 된다.
스트라이크를 던져서 아예 승부를 내는 방법도 있었다.
어떤 방법을 택하건 현재까지는 하성이 유리했다.
하지만 볼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투볼 투스트라이크까지 갈 필요는 없겠지. 그때부터는 내가 불리해지니까.’
투볼 투스트라이크에선 타자가 오히려 더 압박받는다.
하나의 볼카운트가 여유가 있지 않느냐고 물어볼 수 있지만, 사실은 아니다.
투볼 투스트라이크에서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공은 제한된다.
한 번 더 볼이 나오면 쓰리볼이 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던져 승부를 봐야 하기에 거기까지 가지 않고 승부를 보는 게 좋았다.
‘여기서는 이렇게 가야지.’
트레버가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하성은 고개를 저었다.
‘이걸로 가자.’
하성의 사인에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트레버의 눈이 커졌다.
‘정말?’
‘그래.’
한 번 더 확인을 한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4구 던집니다!]와인드업에 이어 킥킹 스트레이드까지.
물 흐르듯이 이어진 동작과 함께 그의 팔이 부드럽게 돌아가며 공을 챘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타자의 배트도 돌아갔다.
이번에 승부가 들어올 것이라 판단하고 돌린 배트였다.
하지만.
우뚝!
공이 허공에 멈췄다.
물론 타자의 눈에 그렇게 보인 것뿐이다.
후웅!
퍽!
“스윙! 아웃!!”
[삼진입니다! 4구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해 내는 정하성 선수!!] [여기에서 승부를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허를 찌르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해네요.] [평소 정하성 선수의 공격적인 타입을 생각했을 때 저도 승부를 하지 않을까 했는데요.]해설진들조차 승부를 걸 거라 생각했다.
그건 타자 역시 마찬가지다.
평소 자신의 이미지가 그렇게 굳혀져 있다는 건 하성은 잘 알고 있었다.
‘이미지가 한 번 각인되면 바꾸는 건 쉽지 않지.’
타자의 뇌리에는 하성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었고 그렇기에 승부하는 공이 들어올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하성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아웃 카운트에 두 개의 불이 켜져 있었다.
‘하나다.’
대기록까지 하나의 아웃 카운트가 남았다.
* * *
[정하성 선수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기 위해 공 던집니다!]아버지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딱-!!] [때렸습니다!]“아아~”
“안 돼!”
타구가 맞는 순간, 아버지 주위에 있던 직원들이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파울!!] [파울입니다! 파울이에요!] [마지막에 라인 밖으로 떨어지네요. 다행입니다.]“하아…….”
“다행이다…….”
“아이고…… 내 심장아.”
직원들의 말에 아버지 역시 동의했다.
‘회사라서 티도 내지 못하고…….’
하성의 경기는 점심시간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회사의 휴게실에 있는 TV를 통해 볼 수 있었다.
물론 평소라면 어려울 일이다.
하지만 사장님의 특별 지시로 야구경기 시청이 가능했다.
[퍽!] [볼!!]“아-! 저게 왜 볼이야?”
“들어가지 않았나?”
“최 대리! 야구 했었다면서? 저거 스트라이크 아니야?”
“스…… 스트라이크죠! 오늘 구심이 이상하네요!”
오늘 저 코스는 한결같이 볼로 선언됐다.
하지만 최 대리는 사회생활을 위해 스트라이크라는 과장의 말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아자!!”
“이런 걸 원했지!!”
스트라이크 콜이 나오자 사원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이 적었는데…….’
작년이 뭔가?
올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하성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았다.
물론 야구팬에게는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일반인은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
그러나 하성이 메이저리그 신기록에 도전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이제 TV 어디를 틀더라도 네가 나오는구나, 아들아.’
케이블은 물론 공중파에서도 하성에 대해 다루면서 일반인들조차 야구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걸 뼈저리게 느끼게 된 건 오늘이었다.
“부장님! 아드님 정말 멋지세요!”
“언제 회사 놀러 올 일 없으세요?”
“부장님! 혹시 아드님 사인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젊은 여자 사원들도 몰려들어 야구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친화력이 좋은 몇몇 사원은 아버지에게 사인 요청까지 보내왔다.
부장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사원이라니.
하성의 인기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었다.
[원볼 투스트라이크! 정하성 선수, 두 번째 타자를 상대할 때와 같은 볼카운트가 됐습니다.]이전과 같은 상황.
여기에서 하성이 어떤 공을 택할지 귀추가 주목됐다.
[4구 던집니다!]결정을 내린 하성을 공을 던졌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타자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지만.
[빠각!] [배트 부러졌습니다! 타구는 평범한 그라운드볼! 3루수 잡아 1루로!!] [퍽!] [아웃!!]“와아아아아-!!”
“이겼다!!”
“이걸로 메이저리그 신기록이야!!”
사원들의 외침과 동시에 중계 화면 가운데에 큼지막한 자막이 떴다.
[정하성 메이저리그 신인 연속 세이브 타이기록 달성!!] [정하성 선수! 만 19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 역대 신인 연속 세이브와 타이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아…… 정말 대단합니다! 결국 이루어냈어요!] [정말 엄청납니다! 불과 2년 전까지 고등학생이던 정하성 선수가! 110년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아들의 기록 달성에 아버지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회사만 아니었다면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을 겨우 억누르면서 말이다.
* * *
메이저리그는 긴 역사를 자랑한다.
그만큼 많은 기록이 있었지만, 연속세이브 기록은 큰 이슈를 낳았다.
-한국에서 온 루키가 연속세이브 기록 세웠다는데?
-진짜?
-그거 전체는 아니고 루키 기준이잖아.
-루키 기준이라 해도 대단한 거 아니야?
-지리는데?
-지금 몇 세이브인데?
-21세이브. 타이기록임.
-잠깐, 지금 6월이잖아? 그런데 21세이브라고?
-ㅇㅇ 그게 왜?
-전반기 루키 최다세이브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건 몇 갠데?
-26개. 조나단 파펠본이 세웠잖아.
신인 연속 최다세이브 기록과는 타이를 이루었다.
하지만 아직 깰 기록은 많았다.
[레코드 브레이커 정하성은 몇 가지 기록을 깰 것인가?]백준기의 기사가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백준기는 자신이 가진 메이저리그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록들을 소환했다.
[정하성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9회에 등판해 세 명의 타자를 모두 돌려세우며 시즌 21번째 세이브를 세웠다.이는 메이저리그 신인 최다 연속 세이브와 타이기록이다.
앞으로 1개의 세이브를 더 추가한다면 이 부문 신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정하성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조나단 파펠본이 2006년 기록한 신인 전반기 최다세이브 기록에도 도전하고 있다.
종전 기록은 26개이며 앞으로 올스타브레이크까지 6개의 세이브를 세우면 신기록 달성이 가능하다.
데뷔 첫해부터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정하성이 과연 기록들을 모두 깨나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백준기의 기사는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레코드 브레이커 ㅋㅋㅋ 별명 실화냐.
-그런데 사실 아님?
-역대 신기록 하나랑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하나는 도전 중이네.
-전반기 신기록은 달성 가능한 거 아님?
-지금 페이스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팀이 X신이라서 문제지.
-그래도 이번에 콜업된 아놀드는 좀 치는 거 같더라?
-공갈포일 가능성이 큼.
-어쨌든 정하성은 레알 물건이다.
-진짜 이런 놈이 어떻게 한국에서 나왔냐?
-한국 네티즌들은 하성에 대한 극찬을 쏟아냈다.
하성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높아지고 있을 때.
[2009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투표가 시작!]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투표가 시작되었다.
* * *
별들의 전쟁인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선택된 일부의 선수만 나간다.
당연하게도 양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만 출전한다.
-팬 투표 시작했드아-!
-한국인이라면 하성이 뽑자!!
-다들 준비됐지?
-사이트 링크 어디냐?
한국 커뮤니티에선 하성을 뽑기 위한 준비를 끝낸 상황이었다.
그들은 좌표가 찍히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좌표는 올라오지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하나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너희들 바보냐? 올스타전에 나가는 투수는 팬 투표가 아니라 감독 추천으로 뽑는다.
-왜?
-왜긴 왜야. 원래 그랬어.
-KBO는 아닌데?
-그건 KBO고 MLB는 원래 감독추천으로 뽑았어.
메이저리그의 올스타전 방식을 몰랐던 팬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사이.
[정하성 시즌 22번째 세이브 달성!!] [메이저리그 신인 연속 세이브 기록 갱신!!]하성이 메이저리그 역사에 홀로 이름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