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62)
마운드의 빌런-62화(62/285)
마운드의 빌런 62화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도 세이브를 추가하는 정하성 선수! 시즌 26번째 세이브를 달성합니다!]어슬레틱스의 상승과 더불어 하성에게 더 많은 세이브 기회가 주어졌다.
덕분에 하성의 세이브는 생각보다 빠르게 쌓여갔다.
[세이브를 빠르게 쌓아가는 정하성!] [전반기 최다세이브를 정조준한 정하성의 세이브 쌓기가 시작됐다!]여기저기서 하성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이제는 일본에서도 관련된 기사를 다루기 시작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인 정하성 선수가 메이저리그 신기록에 도전하고 있다.]일부 칼럼에서 다루는 정도였지만,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는 대단한 변화였다.
그동안 하성에 대해 일본의 언론이 다루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활약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가면 나도 좀 욕심이 나는데.’
그리고 하성 역시 조금씩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일단 신기록을 세울 수 있으면 좋지. 그만큼 화제성이 높으니까, 내 인지도도 팍 오를 테고 말이야.’
슈퍼스타에게는 언제나 화제성이 따른다.
그게 꾸준한 활약이든 아니면 한 번의 이벤트성 기록이든 전국이 들썩일 만한 사건을 만들어낸다.
‘흠, 일단 내 기록 도전에 대해서 여론이 좀 강하게 만들어지면 좋겠는데.’
한국에서는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한국과는 아직 미지근한 상태였다.
‘언론에서는 많이 다루고 있지만, 내 이야기를 하는 건 마니아층일 뿐이지.’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것과 달리 일반 팬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이유는 하나였다.
‘역시 클로저라는 포지션이 가지는 한계인가?’
클로저는 팀에 하나밖에 없는 보직이다.
일본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끌어 수호신이라고까지 불릴 정도였다.
그 증거로 클로저가 받는 연봉이 선발투수와 비슷할 수준이었다.
물론 1선발급은 아니지만,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이미 선발투수들은 연봉 총액이 1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하고 있다. 조만간 2억 달러, 3억 달러도 넘겠지.’
선발투수들은 말 그대로 돈방석에 앉는다.
장기계약을 맺고 평범한 일반인이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금액을 받는다.
하지만 마무리투수는 달랐다.
‘마무리투수의 레전드인 마리아노 리베라가 받는 연봉이 고작해야 1,500만 달러지.’
많은 돈이지만, 마리아노 리베라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라는 걸 감안하면 무척이나 적은 액수였다.
이는 미래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을 던진 채프먼의 연봉도 12시즌을 뛰고 1억 달러를 겨우 넘었다. 반면에 선발투수들의 연봉은 빠르게 상승하지.’
2020년 이후에는 연간 3천만 달러 이상을 받는 투수들도 많았다.
마무리투수가 12시즌을 뛰고 벌 돈을 선발투수는 고작 4~5시즌을 뛰고 벌 수 있다는 소리다.
‘이러니 대중의 관심은 선발투수에게 쏠리게 되는 거지.’
대중은 스타플레이어에게 관심을 가진다.
스타의 가치는 받고 있는 연봉에서 결정된다.
클로저라는 보직은 선발보다 더 적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뭐, 이건 나중에 차차 생각하도록 하고…… 일단 대중의 관심이 나에게 집중되게 해야 하는데…….’
여러 방법이 뇌리를 스쳤다.
“일단 내 이미지를 만들어야겠군.”
이미지를 만든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하성은 어떻게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물론 그게 지금 먹힐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돈이 좀 들겠지만, 리스크는 크지 않지.”
하성은 잔고를 확인한 뒤,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
* * *
[정하성 시즌 27번째 세이브 달성!!]여느 때처럼 하성이 세이브에 성공했다.
미국의 저명한 스포츠 언론들이 그의 기록에 대한 기사를 써 내려갔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정하성이 신인 연속 세이브 기록을 27개로 늘렸다.동시에 전반기 신인 최다세이브 기록을 갱신하면서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쌓아갔다.]
하성이 드디어 메이저리그 신인 최다세이브를 갱신했다.
이로써 하성은 데뷔 첫해에만 메이저리그 신기록 두 개를 갈아치우게 된 것이다.
언론은 비중 있게 다루었지만, 평소대로 레딧에는 마니아들의 게시글만 다수 올라왔다.
-정하성 정말 대단하네.
-동양인이 이 정도로 하는 건 이치로 이후 처음 아닌가?
-다소 레이시스트적인 발언이지만 동감임.
-벌써 메이저리그 신기록 두 개 달성하네.
-이대로 클로저 커리어 쌓아가면 리베라 기록 넘는 거 아니냐?
-가능성은 충분하지.
-얘 선발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
-만약이긴 하지만, 궁금하긴 하다 ㅋㅋ
마니아들은 그들만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하성에 대한 관심을 쏟아냈다.
-그런데 언제부터일까?
-정하성 정말 대단하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신인 중 제일 대단한 거 같은데?
-이런 얘가 왜 이렇게 이슈가 안 되지?
하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네티즌들이 늘어났다.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럼. 100마일 넘게 던지는 신인이 얼마나 된다고.
-내 친구가 어슬레틱스에 있는데. 내년에 하성이 선발로 전향할 수도 있다는데?
-그게 정말임?
-ㅇㅇ 직접 들음.
그리고 하성의 선발 전향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거기에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 등.
각종 SNS에서도 하성에 대한 게시글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정하성이라고 알아? 메이저리그 선수인데. 너무 귀엽더라.
-메이저리거면 남자잖아? 남자가 귀여워?
-응. 미국 애들하고는 다른 매력이 있던데? 무엇보다 실력이 뛰어나.
-그래? 사진 있어?
-[사진]
-오…… 동양인이라고 해서 작을 줄 알았는데. 크네.
-몸 좋은데?
SNS에서는 여성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퍼져 나가고 있었다.
특이한 일이었다.
메이저리그가 남녀를 불문하고 인기 있다지만, 갑자기 그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이용자들이 SNS에서 그를 피드하면서 빠르게 인지도를 높여가는 게 특이했다.
‘잘되고 있네.’
하지만 하성은 그러한 모습을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돈 쓴 보람이 있어.’
이 모든 일은 그가 꾸민 일이었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흔히 사용되지만, 현시대에는 아직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
일종의 여론조작이었다.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이용자를 돈으로 매수해서 자신과 관련된 게시글에 작성하게 한 것이다.
“후후, 이걸로 내 인지도는 쭉 오르겠군.”
인지도란 건 결국 사람의 입에 오르내려야 한다.
과거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
SNS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사람이란 다른 이의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니 말이다.
그러한 소문에 발을 달아주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보통 발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발을 말이다.
‘SNS의 파급력은 버락 오바마가 당선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하지만 이걸 상업적으로 사용하려는 사람은 아직 없어.’
앞으로 몇 년만 지나도 인플루언서들이 튀어나온다.
일반인이 단숨에 유명인이 되고 엄청난 돈을 쓸어 담는 세계가 만들어진다.
그 과정에서 홍보수단으로 전락하게 되고 엄청난 마케팅 시장이 열린다.
하성은 그 수법을 조금 일찍 이용한 것이다.
자신의 유명세를 말이다.
“이걸로 내 이름은 어린애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질 거다. 당연히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겠지.”
대중이 관심을 가지면 언론은 자신의 소식을 다룰 수밖에 없다.
“언론이 다루면 다시 대중은 그것에 관심을 가진다. 무한 사이클이 도는 거지.”
이번 일을 기획하면서 하성은 여러 안전장치를 해두었다.
사람을 구할 때 가명을 이용했고 돈을 지불할 때도 에스크로를 사용했다.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긴 거다.
물론 에스크로를 이용했기에 알아내려면 알 수 있다.
“이 마케팅 방법이 이슈가 되고 논란이 되는 건 앞으로 한참 뒤다. 내가 논란이 될 가능성은 없어.”
미래를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대담한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 방법의 효과는 매우 뛰어났다.
* * *
[정하성 시즌 28번째 세이브를 달성하다!]하성의 기사가 뜨면 SNS들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하성 또 세이브 올렸네!
-또? 저번에도 올렸잖아?
-최근 오클랜드가 잘하거든.
-와…… 그래도 그게 쉽게 되는 건가?
-쉬운 건 아니지! 100마일 이상을 던졌다고!
-100마일? 엄청난데?
누군가 게시글을 올리면 거기에 반응이 쏟아졌다.
그중 몇몇은 바람잡이였지만, 자기들끼리도 존재를 모르기에 그저 일상대화처럼 이어졌다.
이런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에 언론사들도 하나둘 반응을 보였다.
“정하성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요?”
“그게 뭐? 원래 뜨거운 감자였잖아.”
“그렇긴 한데. 예전에는 레딧에서나 떠들었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그리고 트위터에서도 많이 언급되네요.”
“그래?”
“예. 여기 보세요.”
부하직원이 보여주는 페이지에는 하성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이전보다 확실히 언급빈도가 크게 늘어난 상태였다.
“흠…… 생각보다 많은데? 거기에 얘네들 어린 여자애들 같은데?”
“10대들인 거 같더라고요. 대부분 정하성이 귀엽다, 몸이 좋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10대 애들이 동양 애를 좋아한다고?”
“비주류긴 하죠. 그런데 주류가 되지 못한 건 작은 덩치 때문이지. 정하성은 거의 미식축구 하는 애들 같잖아요.”
“아무리 봐도 동양인 피지컬은 아니지. 어쨌든 애들한테도 화제가 되고 있다는 거지?”
“예.”
“그럼, 바로 기사를 써야지. 특집 하나 정도 더 넣어봐.”
“알겠습니다.”
이런 언론사의 반응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본래 스포츠 기사는 특정 나이대에서 많이 소비됐다.
그런데 10대까지 본다고 하니 신문사 입장에서는 특집기사를 내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한국에서 온 수호신 정하성에 대해 알아보자.] [정하성은 왜 특별한가?] [슈퍼루키 정하성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하성이 기대했던 것처럼 각 언론사들은 특별기사를 통해 하성에 대해 자세히 다루었다.
이런 기사들을 접한 대중은 다시 하성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사이클이 돌기 시작했다.
모든 게 하성이 원했던 스토리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이클을 지켜보면서 놀라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뭐야……?’
그 사람은 바로 J&J에이전시의 이사벨이었다.
‘정하성 선수의 인지도가 왜 이렇게 올랐지?’
J&J에이전시는 회사에 소속된 선수들의 검색 빈도, SNS에서 언급되는 횟수 등.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 주기적으로 인지도에 대한 리포트를 에이전트에게 보냈다.
지금 이사벨의 눈앞에 있는 리포트가 바로 그 인지도 리포트였다.
그런데 지난번 검사와 비교해서 인지도가 크게 상승해 있었다.
이사벨은 놀라서 바로 마케팅 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저 이사벨인데요. 오늘 받은 리포트 이거 정확한 건가요?”
[누구 리포트 말씀하시는 거죠?]“정하성 선수요. 지난달 리포트와 비교했을 때 인지도가 너무 올랐는데요. SNS 검색 빈도도 높아졌고요.”
[잠시만요.]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상 없어요, 모두 정상이에요.]“정상이라고요?”
[네. 최근 SNS와 구글의 검색 빈도가 크게 늘었어요. 이유는 저희도 파악하고 있지만, 리포트는 확실해요.]“10대 여자애들의 검색 빈도가 늘었는데. 이것도 틀리지 않았다는 건가요?”
[네, 맞아요.]“아……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이사벨은 놀란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봤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머리가 아파왔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정도로 빠르게 인지도가 오르면 더 많은 스폰서를 구할 수 있겠는데?’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다는 건 그만큼 광고모델로서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소리와 같았다.
이사벨은 잠시 고민하다 회사들을 찾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