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63)
마운드의 빌런-63화(63/285)
마운드의 빌런 63화
바이럴 마케팅은 2010년대 이후 홍보업계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마케팅 방법이었다.
상품은 물론이거니와 스타를 양성하는 데도 사용됐다.
효과는 대단했다.
일반인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기도 했고 재고가 쌓여가던 상품이 매진이 한 시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부작용도 있었다.
본래 블로그나 SNS는 개인 공간이라는 경향이 컸다.
그런 곳에 후기를 올린다면 개인이 직접 사용한다는 생각에 신뢰를 가지게 된다.
그렇기에 바이럴 마케팅의 실체가 드러났을 때 소비자들이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일각에서는 사기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잠깐이었고 이내 마케팅은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
‘그걸 미리 써먹은 거뿐이지.’
하성은 바이럴 마케팅을 이용해 자신의 인지도를 높였다.
그 효과는 대단히 컸다.
아직 바이럴 마케팅이 뭔지 알려지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거기에 빠르게 빠져들었다.
특히 미국에서 주로 사용되는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를 이용한 것도 주효했다.
‘이걸로 내 인지도는 앞으로 계속 높아질 거고 기사도 다양하게 다루어지겠지.’
실제 28세이브와 29번째 세이브를 올렸을 때 기사의 양이 달랐다.
거기에 달린 댓글 역시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바람잡이들이 일을 잘하네.’
올 시즌에는 이렇게 바람잡이를 이용해 자신의 인지도를 늘리는 작업을 할 생각이었다.
‘내년부터 빛을 발하겠지.’
이러한 마케팅의 효과는 내년부터 크게 효과를 볼 것이란 게 하성의 예상이었다.
물론 예상이 벗어날 순 있지만, 어쨌든 저비용 고효율의 효과를 냈다.
‘치킨집을 지금 차렸으면 바이럴로 순식간에 대박집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문득 전생에서 했던 치킨집이 떠올랐다.
프랜차이즈였기에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없었지만, 닭 튀기는 건 제법 잘하게 되었다.
그때 바이럴 마케팅을 할 수 있었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잠깐…… 과거를 후회할 게 아니라…….’
하성의 눈이 빛났다.
“지금 하면 되는 거잖아?”
“응? 뭘?”
옆에 있던 베일리의 물음에 하성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참, 너 한국 치킨 먹어본 적 있냐?”
“치킨? KFC 거는 먹었는데. 한국 치킨은 뭐야? 뭔가 특별해?”
베일리는 전혀 모르겠다는 듯 물어봤다.
이 시기 한국 치킨은 아직 미국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몇몇 프랜차이즈가 개점을 하긴 했지만, 한인이 많은 지역에나 몇 곳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좀 지나면 엄청난 대히트를 치게 되지.’
세계적인 한류 붐을 등에 업고 말이다.
‘만약 그때 나도 치킨집…… 아니, 요식업에 뛰어들면?’
이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한 거다.
야구로 돈을 벌어 투자를 하는 것이기에 이야기가 다르다.
미래에 어떤 종목이 오를지 알고 투자하는 주식과 달리 요식업은 전혀 다르니 말이다.
‘아직 기절하지 않은 건 내가 실행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계획을 세워서 나쁠 건 없지.’
하성은 자신의 노후계획을 생각하면서 등판을 기다렸다.
* * *
시즌 30번째 세이브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2위 그룹과는 제법 차이가 있었기에 1위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지만, 아홉수가 제대로 찾아온 것에는 불만이 있었다.
“팀은 이기는데 등판할 기회가 없네.”
최근 오클랜드가 올린 3승은 모두 세이브 기회가 없는 상황이 나왔다.
대승을 거두면서 승리했기에 하성은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남은 잔여 경기는 16경기, 그중에 내가 신기록을 넘기 위해서는 최소 10경기에 나서야 하는데…….’
38세이브까지 가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성!”
그때 산체스의 외침이 들려왔다.
“슬슬 몸 풀자.”
“예.”
오늘 경기는 다행히 등판 기회가 있을 거 같았다.
7회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어슬레틱스는 4점으로 앞서고 있었다.
상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점으로 세이브 요건이 만족되는 상황이었다.
‘8회에 베일리가 나가고 9회에 내가 나가면 딱이겠군.’
평소 어슬레틱스의 승리 패턴이었다.
하성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에 열을 냈다.
그때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딱-!!
“와아!!”
자이언츠의 팬들이 일제히 일어나는 걸 확인한 하성은 모니터를 바라봤다.
거기에는 담장 밖으로 사라지는 타구가 보였다.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AT&T파크에서만 볼 수 있는 맥코비 코브에 빠진 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런 젠장.’
스코어는 4 대 3이 되었다.
단 1점 차.
세이브가 또 날아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베일리의 표정이 굳었다.
‘긴장했는데.’
1점 차 상황은 불펜투수에게 가장 부담되는 상황이었다.
베테랑들도 어려워하는 상황에 루키가 오른다면 힘든 건 당연했다.
‘그러고 보니 쟤 올 시즌 1점 차 상황에서 등판했던 경험이 적구나.’
베일리 역시 올 시즌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당연히 1점 차 상황에 대한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음…….’
베일리가 점수를 내주면 자신의 등판기회는 사라진다.
이제부터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상황.
기회가 있을 때 그것을 살려가는 게 중요했다.
“베일리.”
“어?”
“오늘 공 좋다?”
“그…… 그래?”
“어, 패스트볼이 아주 살아서 들어가는데?”
하성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베일리의 공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대놓고 그를 격려하지 않은 이유는 일단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다.
25살의 베일리를 상대로 이래라저래라하는 것보다는 그저 자신감을 실어주는 게 좋은 방법이었다.
‘특히 어린 애들일수록 대놓고 조언을 듣는 것보다는 그저 지나가듯이 툭툭 던지는 게 좋지.’
자신도 20대일 때가 있었다.
잘나갈 때는 주위의 조언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한창 높을 때 어른들의 조언이 들어오면 그저 잔소리에 불과하다.
‘뭐,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잔소리가 아니라 조언으로 듣기도 하지만, 그건 받아들이는 사람이 준비가 될 때의 이야기지.’
연상이 말해도 저런 반응인데, 비슷한 또래 혹은 연하가 말한다면 곧이곧대로 들을 수 있을까?
오히려 반발을 사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래서 하성은 그저 지나가는 의견 정도의 말만 건넸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베일리는 긴장감을 조금 떨쳐냈다.
표정이 풀리고 연습 투구를 하는 그의 어깨에 힘이 풀린 게 보였다.
간단한 한마디에 이 정도 변화가 생기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팀에서 하성이 가지는 위치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놈이 패스트볼이 좋다고 말했으니 자신감이 붙을 수밖에 없는 거지.’
무엇보다 하성은 현재 불펜의 리더나 마찬가지다.
클럽하우스 전체를 아우를 순 없어도 최소한 불펜에서만큼은 그가 주인이었다.
그렇기에 베일리는 그의 말 한마디에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네가 잘 던지면 나한테까지 기회가 오겠지.’
하성은 그 순간을 기다렸다.
* * *
[8회, 앤드류 베일리가 세 명의 타자를 돌려세우면서 팀의 1점 차 리드를 지킵니다.] [오늘 정하성 선수가 세이브 기회를 얻을 수 있겠네요.]오랜만의 기회였다.
9회 초.
어슬레틱스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별다른 기회를 얻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그리고 하성이 불펜을 떠나 마운드로 향했다.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하성의 등장에 AT&T파크가 술렁였다.
“젠장, 쟤가 그 슈퍼루키야?”
“망했네.”
“오늘 경기는 졌네.”
“왜? 아직 기회가 남아 있잖아?”
“쟤, 지금까지 블론세이브 제로야. 세이브 29개 달성하는 동안 제로라고. 거기에 ERA가 몇인지 알아?”
“몇인데?”
“0.3이야. 올 시즌 단 1점밖에 안 줬어.”
“헐…….”
자이언츠 팬들 입장에서는 거대한 벽이 나타난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 어슬레틱스 팬들은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하성의 등장은 경기가 끝났다는 이야기나 다름 없었으니 말이다.
[오늘 경기에서 세이브를 추가하면 올 시즌 처음으로 30세이브에 도달하게 됩니다.] [전반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30세이브를 목전에 두고 있다니. 정말 믿을 수 없네요.]보통 일류 클로저들이 시즌이 끝날 무렵 30세이브를 거둔다.
특급으로 분류되는 클로저가 40세이브에서 50세이브를 거둔다고 봤을 때, 하성의 성적은 역대급이란 말로밖에 표현되지 않았다.
[연습 투구를 끝낸 정하성 선수, 첫 타자 쿵푸팬더 파블로 산도발을 상대합니다.] [작년부터 빅리그에 합류한 산도발 선수, 올 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언론에서는 배리 본즈가 돌아왔다고까지 표현하더군요.]거구의 파블로 산도발이 타석에 서자 스트라이크존이 좁게 보였다.
‘쯧, 저 뱃살 좀 빼지.’
산도발은 은퇴까지 저 뱃살을 빼지 못한다.
성적이 좋을 때야 쿵푸팬더니 어쩌니 하지만, 성적이 나빠지면 팬들은 냉정하게 돌아서 뱃살을 비난했다.
‘지금은 성적이 좋은 시기지. 조심해야 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약쟁이 배리 본즈는 스탯만 놓고 보면 전설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자이언츠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인지라, 샌프란시스코 언론이 배리 본즈가 돌아왔다는 표현까지 쓸 정도라면 대단히 위험한 선수라는 뜻이었다.
‘초구는 반응부터 볼까.’
사인을 교환한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 초구 던집니다!]“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거의 동시에 산도발의 뱃살이 돌아가면서 배트가 매섭게 회전했다.
후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높게 들어오는 공을 그대로 후려쳤다.
딱!!
[때렸습니다!!]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높게 그리고 멀리 날아갔다.
[큽니다! 하지만 타구가 밖으로 휘어서 파울 라인 밖에 떨어집니다!]“파울!!”
[하이 패스트볼을 때렸는데도 외야까지 날려버리네요.] [순간적으로 넘어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큰 타구였습니다.]로진을 손에 묻히며 하성의 시선이 산도발에게 고정됐다.
‘아예 벗어나는 하이패스트볼을 던졌는데도 반응했단 말이지. 확실히 배드볼 히터라는 걸 알 수 있네.’
초구는 반응을 보기 위한 공이었다.
조심스럽게 접근하기 위해 하이패스트볼을 던졌는데도 산도발은 배트를 돌렸다.
‘나쁜 볼에도 배트가 나온다. 그럼에도 정타를 맞추거나 외야로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의 파워를 지니고 있어.’
저 거구의 몸이 폼이 아니란 걸 증명하는 1구였다.
‘어설프게 던지면 골치 아파지겠군.’
산도발의 명성은 괜히 얻어진 게 아니었다.
떡잎부터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후우…….”
하성은 숨을 깊게 내쉬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과거 선발투수일 때는 고도의 집중력 상태를 자주 유지할 수 없었다.
긴 이닝을 던져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이닝만 던지는 클로저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짧은 시간만 던지기에 집중력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어.’
집중을 한다는 건 그만큼 체력소모가 심해진다는 뜻이다.
오직 하나에만 집중하다 보면 금세 지치게 마련이다.
긴 이닝을 던져야 하는 선발투수로 이러한 고도의 집중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체력이 필요했다.
‘지금은 2이닝이 한계다.’
집중력을 끌어올린 하성의 머리에서 잡념이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주위의 풍경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보이는 건 오직 트레버의 미트만이 눈에 들어왔다.
‘한 번 더 패스트볼?’
트레버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2구 던집니다.]몸을 비틀면서 킥킹에 들어갔다.
왼다리를 차올리자 오른쪽 다리에 힘이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여기에서 무릎을 살짝 구부리면…….’
무릎을 구부리자 힘이 더욱 모였다.
그렇게 집중된 힘을 유지한 채 무게중심을 앞으로 옮겼다.
그러자 몸이 무너지듯 앞으로 쏠렸다.
동시에 왼다리를 앞으로 뻗으면서 반원을 그리며 회전시켰다.
그렇게 앞으로 이동된 다리가 땅에 착지하는 순간.
골반을 돌리며 충전된 힘을 이동시켰다.
‘느껴진다……!’
하성은 힘의 이동을 충분히 느끼면서 골반이 돌아가는 와중에도 어깨를 닫아두었다.
충전된 힘이 코어를 지나 가슴을 지났을 때.
‘지금!!’
왼팔을 돌리며 어깨를 열면서 상체를 회전시켰다.
모든 동작이 정교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이어지면서 손끝으로 이동했다.
“흡!!”
쐐애애애액-!!
검지와 중지가 실밥을 채면서 모든 힘을 방출시켰다.
엄청난 회전이 걸린 공은 단숨에 산도발과의 거리를 좁히며 날아갔다.
산도발은 이번에도 배트를 돌렸다.
‘걸렸어!’
산도발은 이번에야말로 공을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게 자신의 착각이란 걸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뭐야? 떨어지지…….’
후웅!
공이 배트 위를 지나가는 모습에 산도발의 얼굴이 굳어졌다.
‘않아!!’
뻐억!!
“스트라이크!!”
구심의 손이 올라가고 산도발의 시선이 전광판을 향했다.
‘102마일……!’
하성의 최고 구속이 갱신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