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64)
마운드의 빌런-64화(64/285)
마운드의 빌런 64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정하성 선수가 시즌 30세이브를 달성했습니다.]9시 뉴스가 끝나고 스포츠뉴스의 헤드라인으로 하성의 소식이 전달됐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인 세이브 달성 소식이었다.
[올 시즌 메이저 양대리그를 통틀어 최초로 30세이브에 선착한 정하성 선수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세이브 1위를 지켜냈습니다.]올 시즌 하성의 성적은 압도적이란 표현이 어울렸다.
31경기에 나서 1승 0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은 0.28을 기록 중이었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성적이었다.
[오늘 세이브를 기록함에 따라 정하성 선수는 자신이 보유했던 신인 연속세이브 기록과 전반기 신인 최다세이브 기록을 30세이브까지 갱신했습니다.]캐스터의 입이 열릴 때마다 하성의 신기록에 대해 언급됐다.
첫 시즌부터 엄청난 활약을 이어간다는 뜻이었다.
[현재 정하성 선수는 전반기 최다세이브 기록까지 단 8개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그가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 8개의 세이브를 더 올려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겨넣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헤드라인 기사는 여기까지였다.
하지만 하성의 소식이 끝난 건 아니었다.
스포츠뉴스가 모두 끝나고 클로징에서 하성의 이야기가 또 나왔다.
[오늘 하이라이트 영상은 정하성 선수가 산도발 선수를 상대로 102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진 모습과 함께 마무리하겠습니다.]클로징멘트와 함께 영상이 재생됐다.
오늘 오전부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영상이 전국으로 송출됐다.
-지금 스포츠투데이 보는 사람?
-하성이 102마일 던진 거 나오네 ㅋㅋ
-이거 CG 아니냐?
-라이브로 봤는데 죽이더라.
-동양인이 102마일 던지는 거 실화?
-얘는 탈동양인급이라니까.
-진짜 피지컬만 놓고 보면 동양인이란 소리 못하지.
-괴물은 괴물이구나.
102마일.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들만 던진다고 알려진 구속이다.
100마일만 하더라도 뉴스가 될 수 있는 일인데, 그것을 뛰어넘는 102마일이라니.
한국 야구팬이 발칵 뒤집힐 일이었다.
-랜디옹도 102마일 던지지 않았냐?
-그 양반은 40대에도 던졌을걸?
-랜디옹이 대단하긴 하구나.
-그것보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기록이 몇임?
-구속?
-ㅇㅇ 102마일이 최고 구속임?
-ㄴㄴ 104마일이 최고일걸?
메이저리그 최고 구속은 104마일이었다.
그걸 던진 투수는 21살의 신예였다.
-104마일? 그게 누군데?
-104마일이면 167㎞ 아님?
-거짓말 치지 말고.
-조엘 주마야 모름?
-그게 누군데?
추억의 이름도 등장했다.
* * *
조엘 주마야는 아직 현역이다.
문제는 그가 유리 몸이라 지금도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메이저리그를 보는 팬들도 그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실제 104.8마일을 던지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 투수로 남아 있었다.
‘이야…… 정말 추억의 이름이다.’
아롤디스 채프먼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1위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이름을 보며 하성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걸 보며 과거로 돌아왔다는 게 딱 느껴진다니까.’
강속구를 주로 던졌던 하성도 때때로 인터넷을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 투수를 찾아본 적이 있었다.
덕분에 조엘의 이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아직도 빠르게 던질 수 있다니.’
102마일을 던진 건 하성 본인조차 놀랄 만한 일이었다.
딱히 더 강하게 던지려고 했던 건 아니다.
단지 집중력을 끌어올려 힘의 이동에 집중했다.
그 결과물이 102마일로 나온 것뿐이다.
‘성장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소리겠지.’
100마일을 던진 뒤.
하성은 스스로에 대해서 만족을 해버렸다.
하지만 오늘 공을 던지면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스스로가 정한 한계를 넘어섰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었다.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
한계가 없다는 건 지금보다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소리와 같았으니 말이다.
* * *
6월이 끝나갈 무렵.
어슬레틱스는 기적과 같이 반등에 성공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1위 탈환!!] [어슬레틱스의 수호신 정하성, 메이저리그 전반기 최다세이브 기록까지 단 7개!] [시즌 31번째 세이브를 달성한 정하성! 그의 한계는 어디인가?]팀의 반등과 함께 하성의 세이브 수집도 속도를 높였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다시 탈환했습니다. 올 시즌 약체로 꼽혔던 어슬레틱스의 반전에 오클랜드 주민들이 경기장으로 걸음을 옮기는 중입니다.]오클랜드 주민들이 경기장을 찾는다.
말인즉슨 구단의 재정이 좋아진다는 소리였다.
“작년 같은 시기 대비 매출이 31.3퍼센트 증가했어요.”
“좋았어!”
캐서린의 보고에 크리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구단을 운영해야 하는 단장의 입장에선 구단 매출에 언제나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구단 매출이 증가했다는 소식은 희소식과 같았다.
“유니폼 판매량은?”
“투수진이 상승하고 타자진은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중이에요. 아, 아놀드 제임스 선수의 유니폼 판매량이 최근 올라가고 있고요.”
“역시 성적과 직결되는군. 아놀드가 생각보다 잘 해주고 있어.”
“네. 원래 포텐셜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는데. 메이저리그에 이렇게까지 적응을 잘할 줄은 몰랐어요.”
아놀드 제임스는 현재 어슬레틱스 타선을 이끄는 중심타자였다.
메이저리그 콜업 이후 타율이 4할에 육박할 정도로 정확성과 파워를 겸비한 타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앞으로 타석이 쌓일 때마다 타율이 내려갈 테지만, 현재까지 거둔 성적을 봤을 때 3할 이상의 타율로 마무리할 거 같아요. 홈런은 27개까지 때려낼 수 있고요.”
“그 정도만 되더라도 대박인 거지. 지암비가 엉망이라서 가슴이 쓰렸는데. 대체재를 찾았군.”
프랜차이즈 스타 지암비의 복귀는 실패로 돌아갔다.
나이가 든 그는 현재까지 1할대 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후반기가 되면 트레이드를 보내야 해요.”
“후우…… 도대체 어디에서 지암비를 사갈지 모르겠군.”
“잘 포장하는 게 단장님의 능력이잖아요.”
팩트를 날리는 캐서린의 말에 크리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건 고맙지만, 때때로 심장이 아프다네.”
“거짓말로 위로라도 해드릴까요?”
“에휴…… 됐고. 맷의 판매량은 어때?”
“더 떨어졌어요. 성적도 좋지 않고 팬서비스도 나빠요. 거기에 언론인터뷰에서도 쓸데없는 말을 너무 하고요.”
“골치 아프군. 올 시즌 우리 팀을 책임져 줄 녀석이라 생각했는데.”
맷 홀리데이에 대한 기대는 컸다.
시즌을 앞두고 없는 돈을 끌어모아 그의 높은 연봉을 감당한 이유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기대치를 밑도는 활약을 펼쳤다.
거기에 경기 외적인 부분으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올해만 우리 팀에서 뛴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거 같아요. 프로페셔널한 부분이 너무 적어요.”
“그런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설마 이 정도까지일 줄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맷은 떠난다.
그건 선수 본인도 알고 모든 이가 아는 사실이었다.
맷 홀리데이를 잡기에는 어슬레틱스의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이기에 충분히 활약해 줄 것이라 믿었다.
그게 아니라는 건 시즌의 절반이 지나가기도 전에 알게 됐지만 말이다.
“녀석도 내보내야겠군.”
“더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나요?”
“녀석의 연봉이라면 WAR 3.0보다 높은 타자를 데려올 수 있겠지.”
“그건 그렇죠. 저희가 기대했던 건 최소한 4를 넘기는 맷이었으니까요.”
맷 홀리데이의 07, 08시즌의 WAR은 6.0, 5.9였다.
1350만 불이라는 거액의 연봉을 주면서 그를 데려온 것에는 최소한 4 이상의 WAR은 기록해 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요원해진 상황에서 연봉을 그대로 줄 이유는 없었다.
트레이드를 통해 최대한 연봉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투수 쪽은 어때?”
“역시 정하성 선수의 유니폼 판매량이 압도적이에요.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20위에 랭크될 정도고요.”
하성의 인기는 매우 높았다.
인기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유니폼 판매량이 전체 20위.
루키인 걸 감안하면 말 그대로 엄청난 수치였다.
“특히 한국으로 판매되는 유니폼이 어마어마해요.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판매량과 비슷할 정도로요.”
“한국인들이 자국 선수들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하더니 정말인가 보군.”
“네. 그리고 오클랜드를 찾는 한국인도 조금 늘어난 거 같아요.”
“뭐? 한국은 엄청 멀지 않나?”
“멀어요. 비행기를 타면 12시간은 걸리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고 있어요. 물론 유의미한 숫자는 아니지만요.”
“이거 참, 엄청나군.”
한국인이 오클랜드까지 찾을 이유는 몇 가지 없다.
그리고 최근 찾는 한국인이라면 목적은 하나다.
하성을 보기 위해 찾아온다는 것이다.
“일단 하반기 우리 쪽 마케팅의 방향을 틀자고.”
“역시 정하성을 메인으로 두실 건가요?”
“그래야지. 그리고 타자 쪽에서는 아놀드와 데이비스 두 녀석을 준비시켜둬. 루키는 언제든지 고꾸라질 수 있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데뷔 1년 차.
하성은 어느덧 어슬레틱스의 중심에 서고 있었다.
* * *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정하성 선수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본인의 세이브 기록을 32경기 연속으로 늘립니다!] [벌써 32번째 세이브라니. 이제 전반기 메이저리그 최다세이브 기록도 가시권에 두고 있어요!]6월이 끝나는 마지막 날.
하성은 LA다저스를 상대로 또 하나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기록까지 남은 세이브는 단 6개.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남은 경기는 15경기였으니 그중 절반만 세이브 기회가 주어진다면 메이저리그 신기록 달성이 가능했다.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에서도 하성의 기록 달성에 관심이 쏠렸다.
-정하성 기록 달성 가능?
-가능할 듯.
-어슬레틱스가 뻘짓만 하지 않으면 되지.
-솔직히 하성이 양키나 레삭이었으면 이미 40세이브 찍었다.
-ㅇㅈ
네티즌들은 다른 팀에서 뛰는 하성을 비유하며 어슬레틱스를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기에 금방 사라졌다.
그리고 7월이 시작됐다.
딱-!
[잘 맞은 타구! 하지만 더 이상 뻗지 못하고 우익수가 제자리에서 잡아냅니다! 시즌 33번째 세이브를 달성하는 정하성!]어슬레틱스는 7월 첫 경기부터 승리를 챙겼다.
하성은 시즌 33번째 세이브를 달성하며 신기록까지 5개의 세이브를 남겨두게 되었다.
잔여 경기는 12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하성은 또 한 번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스코어 3 대 2, 투아웃. 1루에 동점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 정하성 선수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습니다.]34번째 세이브 찬스.
하성이 그 찬스를 잡기 위해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안타를 허용했으나, 후속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34번째 세이브를 달성합니다!] [아주 좋은 공이 들어갔어요! 이제 타이기록까지 단 4개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요원할 것만 같았던 메이저리그 신기록이다.
하지만 이제 단 4개만을 남겨두며 가시권에 두게 되었다.
그리고 하성은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세이브를 올리며 기록 달성을 위한 속도를 올렸다.
[정하성 시즌 35번째 세이브 달성!] [기록 달성까지 앞으로 단 3개!] [타이기록은 물론이거니와 신기록 달성까지도 가능!] [전반기 어슬레틱스의 잔여 경기는 앞으로 8경기!]34번째에 이어 35번째 세이브도 성공하며 기록을 3개까지 추격했다.
속도는 계속 올라가면서 하성은 잔여 경기를 3경기 남겨두고 드디어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오늘 경기에서 세이브를 달성하면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가 08시즌 작성한 전반기 최다세이브 기록인 38개와 동률을 이루게 됩니다.] [과연 정하성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도 세이브를 올리고 타이기록을 세울지, 첫 타자를 상대합니다.]하성이 타이기록 달성을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