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66)
마운드의 빌런-66화(66/285)
마운드의 빌런 66화
시즌 38번째 세이브 달성과 함께 하성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전반기 마지막 이벤트! 어슬레틱스의 정하성은 전반기 최다세이브를 갱신할 것인가?] [세이브 성공률 100퍼센트의 언터처블 정하성이 신기록 갱신에 도전한다!]언터처블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의 언터처블.
메이저리그에서는 그의 공을 건들 수 없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고작 데뷔 1년 차인 루키에게 쓰기에는 다소 과분한 별명이었다.
하지만 하성의 성적을 생각하면 납득이 되는 별명이기도 했다.
[전반기 정하성은 언터처블이란 단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39경기에서 나서 1승 38세이브를 거두는 동안 실점은 단 1점만을 허용했고 블론세이브는 제로를 기록 중이다.]
0점대 평균자책점, 0개의 블론세이브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하성만이 보유하고 있는 기록이었다.
그리고 그런 하성이 39번째 세이브 기회가 찾아왔다.
[이틀 연속, 정하성 선수가 세이브 기회를 얻습니다.] [스코어는 3 대 0으로 여유로운 상황이네요.]마운드에 오른 하성이 와인드업과 함께 초구를 던졌다.
딱-!!
“파울!!”
[초구 파울입니다. 라인 밖에 떨어지는 타구.] [타구의 질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조심해야겠어요.]타자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하성은 그런 타자를 상대로 2구와 3구 모두 브레이킹볼을 택했다.
딱!!
“파울!!”
[2구 흘러가는 슬라이더를 걷어냅니다.]퍽!
“볼!”
[한 번 더 슬라이더로 유인구를 던졌지만, 배트가 나오지 않네요.]원볼 투스트라이크.
볼카운트가 유리해진 하성은 주위를 살폈다.
‘오늘은 굳이 삼진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평소 하성은 삼진을 잡는 걸 좋아했다.
능력은 충분했다.
하성의 K/9은 메이저리그 최고인 16.7을 기록 중이었다.
9이닝 평균 16개의 탈삼진을 잡아낸다는 소리였다.
이러한 능력은 마무리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었다.
타자를 내보내지도 않는다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일단 타구가 그라운드에 떨어지면 변수가 생기니 마무리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건 탈삼진 능력이었다.
‘하지만 3점 차에서는 굳이 탈삼진만 고집할 이유는 없지.’
탈삼진을 잡기 위해서는 전력투구를 해야 했다.
1점 차나 2점 차는 언제든지 그랬다.
타자 한 명이라도 베이스를 밟고 있는다면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맞춰 잡는다.’
하성은 맞춰 잡는 피칭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일의 시합도 남아 있어.’
오늘 세이브를 올린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내일도 경기가 남아 있었다.
이후에는 휴식이지만, 오늘 경기에서 최대한 체력안배를 해둘 필요가 있었다.
[4구 던집니다.]하성이 택한 공은 체인지업이었다.
타자를 향해 날아가던 공이 뚝 떨어졌다.
그리고 배트가 그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높게 떠오른 타구가 빠르게 날아갔다.
하지만 타구는 얼마 가지 않아 추진력을 잃고 떨어졌다.
퍽!
[우익수에게 잡힙니다! 원아웃!] [타이밍이 조금 어긋난 거 같네요.]첫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갔다.
하성은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는 변화구와 패스트볼을 섞었다.
딱!!
“파울!!”
[초구 97마일의 패스트볼을 강타! 하지만, 3루 쪽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입니다.]퍽!
“볼!!”
[2구 슬라이더가 밖으로 빠집니다.] [오늘따라 유독 슬라이더를 자주 던지네요.] [평소보다 브레이킹볼 비율이 높기는 하네요.]호쾌한 맛은 없었다.
하지만 브레이킹볼을 던지는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
[3구 던집니다!]딱!!
[98마일의 패스트볼을 강타! 하지만 2루수 정면입니다. 2루수 원바운드볼을 잡아 1루로!]퍽!
“아웃!”
[아웃입니다! 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브레이킹볼을 던짐으로 인해 타자의 머리에 생각이 많아지게끔 했다.
그래서인지 패스트볼의 구속이 낮아져도 타이밍을 뺏을 수 있었다.
‘세 번째 아웃 카운트는…….’
하성은 호흡을 고르고 마운드에 섰다.
앞서 두 명의 타자와 달리 마지막 타자를 상대로는 전력 피칭을 이어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99마일의 패스트볼!!]딱!!
“파울!!”
[2구 파울이 됩니다! 구속은…… 100마일을 찍었습니다!]순식간에 두 개의 스트라이크를 수집한 하성이 와인드업과 함께 3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후웅!
이번에는 타자도 어떻게든 때리겠다는 듯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공은 배트의 위를 지나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공 세 개로 끝내면서 시즌 39번째 세이브를 달성합니다!] [아-! 정말 대단한 공이었어요!] [이로써 메이저리그 전반기 최다세이브를 갱신하는 정하성 선수입니다!!]다음 날.
하성은 하나의 세이브를 더 추가하면서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총 40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 * *
[올스타전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ESPN은 올스타전을 앞두고 전야제 성격의 특집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올 시즌 올스타전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가 누가 있을까요?] [모두를 주목해야죠.] [하하! 맞는 말이네요. 하지만 스타 중의 스타는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아메리칸리그 타자 중에서는 조 마우어를 가장 주목해야겠죠. 전반기가 끝난 시점에서도 AVG 0.373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감이 좋습니다.]미네소타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조 마우어가 첫 손에 꼽혔다.
전반기 3할 7푼 3리의 타율 15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올 시즌 가장 강력한 타격왕 후보이자 MVP 후보였다.
미네소타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 아래 조 마우어는 올스타전에서 마스크를 쓰게 되었다.
[조 마우어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게 스즈키 이치로죠.]일본의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 역시 올 시즌 3할 6푼 2리의 타율을 기록 중이었다.
비록 홈런은 6개로 조 마우어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했지만, 레이저 송구와 함께 정확한 타격 능력은 그를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였다.
그 뒤로도 다양한 선수들이 언급됐다.
홈런 1위인 카를로스 페냐, 양키스의 캡틴 데릭 지터 등.
이름만 들어도 야구팬들의 심장을 떨리게 만드는 선수들이었다.
[그럼 아메리칸 올스타의 선발투수는 누가 될까요?] [현재로서는 잭 그레인키가 가장 유력합니다.] [아~ 올 시즌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죠.] [전반기에만 10승 5패 ERA는 2.12를 기록 중이에요. 이런 선수를 선발로 뽑지 않으면 곤란하죠.]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로이 할로데이를 빼놓을 순 없죠.]잭 그레인키와 로이 할로데이.
현재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에 가장 근접한 두 선수가 언급됐다.
로이 할로데이 역시 올 시즌 전반기에서만 10승 3패 ERA는 2.85를 기록 중이었다.
두 선수 중 누가 선발로 뽑히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격렬한 토론이 오가자 캐스터가 질문을 바꿨다.
[그럼 클로저는 누가 맡게 될까요?]방금 전까지 격렬한 토론을 펼치던 두 패널이 서로를 바라보다 동시에 대답했다.
[정하성이죠.]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했다.
* * *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하게 될 정하성 선수!] [메이저리그 세이브 전체 1위의 정하성이 올스타전에 출격한다!] [OBS 방송국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단독 생중계!]하성의 올스타전 출전은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그동안 한국인 메이저리그의 가뭄에 올스타전에 출전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크으-! 드디어 한국인 선수가 올스타전에 나오는구나.
-간만에 올스타전 볼 맛이 나겠네.
-정하성 언제 나옴?
-경기 후반에나 나오겠지.
-세이브 상황 아니면 못 나오는 건가?
-ㄴㄴ 올스타전은 이벤트 경기이기 때문에 나오긴 할 거임.
-지고 있더라도 내보내겠지.
-요즘 야알못들 많이 보이네.
-그만큼 뉴비가 많아졌다는 거 아니겠음?
-후욱후욱! 뉴비 냄새가 난다……!
하성은 댓글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이때부터 이런 드립이 유행했었나?’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의견에는 동의했다.
‘확실히 요즘 커뮤니티를 보면 일반인들의 유입이 늘어났네. 한국에서도 슬슬 KBO가 뜨거워지는 중이고.’
국제대회에서 국가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야구에 관심 없던 일반인들의 유입이 늘어났다.
KBO는 올 시즌 관중이 700만을 넘을 거라면서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였다.
거기에 하성의 활약은 기름을 부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뭐, 한국에서 인기가 높아진다면 나야 좋지. 내 몸값이 올라가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구나~’
하성의 관심사는 돈이었다.
인기가 높아진다는 건 모델료가 올라간다는 거였고 그리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입꼬리가 귀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올스타전이라니…….’
하성은 현재 퍼스트클래스에 앉아 올스타전이 열리는 부시 스타디움으로 향하고 있었다.
불현듯 자신이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활을 계속 유지하려면 최대한 많이 벌어야지.’
기승전머니로 이어지는 하성의 사고회로였다.
이전 삶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돈 없는 삶이 얼마나 비참하고 처절한지 말이다.
‘이번 생에서는 반복할 수 없어.’
그렇기에 돈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하성은 아래로 보이는 도시를 바라보며 다짐했다.
지금과 같은 성적을 이어나갈 것임을 말이다.
* * *
올스타전이 개최되는 세인트루이스는 벌써부터 축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올스타전은 하루 뒤에 열리지만, 하루 아파서 마이너리그 올스타전과 홈런 더비가 펼쳐진다.
야구의 꽃이라는 홈런레이스에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몰렸다.
[넬슨 크루소가 홈런 더비 첫 타자로 나섭니다.]하성은 호텔의 소파에 앉아 홈런 더비를 느긋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홈런 더비는 타자들의 이벤트였다.
배팅볼을 던져주지 않는 이상 투수가 할 일은 없었다.
“와…… 사람들 봐라.”
거대한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을 보며 하성은 고개를 저었다.
“나 한창 뛸 때는 코로나 터져서 막판에는 저런 관중도 못 봤지.”
한국시리즈에서 만원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하성의 입장에선 커리어 마지막이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맥주나 한잔할까.”
간단한 룸서비스를 시키고 맥주를 꺼내와 홈런 더비를 구경했다.
도박사들의 예상은 알버트 푸홀스였다.
푸홀스는 2라운드까진 진출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최종라운드까지 올라간 선수는 프린스 필더와 넬슨 크루소였다.
“누가 이기려나…….”
홈런 더비의 승자는 프린스 필더였다.
그는 파이널라운드에서 7개를 몰아치면서 챔피언에 올랐다.
대단한 파워를 느낄 수 있는 홈런들이 나왔다.
“같은 편인 게 다행이네.”
하성은 아직 프린스 필더와 만난 적이 없었다.
만약 그와 만난다면 대단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암…… 내일을 위해 푹 잘까.”
홈런 더비를 모두 본 하성은 이내 침대에 누웠다.
내일을 위해 체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었다.
* * *
다음 날.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와우…….’
경기장에 도착한 하성은 클럽하우스에 모인 선수들의 면면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올스타는 올스타네.’
로이 할로데이를 비롯해 킹 펠릭스, 벌랜더, 그레인키, 웨이크 필드 등.
아메리칸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들이 총집합했다.
타자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지터, 스즈키, 마우어, 테세이라, 해밀턴, 크로포드 등.
자신과 만났던 몇몇 선수들이 보였다.
‘이 녀석들과 같이 뛴단 말이지.’
하성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이들과 함께한다는 건 자신의 가치도 같은 레벨에 올라왔다는 걸 의미하니 말이다.
툭!
그때 누군가의 손이 하성의 어깨에 올라왔다.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민머리가 보였다.
“언터처블, 오늘 한 팀이 되었으니 잘 해보자.”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였다.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니.
전율이 돌았다.
하지만 그걸 티 낼 생각은 없었다.
“내 앞에서 잘 던져주길 바랄게요.”
“뭐, 인마?”
“당연한 거 아니에요? 제가 세이브가 더 많잖아요. 아, 물론 올 시즌 이야기입니다.”
“푸하하! 이 녀석 재밌는 녀석이네. 그래, 어떻게 되든 한 번 잘해보자.”
리베라가 내미는 손을 맞잡았다.
커리어 첫 번째 올스타전 출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