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68)
마운드의 빌런-68화(68/285)
마운드의 빌런 68화
리베라의 예상대로 하성은 9회에 마운드에 올랐다.
[대한민국의 정하성 선수가 경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마운드에 오릅니다!] [아메리칸리그가 4 대 3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 마리아노 리베라가 셋업맨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9회 말에 정하성 선수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한국 네티즌들에게 이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끝판왕 다음에 올라오는 거 실화냐?
-리베라 다음 정하성! 크으-! 국뽕이 차오른다!
-와…… 이게 현실? 나 꿈꾸는 건가?
-올스타전에서 리베라 다음으로 한국인 투수가 올라오는 걸 보게 될 줄이야.
-이건 진짜 믿기지 않네 ㅋㅋ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은 미국이라 해서 다를 건 없었다.
-리베라 다음으로 루키가 올라오네.
-정하성이라면 인정해야지.
-올 시즌 세이브 100퍼센트는 얘밖에 없지 않나?
-1점 차 승부에서 이기려면 얘 올려야지.
-전반기 최다세이브 기록 보유자 올리는 게 당연한 거.
-리베라 다음이라니…….
-이건 감독이 돈 받은 거 아니냐?
-너 양키스 팬이지?
몇몇 양키스 팬들이 난동을 부렸지만, 금세 반박을 당하며 사라졌다.
그러는 사이 연습 투구를 끝낸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고 상체를 숙였다.
‘어디 메이저리그 최고 포수의 리드를 볼까.’
마스크를 쓴 선수는 조 마우어였다.
신이 내린 포수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조 마우어는 완성형 포수였다.
타격과 포수가 갖추어야 할 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로서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포심 패스트볼.’
그런 조 마우어의 초구 리드는 패스트볼이었다.
가장 무난했지만, 코스는 다소 어려운 곳을 요구했다.
‘몸쪽 높은 곳.’
그것도 꽤 위험한 곳으로 말이다.
하지만 하성은 그게 마음에 들었다.
‘딱 내 스타일이야.’
고개를 끄덕인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올스타 포수인 조 마우어와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와인드업에 이어 투구에 들어간 하성이 전력으로 초구를 뿌렸다.
[던졌습니다!]쐐애애액-!!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회전과 함께 날아갔다.
코스는 마우어가 원했던 타자인 어틀리의 몸쪽 높은 코스였다.
보통 타자라면 상체를 아예 자세가 무너질 수 있을 정도의 공이었다.
일단 눈과 가깝게 날아오고 구속이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틀리는 달랐다.
뻐어억-!!
“볼!”
[초구 볼입니다! 몸쪽 높은 코스로 날아온 공을 상체만 슬쩍 뒤로 젖혀서 피하는 어틀리!]어틀리는 작은 움직임만으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마치 공이 머리로 날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는 듯이 말이다.
‘배짱이 제법이네.’
지금까지 만난 대부분의 타자와는 달랐다.
공을 돌려받은 하성은 로진을 손에 묻히고 다시 마우어와 사인을 교환했다.
‘당연히…….’
‘바깥쪽 낮은 코스, 패스트볼.’
‘이걸 원하겠지.’
이번에도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우어의 리드는 확실히 좋았다.
자신과 생각이 일치했다.
이런 경우 투수는 포수를 신뢰하고 공을 던질 수 있다.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와인드업에 들어간 하성이 2구를 던졌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섭게 날아갔다.
제구는 완벽했다.
마우어의 미트가 움직이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타자에게서 가장 먼 곳을 통과하는 완벽한 공이었다.
이대로 스트라이크가 올라가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때 어틀리가 움직였다.
후웅!!
매서운 소리와 함께 배트가 돌아갔다.
배트는 먹잇감을 노린 매처럼 단숨에 공을 걷어냈다.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빠르게 날아갔다.
[때렸습니다! 빠르게 날아간 타구 우익수 앞에 떨어집니다!]우익수인 이치로가 공을 잡아 빠르게 1루로 뿌렸다.
[1루로 공을 던집니다! 하지만 어틀리가 먼저 베이스를 밟습니다!] [아-! 잘 던지고 잘 때렸습니다. 정말 이 말밖에 나오지 않는 타구였어요!] [98마일의 공을 던진 정하성 선수도 멋졌지만, 그걸 때려낸 어틀리 선수도 정말 대단합니다!] [이게 바로 메이저리그 올스타죠!]완패였다.
‘와…… 이걸 때려내네.’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타격이었다.
초구를 눈에 붙여서 체감 속도를 높여뒀는데도 어틀리는 완벽한 타격을 해냈다.
‘역시 올스타는 올스타네.’
어틀리는 올스타에 4번이나 뽑혔을 정도로 대단한 타자였다.
올 시즌에도 3할이 넘는 타율을 유지할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타석에는 그보다 더 무서운 이가 들어서고 있었다.
[동점 주자가 1루에 나가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는 알버트 푸홀스가 들어섭니다!] [올 시즌 현재까지 3할 3푼 2리, 타점 87개, 홈런은 32개를 기록하고 있는 무서운 타자입니다.] [정말 말로 설명이 필요 없는 선수죠.]현대야구의 레전드들 중 한 명인 푸홀스.
그의 등장은 하성의 손에도 땀이 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긴장되네.’
회귀하고 다양한 선수들을 만났지만, 이렇게까지 가슴이 뛰는 건 처음이었다.
사실 그의 심장이 뛰는 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푸홀스란 레전드 타자를 만났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그런 그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뒤섞여 있었다.
“후우……!”
그리고 이러한 긴장감은 하성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승부욕이 끓어오르자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됐다.
‘자…….’
서서히 어둠으로 물들어가는 주위를 보며 하성이 상체를 숙였다.
‘어떤 걸로 갈까?’
그의 시선에는 오직 마우어의 손가락만이 보였다.
* * *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세트포지션에 들어갑니다.] [1루에는 대주자 업튼이 들어와 있습니다. 올 시즌 12개의 도루를 성공한 그는 언제든지 뛸 수 있어요.]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는지 어틀리보다 발이 빠른 업튼이 대주자로 들어왔다.
하성은 세트포지션에서 시선만으로 1루 주자를 체크했다.
‘그렇게…….’
업튼의 무게중심은 1루 베이스보다 2루에 더 가까웠다.
언제든지 뛸 생각이 있는 듯했다.
‘티를 내면 쓰나?!’
휙!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에서 발을 빼며 1루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재빨리 공을 던졌다.
[1루로 견제!]퍼퍽!
“세이프!!”
[아-! 세이프입니다.] [세이프가 됐지만, 아주 좋은 견제였어요. 귀루가 조금만 늦었어도 아웃이 됐을 겁니다.]업튼도 한숨을 내쉴 정도로 좋은 견제였다.
공을 돌려받은 하성은 다시 사인을 교환하고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이제야 마음에 드는군.’
업튼의 무게중심은 1루 베이스로 더 향해 있었다.
첫 견제로 완전히 뛸 생각이 사라진 것이다.
그걸 확인한 하성이 슬라이드 스텝을 내디뎠다.
[초구 던집니다!]“흡!!”
쐐애애액-!
기합과 함께 던진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몸쪽을 파고드는 공에 푸홀스의 배트가 매섭게 돌았다.
딱!!
[초구부터 배트 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타구는 순식간에 하늘 높이 치솟았다.
좌익 선상을 타고 날아가는 타구는 아슬아슬하게 라인을 타고 있었다.
[폴대 인이냐?! 아웃이냐?!]카메라가 타구를 쫓아 이동했다.
폴대 안쪽으로 들어오면 그대로 경기가 끝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타구는 폴대 바깥쪽으로 나갔다.
“파울!!”
[파울입니다! 폴대 밖으로 휘어져 나가면서 경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정말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타구였습니다.]모든 이들이 아쉬워하는 타구였다.
하지만 푸홀스는 딱히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는 배트에 선명히 남은 공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마우어에게 말했다.
“저 녀석 제법인데?”
“동감이야.”
마우어가 원한 공은 컷 패스트볼이었다.
푸홀스는 그걸 포심 패스트볼이라 생각하고 배트를 돌린 것이다.
만약 포심이었다면 폴대 인이 되면서 홈런이 됐을 거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궤적을 바꾸면서 정타를 피했다.
‘이 정도로 늦게 변하는 커터란 말이지. 거의 리베라급이라고 봐야겠군.’
어째서 아메리칸리그 녀석들이 이렇게까지 때리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넘겨주지.’
원스트라이크인 상황에서 푸홀스가 다시 타석에 섰다.
그를 보며 하성은 고개를 저었다.
‘괴물이 따로 없군. 저걸 저렇게 넘기려고 해버리네.’
하성도 간담이 서늘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만큼 마우어를 신뢰할 수 있었다.
‘초구에 커터를 원한 이유가 있었군.’
그런 마우어의 이번 리드는 체인지업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하성이 2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이번에도 푸홀스가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속도로 들어오는 공에 완전히 타이밍을 뺏겼다.
후웅!!
퍽!
“스윙! 스트라이크 투!!”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 [아주 좋은 공이었습니다. 푸홀스 선수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었어요!]이후 3구에선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푸홀스의 배트를 끌어내지 못했다.
퍽!
“볼!”
[3구 슬라이더! 하지만, 푸홀스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푸홀스 선수는 파워와 정교함을 갖춘 선수입니다. 무엇보다 선구안도 좋아서 웬만한 변화구로는 속일 수 없죠.] [원볼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정하성 선수! 과연, 여기서 푸홀스 선수를 상대로 승부를 결정지을지! 4구 던집니다!]하성이 던진 4구에 푸홀스가 일찌감치 반응했다.
‘이번에야말로!’
코스는 바깥쪽 낮은 코스.
푸홀스의 배트도 정확히 공을 노리고 돌아갔다.
‘응?’
하지만 공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푸홀스의 배트 위를 지나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정하성 선수! 101마일의 강속구로 푸홀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아-! 정말 좋은 공이었습니다! 푸홀스 선수를 상대로 본인의 장기인 100마일 패스트볼을 던져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푸홀스는 타석에 서서 하성을 바라보다 이내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커터 하나로 아메리칸리그를 제패한 게 아니었군. 내 생각보다 덜 떨어지는 패스트볼이라니…….’
대단한 공이었다.
하지만 수확도 있었다.
‘조만간 만나게 되면 그때는 확실하게 넘겨주지.’
여름이 되면서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는 인터리그를 개시했다.
클로저인 정하성과 푸홀스가 만난 적은 없지만, 일정상 2~3차례 더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때를 대비하면 오늘 그의 공을 본 것이 오히려 행운이었다.
푸홀스는 복수의 때를 떠올리며 더그아웃에 들어갔다.
[위기를 넘긴 정하성 선수! 하지만 내셔널리그는 아직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타석에 홈런 더비 챔피언인 프린스 필더가 대타로 들어섭니다!]푸홀스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내셔널리그에는 훌륭한 선수들이 넘쳐 흘렀다.
“후우…….”
하성은 타석에 들어서는 프린스 필더를 보며 호흡을 깊게 내뱉었다.
‘얼마든지 오라고.’
한 번 끌어올린 집중력을 풀지 않은 채, 마운드에 섰다.
* * *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초구 던집니다!]딱!!
“파울!!”
[초구 파울입니다. 90마일의 슬라이더를 받아친 필더.]타자에 집중하고 있을 때, 업튼이 뛰려는 제스처를 보였다.
하성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휙!
퍼퍽!
“세이프!!”
[빠르게 견제하는 정하성 선수!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됩니다!] [주자의 리드폭을 줄이는 좋은 견제였습니다.]빠른 견제에 업튼은 리드폭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뛸 의사를 보이지 않는 주자를 확인한 하성이 2구를 던졌다.
쐐애애액-!
[2구 던졌습니다!]바깥쪽을 찌르는 날카로운 공이었다.
필더는 그것을 예상했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휘릭!!
공이 뱀처럼 휘어 들어오며 필드의 배트 아래를 때렸다.
딱!!
[빗맞은 타구!!]힘없이 굴러간 타구가 유격수 데릭 지터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지터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공을 뽑아 2루로 던졌다.
퍽!
“아웃!”
2루수 애런 힐이 공을 잡으면서 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갔다.
힐은 곧장 턴을 하며 1루로 공을 뿌렸다.
퍽!!
“아웃!!”
[더블플레이가 완성됩니다! 정하성 선수가 마지막 아웃 카운트 2개를 더블플레이로 잡아내면서 아메리칸리그의 13년 연속 올스타전 우승을 지켜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