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69)
마운드의 빌런-69화(69/285)
마운드의 빌런 69화
올스타 MVP는 칼 크로포드가 장식했다.
홈런성 타구를 잡아낸 그의 플레이는 MVP로 뽑히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흐아…… 끝났다.”
올스타전이란 빅이벤트를 끝낸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남은 건 후반기다.’
올스타전은 전반기를 끝냈다는 걸 알리는 이벤트였다.
후반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된다.
‘내게 중요한 건 세이브 기록이야.’
하성은 팀 기록보다는 개인기록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어슬레틱스가 소속팀이긴 했으나 소속감 같은 건 없었다. 팀이란 게 얼마나 잔인한지 그는 경험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가 필요 없어지면 바로 내친다. 팀보다는 내 성적을 우선시하는 게 맞아.’
이기적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하성의 생각이었고 그것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때마침 TV에서 하반기 메이저리그를 정리한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개인 기록도 살펴보도록 하죠. 인터넷 투표를 통해 사이영상 레이스와 관련된 후보군을 추려봤습니다.]화면에 세 명의 선수가 떠올랐다.
[먼저 아메리칸리그부터 보시죠. 1위는 잭 그레인키 선수가 뽑혔습니다.]그레인키에 대한 자세한 성적이 나열되었다.
패널들은 그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확실히 올 시즌 그레인키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경쟁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두 번째 후보로 뽑힌 선수는 정하성 선수입니다. 아-! 정말 이 선수 대단하죠.]두 번째로는 하성이 거론됐다.
[다양한 표현이 있지만, 그 표현을 다 가져다 써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반기에만 40세이브를 거두면서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전체 성적은 1승 40세이브 41.2이닝을 던지는 동안 자책점은 단 1점에 불과합니다. ERA가 0.2라니, 말이 되지 않는 성적입니다.] [하반기에도 이런 성적을 유지한다면 클로저로서 오랜만에 사이영상이 탄생할 수 있을 거 같아요.]하성은 올드스탯과 세이버메트릭스를 비롯한 모든 스탯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영상 후보 2위에 오른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 정하성 선수가 선발이었다면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루키에 선발투수였다면 사실 이런 토론이 무의미했겠죠.]클로저라는 포지션이 발목을 잡았다.
메이저리그는 불펜보다 선발에 더 큰 가산점을 준다.
그러다 보니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는 하성보다 그레인키가 더 높은 평점을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정하성 선수가 사이영상을 받기 위해선 어떤 스탯을 올려야 할까요?] [현재 스탯을 유지하면서 최다세이브 기록을 달성한다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현재 메이저리그 최다세이브 기록은 2008년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선수가 달성한 62개입니다.] [정하성 선수는 앞서 전반기에 로드리게스가 세운 38개의 전반기 최다세이브 기록도 갱신했죠.]작년.
로드리게스는 한 시즌 최다세이브 기록을 갱신했다.
전반기 38개를 달성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70개를 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하지만 후반기 팀의 성적과 맞물려 단 22개만을 달성하면서 62개로 마무리했다.
[클로저는 팀의 상황에 따라 기록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정하성 선수가 어떤 성적을 올릴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신인왕 경쟁에선 가장 앞서 있다고 봐야겠죠?] [그렇습니다.]하성의 이름이 언급되면서 자연스레 신인왕 레이스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왔다.
하성은 그것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당연히 내가 레이스에서 선두지. 신인왕과 사이영상을 함께 따면 내 몸값이 얼마나 오를까?”
연봉이야 어차피 최저연봉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광고업계에서는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을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의 몸값은 내 예상을 가볍게 넘어서겠지.”
작년 장기계약이 아니라 단년계약만 맺은 게 신의 한 수였다.
물론 리스크도 있었다.
하지만 하성은 스스로를 믿었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게 되었다.
“필요하신 거 있으실까요?”
앞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그에게 스튜어디스가 다가왔다.
“샴페인 한 잔 주세요.”
“종류는…….”
“적당한 걸로 주세요. 탄산감 있는 걸로.”
“네, 알겠습니다.”
멀어진 스튜어디스가 잠시 후, 샴페인을 가져다주었다.
샴페인이 담긴 잔의 뒤에는 작은 종이가 있었다.
종이를 펼치자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걸 본 하성이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안 한 지 얼마나 됐지?’
문득 암울했던 자신의 전생이 떠오른 하성이었다.
번호가 적힌 종이를 주머니에 넣으며 샴페인으로 입을 적셨다.
* * *
늦은 시간.
크리스는 여전히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후우…… 피곤하군.”
그가 바라보는 모니터에는 선수들의 데이터가 적힌 창이 떠 있었다.
각종 세이버메트릭스의 스탯을 이용해 선수들이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하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성적을 유지하려면 필요한 자원을 더 손에 넣어야 해.”
전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어렵다는 건 익히 아는 사실이다.
더위와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고 선수들은 체력이 떨어져 실력이 곤두박질친다.
루키들이 많은 어슬레틱스는 그 영향이 더 심할 수밖에 없었다.
“클로저는 완벽하다. 건들 필요가 없어. 문제가 되는 건 역시 베일리야.”
앤드류 베일리는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하성이 없었다면 클로저로서 경기에 나섰을 정도로 불펜에서는 완벽한 모습이었다.
비록 하성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베일리 역시 신인왕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올해는 이대로 가더라도 내년이 문제로군.’
크리스는 예전부터 불펜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단장이었다.
그렇기에 불펜에 클로저급 투수가 두 명이 있는 건 내키지 않았다.
‘내년에 둘 중 한 명을 선발로 전환시키는 게 가장 베스트인데…….’
막강한 불펜과 달리 선발에는 여전히 빈자리가 있었다.
만약 둘 중 한 명이 선발로 전향할 수 있다면 완벽한 그림이 그려진다.
물론 위험부담은 있었다.
선발과 클로저라는 포지션의 차이로 인해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성공한다면 엄청난 이득을 얻게 된다.
‘하성이 선발로 전향하고 현재의 투구를 이어갈 수 있다면…… 슈퍼에이스급의 선발을 얻게 된다.’
당장 팀에 줄 플러스 요인을 빼고 트레이드 카드로 쓴다 해도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게 된다.
“후우…… 일단 이건 내년에나 생각해야겠지.”
고개를 휙휙 저은 크리스가 다시 올 시즌 하반기의 구상을 이어나갔다.
* * *
올스타전이 끝난 뒤에도 인터리그가 계속되었다.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두 리그 간의 교류전이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선수들과의 만남이 잦아졌다.
이는 하성에게는 큰 이득이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정하성 선수의 덜 떨어지는 패스트볼에 내셔널리그의 강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수직 무브먼트가 다른 투수와 다른 하성의 패스트볼을 처음 보고 때려낼 수 있을 만한 타자는 적다.
물론 전부는 아니었다.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 타구는 담장을 넘어갑니다!!]올스타전에서 만났던 푸홀스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젠장…… 저 아저씨.’
2루 베이스를 도는 푸홀스를 보며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올스타전에서 한 번 봤다고 바로 때려내네.’
자신의 공을 이렇게까지 쉽게 때려내는 타자를 만나는 건 오랜만이었다.
역시 메이저리그 톱타자는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어쩔 수 없지.’
1점을 내주긴 했지만 여전히 스코어는 앞서고 있다.
야구에서 점수를 내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점수를 내주지 않은 게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블론세이브는 어림도 없다.’
하성은 다시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다음 타자들을 상대했다.
* *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시즌 41번째 세이브를 달성한 정하성!] [내셔널리그 홈런 1위 알버트 푸홀스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지만, 승리는 지켰다!] [하반기 7번째 경기 만에 홈런을 내준 정하성! 하지만 후속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해!]하성의 홈런은 그것만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워낙에 점수를 내주지 않는 투수였기 때문이다.
-푸홀스라면 어쩔 수 없지.
-이번 시즌 푸홀스에게 맞을 수밖에 없지.
-푸홀스 올 시즌 MVP 각 아니냐?
-하반기에 무너지지 않는 이상 MVP 가능하지.
팬들 역시 푸홀스를 상대로 홈런을 맞은 것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에 하성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아니, 홈런을 맞았는데도 이런 반응이란 말이야?”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쩝, 그 양반이면 어쩔 수 없는 거긴 한데. 그래도 맞으니 아픈 건 어쩔 수 없네.”
42.2이닝을 던지면서 허용한 두 번째 실점이다.
이것만 하더라도 엄청난 성적이었지만, 역시 홈런으로 점수를 내준 게 조금 뼈아팠다.
“공이 빠른 만큼 맞으면 멀리 날아갈 수밖에 없어.”
구속이 빠른 타자들이 의외로 피홈런 허용률이 높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공이 빠르기 때문이다.
반발력이 강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정타가 만들어지면 대부분 외야로 빠지는 공이 된다.
“뭐, 점수를 내주는 건 어쩔 수 없지. 결과적으로 세이브에도 성공했고.”
시즌 41번째 세이브 달성.
신기록까지는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우웅!
그때 하성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번호를 확인한 하성이 전화를 받았다.
“예, 정하성입니다.”
[이사벨이에요.]“알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여전히 딱딱하시네요. 다름이 아니라 광고 제안이 들어와서요.]J&J에이전시와 계약하면서 광고에 대한 건들도 위임했다.
물론 한국을 제외했기에 일이 겹칠 일은 없었다.
“시즌 도중에는 웬만한 광고는 다 패스하자고 했을 텐데요.”
[저도 그러려고 했는데. 상대가 워낙 대기업이라서요.]“어디죠?”
[스포츠 브랜드인 비고르에서 모델 계약을 요청해 왔어요.]하성의 눈이 빛났다.
* * *
전 세계의 스포츠 시장은 거대하다.
이 거대한 시장에는 당연하게도 많은 돈이 오가고 그 시장을 점령하기 위한 많은 회사가 모여든다.
비고르는 이러한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 업체였다.
축구부터 시작하여 농구 야구 그리고 미식축구와 온갖 스포츠에 스폰서로 자신들을 홍보하고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비고르와 계약을 맺지 못한 선수는 그 종목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지.’
비고는 단체 스폰서는 물론이거니와 선수 개인의 스폰서로 나서는 일도 잦았다.
특히 인기 스포츠를 비롯해 웬만한 스포츠에는 스폰서로 나서면서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다.
메이저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의 메인 스폰서는 아니었지만, 선수들에게 막대한 비용을 대면서 홍보를 하고 있었다.
“비고르에서 먼저 연락을 해오는 경우는 무척 드물어요.”
이사벨의 설명에 하성이 물었다.
“원래 다른 방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지나 보죠?”
“저희 쪽에서 스폰서 제안을 보내면 비고르에서 검토를 하고 연락을 해오는 형태예요.”
“제안서를 보내지 않고 연락이 오는 경우도 많나요?”
“제가 알기로는 많지 않아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된 이들이 아니면 말이죠. 특히 루키에게 이런 제안을 먼저 해온 건 극히 드물어요.”
비고르는 대기업이다.
그리고 대기업이니만큼 그들이 원하는 조건의 모델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먼저 제안이 왔다는 건 하성은 그 조건을 통과했다는 소리다.
띵-!
곧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두 사람은 스카이라운지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