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70)
마운드의 빌런-70화(70/285)
마운드의 빌런 70화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별도의 룸에 도착했다.
똑똑-!
“손님들이 도착하셨습니다.”
문이 열리고 룸에 도착해 있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고르 뉴욕 지부를 맡고 있는 이브라힘입니다.”
이브라힘이라 밝힌 남자는 아랍인이었다.
비고르의 뉴욕 지부장이라 해서 백인일 거라 생각했는데.
큰 문제는 아니었기에 하성이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정하성입니다.”
“J&J에이전트의 이사벨이에요.”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기 스테이크가 맛있더라고요. 코스 요리도 괜찮고요.”
“하하, 그럼 코스 요리로 준비해주세요.”
“예.”
지배인이 나가고 셋이 남게 되자 이브라힘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려 했다.
“최근 활약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는 활약을 펼치고 계시더군요.”
“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그런데 식사 나오기 전에 오늘 만나고 싶어 하신 이유를 듣고 싶은데요.”
직설적인 하성의 대답에 이사벨이 당황했다.
하지만 이브라힘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싫어하시는 분이군요.”
“저녁에 또 경기가 있으니까요.”
“하하! 맞습니다. 시간은 돈과 같죠. 괜히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브라힘이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당신과 10년 계약을 맺고 싶습니다.”
10년 계약이란 말에 이사벨의 눈이 커졌다.
‘10년 계약이라니……. 비고르가 루키 플레이어와 10년 계약을 맺는 일이 있었던가?’
EPL이나 NBA와 같은 종목에서는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직 선례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메이저리그에는 전국구 스타가 적기 때문이다.
당장 생각나는 알렉스 로드리고나 데릭 지터 정도가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린 전국구 스타다.
하지만 그들 이후에는 전국구 스타라고 불릴 만한 선수는 없다.
물론 이름은 알겠지만, 미 전역에 가서 관중을 동원할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선수가 없다는 소리였다.
‘특히 루키 플레이어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는 게 거의 불가능해. 한해 반짝하더라도 다음 해에는 성적이 떨어지고 화제성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장기계약을 맺는다는 건 장단이 확실했다.
일단 루키 플레이어이기에 적은 돈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었다.
반대로 단점은 10년이란 불확실성에 투자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런 리스크를 짊어지고서라도 정하성이란 선수를 잡아두고 싶다는 건가?’
비고르가 얼마나 하성을 높게 평가하는지 알 수 있었다.
1년당 스폰 비용이 적더라도 10년이라면 금액은 크다. 무엇보다 비고르라는 대기업과 손을 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
‘당연히 잡아야…….’
“거절합니다.”
“예?”
자신의 예상과 다른 대답에 이사벨이 모르고 육성으로 터뜨렸다.
그녀는 실수를 깨닫고 입을 틀어막았다.
“죄…… 죄송해요. 그런데 거절하신다고요?”
“예. 아직 제 진가를 보여드리지 못했는데. 10년 계약을 해버리면 제가 손해 보게 되거든요.”
이사벨은 당황했다.
‘도대체 이 남자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그동안 많은 선수를 만났지만, 이렇게 당당한 선수는 처음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상대인 이브라힘이 불쾌해할 수도 있는 문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다니.
그때 이브라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자신감이 대단하군요. 그런 자신감 아주 좋습니다. 일류 플레이어라면 자신감도 하나의 무기가 되니까요.”
이브라힘이 내밀었던 서류를 거둬들이고 다른 서류를 꺼냈다.
“이건 2년짜리 계약서입니다. 다음 시즌까지 정하성 선수가 지금과 같은 활약을 펼칠 자신이 있다면 이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하성은 계약서를 받아 내용을 확인했다.
‘2년간 스포츠 브랜드인 비고르와 전속계약을 맺는 대신 100만 달러를 일시불로 수령한다.’
한화로는 12억에 달하는 돈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해 달러의 가치가 상승한 것을 생각했을 때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비고르에서 제공하는 것은 스파이크와 배팅 장갑…… 응?’
용품을 보던 하성이 의아한 것을 발견했다.
“비고르에서 글러브도 제작합니까?”
이브라힘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모르시는군요.”
“예. 비고르에서 글러브를 제작하는 건 처음 알았네요.”
“규모가 작긴 하지만, 제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메이저리거들 대부분이 일본 제품을 사용해서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죠.”
“으흠…….”
야구 글러브는 일본의 미즈노를 비롯해 롤링스나 윌슨과 같은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대부분도 이러한 브랜드를 이용하고 있으며 나이키를 이용하는 비율은 무척이나 적었다.
“글러브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너무 늦은 거 아닙니까?”
하성은 직설적으로 이야기했다.
이사벨은 물을 마시다 하마터면 뱉을 뻔했다.
그만큼 하성의 발언은 강도가 강했다.
“늦었다고 할 수 있지만,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타플레이어를 섭외해야 하고요.”
“으흠.”
비고르가 왜 자신에게 접근했는지 알 수 있었다.
“대부분 선수는 한 번 손에 맞는 글러브를 착용하면 잘 바꾸지 않으니 그나마 경력이 짧은 루키를 섭외하는 거군요.”
“……정확합니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했기에 이제 남은 건 자신에게 유리한 계약을 해가는 거다.
계약서 내용을 파악한 하성은 이사벨에게 종이를 넘겼다.
결정권은 자신에게 있었지만, 계약서 내용을 검토하는 건 그녀의 일이었으니 말이다.
“몇 가지 조항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말씀하시죠.”
“첫 번째는 올해와 내년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음,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제안해 주시면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선발과 불펜 포지션에 따른 계약을 따로 정하고 싶습니다.”
하성의 발언에 이브라힘은 물론 이사벨 역시 눈이 커졌다.
반응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발로 전향할 계획이십니까?”
“계획은 아니고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음…… 그렇군요. 그건 어렵지 않을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달성할 경우 제 전용 모델을 출시하고 싶습니다.”
“전용 모델이라면……?”
“조던처럼 말이죠.”
마이클 조던.
NBA를 상징하는 선수다.
그는 선수 시절에도 막대한 돈을 벌었지만, 오히려 은퇴 이후에 더 많은 돈을 벌었다.
그가 그렇게까지 돈을 벌 수 있었던 건 비고르의 조던 시리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클 조던과 협업하여 만든 조던 농구화 시리즈는 전 세계를 강타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현재의 비고르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품이었다.
이후 비고르는 스포츠 스타들과 다양한 협업을 통해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내놓았다.
‘그 상품들 중 성공한 것도 있지만, 실패한 것도 많아.’
이사벨은 비고르가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브라힘이 이 제안을 수락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브라힘은 여지를 남겨두었다.
“세이브 신기록을 비롯해 최소 2개 이상의 기록을 남긴다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구두로서 약속이 아니라 문서화 해주시길 바랍니다.”
“흠, 그러도록 하죠. 이 역시 선발과 불펜을 나누어서 기록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좋네요. 필요한 다른 내용들은 에이전트를 통해 전달해 드리죠.”
“알겠습니다.”
비고르와의 대화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계약 기간도 길지 않기에 양측 모두 만족할 만한 조건을 끌어낼 수 있었다.
똑똑-!
때마침 식사가 도착하면서 자연스레 이야기를 담소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 * *
비고르와의 미팅이 끝나고 하성은 이사벨과 자리를 함께했다.
“역시 J&J에이전시네요. 계약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비고르와의 계약을 가져와 주시고.”
“호호, 이 정도는 쉬운 일이죠. 앞으로는 더 다양한 일이 들어올 거예요.”
“좋네요. 그 다양한 일들을 진행하실 때 이왕이면 계약 기간을 짧게 진행해 주세요.”
이사벨의 눈이 진지해졌다.
“짧은 계약 기간은 장점도 명확하지만 리스크도 커요. 잘 알고 계시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 하신 말씀 정말이세요?”
“선발로 전향하는 문제요? 일단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클로저로서 계속 뛰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요.”
“선발만큼 돈이 되지 않잖아요.”
하성이 돈 이야기를 꺼내자 이사벨이 움찔했다.
그것을 캐치한 하성이 피식 웃었다.
“왜요? 너무 속물인가요?”
“아뇨.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니까요. 그 목적을 위해서인데, 속물이라 할 이유는 없죠.”
그녀는 앞에 놓인 커피로 목을 축이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가 걱정하는 건 선발로 전향했을 때의 리스크예요. 클로저와 선발의 차이는 단순히 적게 던지고 많이 던지는 차이가 아니잖아요.”
“잘 아시네요?”
“괜히 메이저리그 플레이어를 담당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클로저와 선발투수는 아예 다른 종류였다.
육상에 비교하면 클로저는 단거리선수였고 선발투수는 장거리선수와 같았다.
물론 공을 던지는 건 같지만, 거기에 따른 체력 안배가 뒤를 따라야 했다.
이러한 변화를 주다가 자칫 잘못하면 구속 저하나 체력 저하 등.
다양한 문제점이 나오기도 했다.
“일단 그 부분은 차분히 준비해 볼 생각입니다.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요.”
“음…… 하지만…….”
“거기에 따른 필요한 게 있어요.”
“필요한 거요?”
“네. 내년 시즌 하와이에서 전지훈련을 할 예정인데. 거기에서 지낼 수 있는 숙소와 트레이닝 센터가 필요합니다.”
이사벨은 바로 수첩을 꺼내 하성이 필요하다는 것들을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제가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사람들을 섭외해 주세요.”
스포츠 사이언스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분야가 같이 주목을 받았다.
예를 들어 영양학이 대표적이었다.
영양은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엘리트 선수일수록 체계적으로 잘 먹어야 더 강한 신체를 만들 수 있었다.
몇 년 뒤 이러한 영양학의 권위자가 되는 인물이 바로.
“조지 메이슨 대학의 로닌 박사, 그리고…….”
하성은 자신이 미래에서 인연을 맺었던 몇몇 이름을 불렀다.
지도자 교육을 받을 당시 자신을 교육했던 이들로 그들 모두 미래에는 스포츠 사이언스의 선구자들이었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를 담당하는 이들이었기에 자신을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알겠어요. 이들을 최대한 빠르게 섭외할게요. 하지만 스케줄이 잡혀 있으면 다른 사람들을 섭외해야 할 텐데요.”
“알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다시 말씀드리죠.”
“예. 그리고 더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하성은 잠시 고민하다 이야기를 꺼냈다.
“혹시 딜러를 알고 계십니까?”
“딜러요?”
“예. 스포츠카 한 대 사고 싶은데요.”
열심히 돈을 벌었으니 플렉스를 할 시간이었다.
* * *
7월.
올스타전이 끝나고 하성은 5개의 세이브를 더 추가했다.
[시즌 45번째 세이브를 추가한 정하성! 메이저리그 신기록까지 앞으로 17개 남았다!!]하성이 세이브를 추가할 때마다 한국언론에서는 그의 신기록 갱신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
그러는 사이 7월이 끝나고 어슬레틱스는 몇 가지 결단을 내렸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맷 홀리데이와 지암비를 내보낸다!!]부진한 타선을 바꾸기로 결정한 것이다.
[크리스 단장의 과감한 결단! 모든 건 포스트시즌을 위해서다!]메이저리그 팀들이 포스트시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달력은 7월을 넘어 8월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