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72)
마운드의 빌런-72화(72/285)
마운드의 빌런 72화
8월이 되면서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Rookie of the Year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메리칸리그의 강력한 ROY 후보는 어슬레틱스의 정하성 선수입니다.] [이견의 여지가 없죠.] [사실상 지금 시즌이 마무리돼도 정하성 선수가 ROY를 수상하게 될 겁니다.]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동일한 의견이었다.
그리고 그건 정답과 같았다.
-정하성 빼고는 받을 선수가 없지.
-ROY가 문제가 아니라 사이영상 수상 여부가 문제 아니냐?
-맞지.
-ROY랑 사이영상 같은 받은 사례가 몇 번이나 있지?
-1번밖에 없음.
-1981년도에 페르난도 발렌수엘라가 ROY랑 사이영 같이 받았네.
-그럼 28년밖에 받게 되는 건가?
-문제는 잭 그레인키를 제치고 받을 수 있냐지.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했다.
가장 많은 의견은 역시 사이영상에 대한 것이었다.
그사이 하성은 49번째 세이브를 달성하며 신기록 달성에 한 발 더 내딛고 있었다.
[정하성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세이브를 추가하면서 49번째 세이브를 추가했습니다. 현재 페이스라면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달성하는 건 시간문제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앞으로 어슬레틱스는 50게임이 남은 상황이기에 이 중 14게임만 등판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신기록 갱신까지 가능합니다.]한국에서는 하성이 세이브를 달성하는 날마다 패널을 데리고와 관련 소식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정하성이 효자로구나, 효자!’
방송국 입장에서 하성은 시청률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그의 소식을 보도할 때면 시청률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무엇보다 시청자의 관심이 매우 높아서 게시판의 반응도 무척이나 뜨거웠다.
[현재 미국에서는 정하성 선수의 ROY 수상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지 않습니까?] [사실 아메리칸리그에는 정하성 선수와 비교할 수 있는 성적을 올리는 루키는 같은 팀의 앤드류 베일리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베일리 선수도 정하성 선수보다 한참 못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죠.]본래 역사에서는 앤드류 베일리가 ROY를 수상하게 된다.
하지만 하성이 존재함으로서 그 역사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럼 사이영상은 어떨까요?]미리 정해진 대본에 맞춰 캐스터가 질문을 던졌다.
패널은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연기가 아니었다.
캐스터의 질문은 정해져 있지만, 패널의 답변은 정해진 게 아니었다.
즉, 스스로 연구하고 답변을 정해와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질문입니다. 참,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 일단 가능성이 제로는 아닙니다.]패널이 신호를 보내자 모니터에 그가 준비한 자료가 떴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둘러보더라도 마무리투수가 사이영상을 받은 경우가 제법 됩니다.] [생각보다 많군요?] [예. 총 9명의 마무리투수가 사이영상을 받았고 가장 최근에는 2003년에 에릭 가녜 선수가 받았습니다.] [가녜 선수라면 미첼리포트를 통해 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된 선수가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는 2003년에 LA다저스 소속으로 55세이브를 달성하는 동안 평균자책점 1.2, WHIP는 0.692를 기록하는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면서 사이영상을 수상했습니다.]미스터 게임오버.
에릭 가녜의 별명이었다.
마리아노 리베라, 트레버 호프만과 더불어 메이저리그를 대표했던 마무리투수다.
하지만 그의 전성기는 짧았다.
04년 45세이브를 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거기에 미첼리포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완전히 몰락한 투수가 되었다.
화면에 제이슨 슈미트의 성적이 떴다.
[당시 제이슨 슈미트는 17승 5패를 거두는 동안 평균자책점은 2.34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거기에 WHIP는 0.953이라는 미친 성적을 올렸죠.] [정말 대단한 성적이네요.]당시 30세였던 제이슨 슈미트는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전문가들은 제이슨과 에릭이라는 두 투수 중 누가 사이영상을 받을지 엄청난 관심을 쏟아냈다.
[박빙이었던 두 투수의 사이영상 수상은 결국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에릭 가녜선수에게 주어졌습니다.] [지금 잭 그레인키 선수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현재까지의 잭 그레인키 투수도 훌륭합니다만, 당시 제이슨 선수의 성적과 비교하면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럼 정하성 선수와 에릭 가녜 선수는요?] [세부 스탯만 놓고 보면 정하성 선수가 더 위에 있습니다. 한 가지 변수라면 에릭 가녜 선수가 당시 연속 세이브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연속 세이브 기록이요?] [예. 당시 에릭 가녜 선수가 센세이널한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건 2002년 7월부터 연속 세이브 기록을 달성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여러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하성이 유리한 부분도 있었다.
반면 잭 그레인키가 이를 뒤집을 가능성도 컸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는 무척이나 보수적인 집단입니다. 1956년부터 수상자를 선정하기 시작하면서 2008년까지 총 93명의 선수가 수상했는데, 이중 마무리투수는 단 9명밖에 안 되죠.] [무척이나 적은 숫자네요.] [그만큼 선발투수에 더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는 소리와 같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클로저로서 사이영상을 받기 위해선 메이저리그의 이런 풍조도 넘어서야 한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소중한 정보 감사합니다. 오늘 정하성 선수의 세이브 하이라이트 장면과 함께 인사드리겠습니다.]* * *
하성도 기사를 접했다.
‘사이영상이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신인왕까지야 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데뷔 첫해부터 사이영상이라고?’
무엇보다 ROY와 사이영상 동시 수상이라니?
역사상 단 한 명밖에 없었던 일이다.
그걸 자신이 한다고 생각하니 상상이 잘되지 않았다.
‘그래도 역사상 한 명밖에 한 적이 없다니…….’
하성은 스마트폰에 뜬 기사를 보다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성공하면 기분 째지겠는데? 거기에 내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겠네.’
역사상 두 번째 ROY-CY 동시 수상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에서도 엄청난 몸값을 받게 될 것이다.
“흐흐, 이런 일이면 한 번쯤 욕심을 내봐야지.”
하성의 눈에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정이 불타올랐다.
* * *
시즌 50번째 세이브 기회는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하성! 오늘 경기에선 네가 등판해야 하나 보다.”
오랜만에 돌아온 홈경기에서 7회까지 4 대 3이란 빡센 스코어가 이어지고 있었다.
“예썰!”
힘찬 대답과 함께 하성이 간이마운드에 올랐다.
옆에는 셋업맨인 베일리가 이미 몸을 풀고 있었다.
“흡!”
뻐어억!
베일리의 공이 미트에 꽂히며 굉장한 소리를 뿜어냈다.
“하성, 오늘 내 공 어떤 거 같아?”
“베리 굿. 오늘도 볼 끝이 살아 있는데?”
“그렇지?”
하성에게 인정을 받아서일까?
베일리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뒤이어 던진 공은 더욱 좋은 소리를 내며 미트에 꽂혔다.
‘하성이 점점 불펜을 휘어잡고 있군.’
불펜코치인 산체스는 그 모습을 보며 하성의 입지가 커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긴, 저 녀석의 성적이라면 나이가 문제가 아니지.’
49세이브.
그것도 모자라서 49연속세이브 기록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 시즌 메이저리그 최다 세이브 기록이 55세이브이니 이대로 시즌이 진행되면 그 기록도 갱신할 것이다.
뻐어어억-!!
“나…… 나이스 볼!!”
하성이 연습 투구를 시작하자 불펜에서는 이전과 다른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을 받은 불펜포수가 움찔할 정도로 강력한 공이었다.
그것을 보며 산체스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괴물이군.’
* * *
[4 대 3의 스코어를 잘 지키고 있는 어슬레틱스, 9회 초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최근 미국 팬들이 정하성 선수에게 재밌는 별명을 붙였더군요.] [어떤 별명이죠?] [The End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디 엔드요? 경기가 끝난다는 의미인가요?] [맞습니다. 과거 가녜 선수가 미스터 게임오버로 불렸으니 그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치는 정하성 선수에게는 디 엔드라는 별명을 붙인 거죠.]디 엔드.
최근 미국 팬들이 하성을 지칭할 때 쓰는 단어였다.
일각에서는 HS라고도 불렀지만, 가장 많이 쓰이는 별명이 디 엔드였다.
[디 엔드 정하성 선수가 과연 게임을 끝낼 수 있을지. 마운드에서 첫 번째 타자를 상대합니다.]하성의 투구를 보기 위해 수많은 관중이 집중했다.
그중에는 크리스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단장님의 예상이 맞을지 알 수 있겠네요.”
캐서린의 말에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체력 안배를 위해 점수 차가 벌어졌을 때 완급 조절을 해왔던 거라면 오늘 경기에서는 전력투구를 할 거야.”
“그렇다면 패스트볼의 비중이 높아질 테고요.”
“그렇지.”
크리스의 예상이 맞을지 이제 곧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때 하성이 와인드업과 함께 1구를 던졌다.
“흡!!”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1구 스트라이크입니다! 타자의 몸쪽을 강하게 찌르는 패스트볼! 구속은…… 97마일입니다!] [초구부터 확실하게 제구를 잡으면서 좋은 공을 던졌습니다.]공을 돌려받은 하성이 로진을 손에 묻히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2구는 변화구로 갈까?’
트레버의 사인에 하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다시 패스트볼?’
‘응.’
‘그럼 바깥쪽으로 가자고.’
바로 고개를 끄덕인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1점 상황에서는 변수를 아예 지우는 게 중요하다.’
크리스의 예상대로 하성은 점수 상황에 맞춰 완급 조절을 하고 있었다.
“흡!!”
쐐애애애액-!
딱!!
“파울!!”
[바깥쪽 낮은 코스를 관통하는 공! 타자가 때렸지만, 타구는 파울라인 밖에 떨어집니다!]완급 조절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체력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풀 시즌을 치르는 건 처음이다. 아직 내 체력은 풀 시즌을 온전히 치를 만한 수준이 아니야.’
미국의 더위는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일정은 살인적이었다.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끔 전용기를 타고 다닌다지만, 그것 자체만으로도 육체에 데미지를 주었다.
거기에 하성의 등판 횟수는 클로저치고는 많았다.
덕분에 체력이 떨어지는 게 스스로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3구 던집니다!]쐐애애액-!
후웅!!
뻐어억!
“스윙! 아웃!”
[삼구삼진!! 정하성 선수, 고속 슬라이더로 타자의 배트를 끌어내며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올립니다! 시즌 50번째 세이브까지 앞으로 단 2개의 아웃 카운트만이 남았습니다!]그래서 올스타전을 기점으로 투구스타일에 조금 변형을 주었다.
점수 차이가 벌어졌을 때는 패스트볼의 비중을 줄이고 타자가 때릴 수 있을 정도의 공을 던졌다.
덕분에 WHIP가 조금 오르긴 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메이저리그급 수비라면 내 서포트를 하기에는 충분하지. 1점을 주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말은 쉽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투수라면 점수를 주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본능적인 거부감인 셈이다.
그걸 견뎌내고 맞는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뭐, 회귀 전에 하도 얻어맞아서 그런 걸 수도 있지.’
회귀 전에 경험했던 것들이 도움이 되니 기분이 좋았다.
헛살았던 게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다.
‘자, 경기를 끝내볼까.’
하성이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