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73)
마운드의 빌런-73화(73/285)
마운드의 빌런 73화
시즌 50번째 세이브 달성과 함께 하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시즌 끝나지도 않았는데 50세이브라고?
-뭐야? 이거 오류야?
-자막 사고 난 거 같은데?
-아님. 어슬레틱스에서 이번 시즌 괴물 등장함.
-헐…… 그럼 50세이브가 진짜라고?
-그것도 루키인데 연속 50세이브 달성 중임 ㅋ
-미쳤네…….
하성의 성적은 역대급 성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명성은 전국구 수준은 아니었다.
루키라는 점이 첫 번째 이유였고 어슬레틱스라는 스몰팀에 있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언론에서 조명하더라도 인기구단에 있는 선수가 아니라서 그런지 관심 있는 팬들만 계속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얘 성적 왜 이래?
-이거 실화야?
-아니, 잠깐. 이거 게임에서나 가능한 기록 아니야?
-게임에서도 치트 써야 할 거 같은데?
-이게 말이 돼?
레딧은 여러 게시판으로 나뉘어 있었다.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는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눌 수 있게끔 말이다.
그런데 50세이브를 달성한 다음 날부터 정하성의 게시판에 질문 글이 쏟아졌다.
그걸 본 기존 정하성 게시판의 유저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우리 디 엔드의 진가가 알려지는군.
-이제 알려지는 게 이상한 거지.
-오클랜드라서 어쩔 수 없음.
-거기에 루키였잖아.
-거기에 한국인이고.
-아니, 그래서 너희들만 알지 말고 얘 뭔데?
고인물들의 반응에 뉴비 중 한 명이 댓글을 달았다.
그런 뉴비의 질문에 고인물들이 연달아 댓글을 달았다.
-디 엔드 정하성.
* * *
하성이 유명세가 가파르게 올라간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뿌려놓은 씨앗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네.’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으로 SNS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 자체만으로도 효과가 있었다.
비고르에서 자신을 모델로 영입하려고 했던 이유도 SNS에서의 유명세를 본 뒤였으니 말이다.
‘50세이브를 거두면서 본격적으로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SNS에는 이미 내 이야기가 퍼져 있기에 그들이 정보를 접하기에는 쉽지.’
아무리 SNS에서 떠들더라도 관심을 두는 대중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마케팅은 실패다.
하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사람을 써서 SNS에 정보를 올리더라도 하성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대중이 없다면 소용없는 일이었다.
관심이 늘어나는 사람은 있겠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이 집중조명 하자 뿌려놓았던 씨앗들이 싹을 틔우면서 본격적으로 하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제부터 내 성적에 따른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겠지.’
바야흐로 자신의 이름을 미국 전역에 떨칠 시간이었다.
* * *
크리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뭐? 그게 정말이야?!”
“네! 전 석이 매진됐어요!!”
어슬레틱스의 홈구장인 오클랜드 콜로세움의 모든 좌석이 매진된 것이다.
“이게 얼마 만이지……?”
“533일 만이에요!”
바로 정확한 숫자를 알려주는 캐서린 덕분에 감동은 더욱 커졌다.
“드디어…… 관중이 돌아왔다!”
크리스는 감격에 겨워 목소리를 높였다.
관중석이 모두 매진이 됐다는 건 구단의 자금 사정이 나아진다는 소리다.
물론 한 경기만으로는 구단의 재정이 모두 나아질 정도가 되진 않는다.
앞으로가 중요했다.
“오늘부터 이벤트로 풀 만한 게 뭐가 있지?”
“가장 기본적인 것들밖에 없습니다.”
“일단 그것들이라도 시작해. 그리고 창고에서 풀 수 있을 만한 물건들을 찾고 기획팀, 홍보팀 모두 소집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한 번 찾아온 관중을 놓칠 수 없다.
그들을 위해 최선의 준비를 해야 했다.
크리스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사이.
구장으로 한 대의 스포츠카가 들어오고 있었다.
부아앙-!!
굉음에 가까운 엔진소리와 함께 들어온 스포츠카는 붉은색 페라리였다.
“저건 누구 차지?”
“모르지. 아~ 그나저나 정하성은 언제 오는 거야?”
“정하성은 무슨 차 모는데?”
“포드의 SUV라고 하던데?”
“어? 저기서 정하성이 내리는데?”
누군가의 말과 함께 팬들의 시선이 페라리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운전석에서 내린 이는 다름 아닌 하성이었다.
“우와! 정하성이다!”
“뭐야? 정하성 차 바꿨어?”
“그건 모르겠고 사인이나 받아야지!”
“나도! 나도!!”
팬들이 하성에게 몰려들었다.
대기하고 있던 구단 직원들은 그런 팬들을 통제하며 하성이 갈 수 있게끔 해주었다.
“하성! 사인 좀 부탁해!”
“우리 애 저지에 사인 좀 해줘!”
그런 하성을 향해 팬들의 간곡한 외침이 이어졌다.
하성은 들어가는 걸음을 멈추고 팬들에게 다가가 사인을 해주었다.
“여기에도 부탁해!”
“하성! 세이브 기대할게!”
“오케이, 오케이. 한 명씩 할게.”
몰려드는 팬들을 진정시키며 사인하는 그를 몇몇 팬들과 파파라치들이 사진으로 담았다.
‘역시 미국이네. 파파라치가 어디든지 따라붙어.’
미국에서 파파라치들은 유명했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물론이거니와 유명 스포츠 스타 역시 그들의 타깃이 되었다.
일상이 없다고 할 정도로 파파라치들은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녀석들이 붙었다는 건 나도 유명인의 반열에 올랐다는 거지.’
이제 루키의 탈을 벗고 있는 셈이다.
최소한 대중에게는 그렇게 비치고 있었다.
* * *
“와우…….”
불펜에 들어선 베일리는 귀를 때리는 엄청난 함성 소리에 감탄사를 뱉었다.
“우리 구장이 관중으로 가득 차다니. 이게 현실인가?”
“현실이지. 정말 오랜만에 관중으로 가득 차는군.”
“산체스는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당연하지. 나도 여기에서 뛰었으니까. 베일리나 하성은 올 시즌부터 콜업이 됐으니 모를 테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자주 있던 일이야.”
2000년대 초반은 어슬레틱스의 황금기였다.
머니볼을 바탕으로 크리스 단장의 신들린 듯한 트레이드와 선수들의 시너지가 발휘되면서 아메리칸리그 강자로 군림하던 시기다.
그 시절에는 관중이 가득 차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구단 이전과 함께 팬들이 발길을 끊었고 수입이 줄어들면서 운영비 역시 삭감되었다.
그로 인해 팀의 성적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관중이 돌아왔으니 팀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겠지. 제2의 황금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졌어.’
이러한 관중의 반응을 끌어낸 건 어슬레틱스 자체의 순위가 높은 것도 하나의 이유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하성이다.
‘루키 시즌에 저런 성적이라니…….’
51경기 1승 50세이브 0블론세이브.
세이브율 100퍼센트라는 엄청난 활약에 세상은 경악하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그의 활약을 지켜본 산체스는 단지 성적으로만 놀라지 않았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녀석은 십 년이 넘게 뛴 베테랑 같을 때가 많아.’
루키와 베테랑의 차이는 명확하다.
루키는 급하고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언제든지 전력을 다하려고 한다.
루키의 패기라고도 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런 경우는 코치 입장에선 달갑지 않았다.
‘전력을 다한다는 건 좋지만, 때에 따라서는 페이스 조절이 필요한 법이지. 그렇지 않으면 너무 일찍 퍼져버려.’
그러한 케이스를 수도 없이 봐왔다.
하지만 하성은 달랐다.
마치 베테랑처럼 페이스 조절을 해가면서 완벽하게 시즌을 치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녀석은 시즌 후반이 되어 가는 시점에도 체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놀라운 일이다.
메이저리그 풀 시즌을 처음 치르는 루키가 체력이 떨어지지 않다니 말이다.
‘이 녀석 덕분에 팬들이 돌아오는 거다.’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게 하는 힘을 가진 선수가 나온다.
사람들은 그런 이들을 일컬어 슈퍼스타라고 불렀다.
하성은 그 힘을 가지고 있었다.
* * *
[오클랜드 콜로세움을 가득 채운 관중들이 들썩이기 시작합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원하는 선수가 이제 나올 때가 됐다는 의미죠.] [스코어 5 대 3에서 9회 초, 경기를 끝내기 위해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옵니다.]하성의 등판과 함께 경기장의 전광판에 그의 사진이 떴다.
그것을 본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디 엔드! 경기를 끝내버려!!”
“정하성! 너 보러 왔다!!”
“오늘 경기도 깔끔하게 끝내자!”
“디 엔드다!!”
팬들의 환호성은 이제껏 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대단하군.”
올해로 어슬레틱스의 지휘봉을 잡은 지 3년 차인 토니도 감탄할 정도였다.
“이 정도의 환호성이 터지는 게 얼마 만이지?”
“제가 코치로 오고 나서는 처음인 거 같습니다.”
최소 1년 안에는 이런 관중이 모인 게 처음이란 소리였다.
‘오늘도 세이브를 올리면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은 보람이 있겠군.’
토니 감독은 하성을 믿었다.
그렇기에 오늘 경기에서도 당연히 세이브를 달성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경기장을 찾은 대부분의 관중들이 같은 생각이었다.
‘이럴 때가 가장 위험하지.’
반면 마운드에 선 하성은 지금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반전은 일어난다. 거기에 나 자신도 느슨해질 수 있고.’
실제 하성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던 2014년 당시.
주위에서 칭찬을 쏟아내면서 하성이 미래의 에이스라고 칭하면서 엄청난 기대를 내비쳤다.
하성은 거기에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서 긴장의 끈이 느슨해졌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집중력을 올려.’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했다.
동시에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 * *
[정하성 선수가 경기를 끝내기 위해 세 명의 타자를 상대합니다.] [정하성 선수에게 2점은 매우 여유로운 점수죠.] [맞습니다.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1구 던집니다.]와인드업과 함께 하성이 공을 뿌렸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 구속 98마일의 패스트볼이 미트에 꽂힙니다!] [타자를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는 공이었습니다.] [정하성 선수, 빠르게 2구 던집니다.]타자가 쉴 틈은 없었다.
타석에 들어오자마자 사인 교환을 끝내고 템포를 끌어올렸다.
딱!!
“파울!!”
[2구 파울입니다!] [배트가 완전히 밀렸습니다. 하반기가 시작됐지만, 정하성 선수는 여전히 힘이 넘칩니다!]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다.
하성은 길게 끌 생각이 없는지 고작 결정구를 정했다.
“흡!!”
[3구 던집니다!!]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타자는 이번에도 존을 통과하는 궤적을 확인하고 배트를 돌렸다.
공과 배트의 궤적이 하나가 되려는 순간.
휘릭!
공이 미세하게 꺾이면서 배트의 헤드 부근을 때렸다.
빠각!
“큭……!”
[배트 부러졌습니다! 타구는 힘없이 3루 라인을 타고 흐릅니다! 3루수 대시하면서 공을 잡아 그대로 1루로!]퍽!
“아웃!!”
[아웃입니다! 첫 타자를 공 3개로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 [아-! 오랜만에 배트 브레이커다운 모습을 보여주네요.] [정하성 선수는 정말 별명이 많네요. 슈퍼루키, 배트브레이커 거기에 디 엔드까지 말이죠.] [그만큼 특색을 갖춘 선수란 의미죠!]첫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자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와아아아-!!”
“정하성 멋지다!!”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거라고!!”
“그렇지! 바로 이걸 원했어!!”
기대를 충족하는 피칭에 팬들은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났다.
하성은 집중력을 유지한 채,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남은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잡기 위해 정하성 선수가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 *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정하성이 만원 관중 앞에서 51번째 세이브를 달성했다. 이날, 정하성은 시즌 두 번째 무결점 이닝을 펼쳐내는 괴력을 토해냈다.]시즌 두 번째 무결점 이닝.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진귀한 모습을 눈에 담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오클랜드 콜로세움은 또 한 번 매진되면서 팬들의 기대는 나날이 높아져 갔다.
‘이 정도의 관중동원력이라니……. 이 녀석은 이제 루키가 아니야.’
그 모습을 보며 크리스는 경악했다.
하루도 아니고 이틀이나 매진되다니.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한 명의 선수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게 놀라웠다.
‘하성은 이제 팀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