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75)
마운드의 빌런-75화(75/285)
마운드의 빌런 75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정하성의 신기록에 제동이 걸리다.]설마 제동이 걸릴 줄이야.
그리고 그 이유가 선수 본인이 아닌 팀에 의해서 걸릴 줄은 말이다.
[어슬레틱스는 최근 6경기에서 3승 3패를 기록했다. 3승은 모두 타선이 폭발해 5점 차 이상의 대승을 거두었기에 정하성 선수가 출전할 기회가 없었다.]이런 기사에 대중은 당황했다.
-정하성 왜 출전 안 함?
-세이브 기회가 없잖아.
-그냥 출전하면 되는 거 아님?
-아 뭐래!
-아니, 그냥 9회에 던지면 세이브 올리는 거 아니야?
-이기는 상황에서 게임 끝내면 세이브 주는 거 아니었음?
-세이브는 3점 차 이내에 팀이 승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를 마무리해야 올라가는 거다.
-아니, 세이브도 모르는 거 실화임?
-최근에 하성이 주목받으면서 새로 유입된 뉴비들인가 보지.
하성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새로 야구를 보기 시작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세이브 포인트가 어떻게 올라가는지 몰랐고 그로 인해 실시간 검색어에 세이브가 올라가기도 했다.
[1위 정하성 신기록] [2위 정하성] [3위 세이브] [4위 메이저리그 신기록]기록과 관련된 검색어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홍보가 됐지만, 야구팬들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니, 그래서 메이저리그 신기록 언제 달성하냐!!
하성이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 * *
미국에서도 하성의 신기록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대중의 관심이 높으니 당연히 언론들 역시 그를 취재하는 데 열을 올렸다.
“언제 오나…….”
“요즘 페라리 타고 다니지?”
“맞아. 얼마 전부터 타고 다니더라.”
오클랜드 콜로세움에는 수많은 팬과 기자들이 뒤엉켜 하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최근 하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의미였다.
“그나저나 다들 어떻게 생각해?”
“뭐? 신기록?”
“어. 최근에 제동 걸린 게 사실이잖아. 흐름이 끊기면서 달성에 실패할 거란 이야기도 많이 나오던데.”
“하지만 아직 여유가 있잖아?”
“문제는 어슬레틱스의 잔여 경기가 14경기만 남았다는 거지.”
“이대로 세이브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끝이지.”
“이왕이면 기록 달성을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기자들도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기록이 한 번 나오면 기자들 입장에서는 일이 편해진다.
관련 기사를 쓰면 엄청난 독자가 확보될 테니 말이다.
부아앙-!
그때 굉음과 함께 한 대의 페라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하성이다!”
“하성이 왔다!!”
기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카메라를 들고 하성을 찍을 준비를 했다.
차를 주차한 하성이 주차장을 걸어 나오자 기자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정하성 선수! 신기록 도전에 제동이 걸렸는데, 현재 심정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번 시즌 신기록 도전에 성공하실 거라 보십니까?”
기자들은 하성의 코멘트를 따는 게 주목적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질문은 대부분 비슷했다.
하성은 걸음을 멈추고 기자들을 위해 시간을 내주었다.
“신기록 달성이야, 기회가 찾아오면 가능하겠죠. 현재의 심정은 뭐, 아무렇지 않습니다. 쉴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중입니다.”
“조급하진 않으십니까?”
“조급함 따윈 없습니다. 아직 14경기나 남아 있으니까요.”
“14경기‘밖에’ 아니지 않습니까?”
“그거야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 않겠습니까? 저는 14경기면 4세이브 정도는 충분히 올릴 수 있다고 봅니다.”
“오오~”
하성의 멘트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기자들은 이런 멘트를 좋아했다.
그 뒤로 몇 가지 질문이 더 이어졌다.
* * *
하성의 발언은 곧 기사화되어 대중에게 공개됐다.
-정하성 자신감 대단하네.
-얘는 루키답지 않다니까 ㅋㅋ
-이런 배짱이 있으니까 재밌지.
-아무렇지 않은 건 거짓말 아닐까?
-멘트겠지 ㅋㅋ
-이러니 기자들이 싫어할 리가 있나.
팬들은 대부분 하성의 인터뷰를 좋아했다.
자신감 넘치는 선수를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
성적까지 뒷받침된다면 더더욱 말이다.
물론 성적이 떨어진다면 여론은 등을 돌릴 것이다. 성적 없이 말만 많은 선수를 좋아할 사람은 없었다.
“후우…….”
하성은 불펜에서 몸을 풀면서 경기상황을 살폈다.
‘오늘 경기는 아슬아슬하겠네.’
경기 양상은 박빙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6회가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양 팀의 스코어는 1 대 1이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의 대결이 이어졌다.
‘6회까지만 잘 막으면 불펜이 더 강한 우리에게 더 유리할 텐데. 문제는 추가점을 낼 수 있느냐가 되겠어.’
경기는 하성의 생각대로 이어졌다.
7회 초부터 어슬레틱스는 불펜을 가동하면서 추가점을 내주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하성이 보기에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불펜이야 원래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하니 문제가 아니지만, 이기려면 점수를 내야지.’
점수를 내는 건 타자들이 해야 할 일이었다.
문제는 어슬레틱스의 타선은 오늘도 점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변화를 줘야 할 텐데.’
하성이 하는 생각은 토니 감독 역시 하고 있었다.
‘8회에 승부를 건다.’
토니 감독은 선수 명단을 확인하면서 승부를 걸 순간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8회로 잡았다.
타순이 9번부터 돌아가지만, 주자가 나간다면 2번인 아놀드까지 이어진다.
‘아놀드 녀석의 최근 페이스라면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
하반기부터 팀에 합류한 아놀드는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득점권에 주자가 있을 때의 타율이 4할이 넘을 정도로 클러치히터로서의 능력이 좋았다.
그렇기에 토니 감독은 그에게 기회가 오기를 바랐다.
‘9번에서 대타를 쓴다.’
기존의 9번 타자인 맥은 올 시즌 2할 초중반대의 타율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끔 터지는 뜬금포가 있었기에 여전히 엔트리에 있는 것도 있었지만, 그를 대체할 만한 자원이 현재의 어슬레틱스에는 없었다.
그러나 확장 로스터가 적용되면서 대타로 쓸 만한 자원이 많아졌다.
‘트리플A에서 가장 타율이 좋았던 녀석은…….’
토니는 트리플A에서 올라온 선수들의 타율을 확인했다.
그리고 한 선수에게 눈이 갔다.
‘잭이로군.’
하성의 파트너였던 잭.
그 역시 확장 로스터와 함께 콜업이 됐다.
* * *
8회 말.
여전히 스코어 1 대 1의 상황에서 어슬레틱스가 승부수를 띄웠다.
[토니 감독이 대타 카드를 꺼냅니다. 선두타순인 9번에 확장 로스터로 콜업이 된 잭 선수를 대타로 세우네요.] [이 선수 기억납니다. 아마 시범경기에서 마지막 게임에 홈런을 때려냈던 선수일 겁니다.] [그럼 한 방을 기대하는 걸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1점이라도 리드한다면 9회에 정하성 선수가 올라와서 세이브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어슬레틱스가 여기에서 점수를 내주면 좋겠네요.]경기장을 찾은 팬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점수 내서 하성에게 세이브 기회를 넘겨라!!”
“여기에서 꼭 점수를 내야 해!!”
“어떻게든 출루해라!”
오클랜드 콜로세움을 찾는 팬들이 원하는 건 하성의 세이브였다.
그렇기에 엄청난 압박을 타자에게 주고 있었다.
‘나도 보고 싶다고!’
잭 역시 그런 관중들과 같은 마음이었다.
‘내가 메이저리그에 콜업에 됐을 때 녀석은 당연히 올 거라 생각했는지 ‘이제 왔냐’라고 했었지.’
9월이 되면서 콜업이 됐을 때 잭을 본 하성이 했던 첫 마디였다.
하성답다면 하성다운 한마디였지만, 잭에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나조차도 내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퍽!
“볼!!”
잭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녀석은 내가 올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날 믿어주는 친구 녀석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잭은 이를 악물며 배트를 쥐었다.
그리고 날아오는 공을 향해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딱!!
[2구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타구는 1루수의 머리 위를 지나 그대로 라인 안쪽에 떨어졌다.
[페어입니다! 페어!! 잭 선수 1루를 돌아 2루까지! 우익수 이제 공을 잡아 2루로 던집니다!]“세이프!!”
[잭 선수가 먼저 베이스를 밟으면서 노아웃에 주자가 득점권에 나갑니다!!] [아주 좋은 타격이었어요!] [그리고 이제 타순은 상위타순으로 이어집니다!]기회를 잡은 어슬레틱스였다.
* * *
하성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뻐억-!
뻐억!!
그가 공을 던질 때마다 불펜에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산체스는 고개를 저었다.
‘최근 경기에 나가지 않아서 그런지 공에 힘이 더욱 강해졌어.’
연습 투구에서도 하성이 가진 힘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과연 오늘은 하성에게 기회가 올까?’
산체스의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딱!!
경쾌한 소리가 그라운드를 울렸다.
산체스를 비롯한 불펜의 투수들이 일제히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와아아아아!!”
“때렸다!!”
하성은 굳이 그라운드를 보지 않았다.
관중들의 외침만으로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들어왔다!!”
“드디어 하성에게 기회가 왔어!!”
리드하는 점수를 얻었음을 말이다.
* * *
[9회 초 어슬레틱스의 클로저!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인 정하성 선수가 게임을 끝내기 위해 마운드에 오릅니다!] [단 1점이지만, 이보다 여유로울 수 없습니다! 마치 이미 게임을 이겼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올 시즌 59게임에 나와 1승 58세이브를 올리는 동안 블론세이브는 단 1개도 없었던 정하성 선수! 한마디로 언터처블! 건드릴 수 없는 선수입니다!]캐스터와 해설위원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성에 대한 칭찬을 하는 사이.
하성은 연습 투구를 끝내고 로진을 손에 묻히고 있었다.
그런 하성에게 토니 감독이 다가와 가볍게 어깨를 두드렸다.
“집에 갈 준비하고 있으마.”
이 한마디로 하성에 대한 감독의 믿음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예.”
고개를 끄덕인 하성이 내야수에게서 공을 돌려받은 뒤,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
[정하성 선수! 실로 오랜만의 등판입니다!] [오랜만이니만큼, 초구가 가장 중요합니다!]오랜만의 등판.
약간의 불안함은 있었다.
물론 하성 본인에게는 아니었다.
‘너는 당연히 이걸 원하겠지?’
마스크를 쓴 트레버의 사인에 하성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초구 던집니다!]와인드업과 함께 부드러운 투구 폼이 이어졌다.
스트라이드에 이어 몸이 회전하고 팔의 스로우 동작에 이어 마지막으로 공을 있는 힘껏 던졌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르고 날아갔다.
순식간에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간 공이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구속은…… 100마일이 나왔습니다!] [아-! 정하성 선수! 아주 좋은 공을 초구부터 던져줍니다! 정말 멋진 공이었어요!] [최근 푹 쉬어서 그런지 초구부터 정말 매서운 공을 던지네요.]59번째 세이브를 잡기 위한 하성의 투구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