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78)
마운드의 빌런-78화(78/285)
마운드의 빌런 78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활약하는 정하성 선수가 메이저리그 세이브 최다 기록인 62개와 타이기록을 세웠습니다.] [긴급 속보입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인 정하성 선수가 메이저리그 세이브 최다 기록인 62개와 타이기록을……!] [한 시즌 최다세이브 기록인 62개와 타이기록을 세운 정하성 선수가 과연 새로운 기록을 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정하성 선수의 소속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잔여 경기는 앞으로 6경기만이 남아 있습니다.]최다세이브 타이기록 달성.
하성의 이 소식은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정하성 드디어 62세이브 달성!!
-와…… 결국 타이기록 세우네.
-오늘 기록 세움?
-ㅇㅇ 라이브 안 봄?
-아놔! 못 봤는데!
-어디 영상 안 올라왔나?
-루키 시즌에 메이저리그 타이기록 실화냐?
-정하성이 누군데?
-아직도 디 엔드를 모르는 애가 있네.
-어슬레틱스에 데뷔한 크레이지 루키 한 명 있음.
하성에 대한 관심은 레딧의 게시판을 단숨에 상위권으로 올리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만큼 미국인들에게도 하성의 타이기록 달성은 큰 뉴스가 되었다는 소리다.
이런 하성의 기록을 바라보는 다른 이들도 있었다.
“메이저리그에 슈퍼스타가 나타났군.”
“정말 대단한 기록입니다.”
“그렇게 대단한가? 난 베이스볼은 보지 않아서 말이지.”
중후한 멋을 자랑하는 중년 남성의 말에 옆에 있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저리그의 긴 역사에서 60세이브를 기록한 건 단 한 명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기록을 올해 데뷔한 루키가 깬 것이죠.”
“으흠.”
“무엇보다 아직 경기가 남아 있어 정하성은 기록 경신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대단한 일이군.”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사내가 테이블 위에 놓인 하성의 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선수라면 우리의 간판으로 내세워 보는 건 어떻겠나?”
“키와 몸매도 나쁘지 않고 페이스도 좋은 편입니다. 동양인이지만, 얼굴도 작은 편이라 매치를 하기에도 좋을 거 같습니다.”
“확실히 그렇군. 에이전시를 통해 접촉해 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명품 브랜드를 시작으로 온갖 회사들에서 그를 모델로 삼기 위해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번 기록으로 하성은 전국구급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런 하성에게 돌아오는 건 달콤한 광고 계약들이었다.
* * *
“하성 씨, 축하드려요.”
이사벨이 직접 찾아왔다.
축하를 건네는 그녀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연예인만큼 아름다운 그녀가 미소를 지으니 주변의 남자들이 눈을 떼지 못했다.
단 한 사람.
맞은 편에 앉은 하성만이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클랜드까지는 어쩐 일이세요?”
사전 약속이 없었기에 하성은 그녀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몰랐다.
휴식일이었기에 오늘 하루를 푹 쉬고 내일부터 있을 시즌 마지막 6경기를 준비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사람을 만나야 하니 조금은 짜증 났다.
그리고 그런 하성의 마음을 이사벨도 눈치챈 듯 급히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느닷없이 찾아왔죠? 그만큼 기쁜 일들이 많아서 전화보다는 직접 찾아뵙고 싶었어요.”
“다음부터는 먼저 연락을 잡고 와주세요.”
“네, 주의할게요.”
죄송한 표정을 짓는 그녀는 속으로 황당했다.
‘이 남자 뭐야?’
이사벨의 미모는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슈퍼스타급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을 꼬셔보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선수는 대놓고 자신에게 자자고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런 건 전혀 없고 오직 비즈니스로 대하고 있었다.
특이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좋은 소식은 뭔가요?”
“아, 다른 게 아니라 정하성 선수를 원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시즌이 끝나고 행사를 비롯해 각종 모델을 제안하는 곳들이 대폭 증가했어요.”
“그중에서 눈에 띌 만한 곳들이 있나요?”
“일단 시계업체인 로렉스와 IWC에서 연락이 왔고요. 의류 브랜드는 프라다와 톰포드 등에서 왔어요. 그리고 구찌에서 이번 패션쇼에 참가해달라는 요청도 왔습니다.”
하나같이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세계적인 업체들이었다.
“의외로 의류 브랜드에서 연락이 많이 왔네요.”
“정하성 선수의 이미지가 좋아서 그런 거 같아요.”
“제 이미지가요?”
“네. 일단 키도 크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셔서 몸매도 좋으시고요. 무엇보다 얼굴도 작으셔서 패션 브랜드들이 좋아할 비율이에요.”
“흠.”
칭찬을 들으니 썩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다고 말하는 게 옳은 표현이다.
이사벨 같은 미인에게 들으니 더더욱 말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시즌이 끝난 뒤 제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지 아시죠?”
“물론이에요. 시즌이 끝나고 바로 다음 날, 한국으로 들어가실 예정이시고 그 뒤 한 달 동안은 한국에서 지내시다가 하와이로 이동하실 거잖아요.”
“네. 그 사이에 한국에서도 광고를 찍을 예정인지라 아마 시간을 내기 어려울 거예요.”
“음, 일정 조정이 많이 필요하겠네요. 광고도 너무 많은 것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물품이나 모델료를 받고 상품을 착용하는 쪽으로 가고요.”
“네. 스폰서 형태로 가는 게 가장 좋습니다.”
모델로 서는 게 가장 많은 돈을 번다.
하지만 시간은 제한적이다.
일 년의 대부분을 야구와 훈련으로 보내야 하는 프로 선수에게 시간은 더욱 중요했다.
“당장 눈앞의 돈도 중요하지만, 제 본업인 베이스볼에 지장이 없었으면 합니다.”
“물론이죠. 당장 이것들의 수입이 좋다고는 해도 길게 보면 정하성 선수에게 베이스볼이 가장 큰 명성을 가져다줄 거고요.”
“부 역시 마찬가지겠죠.”
부와 명예.
둘 모두 결국 야구에서 얻을 수 있을 거다.
광고는 단지 부가적인 수입에 불과하다. 그리고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도 된다.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건 제 이미지와 잘 맞아야 합니다. 거기에 제 시간을 투자하는 게 적어야 하고요.”
“알겠어요. 그럼 그런 방향으로 회사를 선별하도록 할게요.”
자신이 원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명백하게 좋은 소식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자신이 대기록을 달성하는 순간, 더욱 커질 것이다.
“이제 하나 남으셨네요.”
“예.”
창밖을 바라보며 하성은 마지막 하나의 세이브를 머리에 떠올렸다.
남은 6경기.
거기에서 꼭 신기록을 달성하고 싶었다.
* * *
어슬레틱스는 남은 6경기를 모두 홈에서 치르게 됐다.
3연전을 두 번 치르는데, 첫 상대는 텍사스 레인저스였고 시즌 마지막 상대는 시애틀 매리너스였다.
이 경기들은 모두 매진이 될 정도로 오클랜드 시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어슬레틱스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완전히 살아났다.’
입장하는 관중들을 보면서 크리스는 함박웃음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아냈다.
명색이 단장인데 너무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좋지 않았다.
‘당장에라도 소리 지르면서 기뻐하고 싶지만, 일단은 참아야겠지.’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해준 하성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제 6경기에서 하성이 신기록만 세워준다면…… 모든 게 완벽할 텐데.’
62개의 세이브를 갱신하는 순간.
그야말로 오클랜드는 축제 분위기가 될 것이다.
거기에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지니 앞으로의 수익은 더더욱 커질 테고 말이다.
‘시즌을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막막하기만 했었다.
구단주가 운영비를 깎고 거기에 트레이드도 신통치 않았다.
과감하게 영입한 맷 홀리데이와 지암비는 돈값도 하지 못한 채 팀을 떠났다.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복덩이가 되면서 팀을 1위로 이끌었다.
‘아직 할 수 있다.’
사실 크리스는 최근 매너리즘에 빠진 상황이었다.
자신의 방식이 점점 통하지 않는다는 절망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반등에 성공하면서 그런 절망감은 사라졌다.
‘내년 시즌에도 하성을 잘 활용하면 우리 구단은 완벽하게 일어날 수 있을 거야.’
그의 머릿속에는 어느덧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 * *
레인져스와의 1차전은 어슬레틱스의 패배로 끝났다.
덕분에 하성의 등판 기회는 없었다.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와 관련된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어슬레틱스의 패배! 정하성은 최다세이브 기록을 갱신할 수 있을 것인가?!] [남은 경기는 단 5경기! 이대로 기록 갱신은 실패?]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타이기록을 세운 것만 해도 대단하다! 정하성의 성공적인 데뷔 시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정하성은 출격 대기 중!] [기회만 찾아오면 기록 경신은 어렵지 않다!]희망적인 기사도 쏟아졌다.
하성의 인지도가 과거와 달리 매우 높아졌다는 걸 알 수 있는 방증이었다.
특히 그와 반목했던 언론사들 역시 스탠스를 바꾸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한국에서 하성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웠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하성에 대해 불필요한 이야기를 작성한다면 대중의 몰매를 각오해야 할 판이었다.
전 국민의 관심이 몰린 상황에서 레인져스와의 2차전이 열렸다.
새벽부터 시작된 경기였지만, 시청률은 30퍼센트를 넘어서고 있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시청률이 수직 상승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상황은 어때?”
“박빙이라서 정하성이 등판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요.”
“등판만 딱! 해주면 우리 방송국 최고시청률은 그냥 갱신할 텐데……!”
“최다세이브도 갱신하고 최고시청률도 갱신하다니. 정하성 정말 대단하네요.”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따온 게 신의 한 수였어.”
지역 케이블에 불과했던 자신들의 시청률이 30퍼센트가 넘다니.
이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하성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모든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8회 초에 어슬레틱스가 추가점을 냈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1루수 옆을 통과해 라인 타고 흐릅니다!!]타구를 때린 건 아놀드였다.
빠르게 1루를 돈 그는 순식간에 2루로 질주했다.
[우익수 이제야 공을 잡습니다! 그리고 아놀드 선수는 2루를 통과!! 3루로 내달립니다!!]아놀드의 선택은 3루였다.
2루에서 멈춰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3루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속도를 더하는 그와 함께 레인져스의 데이비드가 3루를 향해 송구를 뿌렸다.
[송구 3루로 향합니다!! 원바운드 되는 순간! 아놀드 선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공이 먼저냐 아놀드의 손이 먼저냐.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3루심의 손이 좌우로 펼쳐졌다.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아놀드의 손이 먼저 들어왔다는 판정입니다!!] [좋은 판단이었습니다! 데이비드의 송구가 강하긴 하지만 타구의 방향이 워낙 좋았습니다!] [원아웃에 아놀드가 3루에 출루하면서 득점 기회를 얻게 되는 어슬레틱스!!]어슬레틱스가 기회를 잡았다.
현재 스코어는 3 대 3으로 동점인 상황.
여기에서 추가점만 나와준다면 하성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최다세이브 경신을 위해서는 여기서 추가점이 필요합니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잭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하위타순에서 시작하던 잭 선수가 어느덧 상위타선까지 올라왔네요.] [타격감이 좋다는 방증이죠! 여기에서 좋은 배팅으로 점수를 내주었으면 합니다!]타석에 들어선 잭이 배트를 쥐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성은 묘한 감정에 휘말렸다.
‘아놀드나 잭, 모두 더블A에서 인연을 맺었던 놈들이네.’
만약 자신과 만나지 않았다면 녀석들이 이 자리에 있었을까?
언젠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왔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는 아니었을 수도 있다.
딱!!
잭이 3구를 때렸다.
높게 떠오른 타구를 바라보며 중견수가 뒤로 물러났다.
[중견수 물러나고 아놀드 선수는 태그업 준비에 들어갑니다! 펜스 앞에서 타구 잡히고 아놀드가 홈으로 뛰어듭니다!]아놀드는 여유롭게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아놀드 선수 홈인! 잭 선수의 희생플라이로 어슬레틱스가 앞서 나갑니다!!]하성에게 신기록 달성의 기회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