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8)
마운드의 빌런-8화(8/285)
마운드의 빌런 8화
한바탕 난리가 났다.
[탈고교급 투수의 등장!] [고교야구 역사상 열 번째 퍼펙트게임이 완성되다!] [전국대회 최초의 기록을 달성한 정하성 선수!] [최고 구속 160㎞를 던지는 파이어볼러의 등장!]고교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은 간혹 등장해 왔다.
하지만 전국대회에서는 최초의 기록이었다.
이러한 선수의 등장에 야구팬들은 열광했다.
-퍼펙트게임 실화냐?
-최고 구속 160? 구라 아님?
└공인이라고 하던데?
└미쳤네.
-이런 애가 왜 1차 지명에서 패스됨?
└부상이었다고 하던데?
└ㅁㅊㅋㅋ 부상이라도 이런 애를 패스한다고?
└스카우터들 다 사직서 내라.
정하성의 등장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도배했다.
야구 관련 커뮤니티는 물론 일반 커뮤니티에도 하성에 대한 뉴스가 올라왔다.
그리고 이때.
하나의 기사가 업로드됐다.
[퍼펙트게임의 주인공 정하성, 태일고 야구부에 퇴부서 제출!]기사를 본 야구팬들의 반응은 동일했다.
-뭔솔임?
-퇴부라니?
-왜 나감?
-3학년이라며?
모든 이가 의아한 반응을 내비쳤다.
* * *
태일고가 발칵 뒤집혔다.
그렇게 만든 이는 교장실에서 방의 주인과 마주하고 있었다.
“허허, 하성 군. 이렇게 보는 건 오랜만이지?”
“그렇군요.”
태일고 교장 박승만이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이번에 내가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됐어. 자네가 퇴부서를 낼 거라는 헛소문을 말이야.”
“아~ 그 소문이요. 저도 들었습니다. 확실히 헛소문이죠.”
“그렇지?! 헛소문이지?”
“네. 낼 예정이 아니라 이미 냈거든요.”
“엉?”
“감독님이 말씀해 주시죠.”
교장의 시선이 하성의 맞은편에 앉은 이기성 감독에게 향했다.
그는 진땀을 흘리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맞습니다. 퇴, 퇴부서는 제출된 상황인데…….”
“그게 무슨 소리야?! 퇴부서를 제출하다니!”
사람 좋은 얼굴은 사라졌다.
교장은 악귀가 되어 하성을 노려봤다.
“말씀 그대로입니다. 제대로 된 기회도 받지 못하는 야구부에 계속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요.”
“기…… 기회? 이게 무슨 소린가?!”
“예? 아니, 저번에 말씀하셨…….”
“무슨 소리야?! 우리는 면접 때를 제외하고 만난 적이 없잖은가!”
자신에게 선을 긋는 그를 보며 이기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맞나 틀리나?! 제대로 말해봐!”
“……맞습니다.”
“거참! 오해할 말은 삼가게! 그나저나 이 감독, 이렇게 훌륭한 선수가 제대로 기회를 받지 못했다니? 이게 무슨 소린가?”
“……죄송합니다. 그동안 부상이었기에 조심한다는 것이 선수가 그리 생각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허허! 그럼 쓰나? 자네가 꼭 책임을 져야겠어.”
“……예.”
이기성이 하성을 바라봤다.
그가 사과를 하려는 순간, 하성이 먼저 뒤틀린 미소와 함께 말했다.
“도대체 이 코미디는 언제까지 봐야 하는 겁니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한마디.
자신들의 귀를 의심하는 두 사람을 향해 하성이 다시 말했다.
“야구부는 퇴부 처리 해주십시오. 하지 않더라도 모든 드래프트에서 빠질 생각이니 마음대로 하시고요.”
이런 인간들과 더 이야기할 것은 없었다.
시간 낭비가 싫었던 하성이 교장실을 나서는 순간.
“야! 이 새끼야!!”
교장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하지만 하성은 이미 걸음을 옮긴 뒤였다.
* * *
[혼란의 2차 드래프트! 과연 정하성은 드래프트에 참가할 것인가?] [초유의 사태! 드래프트를 신청하지 않은 고교 최대어?] [정하성의 생각은 무엇인가?]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모든 언론의 초점이 하성에게 집중됐다.
언론만이 아니었다.
-정하성 서울 연고 아님?
└맞음.
└ㅅㅂ 그럼 얘 퇴부하면 어케 되는 거임?
└서울팀들 나가리 되는 거지.
-얘는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야?
└듣기로는 학교에서 빡치게 했다던데?
└학교에서 빡치게 할 게 있나?
└얘 부상 아니었다는 카더라가 있다.
└사실임?
└얘 2학년 때 자기 감독들 밀어버렸잖아 ㅋ
└뭔솔임?
하성이 화제가 되자 태일고 역시 구설에 휘말렸다.
전국대회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이 다시 회자됐다.
거기에 감독들이 저지른 범죄가 다시 입방아에 오르면서 태일고 교장의 골머리를 앓게 만들었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거야?!”
“그…… 그게…….”
“왜 정하성 때문에 우리 학교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건데?!”
그리고 화살은 이기성에게 돌아갔다.
교장에게 온갖 압박을 받고 있는 사이.
하성은 집에서 부모님과 면담을 가졌다.
“하성아, 학교에서 연락 왔다. 퇴부서를 제출했다고?”
“네. 아버지를 그렇게 치욕스럽게 만든 학교에 어떤 이득도 주고 싶지 않아요. 그게 물질적이거든 아니면 명예적이거든 말이에요.”
아버지의 표정이 복잡미묘해졌다.
자신을 생각해서 야구부를 나온다니.
아들의 속 깊음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나 때문이라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
“단지 아버지 때문만은 아니에요.”
“응?”
“미국에 가서 계약을 맺을 때 아마야구기금이나 모교에 내야 할 돈도 아까워요.”
“그건 계약이 돼야 내는 거 아니냐?”
“네.”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 계약을 맺을 때 내야 할 기부금이 있었다.
이는 아마추어협회의 회칙에 명시되어 있어 일종의 세금처럼 납부해야 했다.
비율은 2퍼센트 수준이었다.
이렇게 낸 기금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발전을 돕기 위해 쓰인다.
하지만 하성은 알고 있었다.
‘백 퍼센트 그렇게 쓰이지 않지.’
기금이 사용되는 데 있어서 얼마나 많은 비리가 있는지 말이다.
20년 뒤에 그 비리가 폭로되면서 한바탕 거대한 스캔이 아마추어 야구계를 휩쓸었다.
그것을 알기에 하성은 그곳에 돈을 줄 생각이 없었다.
모교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야구부에서 나오면 어떻게 하려고? 미국에 가고 싶다 했는데, 어떻게 계약을 하려고?”
현재 하성의 신분은 아마추어야구협회에 소속된 선수였다.
이런 신분의 선수가 해외구단과 계약하기 위해서는 협회 소속으로 정당한 계약을 맺어야 한다.
메이저리그와 아마추어야구협회 간의 업무 협약에 따라 계약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소리다.
“네가 야구부를 나온다면 그 순간 협회에서도 탈퇴가 돼. 즉, 인터내셔널 FA로는 계약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하성이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을 때는 인터내셔널 FA 신분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협회에서 탈퇴하면 이는 불가능해지면서 해외구단과 계약이 어려워진다.
“만약 계약을 맺더라도 상대구단은 KBO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어. 그리고 너 역시 국제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KBO의 제재를 무서워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하성은 다르다.
소송이란 건 아무리 작더라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아버지는 그 스트레스가 어떤지 잘 알고 계셨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소송이란 걸 경험했었으니 말이다.
“소송에 휘말리면 거기에 신경이 팔려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네 실력이야 당장 미국에서 통할 수 있다지만, 다른 요인으로 부정적이 될 수도 있다.”
아버지의 말은 분명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하성도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빅리그의 제안을 받고 계약을 맺는 게 아니라 자유계약 신분으로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생각이에요.”
“트라이아웃?”
트라이아웃이 뭔지는 잘 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시즌이 끝난 뒤, 선수를 모으기 위해 여는 일종의 시험대였다.
여기에서 빅리그 눈에 띈다면 마이너리그 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다.
문제는 트라이아웃에 합격하는 게 바늘구멍이란 점이었다.
“트라이아웃에 합격하는 건 한 두 명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과연 거기에서…….”
말을 하다 아버지는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본 하성이 미소를 지었다.
“트라이아웃의 커트라인이 바늘구멍인 건 저와 관련 없는 이야기예요. 저는 그들이 군침을 노릴 만한 선수죠. 계약하고 싶은 구단은 넘쳐날 테고요.”
자만이 아니다.
실제 몇몇 메이저리그 구단이 벌써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에게도 연락이 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선수가 트라이아웃에 참가한다.
구단 측에서 모를 리 없었다.
“거기다 제가 퇴부하고 미국으로 건너가면 자유 신분이 됩니다. KBO에서는 아직 거기에 따른 규정이 없으니까요.”
“규정이 없다고?”
“전례가 없으니까요. 제가 시도하면 앞으로 생길 순 있겠지만, 소급적용까진 시키지 못할 거예요.”
아마추어 선수가 야구부를 그만두고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시도한다.
그것도 직접계약이 아닌 트라이아웃을 통한 간접계약이다.
이런 케이스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당연하게도 규정이 있을 리 없다.
“그럼 결승전에 나가 전력투구를 한 이유도…….”
“제 가치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1년을 쉬었다.
국내구단 관계자들도 하성에게 의문을 품고 있을 때다.
1라운드에 뽑히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면 정말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전에서 보여주었기에 이제는 아니었다.
“제 몸이 멀쩡하다는 것, 그리고 제 능력을 본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있으니 그들과 계약하기 수월할 거예요.”
아버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들은 모든 것을 생각하고 행동에 옮겼다.
무엇보다 어른의 사정까지 꿰뚫고 일을 진행한 것이다.
‘그것도 단기간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준비하고 있었어.’
이게 과연 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일까?
뭔가 아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 * *
결국 부모님은 두 손을 들었다.
하성이 준비한 카드들이 너무 완벽했기 때문이다.
부모님까지 완벽히 하성의 편이 되자 학교도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소식은 곧 뉴스로 세상에 알려졌다.
[고교야구 전국대회 첫 퍼펙트게임의 주인공 정하성! 태일고 야구부에서 탈퇴!] [파이어볼러가 자유 신분이 되었다! 과연 앞으로의 행보는?]처음에는 그의 탈퇴가 화제가 됐다.
하지만 곧 그의 신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해외구단과 자유롭게 계약이 가능한 정하성!] [아마추어야구협회에서 탈퇴한 정하성을 노리는 메이저리그 구단들!] [한국은 빅리그 구단의 유망주 양성소인가?] [허점이 있는 규정을 이용한 정하성! 정말 그가 선택한 것인가?]기사를 통해 현재 하성의 상황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이 공개됐다.
그 정보를 확인한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유계약 신분? 뭔솔임?
└아마추어야구협회 소속이면 해외구단과 정식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지금은 트라이아웃 참가하면 됨.
└트라이아웃? 그거 테스트잖아?
└ㅇㅇ. 그거하면 아무 구단과 계약해도 상관없음. 발전기금도 안 낸다던데?
└발전기금은 뭐야?
발전기금도 하나의 이슈가 됐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사람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그 돈 내기 싫어서 저렇게 하는 거임?
-돈에 미쳤네.
-어린애가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뒤에 누구 있는 거 아님?
부정적인 반응이 첫 번째였다.
하지만 모두가 부정적인 건 아니었다.
-협회쉑들 계약금에서 돈 뜯어내고 있었네.
-기금이 어디에 쓰일지 알고?
-협회 놈들 또 어린애들한테 돈 뜯어내서 자기네들 배 불리지.
협회에 화살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인터넷에선 매일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고 기사는 연일 쏟아져 나왔다.
KBO와 아마추어협회도 매일같이 회의를 거치면서 새로운 규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하나의 기사가 올라왔다.
[파이어볼러 정하성, 극비리에 미국 출국!]하성이 미국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