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80)
마운드의 빌런-80화(80/285)
마운드의 빌런 80화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가 마무리됐습니다. 대한민국의 정하성 선수는 마지막 경기에서 또 하나의 세이브를 추가하면서 시즌 65세이브를 달성! 전날에 64개로 늘렸던 한 시즌 최다세이브 기록을 65개까지 늘리면서 시즌을 마감했습니다.]페넌트레이스가 마무리됐다.
하성은 65개의 세이브로 한 시즌 최다 기록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해내며 루키 시즌을 마감했다.
[정하성 선수의 최종 시즌 성적은 1승 무패 65세이브 68.2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5실점만을 기록하면서 평균자책점 0.65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역대 메이저리그 최저 평균자책점에 해당하나 이닝 수가 낮아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하성의 평균자책점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2003시즌 에릭 가녜가 1.20의 평균자책점으로도 순위에 오르지 못한 것과 같은 이유였다.
팬들 사이에선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하성의 루키 시즌은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정하성 선수의 페넌트레이스는 마무리됐지만, 소속팀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3년 만에 지구 1위를 달성하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기에 올 시즌이 마무리되진 않았습니다.]어슬레틱스는 지구 1위, 리그 2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페넌트레이스 아메리칸리그 전체 1위는 뉴욕 양키스가 차지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중부지구 1위를 차지한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디비전 시리즈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과연 정하성 선수가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쏠리고 있습니다!]데뷔 첫 포스트시즌.
하성이 상대해야 할 팀은 조 마우어가 이끄는 미네소타 트윈스가 되었다.
* * *
하성은 디비전 시리즈에 오른 팀들을 확인하며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사가 바뀌었어.”
본래 오클랜드는 이번 시즌에도 지구 4위를 차지한다.
2000년대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오클랜드는 본격적인 암흑기가 도래한다.
그 암흑기는 당분간 이어질 예정이었다.
2009년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4위로 마무리될 정도였다.
그러나 하성이 팀에 합류하면서 바뀌었다.
‘이렇게 바꿔도 되는 건가?’
역사가 바뀐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다.
미래에 나오는 영화에서 말하는 멀티버스처럼 다른 시간대의 영역이 먼저 떠올랐다.
“쩝, 어떻게든 되겠지.”
복잡하게 생각해도 지금 자신이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당장 해야 할 것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막상 포스트시즌에 나간다고 하니 그때의 악몽이 또 떠오르네.”
한국시리즈에서의 악몽이 떠오르면서 하성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어차피 클로저로 뛰는데. 큰 무리할 필요는 없겠지.”
선발일 때와는 다르다.
클로저로서 경기에 나가는 이상 과거처럼 혹사를 당할 일은 없었다.
“후우…… 절대 반복해선 안 돼.”
비난과 환호는 순간이다.
결국 자신에게 남는 건 돈이었다.
그것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하성은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 * *
선수들은 휴가에 들어갔지만, 프런트는 그러지 못했다.
오클랜드 콜로세움은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은 채, 프런트와 현장직의 회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 선발 라인업에 잭을 포함하는 걸로 하죠.”
“그게 좋을 거 같습니다. 시즌 막판에 성적이 워낙 좋았으니 DH(지명타자)로 내보내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음으로 하성에 대해서입니다.”
크리스의 말에 토니를 비롯해 불펜코치인 산체스가 더욱 집중했다.
하성은 불펜의 핵이자 현재 마운드의 중심에 서 있는 선수였다.
클로저라는 보직이 정해져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보다 잘 던지는 투수가 현재로선 없다.
무엇보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두 차례 1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다이닝도 가능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의 쓰임새에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다들 아시겠지만, 디비전 시리즈 같은 단기전에서는 흐름이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보직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럼 경기의 상황에 따라 하성을 클로저가 아닌 릴리프로 내보내도 된다는 이야기입니까?”
“승부처라 판단되는 상황에선 올려도 됩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디비전 시리즈이기에 클로저가 반드시 마무리 상황에만 등판하는 건 아니었다.
때로는 선발투수도 릴리프를 쓸 정도로 다양한 전략이 펼쳐지는 게 디비전 시리즈였다.
그때 산체스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 하성도 동의한 내용입니까?”
“아직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그가 팀을 위해서 헌신한 걸 보면 거절할 거 같진 않습니다.”
크리스가 보기에 하성은 성실한 선수였다.
간혹 언론과 트러블을 일으키긴 하지만, 팬서비스도 좋았고 팀 동료들과도 불화가 없었다.
무엇보다 올 시즌 단 한 번도 벤치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를 비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하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내일 하성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테니. 일단 그렇게들 알고 계시면 되겠습니다.”
“예.”
“다음 안건은…….”
아직 하성에 대해 모르는 크리스는 이번 일이 쉽게 풀릴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 * *
다음 날.
훈련을 위해 구장에 방문한 하성은 크리스의 요청으로 단장실을 방문했다.
똑똑-!
“하성입니다.”
“아, 들어오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캐서린과 크리스가 그를 맞이했다.
“훈련으로 바쁠 텐데, 와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그런데 하실 말씀은?”
“앉아서 이야기하지.”
크리스의 제안에 자리에 앉았다.
그사이 맞은편에 앉은 크리스가 이야기를 꺼냈다.
“컨디션은 어떤가? 첫 시즌이고 마지막 경기까지 나가서 더 힘들었을 텐데.”
“체력적인 부분을 염려하시는 거라면 괜찮습니다. 가볍게 몸을 풀어봤는데,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거 좋은 소식이군!”
“혹시 제 몸 상태를 걱정해서 체크하기 위해 호출하신 겁니까?”
“물론이지. 자네는 우리 팀의 가장 중요한 선수니까 말이야!”
“괜찮으니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아…… 아아, 잠깐 기다리게.”
하성이 일어나려는 제스처를 취하자 크리스가 급히 그를 잡았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디비전 시리즈에서 자네의 역할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야.”
“제 역할이요? 세이브 상황에 나가서 공을 던지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건 그렇네만, 디비전 시리즈 같은 단기전에서는 자네가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네. 그걸 미리 알고 있었으면 해서 말이지.”
하성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크리스 단장을 바라봤다.
‘의견 교환이 아닌 통보로군.’
만약 하성이 베테랑이나 아니면 지금과 같은 경력을 2~3년 더 쌓았다면 이러지 못했을 거다.
2~3년 뒤에는 하성에게도 여러 권리가 생기니 말이다.
‘당장 내년에는 내가 얻을 수 있는 권리가 없으니 의견 교환 같은 건 필요 없겠지.’
자신이 내밀 수 있는 카드는 몇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 의견을 그대로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통보입니까?”
“정확히는 양해를 구하는 거지.”
“제가 듣기에는 통보로 들리는데요?”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하네. 나는 자네가 루키이니 디비전 시리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단기전에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도 알고 있고요. 다만, 어설픈 상황에서 등판이라면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어설픈 상황……?”
“예. 어쨌든 저는 경기를 이기게 만들기 위해 던졌습니다. 디비전 시리즈라고 해서 그 패턴을 무너뜨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성의 말은 묘했다.
벤치의 명령을 듣겠다는 건지 아닌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금 상황을 탐탁지 않아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더욱 명확해졌다.
“그리고 앞으로는 통보가 아닌 서로 의견 교환을 했으면 좋겠네요. 아무리 제가 지금 권리가 없다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진 않으니까요.”
하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과 같은 일들이 쌓여 2년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게 됩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자신이 할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낸 그가 몸을 돌려 단장실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크리스를 향해 캐서린이 말했다.
“저 사람은 아무리 봐도 루키답지가 않아요. 어떤 루키가 단장에게 협박을 하죠?”
“그렇지? 저거 나만 협박으로 들린 거 아니지?”
“명백한 협박이죠. 자신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으면 연봉 조정 협상 권리가 생겼을 때, 제대로 싸우겠다는 협박이요.”
메이저리그 선수가 가장 먼저 얻게 되는 권리는 바로 연봉 조정 협상이었다.
서비스 타임 3년을 채운 선수에게 주어진다.
이때부터는 선수가 합법적으로 구단과 싸울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이다.
하성이 말한 2년 뒤는 지금과 같은 활약을 펼칠 경우 그가 연봉 조정 협상을 얻게 되는 시기다.
“허…… 저런 녀석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
크리스가 단장 생활을 한 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다양한 선수를 만나왔다.
그중에는 하성만큼 당돌한 선수도 몇몇 있었다.
그래도 놀라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크리스를 바라보며 캐서린이 이야기했다.
“2년 뒤가 기대되는데요?”
“하아……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군.”
관자놀이를 누르는 크리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 *
디비전 시리즈는 최대의 축제다.
거기에 어슬레틱스는 무려 3년 만의 진출이었기에 오클랜드 주민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오늘 우리의 어슬레틱스의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는 거 알지?! 정하성도 나올 수 있으니 다들 경기장으로 가자고!] [이봐, 그런데 티켓을 구할 수가 없잖아?] [아! 맞아. 이미 전 경기 매진됐다고 하던데. 이야-! 어슬레틱스의 경기를 현장에서 보기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오클랜드 지역 팟캐스트는 물론이거니와 지역방송국, 신문사 등.
모든 언론과 미디어가 어슬레틱스의 디비전 시리즈에 대한 컨텐츠를 내놓고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1, 2차전은 이미 매진이 된 상황이었다.
한때는 사이트가 마비가 될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거기에 타 지역에서 오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오클랜드의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스테이크 나왔으니까! 바로 가져가!”
“예!”
“마이클은 어디 갔어?!”
“오늘 비번이에요!”
“비번은 무슨 비번이야! 당장 전화해서 나오라고 해!”
덕분에 식당에는 손님이 넘쳤고 숙박업소도 모든 객실이 나갈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구단의 성적이 좋자 지역 경제가 살아날 정도의 파급력으로 돌아온 것이다.
모든 이의 관심이 집중된 디비전 시리즈 1차전의 날.
오클랜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리고 오클랜드 콜로세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어슬레틱스를 취재하기 위해 이 정도의 기자들이 몰려들다니. 정말 대단하네.”
“그러게 말이에요.”
백준기 기자의 말에 다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오늘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며칠 전부터 오클랜드에서 머물고 있었다.
오늘 인터뷰의 목표는 당연히 하성이었다.
그건 두 사람만의 목표도 아니었다.
“방송국들도 총출동했네요.”
“그러게 말이야. 아예 중계팀을 보낸 걸 보면 하성의 입지가 바뀐 게 느껴질 정도야.”
중계팀을 보낸다는 건 방송국에서도 엄청난 투자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하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는 소리였다.
그때였다.
부아아아앙-!
붉은색 페라리가 들어오자 기자들이 일제히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성이다!”
“정하성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