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84)
마운드의 빌런-84화(84/285)
마운드의 빌런 84화
미네소타 팬들은 절망했다.
“아아-! 정하성이 올라왔어!”
“젠장! 여기서 점수를 어떻게 내?”
“이런 상황에서 정하성이라니……!”
이번 시즌 하성의 성적을 생각해 보면 미네소타 팬들의 절망은 당연한 것이었다.
[정하성 선수가 디비전 시리즈를 끝내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왔습니다!]중계진은 물론 경기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이 하성이 이번 시리즈를 끝낼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순간이 가장 위험하지.’
마운드 위에 선 하성은 그런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었다.
‘야구에서 당연하게 일어날 일은 없다. 언제 어디서 변수가 생길지 몰라.’
그러한 변수를 줄이는 게 현재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
“후우……!”
하성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해야 할 것은 명백했다.
타자를 돌려세우는 것.
오늘 경기에서 이기면 충분한 휴식시간이 주어지고 챔피언십 시리즈가 열린다.
힘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전력투구를 해야 할 때다.’
이번 시리즈 두 번째 등판이기에 체력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다.
[정하성, 트레버 배터리가 사인을 교환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정하성 선수가 피처 플레이트를 밟고 투구를 준비합니다.] [언제나 말씀드리는 거지만, 초구가 중요합니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가져가야 해요.] [맞습니다.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팔을 들어 올리며 힘을 모은 하성이 몸을 돌리며 발을 차올렸다.
뒤이어 몸을 회전시켜 모든 힘을 손끝으로 보냈다.
“흡-!!”
[1구 던집니다!]기합 소리와 함께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공의 궤적을 확인한 타자의 배트가 돌아갔다.
후웅-!!
배트가 절반쯤 돌아갔을 때.
휘릭!
공에 미세한 회전이 걸리며 배트의 궤적에서 멀어졌다.
타자가 깜짝 놀라 배트를 멈추려 했지만, 이미 절반이나 지난 상태였기에 큰 소용 없었다.
후웅!
뻐억!!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헛스윙! 88마일의 고속 슬라이더에 타자의 배트가 헛돕니다!] [초구부터 무시무시한 변화를 일으키는 브레이킹볼로 완벽하게 타자의 배트를 끌어냈어요!] [정하성 선수의 슬라이더는 속도도 빠르지만, 그 변화도 무척이나 훌륭하죠?] [예. 타자가 공을 파악하고 배트를 돌린 뒤에야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정타를 맞추기 어렵습니다!]원스트라이크를 잡아낸 하성이 2구와 3구를 연달아 뿌렸다.
딱-!!
“파울!!”
[2구, 100마일의 패스트볼에 배트 밀립니다! 타구는 3루 쪽 관중석에 떨어지면서 투스트라이크가 됐습니다!]퍽!
“볼!!”
[3구 체인지업에 배트 나오다 멈춥니다! 트레버 포수가 1루심에게 확인을 요청했지만, 돌지 않았다는 판정입니다!]원볼 투스트라이크.
야구에서 수 싸움이 치열하게 일어나는 볼카운트였다.
[결정구를 던져서 승부를 끝내도 되고 아니면 한 번 더 유인구를 던져 안정적인 승부를 끌어가도 됩니다.] [정하성 선수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평소 정하성 선수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여기서 승부를 끝낼 겁니다.]하성은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투수였다.
단 1년이지만, 그 사실은 거의 모든 선수와 팬들에게 알려진 상태였다.
그만큼 공격적인 피칭을 해왔다.
그렇기에 하성을 상대하는 타자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한 가지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승부를 결정 지을 거다.’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이다.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하성이 4구를 던지기 위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4구 던집니다!]하성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패스트볼로 온다!’
하성이 던진 공의 구종을 파악한 타자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타자의 판단은 정확했다.
하성이 던진 공은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
틀린 점이 있었다.
후웅!!
뻐어억-!
“스윙! 아웃!!”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 헛돕니다!! 라이징성으로 들어간 공이 배트의 위를 지나가면서 헛스윙을 유도합니다!] [평소 결정구로 던지는 패스트볼을 오히려 유인구로 사용했어요! 아주 영리한 투구였습니다!]구종은 맞췄지만, 코스까지 맞추지 못한 것이다.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두 개!]하성의 삼진쇼가 시작됐다.
* * *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TV를 통해 하성의 투구가 전 세계로 방영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팬들은 하성의 투구를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101마일의 패스트볼로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냅니다!!]데뷔 첫 디비전 시리즈.
하지만 하성은 떨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투구하면서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저게 어떻게 루키야?”
“정말 대단하네.”
“녀석이 올해 있었으면 우승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런 하성을 보는 이들 중 KBO의 국가대표 기술위원회의 위원들도 있었다.
올해 하성의 활약이 커지면서 WBC에 그를 뽑지 않은 위원회에 비난의 화살이 날아왔다.
지금이야 잠잠해졌지만, 한창 심할 때는 대단히 스트레스였다.
그렇기에 하성의 활약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는 합류시켜야겠지?”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메이저리그에서 블론세이브가 제로라면 아시안게임 정도는 씹어먹을 겁니다.”
대부분 호의적인 의견이었다.
하성이 보여준 활약은 그만큼 대단했다.
국내의 그 어떤 투수와 비교해도 그보다 뛰어난 투수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모든 이가 동의하는 건 아니었다.
“전 반대입니다. 부상이 있다는 거짓말로 국가대표를 거절했던 녀석입니다. 태극마크가 가지는 의미를 모르는 녀석이에요!”
현재는 은퇴했지만, KBO에서 133승을 거둔 레전드 투수인 김태현이었다.
은퇴 이후 프로구단의 투수코치로 있었던 김태현은 코치직을 내려놓고 현재는 기술위원회의 위원직을 맡고 있었다.
그는 WBC에서도 기술위원을 맡으면서 투수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즉, 국가대표를 구성하는 데 있어 입김이 꽤 강한 인물이었다.
그런 김태현의 반대에 다른 위원들도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뭐, 김 위원의 말도 맞지.”
“하긴 태극마크를 입는다는 건 그만큼의 책임감이 있어야 하니까.”
“녀석이 작년에 한 행동을 보면 태극마크를 입어도 그 책임감을 짊어지지 못할 거…….”
그때였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세 타자를 연속으로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게임을 끝내는 정하성 선수!!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3년 만에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을 확정 짓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정말 훌륭한 피칭으로 어슬레틱스를 챔피언십 시리즈로 이끄네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챔피언십 시리즈가 결정됐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술위원들은 헛기침을 하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 * *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한 장 남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 티켓을 손에 거머쥐었다.] [디 엔드 정하성이 9회에 세 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게임을 끝내면서 4차전 MVP에 선정됐다.] [정하성! 시리즈 MVP에도 선정되다!] [한국인 최초로 시리즈 MVP에 선정된 정하성의 활약!] [디비전 시리즈 정하성 선수의 하이라이트 영상!]하성은 4차전 MVP와 시리즈 MVP를 손에 넣으며 한국인으로서 또 하나의 족적을 남겼다.
이런 그의 활약은 한국인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페넌트레이스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에서도 활약하네.
-크으-! 무대를 가리지 않는 강심장!
-진짜 하성이는 타고났다.
-2게임 무실점 실화냐?
-시리즈 MVP까지 받네.
팬들의 칭찬이 줄을 잇는 가운데.
언론에서는 양키스와 어슬레틱스의 대결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악의 제국 양키스와 맞붙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다수의 슈퍼스타가 군림하고 있는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어슬레틱스가 기적을 일굴 것인가?] [빅마켓 VS 스몰마켓의 대결! 과연 그 승자는?!]양키스와 어슬레틱스의 대결은 빅마켓과 스몰마켓의 대결이란 구도로 흘러갔다.
양키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력을 상승시켰다.
당연히 언론에선 이러한 부분을 부각시켰다.
다윗과 골리앗.
덩치만 놓고 보면 상대가 되지 않는단 소리였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대결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도박사들 역시 뉴욕 양키스에 더 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양키스가 승리하는 데 100달러를 걸면 112달러를 받게 되지만, 어슬레틱스가 승리하는 데 100달러를 걸면 무려 542달러를 받게 됩니다.]한마디로 어슬레틱스가 이길 확률이 없다 보는 것이었다.
그만큼 두 팀의 전력 차이는 심했다.
[한국 팬으로서는 어슬레틱스가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걸 바라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말이죠.] [그렇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뛰는 걸 보고 싶은 마음이 저도 굴뚝 같습니다.] [하지만 클로저라는 포지션 때문에 경기 영향력이 한계가 있으니까요.]클로저는 분명 중요한 보직이다.
하지만 마무리투수가 경기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하성의 영향력이 적을 거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었다.
* * *
오클랜드에서 하루 휴식을 취한 어슬레틱스는 다시 전용기를 타고 뉴욕으로 향했다.
‘조용하네.’
어슬레틱스 선수단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다들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이었다.
선수들도 알고 있었다.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자신들이 언더독임을 말이다.
언론에서 자신들이 질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니 기분이 나쁜 것도 있었다.
“하성, 이 기사 봤어?”
“뭔데?”
옆에 앉은 잭이 잡지를 건넸다.
뉴욕타임즈의 잡지였는데, 메인을 로드리고가 장식했다.
그건 별로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 첫 페이지에 그의 인터뷰 내용이 눈에 거슬렸다.
[어슬레틱스는 훌륭하다. 하지만 결국 챔피언은 우리가 될 것이다.] [정하성은 어떻게 생각하나?] [대단한 선수다. 하나 갓 데뷔한 루키에 불과하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벌벌 떨 게 분명하다.] [상대 전적은 그가 앞서고 있는데?] [페넌트레이스에서 불펜투수와의 상대 전적은 큰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 나는 큰 무대에서 강하다. 녀석과 만나게 된다면 담장 밖으로 공을 넘겨버릴 거다.]하성을 도발하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더 가관이었다.
[언론에서 최근 나와 정하성의 대결을 조명하는데. 그거 자체가 불편하다. 나는 10년이 넘는 세월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지내왔다. 이제 고작 1년을 뛴 애송이는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 녀석이 10년은 더 메이저리그에서 버티면 인정해 주겠지만 말이다.]자신을 애송이라 표현하는 녀석의 인터뷰에 하성의 입가가 뒤틀렸다.
“로이더 새끼가.”
그의 입에서 나온 로이더라는 말에 잭이 흠칫 놀랐다.
‘로드리고를 대놓고 로이더라 부를 녀석이 또 누가 있을까?’
최소한 선수 중에는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로드리고가 끼치는 영향력은 무척이나 대단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냥 넘어가진 않겠어.’
이렇게 화난 하성이 언론과 마주치면 어떻게 될까?
잭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