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85)
마운드의 빌런-85화(85/285)
마운드의 빌런 85화
뉴욕에 도착한 어슬레틱스 선수단은 짐을 풀고 휴식을 취했다.
긴 이동 거리는 아니었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경기에 영향력이 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피로를 풀면서 휴식의 시간을 보냈다.
하루의 시간이 흐르고 선수단은 전용 버스를 타고 양키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양키 스타디움에 도착하자 이미 모여 있는 팬들과 기자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베일리 선수! 커리어 첫 챔피언십 시리즈인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놀드 선수, 오늘도 홈런 기대해도 될까요?”
“잭! 컨디션은 어떤가요?”
기자들의 질문 폭격에 선수들의 얼굴이 굳었다.
이런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기자들의 질문에 적응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기자들은 그런 선수들에게 금세 흥미를 잃었다.
코멘트 하나라도 따야 기사를 쓸 수 있으니 그들의 입장에선 선수들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한 선수가 버스에서 내렸다.
“하성이다!”
“정하성이다!”
올 시즌 가장 뜨거웠던 선수.
정하성이었다.
그의 등장에 기자들은 오아시스를 찾은 것처럼 그에게 달려갔다.
“정하성 선수! 챔피언십 시리즈를 앞두고 어떤 심정이십니까?”
“뭐, 평소랑 같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실 생각입니까?”
“당연히 이길 생각이죠.”
“자신은 있으신가요?”
“당연한 거 아닙니까?”
하성의 대답도 기자들의 흥미를 크게 끌지 못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그리고 그건 하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참, 질문들 무슨 드라마 대본에 써진 것처럼 하시네요. 좀 괜찮은 질문 없습니까?”
하성의 도발에 기자들이 움찔했다.
그중 한 기자가 손을 들고 그 도발에 응했다.
“뉴욕타임즈의 마이클입니다. 팬들은 당신과 양키스의 슈퍼스타인 로드리고의 대결을 궁금해하는데, 여기에 코멘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슈퍼스타라……. 뉴욕타임즈도 이제 문 닫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뭐라고요?”
“저 멀리 한국에까지 이름이 알려진 유명 언론사인 뉴욕타임즈의 기자가 로이더를 두고 슈퍼스타라고 칭하다니. 웃기는 일 아닙니까?”
하성이 정곡을 찔렀다.
그리고 일종의 불문율을 입에 담고 있었다.
기자들은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녹음기를 들이밀었다.
“약물 복용을 시인한 로드리고가 어떤 제재를 받았죠?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왜죠?”
“그건 그가 스스로 밝혔기에……!”
“폭로가 먼저 나오고 막다른 길에 몰리니 스스로 자백한 거죠. 내 말이 틀렸습니까?”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아이고, 반성하면 그만입니까? 그럼 저도 지금 도핑하고 차후 도핑 테스트에 걸리면 잘못했다고 반성하면 해결되겠네요?”
“억지입니다!”
“당신이 방금 말한 이야기의 논리가 그랬다니까요?”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럼 무슨 뜻인데요?”
하성이 빤히 기자를 노려봤다.
마이클 기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었다.
그 모습을 본 하성이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
“알렉스 로이더가 뭐라 했건 난 신경 안 씁니다. 슈퍼스타?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개소리하지 말라 그래. 녀석이 이룬 업적은 한낱 신기루야.”
하성이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그의 어투는 더 이상 예의 바르지 않았다.
기자들은 그의 영단어 선택이 달라진 것을 확인하고 흥분해서 기사를 썼다.
‘하성은 영어를 잘해서 미국에 온 뒤로도 언어의 장벽이 없었다. 그런 하성이 모르고 저런 단어를 쓰는 게 아니야.’
분명 알고 로드리고를 까 내리고 있었다.
그러한 하성의 말에 기자들은 좋은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듯한 눈을 빛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성은 자신이 할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녀석이 뉴욕타임즈와 한 인터뷰에서 그러더군. 자신은 10년 넘게 메이저리그를 대표했다고 말이야. 맞나?”
“마…… 맞소.”
자신을 노려보며 묻는 하성의 눈빛에 마이클은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분명히 말해줄게.”
하성의 시선이 마이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주위에 있는 모든 기자가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로이더는 절대 스포츠를 대표할 수 없어. 만약 그런 스포츠가 있다면 뭔 줄 알아?”
“…….”
“그건 스포츠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야.”
하성의 발언에 기자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 * *
하성의 발언은 충격, 그 자체였다.
[정하성 알렉스 로드리고를 로이더라 표현!] [알렉스 로드리고가 이룬 성적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알렉스의 약물 복용 시인은 반성이 아닌 막다른 길에 몰려서 나온 자백에 불과하다!] [로이더는 스포츠를 대표할 수 없다! 만약 있다면 그건 스포츠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에 불과하다!]하성의 모든 발언은 기사화되어 속보로 전달되었다.
기사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속보 뭐야?
-진짜 저렇게 이야기했다고?
-와…… 아무리 로드리고의 영향력이 줄었다지만, 발언 강도 너무 센 거 아님?
-정하성 발언이 거침없네.
-로드리고면 선수노조에도 영향력 크지 않나?
일부는 우려하고.
-시원하다-!
-와~ 나랑 똑같이 생각하는 선수도 있구나?
-그렇지! 요즘 알렉스 다시 언론에서 떠드는 거 꼴 보기 싫었는데! 지렸다!
-약 빤 새끼가 무슨 슈퍼스타야?
-양키 새끼들, 약물 없으면 스타도 못 만들어내지!
-다 맞는 말인데, 무슨 논란이야?
일부는 하성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리고 또 다른 부류는.
-이 새끼 뭔데 로드리고를 까냐?
-고작 1년 반짝이는 놈이.
-선 후배가 전혀 없는 녀석이네.
-이런 녀석이 무슨 ROY야!
-ROY도 못 받게 해야 한다고 봄.
-트레쉬 토크 쩌네.
-이런 양아치 같은 놈이 왜 프로야?
-경기장에서 두고 보자!
하성을 욕하는 이들이었다.
사실 이런 구도는 낯선 게 아니었다.
올 시즌 내내 알렉스 로드리고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특히 레드삭스 팬들은 인터넷에서 양키스와 로드리고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양키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로드리고를 깎아내리면 양키스도 타격이 갈 테니 말이다.
그런 레드삭스의 공격을 방어하는 게 양키스 팬들의 일이었다.
두 팀의 라이벌 관계가 낳은 진풍경이었다.
그 일이 이제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레드삭스 팬들은 탈락한 팀을 응원하는 것보다 이제는 양키스가 어떻게든 떨어지길 바라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성이 로드리고를 노리고 저격하니 옳다구나 그를 엄호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번 일로 챔피언십 시리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 * *
뉴욕 자신의 저택에서 쉬고 있던 알렉스는 기사를 보고 인상을 구겼다.
“망할 새끼가……!”
선수들 중 자신을 로이더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자신의 존재는 독보적이었다.
그런데 한낱 루키가 자신을 향해 로이더라 부르다니. 이는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 어린놈의 자식을 어떻게 요리해야 이 화가 풀릴까?”
알렉스는 인상을 구기며 기사가 적힌 스마트폰을 내던졌다.
도무지 화가 풀리지 않았다.
당장에 찾아가서 면상에 주먹이라도 꽂아 넣고 싶었다.
문제는 그럴 경우 자신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또 사고를 치면 스폰들도 떨어져 나가겠지. 겨우 성적을 반등해서 출혈을 막았지만, 이미 떨어져 나간 곳들만 해도 타격이 커.”
알렉스 로드리고는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지만, 수입이 연봉에만 한정되어 있는 게 아니었다.
온갖 업체들로부터 받는 스폰과 광고료만 해도 다른 선수들의 연봉만큼 받았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한 이유는 그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약물 복용 시인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방법이 없었지. 이미 증거가 확실한 상황이었으니까. 그게 먼저 폭로됐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뛰고 있지도 못했을 거야.”
이제 겨우 다시 원래의 자리로 찾아가고 있었다.
올 시즌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면서 커리어 13번째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기록으로 로드리고는 또 하나의 역사를 쓴 것이다.
덕분에 좋지 않았던 이미지가 어느 정도 상쇄되면서 다시 광고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약물에 대해 언급하다니…… 망할 새끼!”
그렇기에 하성의 발언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번 시리즈에서 아주 박살을 내주마.”
로드리고는 전화를 들어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던 번호를 눌렀다.
뚜르르-!
짧은 통화음이 끝나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로드리고. 웬일이야?]“이번 시리즈에서 그게 필요할 거 같아.”
[뭐? 당분간은 끊는다고 했잖아?]“상관없어. 어차피 너도 그랬잖아. 현 시스템으로는 걸리지 않는다고 말이야.”
[그거야 그렇지. 지금 기술로는 잡아내질 못해. 너도 몇 번이나 테스트를 당했지만, 한 번도 안 걸렸잖아?]“그래. 그러니까, 필요해.”
[알았어. 그럼 오늘 중으로 보내주도록 하지. 대신 금액은 저번에 이야기했던 것보다 30퍼센트는 더 줘야겠어.]“뭐? 갑자기 그렇게 된다고?”
[너무 갑작스러운 요청이잖아. 거기에 따른 수수료는 받아야지.]“젠장, 알았어. 보내주도록 하지.”
전화를 끊은 로드리고는 인상을 구겼다.
“돈에 환장한 새끼.”
하지만 녀석의 실력만큼은 믿을 수 있었다.
그것을 사용하면 자신이 원하는 걸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떤 놈인지 분명하게 보여주도록 하지.”
* * *
챔피언십 시리즈는 일찌감치 모든 좌석이 마감되었다.
이례적인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포스트시즌이 매진되지 않았다는 게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 경기의 분위기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
“어디 루키 자식이 우리 로드리고한테 말을 그따위로 해!”
“망할 새끼! 그라운드에 올라오기만 해봐!”
“로드리고는 우리 양키스의 자랑이다!”
양키스 팬들은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경기장을 찾았다.
그들 역시 하성의 발언을 기사로 접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들의 슈퍼스타가 약물 복용을 했다는 사실에 박탈감을 느꼈던 그들이다.
그럼에도 로드리고를 용서할 수 있었던 건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약물을 하지 않았다는 그의 발언 때문이었다.
그리고 과거에 약물을 끊었다는 그의 말을 믿고 로드리고를 용서하고 지지했다.
한데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낸 루키가 있다니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 살벌하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우리 살아서 못 나가겠는데?”
“아니, 왜 하필이면 양키스 쪽에 예매를 했어?”
양키 스타디움에는 한국인 관광객은 물론 한국 교민들도 다수 찾았다.
그들은 양키스 팬들의 살벌한 기세에 눌려 제대로 된 응원도 펼치지 못했다.
어슬레틱스를 응원하는 무리도 있었지만, 어웨이였기에 그 숫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양키 스타디움의 분위기에 짓눌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라운드에 어슬레틱스 선수단이 들어섰다.
“저 새끼들 나왔다!”
“감히 뉴욕에서 양키스를 욕해?!”
“오늘 제대로 털려봐라!”
“우우우우우-!!”
당연하게도 양키스 팬들의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어슬레틱스 선수단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젠장…….”
“너무 심한데?”
“아무래도 제대로 열 받았나 보다.”
“와……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경기하라는 거야?”
선수단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웨이 경기는 원래 힘든 법인데, 이번의 강도는 더욱 심했다.
그때 야유가 커지기 시작했다.
한 선수가 더그아웃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하성이다!”
“저 새끼가 로드리고를 욕했어!”
“망할 새끼!”
“홈런이나 얻어맞고 울면서 내려가게 만들어주마!”
양키스 팬들이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다.
제삼자가 보더라도 정신적인 데미지를 입을 정도로 심한 야유였다.
하지만.
“흐아아암-!”
하성은 오히려 하품을 하며 그들을 도발했다.
그리고 어그로는 제대로 통했다.
“하품을 해?!”
“죽여버리겠어!”
“오늘 기어서 나가게 만들어!”
“반드시 이겨야 해!!”
야유가 경기장 전체를 뒤집고 있는 사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뉴욕 양키스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뉴욕 양키스의 1차전이 시작됩니다!!]ALCS의 1차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