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87)
마운드의 빌런-87화(87/285)
마운드의 빌런 87화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
뉴욕을 떠난 두 팀은 오클랜드에서 맞붙게 되었다.
“와아아아아!!”
“뉴욕에서 기죽은 우리 애들 기 좀 살려주자!!”
“너희들 보러 왔다!! 한 경기만 이기자!!”
홈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을 받자 어슬레틱스 선수들은 힘을 내기 시작했다.
딱-!!
[때렸습니다!! 잭 선수의 타구는 우중간을 가릅니다!! 2루까지 멈추지 않는 잭 선수! 챔피언십 시리즈 첫 안타를 2루타로 기록합니다!] [2차전까지만 하더라도 제대로 타격을 하지 못하던 잭이 첫 안타를 터뜨렸네요!]4회까지 0 대 0의 스코어로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두 번째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잭이 안타를 만들어내면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다.
[타석에는 아놀드 선수가 들어섭니다!]어슬레틱스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인 아놀드의 등장에 구장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아놀드!! 한 방 날려라!”
“자식아! 기죽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거만 해!!”
“아놀드! 아놀드! 아놀드!!”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어웨이에서 들을 때는 기운을 빼게 만들었지만, 홈에서 들을 때는 이보다 더 기운 나게 해주는 게 없었다.
그리고 루키인 아놀드는 그러한 부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선수였다.
딱-!!
[3구 때렸습니다!! 우익수 키를 넘기는 장타 코스! 잭 선수 3루 돌아 홈으로 들어오고 아놀드 선수는 2루까지! 어슬레틱스가 선취점을 올립니다!] [역시 홈으로 돌아오니 어슬레틱스의 타자들이 기운을 내기 시작하네요!]처음으로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경기가 진행되었다.
* * *
1, 2차전에서 양키스가 난타를 했기에 3차전 역시 그런 양상이 펼쳐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3차전은 의외로 투수전이 만들어졌다.
[8회, 어슬레틱스가 1점의 리드를 안은 상태로 베일리 선수를 출격시킵니다.] [이야~ 이거 예상 밖의 투수전이 펼쳐지고 있어요.] [현재 상황에서 베일리 선수가 양키스 타선을 틀어막으면 정하성 선수가 등판하게 됩니다.]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아직 하성은 등판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가능성이 보이자 시청률은 쭉쭉 오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하성이 나오나?!
-베일리가 여기서 잘 막아야 하는데.
-얘 1차전에서도 발리지 않았나?
-그거야 무사 3루에 나와서 맞은 거고.
-어쨌든 점수는 줬잖아?
-뭐가 됐건 하성이 나왔으면 좋겠다.
-차라리 8회부터 등판시키는 게 낫지 않나?
팬들은 다양한 의견을 남기고 기다리고 있는 사이.
베일리는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며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빠르게 잡아냈다.
“오늘 베일리 녀석 컨디션이 좋은데?”
“연습 투구부터 심상치 않았으니까요. 오늘은 저도 나가서 일할 시간이 있겠네요.”
“하성, 너는 챔피언십 시리즈에 출전하는 건데. 긴장도 되지 않냐?”
“어차피 똑같은 경기입니다. 코치님은 일하는데 어느 날은 더 긴장되고 그러시나요?”
“그거야…….”
“저도 똑같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허허…….”
산체스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자신이 현역이던 시절에는 포스트시즌에 출전하면 심장이 미치도록 뛰었는데.
하성은 그런 모습이 전혀 없어 보였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그때 베일리가 로비슨 카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네 차례다, 하성.”
“예.”
하성의 출격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8회 말.
어슬레틱스는 점수를 내지 못하고 공격을 끝냈다.
[9회 초! 양키스의 중심타선을 상대하기 위해 어슬레틱스의 마무리 정하성 선수가 올라옵니다!] [정하성 선수가 드디어 챔피언십 시리즈에 처음으로 올라오고 있네요!] [1, 2차전에서는 기회를 잡지 못했던 정하성 선수! 오늘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하성의 등장에 오클랜드 주민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정! 정! 정! 정!!”
“너 보러 왔다!!”
“오늘도 경기 끝내버려!!”
“약쟁이한테 지지 마라!!”
“양키 새끼들 집에 보내버리자!”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은 양키스의 베테랑들도 당혹하게 만들었다.
“이거 우리가 완전 악역인데?”
“그러게 말이야.”
“양키 스타디움에서 녀석들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알겠군.”
“그나저나 저 녀석은 이런 상황에서도 떨리는 모습이 전혀 없는데?”
양키스 선수들의 시선이 마운드에 있는 하성에게 고정됐다.
평소처럼 본인의 루틴을 밟으며 투구를 준비하는 그의 모습에선 조급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평소대로 자신의 루틴을 정확히 지켜가고 있었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을 상대하는 느낌이야.”
“오늘 기회가 찾아오면 정신 바짝 차려야겠네.”
루키들은 특징이 있다.
큰 무대에서 조급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것을 공략하면 아무리 뛰어난 루키라도 무너뜨릴 수 있다.
하지만 하성은 그럴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양키스 선수들이 감탄하고 있는 사이, 연습 투구를 끝낸 하성에게 토니 감독이 말했다.
“알고 있겠지만, 오늘 경기를 잡아야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반드시 막아야 해.”
“네.”
“너는 정말 이런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는구나.”
“긴장했으면 좋겠어요?”
“그건 아니지.”
“그럼 들어가서 편히 보고 계세요. 오늘도 확실하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투수였다면 이럴 때 한소리라도 했겠지만, 상대는 정하성이다.
세이브 성공률 100퍼센트를 기록한 그에게 무슨 이야기를 더 할까?
“그래. 너만 믿는다.”
토니 감독이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그를 본 하성의 시선이 타석으로 들어서는 데릭 지터를 바라봤다.
‘휘유. 첫 타자부터 캡틴이다 이거지.’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의 등장이었다.
[양키스의 첫 타자는 데릭 지터입니다.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7타석 4안타를 기록 중인 지터는 정확도 높은 타격으로 기회를 이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파괴력은 줄었지만, 정확성만큼은 여전히 리그 톱클래스 수준을 기록 중인 데릭 지터입니다.] [지터와의 승부가 중요한 것이 역시 대기 타석에 있는 이 선수 때문이겠죠?]카메라가 대기 타석에 있는 알렉스 로드리고를 비추었다.
[알렉스 로드리고 선수는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7타석 5안타 2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파괴력만큼이나 결정력도 대단한 선수입니다.] [그동안 플레이오프에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 시즌에는 그러한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뜨거운 활약을 펼치고 있네요.] [그렇습니다.]캐스터는 벌써부터 알렉스를 조명하고 있었지만, 하성의 관심은 오로지 데릭 지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데릭 지터의 타격 장점은 정확성이다. 어설프게 들어가면 바로 얻어맞게 되어 있어.’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후우…….”
심호흡을 내뱉는 그의 시야가 좁아지면서 오직 트레버의 미트만이 들어왔다.
* * *
“플레이볼!”
[9회 초 시작합니다. 정하성 선수가 초구를 어떤 공으로 택할까요?] [정하성 선수는 변화무쌍한 선수입니다. 가장 큰 장점인 100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질 수도 있지만, 허를 찔러 브레이킹볼을 택할 수도 있죠.]하성을 상대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패스트볼과 브레이킹볼의 수준이 모두 메이저리그 톱클래스 수준이기에 하나를 노리기 어렵다.
특히 하성은 상대의 심리를 잘 이용하기에 허를 찌르는 공격도 자주 들어왔다.
[하지만 오늘은 큰 경기이니만큼 본인이 가장 자신 있는 공을 택하지 않을까 합니다.] [가장 자신 있는 공이라면…… 아-!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와인드업에 이어 킥킹과 스트라이드 그리고 회전까지.
모든 투구 동작이 부드럽게 이어지며 1구를 던졌다.
“흡-!!”
쐐애애액-!!
[1구 던졌습니다!]공은 정확히 지터의 바깥쪽 낮은 코스를 찔러 들어갔다.
지터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딱-!!
“파울!!”
[초구 파울입니다! 구속은 99마일의 패스트볼! 역시 가장 자신 있는 패스트볼을 택하는 정하성 선수!] [구속도 좋았지만, 제구가 훌륭했습니다. 지터에게 가장 먼 바깥쪽 낮은 코스를 절묘하게 찔렀습니다.]파울은 됐지만, 지터의 스윙은 날카로웠다.
‘조금만 타이밍이 빨랐다면 안타는 됐을 거야.’
트레버는 그걸 생각하며 2구를 뭐로 던져야 할지 고민에 잠겼다.
더그아웃에서 나온 사인을 확인한 트레버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몸쪽 높은 코스로 가자.’
‘놉.’
‘왜? 바깥쪽 낮은 코스를 찔렀으니 몸쪽으로 가면 체감상 더 빠르게 느껴질 거야.’
‘슬라이더로 가겠어.’
하성의 성격을 잘 아는 트레버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인 교환을 끝낸 정하성 선수, 2구를 던지기 위해 와인드업!]트레버는 다시 바깥쪽 코스로 이동해 앉았다.
“흡!!”
쐐애애액-!!
[2구 던졌습니다!]하성의 손을 떠난 공이 1구와 비슷한 코스로 파고들었다.
그걸 확인한 데릭 지터의 배트가 돌아갔다.
휘릭!!
그 순간 공이 변화를 일으키고 존 바깥으로 흘러나갔다.
거의 동시에 데릭 지터가 손목을 비틀며 나가던 배트를 멈췄다.
퍽!!
“볼!!”
구심은 바로 볼을 선언했다.
하지만 트레버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1루심에게 스윙을 체크했다.
[트레버 선수 스윙 체크! 하지만 1루심은 돌지 않았다는 판정입니다.] [절묘하게 들어간 유인구였지만, 지터 선수가 절묘하게 배트를 멈췄네요.] [정말 뛰어난 선구안입니다.] [확실히 이번 시리즈에서 데릭 지터와 알렉스 로드리고 그리고 마크 테셰이라, 이 세 선수의 타격감이 매우 뛰어나요.]양키스는 정확도를 가진 카노와 지터를 1, 2번에 배치하고 장타력을 갖춘 알렉스와 마크를 3, 4번에 두는 변화를 두었다.
정규시즌과는 조금 다른 타순이었는데, 알렉스의 타격감이 좋자 그를 3번에 배치하게 된 것이 변화의 이유였다.
[볼카운트는 원볼 원스트라이크, 정하성 선수가 3구를 던집니다!]하성은 3구에서 다시 패스트볼을 택했다.
이번에는 지터의 몸쪽으로 붙는 높은 코스의 공이었다.
“흡!!”
쐐애애액-!
뻐어억!!
“볼!!”
[다소 높게 들어간 공! 지터는 머리를 뒤로 젖히는 걸로 공을 피합니다!] [아-! 이번에는 조금 위험한 공이었어요!]지터가 피하지 않더라도 맞을 공은 아니었다.
하지만 보는 이들로 하여금 꽤나 등골이 오싹하게 만들 정도로 가깝게 붙었다.
그런 공을 지터는 고개를 살짝 젖히는 걸로 피해냈다.
‘컨디션이 좋네.’
컨디션이 좋은 타자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만약 반대의 경우라면 아예 자세가 무너졌을 거다.
‘뭐, 컨디션이 좋든 어쨌든 네 녀석의 눈에는 지금 내 공이 각인이 되었을 테지.’
눈에 가까울수록 체감 속도는 빠르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잔상이 남기에 바깥쪽으로 던지게 되면 타이밍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가겠어.’
‘나도 같은 생각이야.’
하성이 이번 시즌 자주 사용했던 전략이기에 트레버도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흡!!”
[정하성 선수 4구 던집니다!]하성의 손을 떠난 공이 정확히 트레버의 미트를 향해 파고들었다.
트레버는 자신의 미트로 들어올 공을 보며 미트를 닫으려는 순간.
후웅!!
검은 물체가 나타나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뒤이어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저 멀리 날아가는 게 보였다.
[4구 때렸습니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좌익수가 빠르게 공을 잡아내면서 지터 선수는 1루에 묶입니다!] [아-!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제구가 잘된 공을 잘 때려낸 데릭 지터입니다!] [100마일의 공을 그대로 받아친 지터 선수의 타격이 놀랍습니다!]카메라가 1루에서 배팅 장갑을 벗는 지터를 비추다 화면을 전환했다.
[그리고 타석에는 현재 양키스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알렉스 로드리고가 들어섭니다!]로드리고가 타석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