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94)
마운드의 빌런-94화(94/285)
마운드의 빌런 94화
스타가 되면 주목을 받는다.
그래서 많은 이가 스타가 된 뒤에는 눈에 띄지 않게끔 하려고 한다.
하지만 하성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부아아앙-!!
애스턴마틴이 굉음을 내며 도로를 질주했다.
서울이라고는 하나 한적한 오후 시간이었기에 막히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신사동이었다.
“오…… 애스턴마틴이다.”
“보기 드문 모델이네.”
“연예인이라도 타고 있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잠시 후.
슈퍼카의 문이 열리고 붉은 머리의 하성이 내리자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폰을 꺼내 그를 찍었다.
“정하성이다!”
“와…… 하성을 여기에서 보다니.”
“정하성 선수! 사인 좀 해주세요!”
그를 발견한 팬들이 몰려들어 사인을 요청했다.
익숙하다는 듯 하성은 사인을 해주고 인사와 함께 헤어샵이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팬서비스 좋네.”
“인터넷에서 봤던 것처럼 정말 다 해주네.”
“이 정도면 피곤하겠다.”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사인하는 속도 엄청 빠르지 않았어?”
“이 인원을 1분도 안 돼서 다 해줬으니까.”
“공만큼이나 빠르네.”
팬들이 감탄하는 사이.
헤어샵에 도착한 하성을 디자이너들이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정하성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거 너무 과한 환대인데요?”
“저희 가게의 VIP로 등록되어 있으시니 당연한 절차입니다. 이쪽의 룸을 잡아두었으니 가시죠.”
헤어샵에 룸이라니.
생뚱맞을 수 있지만, 이곳은 연예인들 중에서도 톱클래스로 분류되는 이들만이 올 수 있다.
그런 이들이 방문하다 보니 프라이빗한 공간을 좋아했다.
이런 이유로 별도의 룸이 존재했고 그곳에서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을 정리했다.
“머릿결이 좋으시네요.”
“레드와인으로 탈색했는데도 이 정도의 머릿결이라니. 축복받으셨네요.”
디자이너들은 하성의 머릿결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그런가? 이전의 삶에서는 30대가 넘어서부터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었는데.’
사실 하성은 탈모에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아닌데. 원래 어릴 때부터 조금씩 기미가 보였었는데.’
이전의 삶과는 조금씩 달랐다.
몸이 훈련을 받아들이는 속도나 소화해 내는 능력까지.
‘마치 이전의 육체가 레벨 10이었다면 지금은 그보다 높아진 거 같아.’
이번 시즌은 클로저로서 뛰었기에 한계치를 알기에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은 선발로 뛸 예정이기에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육체가 이전과 같은지 아니면 그때보다 더 좋아졌는지, 알 수 있을 거야.’
벌써부터 다음 시즌이 기대됐다.
* * *
스타일링을 끝낸 하성은 캐주얼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공연장에 도착했다.
은하의 소속사인 스타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가수들이 출동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행사였다.
덕분에 꽤 큰 규모의 공연장에서 열리게 되었다.
‘미래에는 이보다 더 큰 곳에서 단독공연을 하게 되겠지.’
가까운 미래에서 은하의 모습을 알기에 하성은 그때가 기대됐다.
그녀에게 줄 선물을 들고 대기실로 이동하고 있을 때, 큰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왜 우리가 쌩신인이랑 같이 대기실을 써야 해요?”
“하아…… 너무한 거 아니에요? 아무리 다른 선배들이 있다 해도 우리가 신인이랑 대기실을 같이 쓰다니.”
“맞아. 당장 단독으로 해줘요!”
모두 다른 여자의 목소리였다.
표독스러운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러 대기실들이 있었는데, 목소리가 들려온 대기실의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문에는 대기실을 이용하는 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캔디스, 은하]캔디스라는 이름을 본 하성은 고심에 빠졌다.
‘이런 그룹이 있었나?’
이 시기 모든 아이돌을 알 길이 없었다.
TV만 보던 곳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기에 적당한 팬덤을 유지하다가 사라지는 캔디스를 알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어쨌건 안을 살짝 보니 은하가 주눅 들어 있는 게 보였다.
“우리가 왜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애랑 같이 대기실을 써야 해요?!”
그리고 캔디스의 멤버로 보이는 한 여자가 은하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깨를 더욱 움츠리는 은하의 모습에 하성은 대략 상황 판단을 끝냈다.
그는 이내 손을 뻗어 문을 두드렸다.
똑똑-!
노크 소리에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하성에게 집중됐다.
그리고 그를 발견한 캔디스의 멤버들과 매니저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정하성?”
“정하성 선수가 어떻게 여기에…….”
그녀들은 듣지 못했는지 하성의 등장에 의아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은하와 그녀의 매니저는 환하게 웃으며 하성을 반겼다.
“하성 씨!”
“정하성 선수! 오랜만입니다!”
“은하 씨 오랜만이에요. 매니저님도 잘 지내셨죠?”
캔디스와 그녀들의 매니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회사라 하더라도 다른 가수의 스케줄을 모두 알고 있을 리 없었다.
거기에 은하와 하성이 광고를 찍은 건 1년 전이다.
당연하게도 그런 일을 기억하고 있을 리 없었다.
하성은 당황하는 그녀들을 보다 은하의 매니저를 보며 물었다.
“뭔가 소란스럽던데. 제가 괜한 타이밍에 왔나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참! 대표님이 하성 씨 도착하면 꼭 뵙고 싶다 하셨는데,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그럴까요? 은하 씨도 같이 가죠.”
“네!”
하성의 인지도는 이 방에 있는 누구보다 높았다.
그렇기에 캔디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대기실을 나가는 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 *
은하는 대표님과 인사를 나누는 하성을 보며 눈에서 꿀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1년 만에 훨씬 더 멋져졌어.’
큰 키에 흰 피부.
거기에 붉은 머리는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무엇보다 자신이 곤란에 빠졌을 때 구해준 그의 등장에 더욱 빠져들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먼 곳으로 가버렸어.’
그러나 1년 만에 하성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 버렸다.
메이저리그 그곳에서도 최고의 위치에 말이다.
반면 자신은 아직 한국에서도 제대로 이름을 알리지 못한 그저 그런 가수였다.
‘힘내야 해. 저 사람과 함께하고 싶으면 더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해!’
하지만 은하는 포기하지 않았다.
하성의 옆에 서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높은 곳으로 가야 했다.
의지를 불태우는 그녀였다.
“참, 하성 씨 혹시 노래 좋아하십니까?”
“노래요?”
“예. 은하 양이 이번에 신곡을 발표하는데. 아직 타이틀을 정하지 못해서요. 혹시 괜찮으시면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대표의 제안은 파격적이었다.
외부인에게 미공개 곡을 들려주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대표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있었다.
‘정하성이 컨택해 준 곡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홍보에 플러스가 될 거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하성도 알고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은하의 신곡이라면 상관없겠지.’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들려주세요.”
대표가 노래 두 곡을 들려주었다.
“첫 번째는 현재 타이틀곡으로 예정되어 있는 곡이고요. 지금부터 들려드릴 곡은 고민하고 있는 너와 나라는 곡입니다.”
너와 나.
제목을 들은 하성의 눈이 빛났다.
‘이거잖아?’
은하의 이름이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곡이었다.
노래를 모두 듣고 확신을 가졌다.
2010년도에는 이 곡이 전국에 울려 퍼진다.
“이게 더 좋은데요?”
원래라면 타이틀곡 이후 몇 개월이 지난 뒤에 이 곡으로 활동한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지 않은가?
조금이라도 시간을 당겨주고 싶었다.
하성의 선택에 대표의 얼굴이 조금 당황스럽게 변했지만, 큰 관심은 없었다.
* * *
공연은 즐거웠다.
오랜만에 은하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니 행복감을 느꼈다.
그녀의 노래는 자신에게 일종의 치유 같은 것이었다.
‘데뷔도 비슷했기에 더더욱 자주 들었지.’
훈련의 고단함을 달래주던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노래에 관중들의 호응은 크지 않았다.
아직 인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성만큼은 그녀의 노래에 박수를 보냈다.
“어? 하성이다!”
“정말 정하성이잖아?”
“여기에 왜 왔지?”
“공연 보러 왔나?”
하성의 박수에 호응한 다른 관객들도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내 공연장에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생전 처음 듣는 관객의 호응에 은하는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그녀의 첫 번째 공연이 마무리됐다.
이후 다른 가수들이 나와 노래를 불렀지만, 하성의 자리에는 빈 의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 * *
며칠 뒤.
하성은 인천공항에서 기자와 팬들의 열렬한 환대를 받으며 한국을 떠났다.
떠나는 길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우리 아들 덕분에 일등석도 타보고! 이 엄마는 이제 여한이 없어~그렇지 않아요, 여보?”
“음음! 나도 일등석은 태어나서 처음 타보네. 비즈니스석까지는 타봤는데 말이야. 우리 아들 최고다!”
하와이에는 부모님이 동행하기로 했다.
정확히는 하성은 훈련을 하기 위해 하와이를 가는 것이었고 부모님은 휴가를 위해서였다.
“그나저나 아버지 회사에서 용케 휴가를 내주셨네요?”
“우리 아들 덕분이지! 아들이랑 하와이에 간다고 하니 휴가를 쓸 수 있게 해주더라!”
“하하…….”
하성이 가진 힘은 대단했다.
한국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덕분에 부모님은 각자의 생활에서 인기스타가 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훈련하러 가는 건데. 우리가 같이 가서 방해되는 거 아니니?”
“괜찮아요. 어차피 따로 움직일 거기 때문에 문제없어요. 아버지도 영어 잘하시니 관광하시는 데 큰 문제 없으실 거고요.”
“하하! 그건 그렇지. 내가 한 영어 하지!”
“참, 그리고 이건 하와이 가셔서 쓰실 카드예요. 편하게 쓰세요.”
“어머나! 뭘 이런 걸 다 주니. 거기 가서 쓸 돈은 우리도 있어.”
“아들이 주는 선물인데. 그냥 받으세요.”
“그래, 아들 덕에 호강 좀 누려보자고!”
거절하는 어머니는 결국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하성은 미소를 지었다.
이전 삶에서는 제대로 해드리지 못한 것들을 해드릴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기뻤다.
그렇게 세 사람을 태운 비행기가 하와이로 향했다.
* * *
하와이에 도착한 하성은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하고 다음 날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렌트카로 빌린 페라리 캘리포니아를 타고 도착한 곳은 외곽에 위치한 트레이닝 센터였다.
외곽에 위치해 있다고는 하나 이곳의 설비는 모두 최신식이었다.
주차하고 센터로 들어서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한 여인이 다가왔다.
“미스터 정, 오랜만이에요.”
이사벨은 여전히 육감적인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
오늘은 정장이 아니라 레깅스에 몸매가 드러나는 스포츠웨어라는 게 달랐지만 말이다.
얼마나 몸매가 좋은지 주위에 남자들이 모두 쳐다볼 정도였다.
물론 하성은 전혀 관심 없다는 듯 바로 업무에 대해 물었다.
“제가 부탁드렸던 사람들은 준비됐나요?”
“……물론이죠.”
대답이 조금 느린 건 같지만, 그저 착각이라 생각하고 넘어갔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을 소집했어요. 영양학, 웨이트, 스포츠 사이언스, 마사지사까지. 거기에 센터의 일부 시설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두었으니, 편하게 훈련하시면 되세요.”
J&J에이전시의 힘은 대단했다.
자신이 원했던 것들이 조금 과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완벽하게 준비한 상태였다.
“그런데 작년과 달리 새 시즌 준비를 대규모로 준비하시네요?”
“신체의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바꾸어야 하니 당연한 겁니다.”
“메커니즘을 바꿔요?”
“스프린터에서 마라톤 선수가 될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선발을 위한 준비를 시작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