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98)
마운드의 빌런-98화(98/285)
마운드의 빌런 98화
하성의 등장은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
“몸이 커졌는데?”
“예전에도 몸이 컸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두 배는 되는 거 같네.”
“어떻게 하면 몇 개월 만에 저런 변화가 생기지?”
몸을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동양인은 유전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간혹 그 한계를 넘어서는 이들이 등장한다.
‘탈 동양인급 피지컬을 지닌 하성이지만, 이 정도의 성장은 예상 밖인데?’
백준기는 하성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기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하성의 이런 변화는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을 가볍게 넘어서는 하성의 변화가 어떻게 실전에서 나타날지 궁금해졌다.
“정하성 선수! 선발로 전향하는 게 정말입니까?!”
그때 한 기자가 하성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호텔로 들어가던 하성은 걸음을 멈추고 기자들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사실 확인을 바라시는 거 같으니 분명히 말씀드리죠. 저는 이번 시즌 선발로 뛸 겁니다.”
“오오-!”
“팀도 정하성 선수와 같은 생각입니까?!”
“선수가 한다는데, 반대하겠습니까? 무엇보다 제가 선발로 뛰면 마무리일 때보다 팀에 더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마무리 때만큼의 활약을 할지는 미지수 아닙니까?”
한 기자의 말에 하성이 그를 바라봤다.
“작년에도 제가 메이저리그에 합류했을 때 사람들은 절 의심하더군요. 하지만 결과는 어땠죠? ROY와 사이영상을 동시에 수상했습니다.”
하성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제가 선발로 전향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왜냐?! 그들은 못 하거든요.”
하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두고 보십시오. 올 시즌이 끝났을 때 제가 헛소리를 남발하는 허풍쟁이가 되는지, 아니면 세상이 또 한 번 놀랄지 말입니다.”
선전포고와도 같은 하성의 발언에 플래시가 끊임없이 터졌다.
* * *
[변화를 택한 정하성!]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정하성, 선발 전향을 외치다!] [작년보다 벌크업 된 정하성!] [그들은 못 하기에 자신을 우려하는 것이다라고 발언한 정하성!!] [어슬레틱스도 허락했다? 정하성의 선발 전향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하성의 스프링캠프 합류는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팬들은 그의 발언에 시원함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많은 이가 우려를 쏟아냈다.
-당당한 건 여전하네.
-와…… 사진 봤는데, 몸 쩔더라.
-이런 몸 어떻게 만드냐?
-분명 한국 떠날 때만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벌크업 완전 성공했는데?
-얘도 약 쓴 거 아님?
-그럼 이미 걸렸겠지 ㅋㅋ
-선발로 전향해서 리그 씹어 먹었으면 좋겠다.
-정하성 가즈아-!!
하성에 대한 기대감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자신감도 좋지만, 이 정도는 자만 아니냐?
-말이 너무 앞서 나가는데?
-이러다가 고꾸라진 애들 많은데.
-거기에 소포모어 징크스도 조심해야 할 텐데.
-다른 구단들도 하성에 대해 연구 끝났을 텐데, 너무 자신감 쩌네 ㅋ
-올해 얘 무너진다에 한 표.
-무슨 보디빌더도 아니고 몸을 이렇게 키웠냐?
-둔해져서 어디 제대로 공 던지겠음?
우려를 낳는 의견도 다수를 이루었다.
거기에 전문가들이 불을 질렀다.
[김병태 해설위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하성은 보디빌더가 아니다! 몸을 너무 크게 키웠다!”라고 혹평!] [전문가들 일제히 “정하성의 벌크업이 투구에 영향을 줄 것이다”라는 의견을 내놓아!]전문가들의 지적은 모두 벌크업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만큼 하성의 근육증가는 드라마틱한 변화였다. 그렇기에 정밀한 투구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길 거란 의견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이런 의견들은 부정적인 게시글을 도배하는 안티팬들의 주장에 불을 질렀다.
-두고 보라니까? 정하성 올 시즌 나락 간다.
상반된 반응이 공존하는 가운데.
스프링캠프가 시작됐다.
* * *
올 시즌.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기존과 같은 코치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토니 감독을 중심으로 각 분야의 코치들이 그대로 이어가게 되었다.
그렇기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선수단은 이전보다 더욱 다양해졌다.
09시즌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하면서 금전적인 여유가 생긴 덕분이다.
거기에 관중들이 돌아오면서 구단의 재정에 여유가 생겼다.
선수단을 더 풍족하게 만들 수 있었다는 소리다.
‘이번 캠프에는 다양한 선수들이 온다. 그중에는 즉시 전력으로 쓸 수 있는 녀석들도 제법 있어.’
불펜에 도착한 크리스는 투수진의 몸 상태를 체크했다.
09시즌 어슬레틱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선발진에 있었다.
‘선발이 약하니 초반에 무너지면서 경기가 끌려가는 형태가 자주 나왔어. 마운드가 버텨주면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경기를 끌어갈 수 있다.’
대등한 경기가 이어지면 결국 불펜의 싸움으로 넘어간다.
어슬레틱스의 불펜은 리그 최강급의 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각에선 어슬레틱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이 불펜의 힘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하성이 빠지면서 불펜에 구멍이 생겼지만, 계산상으로는 베일리가 들어가면 어느 정도 상쇄를 시킬 수 있다.’
데뷔 시즌에 베일리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클로저로서의 능력은 미지수였지만, 셋업맨의 능력만큼만 발휘해 준다면 충분히 클로저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세이버메트릭스 수치가 그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문제는 하성이다.’
선발로 전향하는 걸 택한 하성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철저하게 실패할 수도 있고 또 한 번의 기적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오늘이지.’
스프링캠프에 배터리는 야수 조보다 일찍 합류한다.
사실상 투수들의 몸 상태를 미리 체크하기 위함이다.
오늘 크리스 단장이 직접 불펜에 나온 것도 선발투수들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중에서도 하성의 피칭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안녕하심까?”
그때 하성이 지나가면서 크리스에게 인사를 건넸다.
늘어지게 하품하는 그의 모습은 확실히 이전과 다른 위압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덩치가 커진 것도 있지만, 작년과 달리 뭔가 조급함이 보이지 않아.’
09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에서 하성은 분명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조급함도 느껴졌다.
그 이유는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아직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캠프 도중 여차하면 내려갈 수도 있고 시즌 도중에는 언제든지 마이너리그로 강등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아니었다.
‘하성은 실력만큼이나 상품성도 뛰어난 선수야. 제아무리 구단에 권한이 있다지만, 함부로 내릴 수 없는 선수가 됐다.’
그 사실을 하성 본인도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하성이 선발 전향에 실패한다면 이는 명백한 구단의 손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하성을 마이너리그로 내릴 수 없다.
‘웬만한 A등급 FA 선수와 비슷한 수준의 기회를 줘야 한다.’
그것이 크리스 단장에게는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하성이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끼익-!
불펜의 문을 열고 들어온 하성이 가볍게 몸을 풀었다.
오늘은 첫 불펜피칭이기에 언론은 통제되고 있었다.
이 자리에는 어슬레틱스의 선수단과 코치진을 제외한 누구도 없었다.
‘다들 나만 바라보는군.’
공을 던지는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성을 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작년 시즌 최고의 마무리투수인 그가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다들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아, 이제 고작 첫 번째 불펜피칭이야. 얼마나 드라마틱한 공을 던져주길 바라는 거야?’
투수는 시즌에 들어가기 이전에 여러 단계를 통해 몸 상태를 서서히 끌어올린다.
불펜에서 던지는 첫 번째 피칭은 컨디션을 체크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없었다.
‘가볍게 가자고.’
그것을 잘 알고 있는 하성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궁금증은 있었다.
‘과연 지금 내가 던지면 몸의 밸런스가 잘 맞을까?’
하와이에서 야구장을 빌려 몇 차례 가벼운 피칭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몸 상태는 아니었다.
완벽해진 몸 상태로 던질 때 어떤 공을 던질 수 있을지 하성 본인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몸의 밸런스를 체크해야 한다.’
하와이를 떠나기 전.
캠프를 함께 했던 트레이너들이 동일하게 한 말이었다.
(밸런스가 가장 중요해.)
(늘어난 근육으로 인해 신체의 밸런스가 깨지면 그걸 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
(식단도 중요하지만, 우선시해야 하는 건 밸런스야.)
네 사람의 조언을 떠올리며 하성이 간이마운드에 섰다.
그가 서자 투수코치 테드가 다가왔다.
“알고 있겠지만, 오늘 투구는 컨디션 체크니까. 전력을 다할 필요는 없어.”
“옙.”
“20구 이내로 끝내자.”
피칭의 수준도 아니다.
몸 상태를 점검하는 차원일 뿐이었다.
길게 던질 이유도 그걸 테스트할 필요도 없었다.
‘과연 어떨까?’
로진을 손에 묻힌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고 섰다.
“후우…….”
깊게 호흡을 뱉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이전과는 달리 주위의 풍경이 순식간에 어둠으로 물들었다.
‘어?’
갑작스러운 현상에 하성이 당황했다.
그 순간, 어둠이 걷히고 다시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왜 그래?”
하성의 행동이 이상한 걸 감지했는지 토니 감독이 물었다.
“아닙니다, 오랜만에 서서 그냥 감회에 젖었습니다.”
“원 녀석도. 가볍게 가도 되니까, 절대 무리는 하지 마.”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눈을 감자마자 주위의 풍경이 어둠으로 물들었어. 이전보다 집중력이 더 좋아졌다는 건가?’
그럴 가능성은 충분했다.
하와이에서도 훈련하면서 하성은 점점 훈련에 집중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걸 느꼈다.
‘실전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면 편하겠는데?’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면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 있었다.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건 그만큼 체력소모가 심하다는 소리니 말이다.
‘일단 여기에서 집중력을 높이자.’
마음을 먹고 투수의 미트를 바라보는 순간.
주위의 풍경이 어둠에 잠식되고 보이는 건 오직 투수의 미트 하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가볍게 킥킹을 했다.
‘근육의 움직임에 집중해.’
킥킹과 동시에 하체의 근육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근육만이 아니라 관절, 그리고 혈액의 움직임까지.
신체가 자신의 지배 아래에 놓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힘이 축적되는 게 느껴진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이전의 삶에서도 이런 걸 느껴본 적이 없었다.
동작에 따라 힘이 축적되는 게 느껴지다니?
당혹스러웠지만, 하성은 투구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킥킹으로 힘을 축적시킨 하성은 스트라이드를 위해 다리를 뻗었다.
‘다리는 이동해도 몸의 중심은 뒤에 두고 있는다. 최후의 최후까지 힘을 집중시켜야 해.’
피칭 메커니즘을 떠올리며 하성은 힘을 집중시켰다.
다리를 내디디고 골반을 돌리면서 뒤이어 상체도 회전시켰다.
상하체의 회전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면서 길이 만들어지고 그 길 위를 힘을 실은 트럭이 맹렬하게 질주했다.
‘더 빠르게……!’
힘을 운반시키는 트럭에 회전력을 더해 힘을 더 충전시켰다.
그렇게 질주한 트럭이 손끝에 질주하는 순간.
마지막으로 힘을 방출시키며 공을 때렸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포수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돌파해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어억-!!
“오오.”
“나쁘지 않은데?”
“아주 좋군.”
공을 본 코치진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 자체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스피드건에는 88마일이 찍혀 있었다.
하성의 평균 구속을 생각하면 느린 속도였다. 하지만 이제 첫 번째 투구라는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하성만큼은 만족하지 못했다.
‘힘이 분산됐어.’
마지막에 공을 채는 순간.
힘이 분산되는 걸 느꼈다.
이전이라면 느끼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집중력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기에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밸런스를 수정해야겠군.’
숙제가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