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0
10화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도로를 따라 열심히 달렸다. 오르막이 나오면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다시 내리막이 나오면 자전거에 올라타고 그렇게 열심히 달렸다.
점심도 대충 때우고,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덧 이정표에 경산이란 표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다행스러운건 경산이란 이정표를 본것보다 이동중에 놈들을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도 저녁이 다 되었고,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면서 많이 지쳤다.
자전거를 세우고, 폰을 꺼내서 지도를 확인해봤다. 다행히 경산 시가지에서는 벗어난 지역이었다.
이곳이면 그나마 시가지보다 논밭이 많고 시골이라서 훨씬 이동이 용이할 것 같았다. 대신 어느정도 더 가면서부터는 차가아닌 다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길을 따라가는건 너무 잘 보여서 조금 위험할 듯 보였다.
어제 폰으로 지도를 보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경산에서 부터가 조금 문제였다. 경산에서 팔공산을 지나 대구로 가는 중간에 공장이 있었다.
공장이 있는 인근에는 다른 건물들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공장과 조금 떨어진 곳에 마을이나 다른 공장이 있긴 했지만, 공장 인근에는 다른 건물은 없었다. 다만 경산은 나름 시라서 그런지 이전에 지나왔던 곳들과는 사뭇 달랐다.
시가지쪽은 건물이 상당히 많고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아파트도 다수 보였다.
다행히 어제 지도를 보면서 대충 가늠한 경로와 비슷하게 왔는지, 시가지를 벗어난 곳이어서 가기도 조금은 더 편하고 거리도 이쪽이 조금 더 가까운 것 같았다. 시가지에 비해 이쪽이 조금 나은 편인 것이지 지금까지 지나온 곳들과는 비교하기가 힘들었다.
오늘은 시간도 늦었고 하니 가다가 하루 묵을 곳을 찾아야했다. 더 어두워지면 위험할 것 같았다. 놈들이 밤시간에 보는건 어떨지 몰라도 다른 감각들이 있으니, 먼저 보고 피할수 있는 낮시간에 최대한 움직이고, 어두워지면 어딘가에 몸을 숨기기로 했다.
우선 이곳은 인적이 드문 곳이니 이곳에서 첫 건물이 보일 때 까지는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그곳이 몸을 숨길만한 장소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상황을 봐서 건물이 많으면, 아깝지만 자전거는 버리고, 도보로 최대한 몸을 숨기면서 다녀야 할 것 같았다.
10-20분쯤 가다보니 시골집하나가 보이고 그 주변으로 드문드문 집들이 있었다. 시골은 문을 잠그지 않고 지내는 사람이 많기를 바랄뿐이다. 혹 집들이 문이 잠겨 있다면, 가게 건물을 살펴야 하는데 가게는 유리문으로 되있는 곳이 많아서 아무래도 좀 불안했다.
날은 잠깐사이에 벌써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다. 자전거는 일단 버려두고, 가장 가까이 있는 집을 향해서 최대한 몸을 낮춰서 다가갔다.
마을 외곽이라 그런지 아직은 좀비놈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대문은 열려 있었는데, 그 대문 안으로 놈들이 둘이나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시간차를 두고 상대하는것도 아니고 둘을 동시에 상대할 자신은 없었다. 더욱이 보이는 것은 둘이지만 혹시라도 집안에 더 있기라도 하면 낭패였다.
놈들이 보지 못하는 방향으로 해서 최대한 둘러서 다음으로 가까운 집을 향했다. 그 집은 대문이 닫혀 있어서 안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대문이 닫혀있는 집이 더 안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여지껏 봐온 대부분의 시골집들은 대문이 열려 있었는데, 닫혀 있다면 어딘가로 나가면서 문을 잠궈놓은, 빈집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한 마음에 주위를 대충 둘러보고 별다른 이상이 없는 듯해서, 재빨리 그 집 담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폴짝 뛰어서 담장 안을 보는데 좀비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쾌재를 부르며 먼저 쇠스랑을 담장 안으로 던져 넣으려는데, 가장 듣기 싫은 소리를 들어 버렸다.
“캬악!!!”
조금 어두운 곳에 있었던 것인지, 주변을 확인할 때는 못 본 놈들 둘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급한 마음에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달려든 내 자신을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
[병신! 살고 싶으면 제대로 확인 했어야 했는데….]둘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까? 지금 바로 담을 넘으면 놈들에게 발을 잡히거나 하진 않을까? 자전거가 있는곳 까지 뛰어가서 자전거를 타고 다른 곳으로 도망갈 수 있을까? 한순간에 정말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고민은 찰나 였고, 나는 놈들에게로 다가가면서 한놈에게 있는 힘껏 쇠스랑을 휘둘렀다.
다행히 그놈은 쇠스랑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았다. 쇠스랑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놈의 머리에 꽂혔다.
전에 쇠스랑을 놓쳤던 것을 상기하면서, 쇠스랑을 쥔 손에 힘을 바짝 주고, 뽑아낸 다음에 다음놈을 후려치려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쇠스랑이 쉽게 빠지질 않았다. 이전과 비슷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쇠스랑을 놓치진 않았지만, 하려던 다음동작을 할 수 없다는 것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남은 한놈은 벌써 내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얼굴에는 마른 피딱지를 잔뜩 묻히고서, 나를 먹어버리겠다는 일념으로 나에게 달려드는 것 같았다.
“씨팔!!!”
나는 쇠스랑을 놓아버리고, 나를 향해 돌진하고 있던 놈을 한발을 들어서 힘껏 밀어 냈다. 내 몸이 밀릴 정도로 밀어 냈는데, 놈은 고작 몇걸음 물러 서는게 고작이었다.
그 틈을 타서 허리춤에 꽂아두었던 손도끼를 빼들었다. 그 사이, 다시 놈은 내게 달려들었다.
엉겹결에 왼손을 들어 놈의 멱살은 잡아 거리를 유지 시킬 수 있었다.
“카악!!!!”
놈은 다된밥이 발버둥치는 것이 짜증이 났는지,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면서, 나를 붙잡으려는지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피가 묻은 이빨을 드러내면서, 나를 물려고 몇 번을 물어 뜯으려 했다. 왼팔을 곧게 펴고 힘을 잔뜩 주어서 놈이 나를 물수는 없었지만, 놈의 힘이 대단해서 나는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건 놈이 잔머리를 굴리지는 못해, 그저 직선으로 달려들 뿐이라 그나마 팔을 구부리지 않고, 버틸수 있었다. 그렇게 몇걸음 물러서면서 타이밍을 보다가 오른손을 다시 있는 힘껏 휘둘러 놈의 머리 옆부분에 손도끼를 박아 넣었을수 있었다.
퍽!
“이거나 먹어라. 이 빌어먹을 놈아!”
놈은 고목이 쓰러지듯 그대로 손도끼에 맞은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헉~ 헉~ 헉~”
맥이 풀리는지 가쁜 숨을 크게 몰아 쉬었다. 그 와중에 고개를 드는데 처음 들렸던 집에 있던 놈들이 싸우는 소리를 들었는지 집을 나와서 이쪽으로 어슬렁거리며 오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깜짝 놀라서 주위를 둘러 보는데, 다른 방향에서도 몇놈이 이쪽을 향해서 오는 것도 보였다.
“젠장, 많이도 몰려오네. 한꺼번에 많이 보니까 무섭지도 않다. 빌어처먹을 새끼들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겁에 질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놈들과 또 이짓거리를 할 생각도 없었다. 나는 얼른 목표로 했던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배낭을 담 넘어로 던져 넣고, 겨우 나도 담을 넘어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대문의 빗장을 확인 해보고, 놈들이 와서 두들긴다고 열릴 것은 아니었다. 재빨리 몸을 옮겨, 현관문을 열어보는데 현관문도 잠겨 있었다. 그래서, 그 옆의 거실 전면에 크게 설치되어 있는 창을 야삽을 이용해서 깨버렸다.
그곳을 통해서 집안으로 들어가 현관을 보는데 집안에 신발이 안보인다. 집안에 아무도 없을 것 같지만, 확실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방금 전에 뼈저리게 얻었다.
방문을 하나하나 열어서 다 확인해 봤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안방으로 보이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대문을 부수고 들어올 정도면 이문도 힘을 못쓰겠지만 그렇다고, 잠그지 않고 있을 정도로 나는 담이 크지 못했다. 이제야 겨우 안심이 되었다.
밖에서는 놈들이 대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내가 잠이 들 때 까지도 들렸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방안에 있는 침대위에서 오랜만에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리고, 잠자리에 누워서 한가지를 다짐했다.
“쇠스랑처럼 깊게 박히는건 다신 안쓴다. 젠장”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그 며칠 사이에 나도 많이 변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