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기웅이가 가게 안을 살피는 동안, 나는 온 정신을 집중해 주변을 살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좀비가 하나, 둘 비틀비틀 거리며 나오는 것이 보이긴 했지만, 거리가 멀어서인지 놈들은 진하게 썬팅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거리가 멀어서 그런 것인지 놈들은 우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어슬렁 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기웅이는 간단히 좀비가 없는지 먼저 살폈다. 그리고, 그 후 물건을 찾기는 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가게가 넓어서 인지, 살펴보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것 같았다.
‘아… 없나? 어디서 찾아 봐야 되나…’
왠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지만, 찾아다니 보면 언젠가는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런데,
“형님! 찾았어요! 그런데 좀 무거워서 도와 주셔야겠어요.”
기웅이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최대한 낮춰서, 나에게 알려 왔지만, 그의 기분이 그대로 거기에 묻어나는 듯 했다. 여태까지 봤던 것은 아주 작아서 혼자서도 옮길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번 것은 좀 큰 모양이었다.
콰당!
건물 안에서 무언가 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났다.
“크륵! 크악!!!”
건물 안의 눈에 띄지 않는 방문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인지, 아무래도, 먼저 난 큰 소음은 방문 같은 것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뒤이어 들린 소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좀비들의 괴성이었다. 아무래도, 좀비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기웅이가 살핀다고 살피는 것 같았는데, 가게 안쪽은 어둡기도 했고, 발전기 생각이 앞서서, 아무래도 놓친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육안으로 놈을 확인 할 수가 없었다. 어디에 가려서 그런 것인지, 어두워서 그런 것인지 조차 파악 할 수가 없었다.
멀리서 어슬렁거리고 있던 몇 몇의 좀비도 이곳에서 나는 소음을 들었는지 천천히 이곳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순간, 기웅이가 침착하게 발전기를 어떻게든 들고 나오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안되겠다 싶었던지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 총을 잡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자신이 처리를 하려는 것 같았다.
“기웅아! 그냥 나와! 안쪽은 어두워서 위험해! 내가 엄호할게!”
내 말을 들었는지, 기웅이는 멈칫하고는 발걸음을 돌려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러 유인을 하듯 뭐라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
그 사이 나는 안에서 소리 나는 것이 한 놈 밖에 없는 듯 해서, 석궁을 꺼내 들까 하다가, 아무래도 나와 좀비 사이에 가게의 전면 유리가 있어서 석궁으로는 놈을 명중시키기가 힘들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소총을 들고서 놈의 모습이 드러나길 기다렸다.
기웅이는 어느새 가까지 다가와 있었고, 좀비도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는 위치까지 나왔다. 어기적 거리며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일반 좀비인 것 같았다.
“형. 잠시만요. 제가 처리할게요. 총은 그냥 두세요.”
기웅이는 차에서 자신의 도끼를 찾아 꺼내고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놈을 발로 쓰러뜨려 놓고, 도끼를 휘둘렀다.
퍽!
‘올 때는 걱정 잔뜩 시키더니, 막상 부딪히니까 잘 하네.’
다행스럽게도 총을 사용하지 않고 놈을 처리 할 수 있었다.
“형. 좀 도와주세요. 이번 건 좀 무거워요.”
“알았어. 기다려.”
어떻게 어떻게 조수석으로 몸을 옮겨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기웅이가 있는 곳으로 재빨리 다가가면서 방금 쓰러뜨린 좀비를 보자, 역시나 머리가 박살이 나있었다. 하지만, 어물쩡거릴 시간이 없었다. 다시 기웅이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확실히 예전에 봤던 것 보다는 큰 발전기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예전과 비슷한 크기 정도의 것들도 두 개가 있었다.
“좋아. 기웅아. 이거 옮겨 실을 수 있는데 까지 실어 보자. 다 가져가면 좋고.”
“예. 일단 큰 것부터 옮기시죠.”
발전기는 역시 무거웠다. 무게 만큼이나 성능에서도 덩치 값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 함께 들어 옮기자 좀 쉽게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작은 것들은 다시 돌아가 한 사람이 하나씩 챙겼다. 이제 출발하는 일만 남았다.
언뜻 주변을 살펴보자, 아까는 꽤 멀리 떨어져 있던 놈들이 어느새 꽤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크아악!!!”
놈들도 우리를 봤는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빨리 타자!”
급하게 조수석 문을 열고 타면서 기웅이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기웅이도 이미 차를 타고 문을 닫은 후였다. 간신히 다시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자, 좀비들이 거의 차 앞에 다다라 있었다.
척. 퍽. 퍽.
좀비 하나는 차 보닛을 타고 올라오려고 허우적 거리고 있었고, 하나는 운전석 쪽 창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또, 몇몇은 더 뒤쪽에서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다. 썬팅 때문에, 밖에서 차창 안이 보이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타는 것을 보면서 이 안에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인지, 보이지 않는데도 우리가 차안에 있다는 것을 알 정도의 머리가 있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냄새나 다른 흔적들 때문에 그러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혹시나 더 시간을 끌다가 차 유리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급하게 차 시동을 걸고서 빠른 속도로 후진을 했다. 차를 두드리고 있던 놈들은 또 다시 허우적 거리며 차로 다가오고 있었다.
‘징한 놈들.’
나는 조심스럽게 차를 움직여 인도에서 내려왔고, 놈들을 뒤로 한 채 연구소를 향해 차를 몰았다.
“후~ 다행이다. 별일 없어서.”
“예. 수고하셨어요.”
“이제. 좀 긴장이 풀리나 보네. 맞닥뜨리면 잘 하면서 괜히 사람 걱정하게 만들고 말이야. 하하”
웃는 낯으로 농담을 던졌다.
“그러게나 말이예요.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더라구요.”
살짝 기웅이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기에 관련된 말은 꺼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기웅이는 과거의 기억 때문에 좀비의 숫자에 대해서, 그놈들에게 둘러싸이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보통의 사람들도 그런 상황에 접하게 되면 공포에 휩싸일 수는 있겠지만, 그런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 일이 벌어지기 전부터 공포에 젖어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무튼, 잘 끝내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시트 다 내려 앉겠다. 하하”
“그러게요. 완전히 주저 앉겠네요. 하하”
돌아오는 길에는 기웅이와 이런저런 농담을 해가면서, 밝은 기분으로 연구소로 향할 수 있었다.
*****
기웅이와 내가 연구소에 도착하자, 점심 식사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원진이가 옥상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우리가 게이트 앞에 도착하자, 손을 들어 올리며, 인사를 했다. 나 또한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그에 답했다. 그리고, 차 안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자, 지선이가 뛰어 나와서는 게이트를 열어 주었다.
다들 기운차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 우리가 다려 온 사이에도 별 다른 일은 없었던 것 같았다.
“시간은 딱 맞춰서 왔네요. 막 식사 준비 시작했는데.”
“하하. 그런 건 딱 제 시간에 맞춰서 다녀야, 안 굶고 다니지.”
“으유~ 하여튼.”
불과 몇 시간 만에 보는 것이지만, 이렇게 만나서 실없는 소리를 하기도 하고, 서로 웃고, 부대끼면서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세삼 고마웠다.
“기웅아! 수고 했어. 들어가자.”
“예. 형도 수고하셨어요.”
기웅이도 옆에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기웅이를 보면서, 내가 그의 좀비의 숫자에 대한 공포나 극도의 긴장을 극복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기웅이가 좀비가 많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가능하면 빼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기웅이도 신경 써줄 것이 많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예전에 차 중사 구하러 갈 때는 어떻게 함께 했는지 신기하긴 했다. 전우애나 뭐 그런 것이 더 강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신변 정리를 하고 식당으로 들어서자 이미 다들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고생 했겠구만. 그래, 별일은 없었고?”
내가 자리에 앉자, 영감님이 조금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예. 좀비들과 만나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어요. 대신 발전기를 세 개나 챙겨 오긴 했는데… 전부 작동을 하는 것인지 확인을 해봐야겠어요.”
“오호. 그럼 내가 자네들 수고한 보람을 찾게 해 줘야겠구만.”
영감님이 무언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진척이 있으신 건가요?”
“아니, 진척이랄 것 까지는 아니네. 여기 연구원이 내 놨던 연구 자료들을 다 훑어 본 정도라네. 아직 시작이라고 하기도 힘든 단계지.”
영감님은 숨을 고르고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성과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야.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있었고, 많은 도움이 됐다네. 더군다나 젊은 연구원이 아주 극한 상황에서 치열하게 파고들었던 모양이네. 단시간에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꽤 훌륭한 내용이었네. 아무튼 자네들이 준비해 준 발전기를 사용할 날이 곧 다가올 것 같네.”
영감님은 말을 마치고서, 모두를 향해서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이전 보다 자신감이 생기신 모양이었다. 그런 영감님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영감님을 따라 밝은 미소를 짓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행들도 다들 그런 영감님의 그런 모습에 힘이 나는지, 서로를 바라보면서 감출 수 없는 미소가 번졌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