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퍽! 퍽!
“젠장. 징그러운 놈들. 질리지도 않나. 매일 같이…”
“그러게나… 흣! 말이다…”
일행들과 좀비들이 모여드는 것에 대해서 상의를 한지 1주일이 지났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좀비들은 연구소로 모여들었고, 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렇게 펜스에 기대어서 우리를 향해 미친 듯이 괴성을 지르고 있는 좀비들을 바라보는 것도 익숙해져 버렸다. 한 가지 다행한 일이라면, 기웅이의 그 괴상한 공포증, 다수의 좀비에 대한 공포증은 어느 정도 저절로 해소가 된 것 같았다.
뭐, 이렇게 매일 같이 저 밖에서 이렇게 괴성을 질러대고 있으니, 익숙해 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말… 끝도 없네요. 아침부터 이게 뭐하는 짓인지.”
기웅이가 신세 한탄을 하듯 투덜거렸다.
“어쩌겠어. 계속 모아 둘 수도 없으니. 시간 날 때마다 이렇게 처리해야지.”
“캬아악!!!”
“시끄러워 이 지삭아! 흣!”
퍽!
아침부터 펜스에 모인 좀비들을 처리한지 1시간쯤 지나자, 밤새 모여있던 좀비들을 겨우 처리할 수 있었다.
“후~ 이제 들어가자.”
“예, 형. 들어가시죠.”
우리는 일을 마무리하고서 건물로 돌아갔다.
“응? 뭐지?”
막 건물로 돌아가려는데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상한 점을 찾을 수는 없었다.
“어? 왜 그러세요?”
“아냐. 내가 좀 예민해졌나보다. 가자.”
조금 찜찜한 느낌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뭐라 하기도 힘든 기분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왔지만, 밖에서는 아직까지 좀비들이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지금이야 그러려니 하고 지내고 있지만, 처음에는 금방이라도 놈들이 이 안으로 들어올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형. 오늘 식량 챙기러 나가는 건 좀 일찍 나가려구요. 식사하면 바로 나갈 생각이예요. 기웅이형이랑은 이야기 맞춰 놨구요. 조금이라도 일찍 나가야지. 들어올 때 놈들 수가 좀 적을 것 같아서요.”
원진이가 2층으로 올라가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래. 그러는게 좋겠지? 오늘 수고 좀 해야겠구나.”
“수고랄 것까지 있나요. 형도 여기 있어봐야 틈 만나면 좀비들 쑤셔대야 할 텐데요, 뭐.”
“후~ 발전기 때문도 아니고… 그래도, 며칠 전에 펜스 보강 해 놓은 게 생각보다 효과가 좀 있는 것 같지? 한결 튼튼한 느낌이야. 내가 잡고 흔들어 봐도 예전보다 훨씬 요동이 덜한 것 같아.”
“예. 해 놓기를 잘한 것 같아요. 어우~ 그나저나 배고프네요. 아침부터 설쳤더니. ”
오늘은 기웅이와 원진이가 밖으로 나가는 날이었다. 연구소에는 나와 지선이가 남아서, 한 명씩 번갈아 경계를 서고, 나머지 한명은 틈날 때 마다 펜스 주변에 모이는 좀비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곳에 온 것이 이제 거의 1달쯤 됐나? 그런 것 같은데, 느낌은 1년쯤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기분이었다.
배고프다고 투덜거리던 원진이는 식사 전에 뭐라도 좀 요기를 하겠다며, 식당으로 갔다. 나는 숙소로 돌아와 혼자서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아까 그 이상한 느낌은 뭐였지? 뭐가… 찜찜한데… 이런 기분일 때는 조심하는게 최고지. 암. 아침부터 설쳤더니… 배가 좀 고프긴 하네.’
누워있자니 살살 배가 고파왔다. 원진이하고 같이 뭐가 좀 먹을 건데 그랬나 싶기도 했지만, 조금 있으면 어차피 식사 시간이기 때문에 좀 더 참기로 했다.
‘아… 왜 이렇게 간당간당한 생활이 되 버린 거지…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혼자 침대에 누워 천정을 바라보며, 마음을 좀 가다듬었다.
*****
원진이와 기웅이가 밖으로 나간 지 벌써 4시간이 지나간다. 평소라면 벌써 돌아왔어야 할 시간이지만,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공장에서 나올 때 얻어온 무전기로 불러보기도 했지만, 볼륨을 완전히 낮춰 놓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인지 응답이 없었다.
그들이 나가고 한동안은 왠일인지 펜스 근처로 몰려오는 좀비들이 완전히 사라져 버려서 그저 기분이 좋기만 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고, 그들이 돌아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되지 않자, 이곳에 좀비가 몰려오고, 오지 않고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알지 못할뿐더러 지금 연구소에는 자동차도 없어서 찾으러 갈 수도 없었다. 현재 연구소에 남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기다리는 것 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식사시간이 지난 것도 잊은 채 나는 옥상에서 경계를 서며, 지선이와 영감님은 1층의 출입문 앞에 서서 펜스 밖의 진입로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멀리서 자동차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옥상에서 바라보니, 저 멀리서 기웅이와 원진이가 타고 나갔던 차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둘 다 무사히 돌아오길 빌고, 또 빌었다.
“멀리서 들어오고 있어요. 만약이지만,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시구요.”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지선이와 영감님에게 알렸다. 그들 둘도 소리로 자동차가 접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시야가 가려 타고 나간 차가 맞는지 확인을 못하고 초조해 하고 있었다. 지선이는 차가 들어오고 있다는 내 말을 듣고 작게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차가 게이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차 안에는 두 명이 모두 타고 있기는 했지만, 그들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이곳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출발한 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꺄악!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는 옥상에 있어서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게이트를 열고 있는 지선이를 보고도 그들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선이가 게이트를 열어 주자, 천천히 차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원진이와 기웅이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더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 다친거야? 놈들에게 당한 건 아니고? 괜찮아?”
지선이는 그들의 초췌한 몰골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퍼붓는 소리가 내가 있는 옥상에 까지 크게 들려 왔다. 나도 더 이상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서둘러 그들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갔다.
내가 1층으로 내려가자, 그때까지도 기웅이와 원진이는 멍한 표정으로 흐느적 거릴 뿐이었고, 지선이는 그런 그들에게 무슨 일이냐고 다그치기만 하고 있었다. 영감님은 그런 그들을 딱한 표정으로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지선아! 우선 다들 식당으로 옮기자. 다들 정신 없는거 같은데, 그렇게 다그친다고 되겠어?”
나는 정신없이 떠들고 있는 지선이를 잠시 제지하고, 둘을 식당으로 옮기게 했다.
식당으로 돌아와 지선이는 잠시 밖에서 기다리도록 하고, 나와 영감님이 둘에게 양해를 구하고 혹시나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을 했다. 그들도 우리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는 듯 그저 말없이 따라줬다.
잠시후, 그들은 옷가지를 다시 갖춰 있고, 지선이도 식당으로 들어와서 자리를 마련했다.
“기웅아. 무슨 일이야. 이제 정신을 좀 차린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이었던 건지 말을 좀 해 주겠어?”
“하~”
내 말에 둘은 정신을 좀 차린 듯 서로를 바라보더니 기웅이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바로 무슨 말을 하지는 않았다. 답답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무언가 말을 할 때 까지는 다그치지 않고 좀 기다려 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저기…”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원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와 다른 일행들은 다들 원진이를 바라보며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 나가서 이상한 일이 있었는데요. 후~”
원진이는 한번 숨을 고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 그것보다 기웅이형과 제가 이야기를 해 본 것이 있는데… 혹시 저희가 여길 나선 이후로 몰려드는 좀비가 있었나요?”
“응?”
원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을 벗어난 질문이었다. 밖으로 나갔던 그들이 왜 이곳의 상황을 궁금해 하는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혹시 저희가 나간 이후로 몰려드는 좀비가 없지 않았나 해서요.”
우리가 동그랗게 눈을 뜨고 서로를 바라보자, 이번에는 기웅이가 우리에게 재차 물었다.
“예상을 못한 질문이라서… 어쨌든, 맞아. 둘이 여길 나선 이후로 지금까지는 이곳으로 몰려드는 좀비가 없었어.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아무래도, 우리 둘 중 하나가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좀비들을 끌어 들이는 것 같아요.”
기웅이의 입에서 당연하기 그지 없는 말이 나왔다. 사실 사람이라면 모두 좀비를 끌어 들이기 마련이었다.
“당연하잖아. 좀비들 사람 보면 쫓아다니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잖아.”
지선이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냐는 듯이 그들에게 말을 했다.
“그건 우리도 당연히 알지. 우리한테 무슨 일이 있었냐면 말이야…”
그때부터 기웅이에게서 나온 말은 일행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