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원진이와는 부대에 있을 때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부대에서 갑자기 그 일이 터지고, 아비규환이 되었을 때, 그때 처음 만났다.
그때까지 몇 년 동안 함께 지내던 동료들이 갑자기 동시에 쓰러졌고, 그들이 모두 동시에 죽은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들이 다시 걷기 시작했고, 뛰기 시작했다. 그것만이라면 좋겠지만, 그들은 쓰러지지 않았던 우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물고, 할퀴고, 살점을 뜯어 먹었다. 그런 생지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괴물로 변해버린 동료들을 다시 한 번 죽여야 했다. 그러다가, 소수의 살아남은 부대원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괴물로 변해버린 동료들의 눈을 피해 겨우 버스와 무기를 챙겨서 부대를 벗어 날 수 있었다. 그 큰 부대에서 살아남은 인원이 고작 40명 남짓이었다.
물론 그 이후로도 그 숫자는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그때는 그 정도의 인원이 살아남아 부대를 벗어났다.
그 이후로 여기저기 생존을 위해서 돌아 다녔다. 그러다가 한 공장을 발견하고 그곳에 정착할 수 있었다. 그때는 이미 민간인 생존자들이 많이 합류한 상태였다. 그들이 민간인이기는 했지만, 상황이 상황이어서 그들에게도 총기를 지급하고, 필요할 때는 함께 좀비들과 맞섰다.
그러다가, 지금의 동철이형 교수님, 지선이가 합류를 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지금 옛 동료들과는 떨어져서, 교수님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동안은 이곳에서의 생활도 나쁘지 않았다. 이 하사, 김 병장이 아니라 아는 동생, 오빠 혹은 가르치던 학생들처럼 대해주는 지금의 일행들과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좀비들이 이 연구소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유도 알지 못했고, 대책을 세울 수도 없었다. 그때부터는 불안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지냈지만, 마음 한 켠에 부대에서 본 아비규환이 자꾸 떠올랐다. 이곳도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조금씩 커져만 갔다.
“기웅이형. 오늘 저하고 밖에 나갔다 오셔야 하는데 오늘 좀 일찍 나갔다가 오는 게 어때요? 일찍 나가나, 늦게 나가나 어차피 나가 있는 시간은 비슷하겠지만, 아침에 한번 펜스 주변 정리를 할 테니까, 늦게 나가면 혹시나 주변에 더 모여 있을지 모를 것 같거든요.”
아침 일찍 비몽사몽인 와중에 원진이가 오더니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그래? 음… 그렇게 하자. 자식, 밥 먹을 때 이야기해도 될 걸 가지고… 아함~ 아이고, 덕분에 잠은 확실히 깼다.”
이야기하는 와중에 터져 나오는 하품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
연구소를 나선 우리는 식량을 구하러 가기 전에, 도로에 차들이 보일 때 마다 차에서 기름을 뺐다. 차에서 기름을 빼내는 건 이런 도로변이 확실히 더 안전했다.
주변에 좀비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이 쉽기도 했고, 아무리 시골가게라도 주변에 가게들이 있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곳에서 공구소리가 크게 나고 하는 것은 왠지 불안했다.
기름을 챙길 만큼 챙기고서, 가게가 있는 읍내로 향했다. 시골이라 그냥 읍내라고 우리는 불렀지만, 실재로 그곳이 읍내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아무튼, 그곳의 슈퍼에 들러서 식량을 챙겼다.
“크륵.”
“크악.”
가게 밖에서 갑자기 좀비들의 거친 소리가 들려왔다. 숫자도 꽤 많은 것 같았다.
나와 원진이는 하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숨을 죽였다. 차로 가게 입구를 막아 놓기는 했지만, 차 유리창이 깨진다던지, 차와 가게 출입문 사이에 비집고 들어올 틈이 있다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가 있었다.
우선은 놈들이 가게 앞을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했다.
가지고 있는 무기는 등 뒤로 매고 있는 석궁과 허리에 동철형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정글칼을 하나 매고 있었다. 그것은 원진이도 마찬가지였다. 총기는 모두 차에 둔 상태였다. 그것이 조금 후회스러웠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심스럽게 석궁을 준비해서 진열대 뒤에 몸을 숨긴 채, 입구 쪽을 겨냥했다. 원진이도 그런 나를 보고 석궁을 겨눴다. 그리고, 부디 놈들이 그냥 지나가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마치 몇 시간을 그 자리에서 긴장을 하고 있는 듯 한 착각이 들었다. 마침내 가게 입구를 지나가는 놈들이 입구를 막아 놓은 차 넘어로 보였다. 어기적 거리며 걷는 놈들의 걸음걸이가 이럴 때는 너무나 느리게 느껴졌다. 놈들이 가게 입구를 지나가고도, 한참을 더 그렇게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있었다.
나는 원진이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수신호를 보내고 조심스럽게 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좀비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됐어. 빨리 챙겨서 여길 뜨자.”
원진이에게 다가간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원진이는 아직 불안한지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는 챙겨 놓은 물건들을 차로 옮기기 시작했다. 챙겨 놓은 물건들을 다 옮겨 싣고, 출발하자 그제서야 원진이가 입을 열었다.
“후~ 간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얼마나 놀랬는지. 아후~”
“자식. 나도 놀라긴 했다. 하하. 그런데, 아직 좀 더 챙겨야 될게 있지?”
“예. 문구류들 좀 챙겨 달라고 교수님이 말씀하셨어요.”
“알았어!”
동네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문구점을 팔만한 가게를 찾았다. 무슨 초등학교 근처로 문구점이 하나 보였다.
“저기요. 저기 있네요.”
원진이도 문구점을 보았는지,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알았어. 나도 봤어.”
문구점 주변으로는 다행히 좀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천천히 차를 움직여서 가게 쪽으로 다가갔다. 비록 가게 안이 난장판이긴 했지만, 좀비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가게도 아주 작아서 좀비가 숨어 있다거나 할 공간은 없는 것 같았다.
“저 혼자 갔다 올게요. 챙길 것도 많지 않고, 둘이 들어가기는 또 가게가 많이 좁네요.”
원진이가 가게 안을 보더니 자신있게 말을 했다.
“알았어. 이상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긴장 풀지 말고. 알지?”
가게 앞에 바짝 붙여서 차를 세우자, 원진이가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 나는 주변을 살피면서, 가게 안을 가끔씩 들여다봤다. 원진이가 열심히 찾기는 하는데, 자잘한 물건들이 많이 있다 보니 필요한 것들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잠시 기다리는데 먼발치에서 좀비 몇이 어기적 거리며 골목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원진아. 아직 멀었어?”
고개를 돌려 원진이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물건만 찾으면 시간 걸릴 건 없는데… 찾지를 못하겠어요.”
순간 고민이 되었다. 나도 가게로 들어가서 찾는 물건을 최대한 빨리 찾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일단은 자리를 피하고, 다른 곳을 찾는 것이 좋을지 결정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원진아. 타! 다른데 찾아보자. 여기 길이 좁아서 갇히면 위험해. 좀비들이 저쪽에 나왔거든!”
나는 아무래도 안전한 것이 우선인 듯해서 결정을 하고, 원진이에게 알렸다. 원진이는 조금 아쉬운 듯 잠시 더 물건을 찾다가 내가 한번 더 재촉하자, 할 수 없이 차에 올랐다.
“아… 슈퍼 같은데서 음식 찾는 거랑 다르네요. 자잘한 것들이 잔뜩 있으니까… 예전에는 주인한테 뭐 달라 그러면 바로바로 찾아 줬는데… 젠장.”
원진이가 차에 타고도 툴툴거렸다.
그런 원진이를 태우고서 다시 차를 움직였다. 그때부터 였다. 무언가 일이 돌아가는 상황이 이상해 진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좀 전까지 좀비가 별로 보이지 않던 한적한 도로에 갑자기 좀비들이 늘어 있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여기저기를 다녀 봤지만, 전부 마찬가지였다.
“원진아! 이거 왜 이러지? 우리 올 때 이렇지 않았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지만, 너무 황당해서 원진이에게도 물었다.
“어? 여기 왜 이러죠?”
원진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원진이도 갑자기 많이 진 놈들의 숫자에 살짝 당황한 듯 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순식간에 불어나고 있었다.
순간, 이 동네 살던 사람들이 전부 좀비로 변했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숫자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비들을 피해서 차를 달리는데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았다.
어느 한 곳에만 좀비들이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마을 일대에 상당히 많은 수의 좀비가 퍼져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생겨났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 것 같았다.
“이거… 왠지 연구소에 요즘 좀비들 몰리는 거랑 비슷한 것 같지 않아요?”
그때와 조금 다른 느낌은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르다고 하기도 조금 힘들 것 같았다. 무엇보다 지금 머리가 멍한 것이 무언가 생각을 하긴 하는데… 앞뒤가 연결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내가 너무 답답하지만, 너무 긴장한 것 같았다.
가장 먼저 슈퍼에서 식량을 구할 때부터 시작이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때부터 좀비들이 조금씩 불어났던 것 같다.
“좀비들이 때로 모여서 이동을 하는 건가? 그런 일이 가능해?”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떤 것도 정확하게 이 상황을 설명하지는 못했고, 또 지금 내가 이 상황 자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형. 그것보다 빨리 이 마을 벗어나야겠는데요? 이러다 갇히겠어요.”
마을 외곽의 도로는 모두 좀비들로 꽉 차버린 것 같았다. 이 정도 숫자의 좀비에 싸여버리면 차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차로 밀고나가고, 어쩌고 할 수준의 숫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차로 여기저기 좀비들을 피해서 다니다 보니, 조금 긴장이 풀렸는지, 주변 상황들이 좀 더 명확하게 눈에 들어왔다. 놈들이 생각보다 그렇게 만은 숫자는 아니었다.
물론 많기는 했지만, 완전히 이 일대를 뒤덮어 버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놈들의 숫자는 많았고, 우리는 놈들에게 싸이지 않기 위해서 마을 안을 여기저기 뒤지고 다녀야 했다. 혹시라도 길을 잘못 들면 도로가 좁아서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한참을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니다가, 겨우 마을을 벗어 날 수는 있었지만, 나나 기웅이 모두 제정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인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런데, 마을을 조금 벗어나자 그렇게 우리를 쫓아다니던 좀비들이 더 이상 쫓아오지를 않았다.
이건 방금 전 상황보다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놈들과의 거리가 그렇게까지 멀지도 않았고, 예전 같으면 분명 놈들이 느리더라도 어기적 거리며 우리에게 다가왔었는데, 그러지를 않았다.
우리는 연구소로 돌아갈 생각도 못하고, 마을에서 벗어난 도로에 차를 세우고 멍하게 있었다. 우리가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이 되지도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있은 후에야 우리는 다시 연구소를 향해 차를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