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기웅이와 원진이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일행들은 다들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이야기를 한 기웅이와 원진이도 이해하고 이야기를 한 것 같지 않았다.
좀비들의 숫자가 갑자기 불어났다는 것도 그렇고, 또 그들이 마을 안에서는 사람을 쫓다가, 마을을 벗어난 사람들에 대해서는 쫓지 않는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영감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선이도, 어떻게 생각해? 솔직히 좀비가 늘어나는 기간이나 방식… 이런 건 차이가 많이 나서 마을에 좀비가 늘어난 것과 여기에 좀비들이 몰려오는 것을 연결시키는 것이 좀 억측일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해요. 그렇지만, 왠지 감이라고 해야 하나? 왠지 연관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또, 그 사이에 여기에 좀비들이 전혀 몰려오지 않은 것도 조금 신경이 쓰이고. 어제만 하더라도 오전 중으로만 한 열 대여섯은 몰려 왔던 것 같은데…”
다들 내 말에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참! 너희들 식사는 했어? 아직 못했을 것 같은데.”
문득 기웅이와 원진이가 도착하자 여태까지 잊고 있던 허기가 찾아왔다.
“아. 배고픈 줄 모르고 여기까지 오긴 왔는데, 오니까 배가 고프네요. 뭘 좀 먹고, 가서 쉬어도 될까요?”
이제 긴장이 좀 풀리는지 원진이가 어정쩡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영감님과 지선이, 나는 우선 식사를 준비했다. 일행들 모두 여태까지 식사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배가 고팠던 모양이었다. 정말 맛있게 식사를 하고, 기웅이와 원진이는 숙소로 올려 보냈다. 그리고, 식당에 남은 우리는 다시 그들이 겪은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영감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영감님에게 의견을 물었다.
“글쎄… 뭐라 단정 짓기는 좀 이른 것 같기는 하지만… 생각을 해보면 이곳에서의 일들과 기웅군이 겪은 일들을 연관시키기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네. 시기적으로 저쪽에 좀비가 늘어났을 때, 이쪽은 전혀 좀비가 몰려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조금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하네만, 그것 말고는 두 곳에서 좀비가 늘어나는 양상이 차이가 많은 것 같네. 그리고, 예전 공장에서 지내던 것을 생각해보면, 기웅군이나 원진군 때문에 좀비가 늘었다는 것도 무리일게야.”
영감님은 두 문제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저기… 근데요. 만약에 말이예요. 정말 만약에… 뭐가 됐든지 간에, 좀비들을 통제한다고 생각하면 가능성은 있지 않아요?”
지선이가 좀 특이한 의견을 내놓았다.
“응? 그건 더 말이 안 되지 않아? 좀비를 통제하다니.”
“그러니까, 만약에 말이야. 우리가 아직 좀비에 대해서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치고, 생각을 해보면…”
지선이의 말에 왠지 그럴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감님?”
나는 영감님의 의견도 듣고 싶었다.
“음… 생각하기 싫은 경우이긴 하네만… 만약에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지금의 문제들도 조금은 설명이 되기는 하지. 하지만, 지선양이 말했듯이 우리가 좀비에 대해서 다 알지 못하네. 그러니까, 섣불리 무언가 결정을 내렸다는 전혀 반대방향의 결론이 날 수도 있네. 그러니, 좀 더 지켜보면서 신중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네.”
“예. 아직은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네요. 일단, 한동안 외부 출입은 자제해야 겠어요. 만약에 지선이 말이 사실이라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사태 추이를 좀 더 살펴봐야겠어요. 문제는 기웅이나 원진이가 봤다는 그 어마어마한 수의 좀비들이 그 마을에 있지 않고 이곳으로 몰려올 가능성은 없는 걸까요? 아니, 이것도 아무도 모르는 문제이긴 하겠네요. 아~ 정말 아는게 없으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정말 답답했다. 아는게 없다는 것이 이렇게 답답한 일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말게. 여태까지 잘 해왔지 않나. 다 잘 될게야.”
영감님이 초조해하는 나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그럼. 한동안 외부 출입은 자제하면서, 혹시 모르니까 펜스나 건물을 다시 좀 보강을 할 수 있는 것들은 보강을 하는 것이 좋겠어요.”
“그래.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 나가세.”
“그럼, 저는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 볼게요. 아… 골치야.”
“아! 그래. 수고하시게.”
“오빠. 쫌만 더 수고해. 나랑 조금 있다가 교대하고.”
나는 그렇게 다시 옥상으로 올라와 경계를 섰다. 하지만, 경계를 서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앞으로의 일에 대한 걱정 뿐이었다. 하지만, 걱정만 더 늘었을 뿐이고,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것은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
저녁이 되어 식사시간이 되자 다들 다시 식당에 모였다. 기웅이와 원진이는 많이 진정이 된 듯 이전과 다름없어 보였다. 다만, 연구소 주변에 다수의 좀비가 몰려 있다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기는 했지만, 오후에 연구소로 들어올 때처럼 반쯤 정신줄을 놓은 것 같은 상황은 아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또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우선은 기웅이와 원진이에게 오후에 셋이서 이야기 했던 결론을 말해 줬다. 그것들에 대해서 둘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펜스 보강과 외부 출입 자제 말고는 솔직히 이곳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최대한 연구를 빨리하고, 연구 성과가 조금 미진하더라도, 조금 더 상황이 안 좋아진다 싶으면, 여기를 뜨는게 좋지 않을까요? 교수님 말씀을 들어봐서는 어차피 당장 결론이 나올 것 같지는 안던데… 그리고, 연구소라면 이곳 말고도 찾아보면 더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사실 대도시 같은 곳은 좀비들 때문에 일부러 피해서 다니는데…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좀비들이 때로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불안하네요. 또… 이번에는 놈들이 그 마을에서 안 나오는 것 같았지만… 언제까지 그럴지 알 수 없는 거잖아요.”
원진이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음… 내 어느 정도 완성이 되면 이야기를 하려 했네만… 사실 조금만 더 시일이 있으면, 중간 성과물 정도는 얻을 것 같다네. 그때 까지만 좀 버텨보세. 사실 그것도 불확실한 것 투성이지만, 방에서 고민을 해봤지만, 이곳에서 더 이상 오래 머무는 것도 너무 위험할 것 같구만.”
영감님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일행들은 다들 깜짝 놀랐다. 이곳에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중간 성과물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결과가 나왔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어진 영감님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이런 사단이 나기 이전부터 영감님은 미군의 부탁으로 연구를 어느 정도 하고 있었고, 또 거기에 더해서 처음에는 그저 그런 것 같던, 이곳에 있던 연구원의 연구 성과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영감님의 이야기에 일행들이 다들 힘을 얻은 것 같았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자, 힘이 나는 모양이었다.
영감님은 대략 일주일 정도만 더 버텼으면 하는 이야기를 했다. 그때까지는 외부에 나가지 않고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이야기 나온 것을 정리해보자면, 지금 연구소의 상황도 좀비들 때문에 좋지 못하고, 주변의 마을에도 좀비들이 갑자기 많아져 버렸어요. 그리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 두 가지 문제는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구요. 하지만, 지금 영감님이 하는 연구가 조금만 더 기다리면 중간 성과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보자. 이렇게 요약할 수 있었어요. 맞죠?”
“그렇죠.”
내 물음에 기웅이가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이곳이 위험한 것도 위험한 거고, 성과물이 나오는 것도 나오는 거지만, 지금 좀비들 상황이 더 신경이 쓰여요.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갑작스럽게 놈들이 수가 불어나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왠지 신경이 쓰여요. 놈들의 행동 패턴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피신한다고 해서 다른 곳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요. 공장으로 돌아가서도 이렇게 될 수도 있는 거구요.”
나는 한차례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이곳에서 영감님 중간 성과물 나올 때 까지만 버티다가,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죠. 하지만, 그때까지만 이라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내는 것이 나중에라도 우리가 생존하는데 도움을 줄 것 같네요. 무엇보다 지선이가 오후에 흘러가는 말로 했던 것… 놈들이 어떤 것에 통제를 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그리고, 예전에 영감님이 저한테 좀비에 대해서 설명을 하실 때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 나네요. 바이러스들이 마치 누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처럼 천편일률적으로 변이과정을 거친다구요. 그런데, 그게 정말 누군가가 그렇게 만든 것이라면 어떨까요? 무기로서나… 뭐… 어떤 이유에서든 간에요. 만약 무기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누군가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지지는 않았을까요?”
내가 생각해도 조금 비약이 심한 것 같기는 했지만, 일단 머리에서 떠돌던 것들을 뱉어 내고 나니 속은 후련했다. 영감님은 생각에 잠겼고, 다른 일행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와 영감님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내가 그런 표현을 하기는 했었지. 맞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표현을 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였네. 말했다시피 나는 이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에 미군에게서 요청을 받고 연구를 하고 있었네. 그렇다는건 그들도 이것을 어디서 발견을 한 것이지 그들이 만들어 내지는 않았을 것이네. 그럼, 초 강대국이라는 미국이외에 이런 전 세계적인 사태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있겠는가? 분명히 말하자면 내가 가지고 있는 돌덩어리 한두개 만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이런 사태를 발생시킬 수가 없네.”
영감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또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 모르겠네요. 아무튼 전 좀 찝찝한 건 사실 이예요. 뭐, 기분이 그렇다는 거니까, 너무들 신경 쓰지는 마세요. 그럼, 며칠간만 다들 버텨 냅시다!”
“예! 아자!”
다들 결의를 다지며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