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좀비무리에서 총알이 날아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펜스 안으로 들어온 좀비를 막으려면 사격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제는 그것도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날이라도 밝았으면 사격을 하고 있는 놈을 먼저 노리겠지만, 그러기도 힘이 들었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할 상황이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좀비인지 사람인지 모를 이놈도 야간시력은 보통 사람들과 비슷한 것 같다는 것이다. 먼저 사격을 하거나해서, 위치를 드러내지 않으면 먼저 사격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젠장. 어쩌면 방탄조끼를 입은 사람일수도 있겠지만, 그것으로는 설명 안되는 게 많아. 이래서는 밀고 들어오는 좀비들을 막을 수가 없잖아. 차라리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릴까? 그럼, 놈이 나타나면 바로 사격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놈이 방탄조끼를 입은 사람인지, 좀비인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총 들고 있는 놈을 바로 쏴버리면 될 것 같은데…’
그래도, 그동안 1층 창문과 출입문을 보강을 해 놓았기 때문에, 당장은 크게 위험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총을 쏘는 놈이라면 또 어떤 짓을 할이지 모르기 때문에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었다.
지선이가 일행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지 총소리가 많이 뜸해졌다. 하지만, 아직 어딘가에서 총소리가 들리는 것이 누군가 사격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위험한데… 빨리 중지 시켜야 해.’
나는 재빨리 식당을 나가서, 총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렸다. 내가 뛰어 들어간 사무실에는 원진이가 창문들에 몸을 기대고서 사격을 하고 있었다.
“원진아! 사격 중지! 몸 숙여!”
나는 급하게 원진이에게 고함을 질렀다.
“예?”
원진이가 고개를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왜 그러는지 몰라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퍽!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원진이의 가슴을 꽤 뚫었다. 원진이는 가슴에서 피를 뿜어내며,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가듯 바닥에 쓰러졌다.
“원진아!”
나는 쓰러져 있는 원진이에게 달려갔다. 원진이의 가슴부위는 이미 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심장 같은 중요 부위를 맞은 것인지 원진이는 단 한발에 숨이 끊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뜬 채로 바닥에 누워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씨팔! 어떤 새끼야!!!”
나는 원진이의 눈을 감겨 주면서, 터져 나오는 욕을 주채 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원진이는 그렇게 간 것이 덜 고통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단 한발에 절명을 했으니 크게 고통스럽지는 않았으면 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를 포함한 남은 일행들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 남아야 했다.
“동철군!”
“오빠!”
내 고함소리를 들은 것인지, 일행들이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그들은 바닥에 누워있는 원진이를 보고는 그 자리에 멈춰 서버렸다.
나는 입구에 서 있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런!!! 씨팔!!!”
기웅이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창가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내가 재빨리 그를 붙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야! 이기웅! 정신 차려! 너도 죽을 거야?”
“형! 이거 놔요! 원진이가! 원진이가!!!”
기웅이는 너무나 흥분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흥분을 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다.
“야! 침착해! 지금은 달려들어서 총질 해봐야 우리만 손해야. 우리가 유리할 때 복수를 하면 되잖아, 임마!”
“크아!!!!”
기웅이가 울그락 불그락 얼굴을 붉히더니 괴성을 내질렀다.
겨우 기웅이를 진정시키고, 원진이의 시체를 대충이나마 수습을 했다. 그리고, 일행들과 나는 식당으로 모였다. 원진이가 누워있는 방은 기웅기도 그렇고, 모여서 상의를 하기는 문제가 있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기웅이도 어느 정도 진정을 한 것 같았다. 밖에서 더 이상의 사격은 없었지만, 이미 펜스 안은 좀비들로 가득 차 버렸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죠?”
다들 침묵에 쌓여 있는 와중에 지선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대답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꽤 시간이 흐른 다음 그냥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내가 말을 꺼냈다.
“지금 밖에서 총을 쐈던 놈. 제가 총으로 한번 맞췄어요. 그런데 다시 일어났어요.”
“그게 정말인가?”
내 말에 영감님이 바로 반응을 했다.
“예. 방탄조끼나 그런 걸 입은 것인지 좀비인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방탄조끼 같은거 입더라도 사람이라면 총알에 맞고 그렇게 바로 일어나기 힘든 걸로 알고 있어요. 도저히 이해가 안 되지만, 밖에 저놈 좀비인 거 같아요.”
“그게 무슨!”
내 말에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총을 쏜 나도 못 믿을 일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사실 이예요. 분명히 총에 맞고 쓰러지는 걸 봤어요.”
다시 일행들은 말이 없어졌다.
“놈은 우리가 사격을 하면 총구 화염을 보고 대응사격을 하는 것 같았어요. 지금도 우리가 사격을 중지한 이후로는 놈도 더 이상 총을 쏘지 않고 있어요.”
나는 한 템포 쉬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건 이대로 날이 밝을 때 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지금은 놈도 그렇지만 우리도 시야 확보가 안 되니까 힘이 들어요. 대신 우리는 인원이 놈 보다 많아요. 총을 쏘는 놈은 하나 밖에 없는 것 같았어요. 그러니까, 날이 밝으면 한명은 그 총을 쏘는 놈만 기다리면서 그 놈이 보이는 즉시 처리를 하는 거죠.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펜스 안에 있는 좀비들을 처리하구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게 최선일 것 같아요. 다들 어떠세요?”
영감님과 지선이는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기웅이는 부대에서 함께 탈출한 원진이의 죽음이 충격이었는지 아까부터 말이 없었다.
“이미 좀비들이 펜스를 넘어와 버렸으니, 굳이 불리할 때 싸울 필요는 없겠지. 그 동안 이곳 보강도 튼튼하게 했으니 날이 밝을 때 까지 이 상태로 대치만 해도 괜찮을 것 같구만.”
마침내 영감님이 내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제 생각도 그래요. 대신 총까지 쏘는 놈이니까 무슨 짓을 할지 장담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날이 밝을 때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될 것 같아요.”
영감님과 지선이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기웅이는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무래도, 기웅이의 반응이 신경이 쓰였다.
“기웅아. 힘들겠지만, 가슴에 묻어라. 이미 벌어진 일이야.”
나는 기웅이를 보면서 조용히 이야기를 했다.
“날이 밝고 나서, 총 쏘는 그놈 처리하는 건 제가 할게요.”
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기웅이가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의 어조는 너무나 결연하게 들렸다.
“알았어. 그건 너한테 부탁할게.”
우리는 각자의 숙소로 가지 않고, 다함께 식당에서 밤을 새기로 했다. 대신 두 조로 나눠서, 나와 지선이 그리고, 영감님과 기웅이가 번갈아 가면서 밖을 살피면서 눈을 좀 붙이기로 했다. 하지만, 잠시 쉬기로 한 시간이더라도 극도로 예민해져 있기 때문인지, 몸은 너무나 피곤했지만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차츰 사물들이 어슴푸레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창밖을 살필 때 고개를 살짝 씩만 내밀어야 했다. 기웅이는 자신이 쉬는 시간이 되어도 어차피 잠도 안온다며, 계속 밖을 살폈다.
조금씩 날이 밝으면서, 처음 총을 쏜 놈이 있었던 펜스 게이트 주변을 살펴봤지만, 놈은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그 근처에 놈이 있었다면 총을 쏠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마음은 편했을 텐데, 놈이 아예 보이질 않으니 어디서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불안하기만 했다.
날이 완전히 밝자, 일행들은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사격준비를 했다. 기웅이는 벌써부터 어제 그 놈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자, 다들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다들 좀비들을 처리하기 시작했지만, 기웅이 뿐만 아니라 일행들 모두 사라진 그 놈을 신경 쓰는 것 같았다. 펜스 안에 있는 놈들을 쏘면서도 눈은 바쁘게 주위를 살폈다.
펜스 안에서 어기적 거리던 놈들은 총소리에 일행들이 있는 창문 아래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우리를 붙잡겠다고 손을 뻗어서는 허우적 거리는 모습들이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얼마나 모여 들었는지 일행들이 있는 식당 아래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신 빽빽하게 들어서서 그러고 있으니, 총으로 놈들을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탕!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