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일행들은 정신없이 창문 밖을 향해서 총을 쏘고 있었다. 어제 밤 그놈이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놈들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쨍그랑!
일행들이 모두 총을 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어디선가 멀리서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들었어요?”
“응? 무슨 소리야?”
분명 나는 어렴풋이 들었는데, 다른 일행들은 아무도 듣지 못한 듯 했다. 다른 일행들은 무슨 소리하는 거냐는 듯 나를 쳐다봤고, 지선이는 나에게 되물어왔다.
“어디서 창문 깨지는 소리가 났어. 1층인 거 같은데.”
“1층에 창문은 전부 보강해 놨잖아요. 그리고, 여기서 봐도 창문으로 기어들어오는 놈은 안 보이는데요?”
기웅이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기웅이의 말에 퍼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뒤쪽! 건물 뒤쪽 창문들!”
나는 깜짝 놀라 소리를 쳤다.
“뒤쪽에 창문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이예요. 그것들도 전부 보강을 해놨잖아요.”
기웅이가 무슨 소리냐는 듯이 말을 했다.
“아니. 그 놈. 어제 봤던 그 총을 사용하는 놈이 연구소 뒤쪽으로 왔으면?”
“!!!”
내 말에 일행들 모두의 눈이 번쩍 떠졌다.
“기웅아! 나하고 같이 가보자!”
“예!”
나와 기웅이는 1층으로 가보기 위해서 일행들이 모여 있던 식당에서 나와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내 지선이의 고함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러워져야만 했다.
“오빠! 놈들이 1층 출입문으로 들어오고 있어!”
그리고, 다시 총성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나와 기웅이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소총을 들어올리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으니 놈들이 들어왔다면 2층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놈들이 건물 안에 진입을 했다면 어떻게 해서든 복도와 계단 사이에 있는 문을 닫아서 봉쇄를 해야 했다.
“크르륵.”
계단 아래에서 놈들 특유의 가래 끓는 듯 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기웅이에게 잠시 멈추라는 수신호를 하고 계단을 내려가지 않고 고개를 삐죽 내밀어서 1층의 상황을 살폈다.
출입문 쪽에서 좀비들이 계속 밀려오고 있었고, 벌써 1층에는 많은 수의 좀비들이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도저히 지금 상태에서는 1층과 2층 사이를 봉쇄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나와 기웅이는 재빨리 다시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들 따라 오세요. 3층으로 대피해야겠어요. 빨리요.”
일행들이 급하게 들고 있는 무기들만 챙기고서 3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복도로 나왔다.
“크아악!!!”
벌써 2층까지 올라온 좀비가 몇 있었다. 그 놈들이 복도로 나오는 우리를 보고는 괴성을 질렀다.
“젠장! 빨리요!”
다행히 좀비들의 숫자가 많지 않아서 나는 그냥 밀고 나가기로 했다. 놈들에게 다가가며 힐끗 본 기웅이는 어느새 총을 등 뒤로 돌려 매고, 손에는 칼을 쥐고 있었다.
뻑!
팍!
나와 기웅이가 급한대로 가지고 있던 무기로 좀비들을 처리했다. 계단으로 올라 선 우리는 재빨리 철문을 닫았다. 그리고 출입문을 보강하기 이전에 3층을 2층과 봉쇄할 때 쓰던 쇠사슬을 다른 곳에 옮기지 않고 근처에 놔둔 것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 쇠사슬과 잠금장치를 이용해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겨우 차단할 수 있었다.
“후~ 이제 어떻게 하죠? 완전히 고립되 버렸는데…”
기웅이가 일행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나도 특별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똑. 똑.
“…”
한참을 다들 그 자리에 서서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작스럽게 우리가 닫아 놓은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문을 바라봤다. 손에는 자동적으로 총이 쥐어져 있었다.
똑. 똑.
마치 노크를 하는 듯 한 소리가 다시 철문에서 들려왔다. 분명 좀비라면 저런 식으로 문을 두드리지는 않았다.
“어이~ 거기 있는 거 알아. 거기 있지? 나 누군지 알겠어?”
철문 너머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누… 누구야?”
난 너무 놀란 나머지 말도 재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 너구나! 난 니 목소리 기억하는데, 넌 기억 못하는 거야? 이거 실망인데… 내가 그렇게 임팩트가 없었나?”
또 다시 철문 너머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아주 느긋하게, 사람을 약을 올리 듯 말을 하고 있었다.
“너 누구야! 아니. 너 뭐야? 사람이야? 좀비야?”
“글쎄. 나도 그걸 잘 모르겠어. 그런데 아무래도 좀비 쪽에 가까우려나? 아니면, 좀비하고 사람… 중간쯤? 아~ 모르겠어. 그런데 말이야. 니 덕에 나 이렇게 바뀌었는데 기억이 안 나는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계속 능청스럽게 말을 하고 있는 놈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또,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 짜증이 났다. 총으로 확 갈겨버려도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너희 놈들이 내 동생을 죽였잖아. 그래도 기억 안나? 네놈이 내 오른팔도 날려버리고, 다리에 화살까지 박았잖아. 이 개새끼야!!! 어!!! 어제 밤에는 네놈들 때문에 가슴팍에 구멍까지 뚤렸다고, 이 새끼야!”
“너! 너!”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혀 버렸다. 놈은 분명 인수를 죽인 그 놈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놈이 살아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놈이 갑자기 사라지긴 했었어도, 어떻게 이렇게 좀비들이 널려 있고, 치료도 재대로 받을 수 없는 세상에서 한쪽 팔이 잘리고, 다리에는 화살이 박히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렇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다 네놈 덕분이야. 네놈한테 당하고 살려고 발버둥을 치다보니 이렇게 되버리더라고. 자세한 이야기는 영업비밀이니까 너무 궁금해 하진 말고. 요즘은 또 이상하게 이 좀비놈들이 내 말을 참 잘 듣는다는 말이야. 큭큭. 아주 좋아. 이렇게 복수할 때 정말 편리하거든.”
놈의 주둥이를 찢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 너무나 강력하게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나는 일행들에게 총을 쏘겠다고 수신호를 했다. 그리고 다들 3층으로 올라갔다.
놈도 총을 들고 있어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 대충 놈이 있을 것 같은, 소리가 나던 장소를 향해 몸을 삐죽 내밀고서 총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몇 발을 쏘고 나자 철문 반대쪽에서 어수선한 느낌이 들었다. 문을 긁어 대는 소리,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총알이 지나가면서 만든 구멍으로 새어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이 새끼가!!!”
놈이 발악을 하듯 고함을 질렀다. 분명 또 몸 어딘가를 맞은 듯했다. 아직 이해는 되지 않지만, 확실히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투다다다당!
반대쪽에서 놈도 총을 갈겨댔지만, 다행히 몸을 먼저 피해서 다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가 문에 뚫린 구멍들을 보면서 잘못하면 문이 일찍 뚫리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나와 일행들은 서둘러 3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3층의 계단에 있는 철문도 닫아 잠궈버렸다.
나는 놈의 말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좀비들이 놈의 지시를 받는 다는 말이었다. 일전에 지선이가 이야기 할 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 모양이었다.
“저번에 지선이가 얘기한 게 실제로 벌어진 모양이예요. 여태까지 우리에게 벌어진 일들을 생각해 본다면 완전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요.”
“그것도 그것이지만… 큰일이예요. 식량이 하나도 없어요.”
기웅이가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어차피 놈도 총을 가지고 있어서, 여기서 오래 버티지는 못 할거야. 두꺼운 방탄문도 아니고, 봤잖아 아까 놈과 내가 총을 쏴대니까 구멍 숭숭 뚫리는거. 놈이 문에 정신이 팔려 있을때 최대한 빨리 탈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일단 다들 방들을 뒤져서 커튼이나, 이불 같은 것들을 찾아주세요. 묶어서 연결하면 옥상을 통해서든 창문을 통해서든 내려갈 수 있을거예요. 어떻게든 탈출을 하자구요.”
나와 일행들은 흩어져서 이불이며 커튼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한동안 모아온 커튼과 이불, 옷가지 들을 묶어서 긴 밧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건물 앞 창쪽은 좀비들이 많이 몰려있어서 도저히 그쪽으로는 내려가는 것이 힘들 것 같았다. 일행들은 옥상으로 올라가서 주변을 살피며 좀비들이 가장 적은 방향을 살폈다.
급히 옥상에 가지고 올라온 밧줄을 묶고 있는데 아래쪽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탕! 탕! 탕! 탕!
놈도 총으로 어떻게든 문을 열어 볼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