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1
11화
어제 맛본 극한의 공포 때문인지, 밖에서 좀비놈들 몇이 얼마간 대문을 두들겼는데도, 어제와 비교해서는 제법 지낼만한 밤이었다. 어제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조금 삐끗한 오른속 손목을 제외하면 몸 컨디션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어쩌면 나쁘지 않은게 아니라, 긴장감과 공포감에 내 자신이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밤사이 대문을 두들기던 놈들은 다른곳으로 간것인지, 그냥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지, 아무튼 조용하긴 하다.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대문을 확인하니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
오늘도 또 열심히 이동해야하니까, 얼른 준비를 조금 해야겠다. 우선은 내가 잔 안방과 다른방들, 그리고 주방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유용한 물건들이나 식량이 있는지 살폈다.
꼭 필요할 때 아니면 폰을 켜기도 이제는 베터리가 아까웠기에 필기구와 메모지는 꼭 필요한 물품이었다. 식량은 아직 가진 것이 조금 남아 있긴 하지만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조금이라도 더 있어서 나쁠건 없을 것이다.
다른 것은 아직 생각나는 것이 없어서 뒤지다가 무언가 나오면 생각해보기로 했다.
한동안 집 안을 뒤져서 챙길만한 것들을 챙겨서 안방에 늘어 놓았다. 일단 볼펜 몇 개와 쓰다만 다이어리가 있었다.
앞부분에 글이 좀 써져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펼칠 때 마다 기분이 꿀꿀할꺼 같아서 그 부분은 찢어 버렸다. 이것들은 일단 배낭 제일 바깥에 꺼내기 쉬운 부분에 넣어 놓았다.
불행히도 식량으로 쓸만한 것은 없었다. 뭐 음식이 있긴 했지만, 살던 사람이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이었는지, 인스턴트류의 음식, 보관하기 좋은 음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리고, 후줄근한 남자 속옷 몇장을 챙겼다.
몇장 챙겨오긴 했는데, 아무래도 속옷은 더 있어서 나쁠 것은 없을 것 같다. 남의 속옷입는 게 찝찝하긴 하지만, 지금 찝찝한것보단 깨끗한 속옷이 중요했다.
병원에 갈 처지도 아니라 위생도 신경 써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놈들이 냄새에 반응을 보이니, 속옷을 빨지 못할 경우가 생기더라도 갈아입을 속옷은 필요할 것 같았다. 나중에 정 구하지 못하면 할 수 없지만, 구할 수 있을땐 구해놔서 손해볼 것은 없을 것이다.
다른 것은 챙겨야 할것들이 안보였다.
나도 대구에서 살아서 경산에 몇 번 와보긴 했지만, 하양까지 와본적은 없었다. 당연히 길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공장까지의 이동 경로를 체크해 보는데, 확실히 시라서 그런지 이전까지 왔던 길들보단 복잡했다.
잠깐 이동하는 거라면 폰을 켜놓고 이동하겠는데, 거의 하루 종일 이동해야 할 것 같고, 베터리도 이제 2/3정도 밖에 안남은 상황에서 그럴수는 없었다. 도로를 따라 가면서 이정표를 보고 갈수 있다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게 없는 일이지만, 그렇수는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아주 단순 무식한 방법이었다.
그냥 지도를 대충이라도 비슷하게 그리는 거였다. 대충 건물이 많이 보이는 부분은 검게 칠하고 논이 많은 부분은 그냥 뒀다.
비율따위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정확한 거리는 잘 모르겠지만, 대강이라도 이렇게 표시해 놓으면 좀 나을 듯 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그려나가다 보니 암담한 지역이 나와버렸다. 가는 중간에 금호강을 꼭 건너야 하는데, 근방에 다리가 둘 있었다.
다른것들은 거리가 너무 멀었다. 아무튼 그둘중 하나는 다리를 건너면 근방에 작은 대학교가 3개나 있었다.
“빌어먹을. 무슨 이런… 대학들이 왜 이렇게 몰려있는거야!!!”
조용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리고서, 다른 다리를 보는데, 여기는 아파트 단지가 4,5개 있었다.
“아… 젠장… 어디로 가는게 좋을까? 대충 봐선 거기서 거기 같은데… 아…”
결정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그때 한가지 생각이 번뜩 머리에 떠올랐다.
“아! 아직 대학교는 여름방학 기간일거야. 그건 그학교들 대충 검색해보면 알수 있겠지. 방학이라도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아파트 단지하고는 비교가 안될거야.”
다시 지도에서 확인한 대학교들의 여름방학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검색을 해봤다.
“역시!!! 좋아. 그럼 이쪽으로 이렇게 가는게 좋겠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방학기간 중이었다. 내 기억으로 대학교 방학기간이야 다 비슷비슷 하니까, 그럴꺼라고 생각은 했지만, 확인은 해두는게 좋았다.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일이니까. 그렇게 경로를 정하고, 대충 오늘중으로 갈 목적지 까지 대충 정했다. 그리고서, 씻고 옷도 갈아입었다. 출발준비는 모두 마쳤다.
배낭을 매고, 어제 들어왔던 창으로 조심스럽게 나왔다. 그런데, 대문쪽에서 부시럭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계속 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좀비들이 그쪽에 있는 듯했다.
대문 반대쪽으로 가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데, 이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담장을 붙잡고 담장반대쪽을 조심스래 확인해봐도 역시 놈들은 보이지 않았다.
배낭을 던지면, 소리가 너무 크게 날것 같아서, 배낭을 맨채로 바둥바둥거리며 겨우 담장을 넘을수 있었다. 집안에서 생각해둔 경로를 떠올리면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이동하다보니, 몇시간이 지났지만, 생각보다 많이 오지는 못했다. 출출한걸 보니 요기를 해야할 듯했다. 전방에 풀이 많이 우거진 밭이 보였다. 그곳에들어가서 잠시 앉아서 쉬면서 요기를 할 생각이었다. 막 한걸음을 때려는 찰나, 놈들의 울부짖음이 다시 내 귀를 때렸다.
“크악!!!!”
무언가 얇은 철판이 울리는 소리도 들렸다. 순간 내몸은 경직되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분명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여태까지 경험에 비추어보면 놈들은 무언가 공격대상을 인식했을때가 아니면 저런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없었다.
놀라서 두리번 거리며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는데, 나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가 이틀전 묵었던 컨테이너 창고와 비슷한 그런 컨테이너가 주위를 둘러놓은 듯 심어놓은 나무에 가려있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저기서 나는 소리일 것 같았다.
분명 피해가야 할 상황이었는데, 무엇에 홀렸는지, 조금 더 그 곳을 향해서 다가가고 있었다. 대략 200미터쯤 거리가 남았을 때, 나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바짝 낮춘채로 컨테이너를 주시했다.
놈들 넷이 창문이 있는곳인지, 햇빛이 무언가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거리는 곳을 둘러싸고, 그 주변의 벽을 마구 두드리고 있었다. 분명 저 안에 사람이 있을 것 같았다.
분명 그럴 것 같았다. 조금더 지켜보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사람 하나가 뛰쳐나왔다.
거리가 멀어 정확히 확인하긴 어려웠지만 사람인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갑자기 내가 있는곳을 향해서 손을 흔들며 뭐라고 고함을 치면서 뛰어오기 시작했다. 분명 나를 향해서 오는것이었다.
분명 살려달라는 소리였고, 목소리로 봐선 여자였다.
나는 어찌해야 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맞서 싸우는건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뛰어서 도망을 가는건 너무 가깝게 접근을 한탓에 나까지 놈들에게 발견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것도 너무 위험해 보였다. 어찌할바를 몰라서 당황하고 있는데, 다시 그 여자여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저좀 살려주세요!!! 제발요!!! 살려주세요!!!”
[미친년. 혼자 죽어라. 제발. 씨팔. 어떻게 해야되지?]놈들과의 거리는 더 가까워져서, 정말 이젠 도망가기도 힘들어 보였다. 속으로 욕이란 욕은 있는데로 그 빌어먹을 년에게 퍼부어 주면서, 손도끼를 들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저년에게 정신이 팔려 있을 때 한놈이라도 먼저 처리해야지 그나마 내가 살 확률이 올라 갈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데, 다시 또 그 미친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이번에 들린건 말소리는 아니었다.
“꺄~~~~악!!!!!!!!!!!!!”
급하게 뛰어오다가, 어디 돌부리에라도 걸린건지 다리가 꼬인건지, 그 년이 땅바닥에 엎어져서는 버둥거리고 있었다.
“휴~~~”
순간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그래. 그렇게 혼자 죽는거야.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 재수없는 년.]놈들은 금방 그 년에게로 달려들었다. 여자 혼자서, 아니 남자든 여자든 혼자서 저놈들 넷을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게 진리다. 곧이어서, 그녀의 비명소리가 다시 텨저나왔고, 몇 번이 더 이어졌지만, 그소리는 점점 약해졌고, 곧 끊겼다. 드디어 놈들의 만찬이 시작된 것이다.
[휴… 다행이다. 역시 놈들이 있는곳은 피해야되… 내가 죽으려고 환장했지 여길 왜와서는..]나는 정말로 환하게 미소지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포복으로 이곳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