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순간적으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찜찜한 기분이 이렇게 비수가 될 것이라고 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이러는 이유가 뭐죠? 저희는 여러분에게 줄 것이 없는데요.”
떨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면서 말을 했다.
“뭐… 그렇게 너무 걱정하지는 않아도 돼. 당신들한테 그렇게 해가 되는 짓을 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그는 잠시 말을 끊고, 우리 일행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마주쳤다.
“음… 우선 내가 하나 제안을 하지. 그 제안에 당신들이 따라 준다면 아까 약속했던 식수와 식량을 주도록 하지. 어때? 괜찮을 것 같지 않아? 당신들을 해체지도 않겠다고 약속을 하지.”
그가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말을 이었다. 놈의 얼굴을 개머리판으로 짖이겨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어 왔다. 그리고 이런 놈들이 하는 약속 따위를 믿지도 않았다.
“글쎄요. 무슨 제안이신지…”
“우선 총부터 버리는 게 좋을 텐데…”
일단 지금은 놈들의 말을 듣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완전히 기선이 제압 당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놈들의 말을 그대로 들어주면 끝도 없을 것 같았다.
살짝 고개를 돌려서 일행들을 돌아보니 기웅이와 지선이는 눈앞의 이들을 겨누고 있는 상태였고, 그 뒤에 험상궂게 생긴 사내가 엽총을 들고 기웅이를 겨누고 있었다. 앞쪽에 있는 사내 둘도 우리를 겨누고 있었다.
“무슨 제안인지 이야기를 해보시죠. 그쪽이 뒤를 잡고 있다지만, 맞닥뜨리면 양쪽 모두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우리 중 한명이라도 살아남으면 당신들 중에 몇은 우리와 길동무 할 각오를 해야 할 거예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 할 만한 일인가요?”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놈들에게 약하게 나가면 한없이 약하게 나갈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일행을 둘이나 잃었어요. 악밖에 남은 게 없어요.”
그들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다고 느낀 것인지 내 말에 그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무언가 눈짓을 주고 받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눈빛들이 오고 갔고, 그들의 의도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일행들과 나도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봤다.
그들도 마구 밀어 붙이기에는 부담이 되었던 것인지 그들 중 나서서 말을 하고 있던 사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거참. 깡다구 있는 놈들 이구만. 쳇! 좋아. 거기 너희 남자 둘, 여자는 두고 가라. 그러면 여기 있는 음식과 물까지 너희들에…”
놈의 말을 끝까지 들을 필요도 없었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하지도 마!
“쓸데없는 고집은 안 부리는 게 좋지 않겠어? 여자만 두고 가면 만사 해결이야. 세상이 이 꼴이 난 다음에 만난 일행이라면 그렇게 목숨 걸고 지킬 사이도 아닐 거 같은데?”
놈들도 그냥 물러나지는 않으려는 것 같았다. 다른 것이었다면 어쩌면 포기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선이는 포기 할 수 없었다. 지선이와 육체적인 관계도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영감님이 그렇게 되고 난 이후에 이제 나를 붙잡아주고 있는 것은 지선이였다.
“두말 하지 않겠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그렇게 하면서도 주변을 살폈다.
“이 새끼 이거 말귀 못 알아듣네. 죽고 싶어, 이 새끼야?”
내 앞에서 말을 하고 있던 놈이 안 되겠다 싶었는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같이 죽으려면 해보던지. 어때?”
속으로는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난리가 났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말을 하고 살짝 주변을 살피다가 기웅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기웅이의 눈빛이 무언가를 격렬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분명히 무언가 일을 벌이려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을 벌이려는지는 몰라도 시선을 끌어주면 기웅이에게 조금 도움이 되지 않았까 싶었다.
“어때? 죽기 싫으면 니들이 우리한테 먹을 것들을 넘겨주고 물러나는 게?”
내가 생각해도 웃기는 소리였다. 내가 이런 말을 떠벌리자 나에게 말을 하던 놈이나 총을 겨누고 있던 놈이나 히죽 거리며 비웃었다.
“뭐? 이건 뭐… 완전 미쳤구나. 거참. 완전히 미친놈일세. 상황파악이 안 되는거냐? 닥치…”
그가 막 뭐라고 말을 하려는데 절규에 가까운 기웅이의 외침이 들려왔다.
“엎드려!!!”
쾅!!!
나는 기웅이의 고함소리를 듣고 바로 바닥에 몸을 날려 바짝 엎드렸다. 기웅이가 고함을 지르고 이내 엽총이 한발 발사 되었다.
나는 등 뒤에 메고 있던 소총을 재빨리 앞으로 들었다. 그리고 누가 맞은 것인지 재빨리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선이도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다.
나와는 반대쪽으로 몸을 날리면서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우리는 서로의 안전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녀가 근처의 소파 뒤로 몸을 숨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탕! 탕!
나는 놈들에게 위협을 하기 위해서 천정을 향해서 총을 쐈다. 그러자 우리들의 앞에 있던 놈들도 놀랐는지 몸음 웅크리면서 몸을 낮추는 것이 보였다.
기웅이를 찾기 위해서 몸을 돌렸다. 내 뒤에서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나는 볼 수가 없었다.
그곳에는 어떻게 한 것인지 기웅이가 놈의 뒤를 잡고 있었다. 놈의 머리를 겨누고 있던 기웅이의 총이 불을 뿜었다.
놈의 머리는 반 정도가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예전이었으면 눈뜨고 볼 수 없었을 장면이었지만, 그 모습에도 무덤덤하게 다음 상황을 머리에 떠올릴 뿐이었다.
일단 뒤쪽의 안전은 확보가 됐다. 이제 앞이 문제였다. 이런 근거리에서 산탄을 쓰는 엽총이라면 상당히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탕! 탕! 탕!
쾅!
다들 어딘가에 몸을 숨긴 채 총격전이 벌어졌다.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 그 와중에 나는 재빨리 우리 뒤에서 나온 놈이 있던 쪽으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기웅이와 지선이도 다른 쪽 방안으로 어느 사이엔가 몸을 피해 있었다.
놈들 중 총을 들고 있던 놈들도 근처의 방안으로 몸을 피해 있었고, 이야기를 하던 놈은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놈은 둘 뿐이야!”
고함을 지르자 큰 총성이 또 한번 울리며, 몸을 숨기고 있던 벽 쪽에서 파편이 튀었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정말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젠장!”
탕! 탕!
“컥!”
나에게 총을 쏘기 위해서 몸을 좀 드러낸 것인지 기웅이인지 지선이인지는 몰라도 누군가 총을 쐈고, 놈은 그대로 나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 놈이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기겁을 하는 한 놈이 보였다.
난 조용히 고개를 내밀고 조준을 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탕!
내가 쏜 한발의 총알에 놈의 머리가 박살이 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후 잠시 시간이 흘렀지만 조용했다. 이야기를 하던 그놈은 정말 어딘가 소란스런 틈을 타서 나간 것인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때였다.
부릉! 부앙~
밖에서 차에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밖이야!”
나는 일행들에게 소리를 쳤다. 놈이 차를 타고 도주하려는 모양이었다. 더 이상 우리와 적대적인 놈들을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확실히 끝을 봐야 했다. 연구소의 그놈의 총에 맞는 영감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지체 없이 현관으로 뛰어 나갔다. 놈이 탔을 것으로 생각되는 차는 아직 멀리가지는 못하고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속도를 올리려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
나는 소총을 천천히 들어올려 놈의 차를 조준했다.
투다다다당! 투다다당!
몸의 차를 향해서 총을 계속해서 갈겨댔다. 차 뒷 유리가 깨져 나가고, 차 몸체 여기저기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하지만 차와 놈에게 큰 이상은 없는지 차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이제 얼마 안 가면 놈이 다른 집에 가려서 놈을 완전히 놓칠 것 같았다.
그때 기웅이가 뛰어 나왔다. 그리고 기웅이도 미친 듯이 총을 쏴댔다.
투다다다당! 투다다다당!
끼이~~~익!
기웅이가 쏜 총알이 어딘가에 제대로 맞은 것인지 갑자기 차가 휙 돌아갔다. 그리고는 그대로 멀리 떨어진 집의 담장을 들이 박았다.
쿵!
담장이 무너져 내렸고, 차도 그 자리에 섰다. 그리고 잠시 후 한 놈이 피투성이가 된 채 차에서 내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놈을 향해서 조준을 하고 자동으로 총을 갈겼다.
투다다다당!
놈은 온몸으로 내가 쏘아 보낸 총알을 받아냈다. 온몸에 구멍이 숭숭 뚫린 채로 피를 쏟아 내면서 그대로 놈이 허물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