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놈을 처리하고 나자 나도 모르게 한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 상황에서 죽거나 다치지 않고 일이 해결되다니 정말 하늘이 도왔다고 밖에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은 모두에게 찾아오는 행운은 아닌 모양이었다.
“윽!”
옆에 서있던 기웅이가 휘청거리더니 내게로 쓰러져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그의 몸을 받았다. 그리고 천천히 기웅이를 바닥에 누이면서 그의 몸을 살폈다. 그리고 그때는 지선이도 막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왜 그래, 오빠! 다친거야?”
“그런가봐. 진정하고, 잠시만.”
나는 지선이를 잠시 진정시키고 기웅이의 몸을 살폈다. 기웅이의 상처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오른쪽 다리의 종아리에서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정통으로 맞지는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사실 직접 본적은 없지만, 이 거리에서 엽총의 산탄에 정통으로 맞았다면 다리가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으윽!”
상처 부근을 만지자 통증이 심해지는 모양이었다.
“조금만 참아봐. 상처를 좀 확인해 봐야할 것 같아.”
“으… 예.”
나는 지선이와 함께 집으로 들어가서 가위를 찾아와서 바지를 찢고 상처를 살폈다. 산탄의 작은 쇠구슬 몇 개가 종아리 쪽에 맞은 것 같았다.
이런 쪽으로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큰 상처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일단은 응급처치를 하더라도 집 안에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지선이와 함께 기웅이를 부축해서 거실에 눕히고 안정을 시켰다.
기웅이도 처음에는 긴장이 풀리면서 몰려오는 통증에 굉장히 고통스러워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안정이 되자 꽤 참을 만 한 것 같았다.
혹시나 하면서 지선이와 함께 집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구급상자 같은 것은 집안에서 보이지 않았다. 대신 소독약은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기웅아. 아프더라도 좀 참아라.”
“살살 좀 부탁드릴게요. 하하”
기웅이도 많이 좋아졌는지 농담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소독약을 상처에 뿌리자 이내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으윽!!!”
“자식. 별거 아니야. 코딱지 만한 구멍 세 개 뚫려 있다. 공장으로 돌아가면 이 정도 치료 할 사람은 있으니까, 빨리 차를 구해서 공장으로 돌아가야겠다.”
잘은 모르지만 상처가 작기는 했다. 더구나 안심을 시켜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소독을 마치고 집안을 뒤져서 붕대로 쓸 만한 천 조각들을 찾아서 감아주었다.
“기웅아, 잠시 좀 기다려라. 음식하고 물 좀 챙기고, 바로 나서자. 좀 불편하겠지만, 우리가 여기서 지금 다리에 박힌 쇠구슬을 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니까… 최대한 빨리 나서서 차를 구해야 될 것 같아.”
“예. 제 걱정을 하지 마세요. 뭐… 목발 대신 쓸만한 것 있으면 좀 찾아 주시면 좋구요. 하하.”
기웅이도 일행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는 것인지 웃기도 하고, 나름 괜찮은 것 같았다.
지선이와 나는 집안을 뒤져서 찾은 가방에 식량과 식수를 잔뜩 넣었다. 그리고, 놈들이 가지고 있던 총과 총알도 챙겼다.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총도 총알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이제는 무기도 꽤 신경을 써야 했다.
기웅이가 목발로 쓸 만한 것은 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집 밖에서 창고를 찾을 수가 있었다. 그곳에 농기구가 몇 가지 있어서, 그것들 중에서 쇠스랑 같은 것들의 손잡이 부분을 빼내서 지팡이로 쓰기로 했다.
놈들의 차가 담장을 들이 박으면서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나, 지선이, 그리고 기웅이는 길을 나섰다. 그 와중에도 연구소의 그놈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놈이 근처에 있다가 총소리를 들었다면 그보다 골치 아픈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앞으로 어딜 가든지 놈에 대해서 신경이 쓰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기웅아. 좀 어때? 괜찮아?”
식사를 하고 길을 나선지 몇 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기웅이의 다리 때문에 완전히 숲을 가로지르며 이동 할 수는 없었다.
도로에서 조금 떨어져서, 풀숲에 몸을 숨길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걷고 있었다. 목적지도 가장 가까운 마을로 잡았다.
이제는 연구실의 그 괴물 같은 놈을 걱정하는 것보다 빨리 차를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기웅이가 불편 할까봐 오래 걸을 수는 없었다.
기웅이는 한사코 괜찮으니 그냥 계속 걷자고 하지만, 괜히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기웅이 성격이라면 안 괜찮아도 괜찮다고 할 놈이었다.
“예. 괜찮아요.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상태 안 좋은 것 같으면 바로 말씀드릴게요.”
“그래. 바로 이야기해. 괜히 참을 수 있다고 참고 그러다가 상황을 키울 수 있으니까. 알았지?”
“예.”
대답은 씩씩하게 참 잘했다. 다치긴 했지만 그런 기웅이가 참 듬직했다.
“아… 그런데 차가 이렇게 안 나오나… 이거 참…”
사실 여기까지 오는 와중에 빈 차가 몇 대 있긴 했었다. 하지만 전부 열쇠를 구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열쇠 없이 자동차 시동 걸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꼭 좀 배워 둬야 할 것 같았다.
기웅이를 생각해서도 한시라도 빨리 차를 구해서 공장으로 돌아 가야했다. 그래서 이렇게 조금은 위험하더라도 도로를 따라서 이동했지만, 아직 차량을 구하지 못했다.
“아!”
도로변의 풀숲을 따라서 걷고 있는데, 풀숲 너머로 승용차가 한 대 보였다. 나는 바로 일행들에게 잠시 대기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승용차 주변을 살폈다. 혹시나 주변에 좀비가 있는지 살펴야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자동차 주변에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하지만 차 열쇠를 찾으려면 차량 근처에 좀비가 있는 것이 조금은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그렇게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후~”
조용히 길게 한숨을 내뱉고 승용차로 다가갔다. 기웅이는 다리가 불편했기에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지선이는 내 뒤를 조용히 뒤따랐다.
차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다만 보닛과 도로 여기저기에 핏자국이 있었다. 그리고 운전석 문이 열려 있었다. 나는 한 가닥 희망을 품고서 조심스럽게 운전석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차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래 찾을 것도 없었다.
“열쇠가 꽂혀 있어.”
일이 풀릴 때는 정말 쉽게 풀리는 법이다. 나는 운전석에 올라 앉았고, 지선이는 내 옆에 서서 주변을 경계했다. 이제 시동만 걸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었다.
“제발. 제발. 제발.”
나는 꽂혀 있는 열쇠를 쥐고서 빌고 또 빌었다. 어느 때보다 차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었다. 간절한 소망을 담아서 열쇠를 돌렸다.
부르릉! 부릉. 부릉.
“타!”
풀숲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웅이에게 알렸다. 그러자 기웅이도 벌떡 일어나서 지팡이를 짚으며 절뚝거리면서 승용차로 다가왔다. 지선이는 그런 기웅이를 부축하기 위해서 다가갔다. 나도 조금이라도 빨리 태우기 위해서 차를 조금 더 앞으로 이동시켰다.
“키아~~악!!!”
그런데 도로 반대 편에서 좀비의 괴성이 들려왔다. 자동차 시동소리와 내 목소리를 들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기웅이와 차의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서 충분히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웅이와 지선이도 그 소리를 들은 것인지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륵.크륵. 키아~~악!!!”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굉장히 빠른 몸놀림으로 도로 맞은편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더니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몸을 숙여 놈의 눈을 피했다. 그리고 소총을 조용히 준비했다. 차 밖에서는 다시 놈의 괴성이 들려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서 놈을 살폈다. 막 놈이 지선이와 기웅이의 위치를 파악했는지,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려는 찰나였다.
“원형좀비야! 갈겨버려!”
원형 좀비는 접근하기 전에 박살을 내버려야 했다. 가까이 접근을 해버리면 그 빠른 몸놀림 때문에 처리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나는 말이 끝나자 마자 방아쇠를 당겼다. 내 말이 지선이도 몸을 움직여 놈에게 총을 쏠수 있는 위치로 이동을 했다.
투다다다당! 투다다다당!
나와 지선이가 동시에 놈에게 총알을 퍼부었다. 완전히 이동을 시작하기 전이었던 데다가, 양방향에서 같이 갈겨버리니 생각보다 놈을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정말 운이 좋은 경우였다. 놈이 도로로 나와서 바로 목표를 정하고 달려들었으면 이렇게 쉽게 처리하지 못했겠지만, 놈이 도로에서 조금 시간을 지체하는 덕에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빨리! 빨리!”
기웅이와 지선이는 긴장을 한 탓인지 정말 빠른 속도로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그것이 조금 무리가 됐던 것인지 기웅이는 차에 올라타서는 신음성을 터트렸다.
“크윽! 괜찮아요. 괜찮아요.”
기웅이는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나에게 연신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다. 기웅이를 뒷좌석에 태운 지선이는 다시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녀가 타자마자 나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