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공장을 나선 우리는 식량과 식수를 구하기로 했다. 비록 떠나 있었던 기간이 몇 달 되기는 했지만, 이 부근은 꽤 오랜 기간 지냈던 곳이기에 그런 것들을 구하기 쉬운 곳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적한 가게 입구에 차를 세웠다.
“이전에 올 때는 인원이 많았지만, 지금은 우리 셋 뿐이야. 움직이기 불편한 기웅이는 차 안에서 엄호 확실히 해주고. 지선이하고 나하고 나가는 거야. 건물 안에 들어가면 내부 수색 철저히 하는 거 잊지 말고… 다들 알고 있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뻔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여태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방심하고 기본적인 것을 빠뜨리면 정말 기가 막히게 좀비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걱정 마, 오빠.”
지선이가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자,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 갈았다.
“가자!”
내 말을 신호로 지선이는 나와 함께 차에서 내렸고, 기웅이는 주변을 살폈다. 가게로 들어 선 우리는 가게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둘이서 식량을 챙겨야 했기 때문에 애초에 작은 가게를 찾았기 때문에 가게 안을 살피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작은 구멍가게 같은 곳이었기에 챙길 만한 물품이 많지는 않았지만, 아쉬운 데로 세 명이 당장 끼리를 해결 할 정도는 구할 수 있었다.
“형! 나오세요. 전방 100미터 쯤에 좀비 둘이예요.”
혹시나 더 챙길 물건이 있나 살피고 있는데, 차에서 기웅이가 낮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알려왔다.
“알았어. 지선아, 나가자.”
“응.”
나와 지선이는 가게를 나와 차에 올라탔다. 그러면서 기웅이가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는 좀비 둘이 보였다. 놈들은 아직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듯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속으로 ‘항상 이랬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악!!!”
차를 막 출발시키고 천천히 가속을 시키는데, 방금 전까지 차를 세워 뒀던 곳 바로 근처의 골목에서 좀비 하나가 갑자기 튀어 나왔다. 나를 포함한 일행들 모두가 깜짝 놀란 나머지 방금 소리가 난 곳을 쳐다 봤다.
그곳에는 이제는 몸 여기저기가 훼손된 좀비 하나가 막 어슬렁 거리며 골목을 나오고 있었다. 팔뚝과 다리, 배까지 좀비가 될 때 놈들에게 심하게 당한 것인지 성한 곳이 많지 않았다.
심지어 얼굴 일부분 까지 뜯겨 나가있었다.
“후~”
특별할 것 없는 놈이었기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전방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차 보닛 위로 좀비 하나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젠장! 놀래라. 속도 잠시 줄일께.”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차 앞에 있던 좀비를 못 본 모양이었다. 나는 놈을 차에서 떨어뜨리기 위해서 잠시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다. 차가 도로위에 멈춰섰다. 그리고 막 후진을 해서 놈을 떨어 뜨리려는 순간,
“키아악!!!”
보닛 위에 널부러져 있던 놈이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보닛 위에 아예 올라 타 버렸다. 그러나 문제는 놈이 차 위로 올라왔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젠장! 원형좀비야! 다들 꽉 붙잡아.”
차 위로 올라타는 놈의 몸놀림이 보통 좀비가 아니었던 것이다. 지선이도 바로 눈앞에 나타난 원형좀비에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어찌 할 줄 몰라하고 있었다.
“지선아! 뭐든 잡아.”
나는 그런 지선이에게 다시 한번 경고를 하고, 재빨리 후진 기어를 넣었다. 엑셀레이터를 꾹 밟자 차는 튕기 듯 뒤로 나갔고, 유리창 너머의 우리를 본 놈이 유리를 깨기 위해서 주먹질을 몇 번 하다가 굴러 떨어졌다.
전면 유리에 조금 금이 가긴 했지만, 부서지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좀비였다면 그냥 유리를 긁는다던지 하는 행동을 했을 텐데, 원형좀비는 확실히 일반적인 놈들과는 조금 달랐다.
놈이 굴러 떨어지는 것을 확인 한 나는 다시 기어를 D에 놓고 엑셀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
부앙!
커다란 엔진 소음이 귀를 자극 했지만,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백미러를 통해 잠시 널브러졌다가 우리의 차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는 놈이 보였지만, 이제는 그 간격이 급격히 멀어졌다.
******
우리는 어제 하룻밤을 묵었던 집에 무사히 도착 할 수 있었다. 원형좀비를 마주하며 다들 바짝 긴장을 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다들 조금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기웅이는 불편한 다리로 조금 무리를 한 탓에 피곤한 것인지, 식사를 마치자마자 골아 떨어져 버렸다. 지선이와 나는 바람도 쐴 겸 마당에 나와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오빠, 기웅 오빠 다리는 좀 어때?”
오래만에 둘이서 손을 잡고 편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펴보는 중에 지선이가 걱정이 되는 듯 물었다.
“글쎄. 나도 잘은 모르겠어. 상처에 특별한 증상은 보이지 않는 걸 봐서는 괜찮은 것 같기는 한데… 저렇게 오래 있을 수는 없겠지. 쇠구슬이 박혀 있는 것 같던데… 그러니까 빨리 의사나… 뭐 치료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지…”
나 또한 이 쪽으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아 무어라 자신있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공장에서 가지고 온 그… 군인들 있는 곳 상호 적어 놓은 것 있잖아. 그걸 보고 그쪽에 가보는 게 어떨까 싶어. 우리가 떠날 때 적어 놓은 그대로인지, 그 이후로 새로 변화 된 것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몇 군데 적혀 있으니까, 그곳으로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가 지금 어디서 의사나 간호사를 금방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많이 있는 곳에 가보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클 것 같거든…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도 그 편이 좋을 것 같고…”
“음… 그렇긴 하지. 근데, 군인들이 어떤 사람들 일지 모르는 거 잖아. 괜찮을까?”
지선이가 걱정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알 것 같았다. 나도 군인들이라고 해서 모두 우리와 함께 지낸 공장에서의 사람들 같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기웅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일단은 부딪혀 봐야지. 기웅이 치료하는 게 최우선이니까.”
내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지선이를 보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지선아.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 둘은 지켜내고 싶어. 영감님 그렇게 떠나시고… 내 사람… 함께 지내는 우리들이 나한텐 가족 같거든… 아니 이미 가족이지. 그래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지켜내고 싶어.”
지선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가볍게 입맞춤을 해왔다.
“나도 그래, 오빠.”
정말 오랜만에 둘이서 그렇게 밖을 내다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
오늘 공장에서 좀비들을 상대하기도 했지만, 식량을 구하면서 놀란 때문인지 나를 포함해서 다들 정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잠결에 무언가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쨍그랑!
그러다가 일행들이 함께 잠들어 있는 방 밖에서 무언가 유리가 깨지는 듯 한 소리에 번뜩 눈이 떠졌다. 그러면서 비몽사몽간에 꽤 오랫동안 소리가 들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결에 눈이 떠지긴 했지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잠시 멍하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기웅이와 지선이도 소리에 잠이 깬 듯 부시럭 거리고 있었다.
“캬악!!!”
소름 끼치는 괴성에 잠이 완전히 달아나 버렸다.
“다들 일어나! 무슨일 생긴 것 같아.”
나는 낮은 목소리로 다른 일행들을 흔들어 깨웠다. 다들 잠이 깨려는 참이었기에 금새 일어나 앉았다.
“오빠. 무슨 일이야?”
지선이가 잠이 덜 깬 듯 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모르겠어. 잠시 기다려봐. 거실 좀 살펴볼게.”
나는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거실 안을 살피는데 방 안 보다는 별빛 때문인지, 어두운 와중에도 물체를 판별할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다행히 방문 주변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두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어둑어둑한 거실을 천천히 살폈다. 그리고 거실 한 켠 바닥에 어두운 와중에도 별빛이 살짝 반사되고 있는 깨진 우리 조각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바로 위에 있는 창문이 깨져 있었고, 그 밖으로는 왠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순간 잠이 덜 깬 것인지 ‘왠 사람이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키악!!!”
사람인가 하고 생각을 했던 놈이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나를 본 것인지 창틀에 있는 방범창 사이로 팔을 넣어 휘져어 댔다. 어둠 속에서도 놈의 얼굴이 갑자기 눈에 확 들어왔다. 창백하면서도 거무튀튀하고 푸석푸석한 얼굴에 작은 상처들이 조금씩 있고, 말라 비틀어진 피가 입 주변에 잔뜩 묻어 있었다.
“헛! 젠장!”
나는 깜짝 놀라 방으로 다시 뛰어 들어갔다. 방 안에서는 지선이와 기웅이도 그 괴성을 들은 것인지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총! 어서!”
나는 문을 걸어 잠그고 총을 챙기며 다급하게 외쳤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인가 하는 것 보다는 당장 지금 상황을 해결 하는 것이 급한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