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일행들 모두 막 잠에서 깬 부스스한 얼굴이었지만, 표정들은 다들 바짝 긴장을 하고 있었다. 다들 총을 챙겨 들고서 방문 근처에 모였다.
“후~ 방금 소리를 지른 놈은 밖에서 창문을 깬 놈이었어. 기웅이는 불편하니까, 방문 근처에서 엄호하고, 지선이는 나하고 같이 살펴보자. 우선은 집 안에는 없는 것 같기는 했는데, 혹시 모르지.”
다들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서 방문을 천천히 열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방을 나섰다. 어둠에 적응을 한 것인지 조금 전 보단 사물을 분간하는 것이 한결 수월했다.
“키악!”
조금 전 창문 밖에서 나를 보고 괴성을 질러대던 그 놈이 다시 우리를 향해서 괴성을 질러댔다. 방범창 사이로 팔을 넣어 휘졌다가 또 방범창을 두들기기도 했다. 나는 급하게 현관문을 확인했다. 현관문은 우리가 집안으로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굳게 잠겨 있었다.
“우선 저 창문 말고 다른 창문들도 좀 확인을 하자.”
괴성을 질러 대는 놈도 문제였지만, 지금 다른 곳은 어떤지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곳에 문제가 없다면 조금 늦더라도 총으로 놈을 처리하는 것은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제가 지켜보고 있을께요.”
문턱에서 듣고 있던 기웅이가 총을 들어 올리면서 말을 했다.
“그래. 기웅아. 잠시만 지켜보고 있어줘. 왠만하면 지켜보기만 하고, 다른데 둘러보고 이상 없으면 총보다 다른 걸로 처리를 하자.”
집 안에 있는 창문은 이미 어제 집에 들어올 때 확인을 해 뒀다. 개수와 위치, 이상 유무를 어제 이 집에 들어 올 때는 물론, 오늘 다시 돌아 왔을 때도 확인을 해 뒀다.
많지 않은 창문을 모두 확인 했지만, 다른 창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현관 옆에 나있는 창문에서만 지금 좀비 하나가 난리를 치고 있는 중이었다.
“담장을 어떻게 넘은 거지? 대문이 열려 있었나?”
놈이 질러대는 괴성을 들으며 질린다는 얼굴을 하고서 말을 했다.
“글쎄다. 대문도 들어 올 때 확실히 잠궜는데… 일단 빨리 처리하자. 다른 놈들까지 죄다 불러 모으겠다. 아! 식칼! 식칼이라도 써야 겠다. 잠시만!”
공장에 들렀을 때, 다른 무기들을 챙기지 못했다. 쇠파이프며 몽둥이, 조잡하지만 이리저리 만들어 놓은 창 같은 것들이 기숙사 안에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꽤나 아쉬웠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을 아쉬워만 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재빨리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먼지가 수북하게 앉아 있는 식칼을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놈은 근처에 있는 기웅이 때문인지 지치지도 않고 괴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거실로 들어 선 우리는 재빨리 놈이 있는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나는 ‘후~’하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가지고 온 식칼을 역수로 쥐었다. 그러나 방범창 너머에 있는 놈은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더욱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이렇게 날뛰어서는 방범창 너머에 있는 놈의 머리를 재대로 노릴 수가 없었다.
“젠장. 어쩌지… 움직이는 꼴을 봐서는… 저놈 원형좀비 갈은데…”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원형좀비라면 힘도 만만치 않았다. 놈의 손이나 팔을 붙잡고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순간적으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지선아, 자.”
나는 지선이에게 가지고 있던 식칼을 넘겼다. 그리고 등 뒤로 매고 있던 총을 다시 들었다.
“응?”
지선이는 갑자기 내가 식칼을 넘기자 얼떨결에 받으면서도 왜 이러는 것인지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내가 어떻게든 놈이 좀 덜 움직이도록 할 테니까, 그 사이에 니가 이놈을 좀 처리해. 이 상태로는 힘들어. 알았지?”
“어… 응. 알았어.”
지선이의 대답을 듣고,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나는 몸을 완전히 낮추어서 오리걸음을 하듯이 창가로 다가갔다.
놈은 시야에서 사라진 내 존재를 알지 못하는 듯 지선이를 향해서 손을 뻗으려 할 뿐이었다. 벽에 완전히 붙은 나는 오른쪽 손에 총구를 붙잡고서 팔을 옆으로 휘두르듯 해서 총을 놈의 팔 위로 걸쳐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왼손으로 개머리판을 붙잡고서 있는 힘껏 총을 아래로 잡아 당겼다. 그렇게 해서 놈의 팔을 내 총과 창틀 사이에 완전히 끼이게 만들어 버렸다.
나는 이를 악물고 놈의 팔이 부러져도 좋다는 생각으로 총을 잡아 당겼다. 그렇다고 놈의 팔이 부러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중간하게 힘을 주다가 놈이 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지선이가 위험 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있는 힘을 다해 총을 잡아 당겼다.
“지금이야!”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지선이는 창가로 다가왔다. 그리고 방범창의 창살 바로 너머에서 괴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고 있는 놈의 머리에 식칼을 쑤셔 넣었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요동치던 놈의 팔이 잠잠해지면서 놈이 내지르던 괴성도 뚝 그쳤다.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자 지선이는 한숨을 길게 쉬고 있었고. 창 너머로 박혀있는 식칼의 손잡이만이 보였다. 그제서야 나는 손의 힘을 풀었다. 그러자 놈이 허물어지면서 놈의 팔도 창밖으로 나가버렸다.
“후~ 수고했어.”
“오빠도 수고했다. 기웅오빠도 수고했어.”
지선이가 나와 기웅이를 돌아보며 말을 건냈다.
“나야 뭐 총 들고 있던 게 전부인데 뭐. 형, 수고하셨어요.”
기웅이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여기 왜 이렇게 원형좀비가 많은 거야? 낮에도 식량 구하면서 원형좀비 때문에 십년감수 했는데… 밤에도 이러네.”
나는 표정을 살짝 찡그리면서 혼잣말을 하듯 투덜거렸다.
“이 일대에 원형좀비가 좀 많은 건가… 뭐… 어찌 됐든 잠이 싹 달아나 버렸네요.”
기웅이가 그런 나를 보면서 말을 했다.
“그러게 말이야. 이렇게 난리를 치고… 엇! 잠시만 조용.”
기웅이의 말에 편하게 대답을 하는 중에 창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담장에 가려 그 너머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소리는 들렸다. 나는 창 밖을 내다보면서 무슨 소린지 귀를 기울였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저벅.
스-윽.
너무나 조용한 한 밤중에 집 밖에서 무언가 끌리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아주 작게 들리는 것 같았다.
“제길. 발자국 소리 같아. 발 끄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좀비들인 것 같아. 숫자가… 하나는 아닌 것 같은데… 잠시만 조용히 기다려보자.”
소리로 봐서는 하나 이상의 좀비가 내는 소리 같았다. 그냥 주변의 좀비가 지나가는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왠지 좀 전의 소란 때문에 몰려든 놈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전에 소란을 피운 놈은 외부에는 아무 것도 놈들의 주의를 끌만한 것이 없는 데도 이곳을 목표로 담장까지 넘어 들어온 것 같았다. 물론 그것은 놈이 원형좀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긴 했다.
일반 좀비라면 분명 담장에 막혀 안으로 진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소리만으로는 다가오는 놈들 중에 원형좀비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긴장됐다.
하루에 두 번이나 원형좀비와 맞닥뜨렸기 때문에 ‘혹시나 이번에도?’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와 일행들은 모두 숨 죽이고 기다렸다. 밖의 좀비들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것이고, 또 그냥 지나가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좀비들 뿐이라면 당장 위험한 일은 없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이었다. 그냥 지나가 주기를 그렇게 기도했지만 놈들은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쿵! 쿵!
몇 이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나가던 놈들이 대문으로 와서는 대문을 두들기고,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좀비들이 이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공장을 그 지경으로 만들고, 연구소에서 만난 그 놈이 다시 여기까지 따라 왔을 것 같지는 않았다. 또 그놈 이라면 이 보다는 더 대규모로 일을 벌일 것 같았다.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급선무였다.
“진짜 계속 저러면 주변에서 좀비들 엄청 끌어 들일 텐데… 어쩌지?”
지선이가 걱정스러운 듯 작게 혼잣말을 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밖에 있는 놈들을 처리하는 게 우선일 것 같아. 밖으로 나가서 좀 살펴보자.”
나와 지선이는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였다. 그러자 밖에서 난동을 부리던 놈들이 한층 더 격렬해졌다. 놈들의 숫자도 제법 많았다. 어두워서 정확하게 파악이 되지는 않았지만, 현관 주변의 놈들만 3-4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현관문 뒤에 저렇게 있으면… 식칼로는 어쩌지 못할 것 같은데? 어쩌지?”
나는 지선이를 바라보며 혹시나 다른 방법이 있을까 하고 물었다. 하지만 지선이도 특별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때 갑자기 현관 너머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던 놈들이 갑자기 한층 더 위치를 조금 옮기면서 담벼락에 바짝 붙어서 괴성을 질러댔다.
나와 지선이는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우리의 시야에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현관까지 총을 들고 나와 있는 기웅이가 들어왔다. 순간 한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기웅아.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위치를 옮겨볼래?”
“예?”
기웅이는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분명 밖의 좀비들이 기웅이의 출현을 기점으로 반응이 극명하게 바뀌어 버렸기에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좀 있다가 얘기 해 줄게.”
“예…”
기웅이는 내 말에 자리를 옆으로 조금 옮겼다. 그러자 역시나 놈들이 나나 지선이는 신경도 쓰지 않고, 기웅이를 따라 시선과 자리가 바뀌었다. 아마도 기웅이에게 놈들을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여태까지 함께 지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기웅이가 다친 이후로는 특별히 나서서 일을 처리한 적이 없었기에 달라질 것도 없었다.
“아! 미치겠네…”
나는 한 가지 떠오르는 생각에 인상을 구길 수 밖에 없었다.
“기웅아. 지선아. 안 되겠다. 이놈들 총으로라도 처리하고 여기를 떠야겠어.”
내 말에 다들 이유를 몰라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