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2
12화
컨테이너에서 멀어지고도 한동안을 포복으로 이동했다. 거리가 조금 벌어지긴 했지만, 눈앞에서 다른 사람이 놈들의 공격에 죽는 장면은 처음 보다보니, 조금 겁이 났다.
원래 계획은 근처에서 점심끼니를 때울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밥 생각이 싹 사라져 버렸다. 컨테이너에서 충분히 멀어졌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 잠시 제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원래 이동경로로 생각했던 방향을 향해서 다시 몸을 한껏 낮추고, 다시 욺직이기 시작했다. 그냥 걷는것도 아니고, 사방을 살피면서 몸은 낮추고, 그렇게 몇시간을 걷다보니 허리도 아파오는 것 같고, 무릎도 많이 아파왔다. 하지만, 여기서 몸이 조금 아프다고 멈춰서 버리는 짓을 할 수는 없었다.
몸이 아파오는 것을 겨우 참아내며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니 저멀리 집이 몇 채 보였다. 서로 거리도 꽤 있고, 저 중에서 한집에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몇채의 집들과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잠시 멈춰섰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고 놈들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폰을 꺼내서 전원을 켰다. 잠시 기다리자 화면이 뜨는데, 베터리가 절반정도 남아 있었다.
베터리가 남아있을 때 공장까지 가야했다. 그게 아니면 정말 난감해진다.
공장 주변이야 지도를 대충이라도 그려 놓으면 되지만, 내위치를 찾는게 힘들어 진다. 어디 이정표로 삼을만한게 있는곳은 사람이 있을법한 곳일테고, 그런곳은 위험했다.
최대한 논밭위주로 이동해야 했기에 그속에서 내위치를 짐작하는건 이곳에 처음 와보는 나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지도앱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인터넷이 먹통이 되버리면 이놈도 제대로 작동을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 위치를 알아야 했다.
지도앱을 실행시키고 내 위치를 확인했다.
지도에서 본 바로는 앞에 보이는 몇 채의 집들이 한 농로를 끼고 농로 주변으로 들어서 있다. 거리는 좀 있지만, 농로로 놈들이 있을지도 몰랐다.
생각을 정리하고 차분히 좀더 접근했다. 그러다가 거리가 어느정도 가까워지자, 한 집 옆에 승용차도 한 대가 서있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잖게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언뜻 한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한참을 생각해서 앞으로의 일을 대충 정리했다. 우선은 집에 도착해서 들어갈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
그게 안 된다면 모두 공염불일 뿐이었다. 근처에 가서 보니 일단 집대문은 닫혀 있다.
다른 집들은 거리가 꽤 멀어서 그 집들에 있을지 모를 좀비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했다. 그리고, 농로 주변이나 논밭에도 좀비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띄엄띄엄 이지만 이렇게 집들이 있는 곳이면, 한둘 쯤은 놈들이 있을 법도 한데, 한 놈도 안 보이는게 조금 더 불안했다. 그래서 바로 대문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근처에서 몸을 숨긴 채 조금 더 지켜봤다.
한동안 지켜봐도 눈에 띄는 좀비가 없었다. 대문 근처까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이 집은 담장이 높지 않아 뛰지 않아도 집 안이 보였다. 담장안을 살펴도 놈들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배낭을 담장 안으로 던져 넣고, 나도 담을 뛰어 넘었다. 아직 긴장을 풀수는 없었다.
조심스래 다시 배낭을 매고, 손도끼를 오른손에 쥐었다. 야삽은 그냥 완전히 편채로 왼손에 들어 쥐었다.
조용히 긴 한숨을 한번 내쉬고, 담을따라 집안을 한번 둘러보았다. 여기도 좀비는 없었다.
빈집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뭐 그것 나름대로 편히 쉴수 있으니, 나쁠 것 없었다. 좀비가 있다면 차열쇠가 있을 확률이 올라가니 그것또한 그것대로 좋았다.
손해볼게 없다고 여겼다. 단하나 문제라면 좀비가 있는데, 그 수가 많은 경우였다.
그럴 경우에 대비해서 대문의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잠기게 되어있는 것이었다.
일단 집주위에 다른 놈들이 없으니,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뛰어나와서 대문을 닫아버리기로 결심했다. 만약에 잠금장치가 저런 것이 아니라면 담장을 뛰어넘어야 했겠지만, 그경우는 자신이 없었다.
[뛰어 나와서 대문을 열고, 나와서 대문을 닫는다.]라고 고민을 하다가 왠지 불안했다. 그래서, 대문을 살짝 열어 놓기로 했다. 바로 뛰어 나와서 닫아 버릴수 있도록. 맘 한편으로는 너무 큰 도박을 하는건가 싶기도 했지만, 그렇게 해서 얻을수 있는 것이 트럭이다.
앞으로 경로를 생각하면, 도보로 움직이기는 아무래도 버거운 구간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방학중 이라지만 대학교 3군데를 지나야 한다는 것은 부담이 되었다.
그나마 아파트단지 네군데보다는 방학중인 학교가 나을 것 같아서 온것이지, 사람이 없을 것을 예상하는 것은 아니니까. 지금까지 겪어본 좀비를 생각하면 놈들이 생각보다 빨리 움직일수 있긴하지만, 그렇다고 전력으로 달리는 사람만큼 빠른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최악의 경우에 도망은 칠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면서 현관으로 다가갔다.
천천히 다가가서 현관문을 열어 봤다.
[어? 열려 있어? 다행이네. 창문을 깨지 않아도 되겠네. 유리깨지는 소리때문에 좀 불안 했는데.]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현관에 신발이 몇켤레 있는 것이 보인다.
그걸로 사람이 있을지 없을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집안을 둘러보는데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상태 였다.
좀비가 없는건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은 확인해보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방문으로 보이는 문들이 몇 개가 보였다. 우선 가장 가까운 문으로 다가갔다.
“후~”
다시 한번 조용히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천천히 문고리를 돌렸다. 다돌아가서 문고리가 더 안돌아가자 문을 재빨리 열고, 손도끼를 들어올리고는 방안으로 뛰어 들었다.
“꺄~~~~악!!!!”
난데없이 여자의 비명소리가 건물 전체를 울릴정도로 터져 나왔다. 깜짝 놀라서 방안을 두리번 거리는데 왠 여자가 방안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죽어라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뭐야. 젠장. 야! 조용히좀해. 나 나쁜사람 아니야. 그냥 빈집인줄알고 하루 쉬려고 들어온거야.”
“꺄~~~~악!!!”
그래도, 여자는 비명을 그칠줄 몰랐다. 그때 머릿속이 번쩍이며 열어놓은 현관과 대문이 떠올랐다.
“젠장. 야! 죽고 싶으면 계속 비명질러! 지금 현관이랑 대문 다 열려 있단 말이야. 놈들 다 불러 모을꺼야?”
그렇게 재빨리 말하고는 밖으로 뛰어 나갔다. 현관을 지나 밖으로 대문에 도착했다.
다행히 아직 현관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조심스레 밖을 둘러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 있던 집에서 나온건지 놈들 몇이 이 집을 향해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재빨리 대문을 닫고, 현관문도 닫아 잠궜다. 그리고, 아까 여자가 있는 방으로 뛰어갔다. 방 문앞에 다가서니 비명을 질러대던 여자가 비명소리에 놈들이 온다는 말을 해서 그런지 비명을 참는듯 이상한 꺽꺽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눈에서는 눈물을 비오듯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문을 닫으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둘수는 없어서 문을 힘주어서 확 열었다. 여자는 문을 닫으려다 나동그라졌다.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요. 필요한건 다 드릴께요. 먹을 것도 많아요. 제발 살려주세요.”
여자가 겁에 질린 듯, 울먹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