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중국집으로 들어서서 현석형님은 쇠파이프를 들고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나는 일으켜 세워놓은 스쿠터를 만졌다. 다행히 만질 줄 아는 기종이었다. 공구가 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도끼로 전면의 커버를 부숴버리고 이것저것 만지며 필요한 작업을 했다.
“동철아. 멀었어?”
현석형님이 초조한 듯 물어왔다.
“다 되가요. 잠시만요.”
스쿠터 전면의 만질 것들은 다 만지고 시동을 걸기 위해서 좌석으로 갔다. 분명 스타트 버튼으로는 시동이 걸릴 리가 없었기 때문에 킥스타터를 펴고, 힘을 줘서 밟으려는 순간이었다.
“캭!!!”
갑자기 주방으로 생각되는 가게 안쪽에서 좀비의 괴성이 들려왔다.
“젠장!!!”
“썅!”
형님과 내게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욕설이 터져 나왔다. 현석형님이 나를 지나서 소리가 난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나는 나대로 마음만 너무 급했던 탓인지, 힘껏 스타터를 밟았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고, 몇 번 부덕거리다가 잠잠해질 뿐이었다.
“후~ 침착하자. 침착. 침착. 자주 있던 일이야. 침착하게 하자.”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 듯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 순간 다시 한번 같은 곳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서는 특별히 몸이 상하지 않은 좀비하나가 갑자기 괴성을 내지르며 아주 빠른 속도로 불쑥 나왔다.
원형좀비인 듯 했다. 온몸의 털이 쭈뼛쭈뼛 서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를 경악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 다음 순간이었다.
당장이라도 현석형님과 나에게 달려 들것 같던 그 좀비가 움찔 하더니, 다시 시야가 닿지 않는 가게 주방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 어~”
놀라기는 현석형님도 마찬가지 였던 것인지, 입으로 연신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좀비가 주춤거리고 사람을 피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여태까지 본적도 없었고,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많이 봐왔던 일반좀비든지 아니면 원형좀비든지 운동능력의 차이는 있어도 어찌되었든 사람을 보면 미친 듯이 달려드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잠깐이긴 했지만 스쿠터 시동을 걸다 말고 멍하니 놈이 들어간 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스쿠터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현석형님과 나는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스쿠터 시동을 걸기 위해서 킥스타터를 밟기에 여념이 없었고, 형님은 어깨에 메고 있던 엽총을 꺼내들고 내 옆에서 주방을 겨냥하고 있었다. 혹시나 끝내 스쿠터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총을 메고 있는 사람 두명을 보고 자리를 피하는 지능을 가진, 원형좀비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좀비를 피해서 도보로 도망을 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사이에 수만 번을 내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갔다.
“크르륵.”
멀리서 들리는 소름끼치는 소리에 건물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야말로 좀비들이 시커멓게 이 건물을 향해서 몰려들고 있었다.
“젠장! 뭐야 이거!?”
현석형님은 그 모습을 보고 지금 우리의 상황은 잊어버린 듯 큰 소리를 냈다.
푸르르릉! 푸릉~
정말 운이 좋게도 이 순간 시동이 걸렸다. 하지만 안심할 수가 없었다. 건물 안쪽에 있는 것이 일반적인 좀비가 아닌 것은 확실한 것 같았기 때문에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는 것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형님!”
시동이 걸린 스쿠터에 잽싸게 올라타고서 현석형님을 불렀다. 내가 부르는 소리에 현석형님은 가게 안쪽을 향해서 총을 겨눈 채로 다가왔다.
일초, 일초의 시간이 견딜수 없을 만큼 길게 느껴졌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냥 스쿠터를 출발시켜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손끝을 움찔움찔 하며 액셀을 있는 힘껏 당겨버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고 있는 사이, 현석형님이 내 뒤에 올라 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좋았어!’
그 순간 나는 있는 힘껏 엑셀을 당겼다. 힘껏 당기면 더 빨리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온몸에 바짝 힘을 준 채로 엑셀을 당겼다.
부앙!!!
스쿠터의 작은 엔진이 터질 듯이 굉음을 내며,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
“크아악!!!”
엔진 소음에 조금 묻히긴 했지만, 등 뒤에서 좀비의 괴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언뜻 가게를 튕기듯 나온 스쿠터 옆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드는 좀비 하나가 눈에 띄었다. 느낌이 좋지 못했다.
왠지 좀비들을 조종하면서 영감님을 해쳤던 놈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옆에서 들려드는 놈을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을 할 수는 없었다.
옆과 뒤에서 나타난 놈들의 움직임이 일반적인 느릿느릿한 놈들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동철아! 빨리!”
등 뒤의 상황을 볼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총을 든 우리를 보고 피할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스쿠터의 엔진소리를 듣고 우리가 이곳을 뜨려고 하자 달려드는 상황이라니… 그런 놈이 엔진소리 이후에 괴성을 질렀다면 속도가 충분히 붙지 않은 지금이 정말 위험한 순간일 것이다.
더군다나 옆에서 한 놈이 더 나타난 데다,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이 현석형님 혼자라는 사실이 더 불안했다.
쾅!
바로 뒤에서 엽총의 큰 총성이 터져 나왔다. 옆에서 갑자기 달려들려던 놈이 얼굴의 대부분이 찢겨지며, 그 자리에 허물어지는 모습이 언뜻 보였다. 그리고 그 반동에 현석형님의 몸을 통해서 등으로 전해져 왔다.
‘조금만! 조금만!’
전방으로 보이는 일반적인 좀비 놈들은 거리가 조금 있었기 때문에 뒤쪽의 놈만 피할 수 있으면 어떻게든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헛!”
잠깐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보고서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 뒤쪽 놈이 엄청난 속도로 쫒아 왔다. 스쿠터는 아직 충분히 속도가 붙지 못한데다가, 놈의 움직임은 인간의 그것을 초월한 듯 엄청났다.
“윽!”
쾅!
뒤쪽에서 현석형님의 것으로 생각되는 작은 신음소리와 무지막지한 총성이 들렸다. 어느 것이 먼저 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거의 동시였다. 그 신음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전까지 우리에게 달려들던 그 특이한 좀비는 머리의 상당 부분이 찢겨져 나간 채로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형님! 괜찮으세요?”
“그래. 괜찮아. 자식이… 너무 빨라서 놀란 것 뿐이야. 어서 가자. 길은 내가 가르쳐 줄게.”
그렇게 위험한 순간을 간신히 넘기며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거의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좀비를 피하며 정신없이 스쿠터를 몰았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눈에 띄는 좀비들이 조금씩 줄어들었고, 스쿠터를 몰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분명 놈은 지능을 가지고 있는 듯 했고, 다른 좀비를 조종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단순히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분명 그렇게 느껴졌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놈과 마주할 때 느꼈던 것처럼, 얼마 전에 만난 그 특이한 놈과 더욱 비슷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분명 그놈과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는 듯 했다.
이전의 그놈은 말도 할 수 있었고, 지금 마주친 놈보다 훨씬 지능이 뛰어난 듯 했다. 조금 전의 놈은 어느 정도 지능을 가지고 있는 듯 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지능이 뛰어난 것 같지는 않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내린 결론은 비교적 단순했다. 원형좀비나 일반적인 좀비들 외에 또 다른 좀비의 형태가 나타난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결코 단순해 보이지 않았다.
‘젠장! 지능이 있는 좀비라니… 저번 그놈은 어쩌다 생긴 특별한 놈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런 놈들이 많은 건가?’
원인은 모르고, 눈에 보이는 상황만으로 생각을 정리하려니 명확한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나에게도 어느 정도 낯이 익은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가자.”
현석형님이 조금은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마을이 멀지 않아서 우선은 마을로 가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행들이 있는 마을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부앙! 끼~~익!!!
마을 입구에 도착을 하고서 급하게 스쿠터를 세웠다. 그러자 마을 입구에 몸을 숨기고 경계를 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형님!”
기웅이를 치료해 준 김진숙이란 간호사의 남편인 박기준이 고함을 치며 달려 나왔다. 그리고 그의 길 맞은편에서 임미진이라는 젊은 여성이 나왔다. 그들의 목소리와 표정에서 현석형님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재빨리 스쿠터에서 내려 뒤를 돌아보았다. 현석형님이 스쿠터에서 내리다가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 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타고 있던 두 사람이 모두 내리면서 스쿠터가 쓰러졌지만, 그것을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은 팔부분이 찢겨지고, 그곳에 난 상처에서 피가 나고 있는 것에 쏠려 있었다.
현석형님도 모두의 시선이 의식 되었는지 자신의 상처를 한번 바라보고는 어색하게 쓴 웃음을 지었다.
“형님! 어떻게 된 거요? 설마 놈들에게 당한 건 아니죠?”
박기준이라는 중년의 사내가 현석형님에게 다가가 부축을 하면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봐! 자네! 형님 상처… 어떻게 생긴 건가?”
박기준은 현석형님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곧바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리고 임미진이라는 여성은 다가오다 말고 형님에게서 몇 미터 떨어진 지점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총을 겨누지는 않았지만,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현석형님을 바라봤다.
“저기… 저도… 잘… 스쿠터에 타기 전까지는 상처가 없으셨어요.”
현석형님의 상처를 처음 본 나로서는 대답을 할 말이 없었다.
“젠장! 다들 살 떨리게 쳐다보는구만. 알아. 안다고. 빌어먹을.”
스쿠터를 막 타고서 출발할 때, 현석형님이 작게 냈던 신음소리에 생각이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