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3
13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집에 있으면서 어떻게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있을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다못해 방문이라도 잠그고 있어야지. 또 방에 누가 들어왔는데, 저항을 하거나, 하다못해 숨기라도 하는게 아니라 죽어라 비명만 질러댔다. 그덕에 집안에 쉽게 들어오긴 했지만, 저런 여자는 엮이면 내 명만 재촉할 뿐이다.
이 생각을 하는 순간, 내 결심은 굳어져 버렸다. 무슨일이 있어도 저여자랑은 엮이면 안된다. 지금의 세상에서 해충이나 다를바 없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여자는 살려달라는 말만 계속 반복할 뿐이었다. 문득 방안을 둘러 보는데, 코를 잡으며,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이 여자 정말 답이 없는 여자였다. 겁에 질린 것은 알겠는데,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밖으로는 아니 그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나보다.
여자가 있었던 구석 바로 옆에 배설물까지 그냥 있었다. 놈들을 한번 직접 본건지, 아무튼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저 지경으로 있다보니, 현관이나 방문도 잠글 생각을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 이거야원. 짐승 우리도 아니고, 이봐요. 나 사람이예요. 사람 막 죽이고 그러지 않으니까, 안심해요. 집안으로 막 들어온건 미안한데, 알다시피 밖에 상황이 저래서 말이죠. 오늘 하루밤만 좀 신세를 질게요. 어디 빈방 없을까요? 이봐요. 이봐요. 내말 알아 들어요?”
일단은 하루밤을 지내기 위해서, 양해를 구하려는데 여자 상태가 이상했다. 내말을 듣는 것 같지 않았다. 그냥 계속해서 살려달라고만 중얼거릴 뿐이었다.
“정신줄 놔버린건가? 나참. 뭐 나랑은 상관 없지. 이봐요. 알아 듣던지 못알아 듣던지간에 난 말했어요. 하루만 신세좀 질게요. 아! 그리고, 밖에 있는 승용차, 이집 차인가요?”
혹시나 하고 물어봤는데, 역시 대답은 없고 살려달라는 말 뿐이다. 그것도 나한테 얘기하는것도 아닌 것 같고, 그냥 혼자 중얼거리는 걸로 보인다. 하룻밤 묵는것도 묵는것이지만, 그것보다 중요한게 밖에있는 차인데, 저 상태라면 뭘 알아 낼수가 없겠다.
“하… 좋다 만건가… 차가 있으면 금방 일텐데. 공장까지. 미치겠구만. 차열쇠를 찾을수 있으려나 했더니, 저여자야 어찌됐든, 그냥 집전체를 뒤져봐야되나… 아이고 머리야…”
왠지 짜증도 나고 해서, 투덜거렸다. 그런데 그때 여자가 큰소리로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차요! 차! 저 차열쇠 있어요. 저좀 살려주세요. 밖에 있는 차 열쇠 드릴테니까, 저좀 살려주세요.”
처음에 말을 시작할때는 정신없이 그냥 소리지르는 것 같더니, 말을 할수록 정신이 조금 드는지 나를 바라보면서 또렷하게 얘기를 했다. 그런것보다 나는 차 열쇠가 있다는 말에 정말 뛸 듯이 기뻤다.
“정말이요? 밖에 승용차 열쇠가 있어요?”
“예. 있어요. 승용차 열쇠. 부모님이 트럭을 타고 나가시면서, 혹시 볼일 생기면 차타고 가라고, 열쇠를 두고 가셨어요. 그러니까, 차 열쇠 드릴테니까, 가신다는 공장. 안전한 곳인가요? 그러면 저도 좀 대리고 가주세요.”
[오호라. 거래를 하자는 거네.]나쁘지 않은 조건인 듯 하다. 저 여자랑 엮여야 한다는게 조금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차를 구할수 있다면, 감수할만 했다. 무려 차니까!!!
“좋아요. 내가 가는곳은 여기서 조금만 더가면 되는 공장이예요. 사촌형 공장인데, 여기보단 환경이 좋을 거예요. 그리고, 어디까지나 예상이예요. 나도 가본데가 아니니까. 혹 상황이 안좋더라도, 여기도 그렇게 나빠 보이진 않으니까 이리로 돌아와도 되고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당신이 아까처럼 또 이상한짓을 하면, 난 당신 버리고 갈거예요.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요. 알았어요?”
“예. 정신 똑바로 차릴께요. 버려두고 가지만 마세요. 대신 열쇠는 제가 보관할게요. 차에 탈 때 까지는.”
[이것봐라. 호락호락 끌려가진 않겠다라… 뭐 나쁘진 않겠지. 혹시나 이상한 짓하면, 골통을 깨버릴테다.]역시 아무래도 나도 이상해져 가는것같다. 내가 생각하고도 섬뜩해지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자리잡는다.
“알았어요. 그렇게 해요. 그런데 뭐 좀 먹었어요? 상태를 보아하니 가관인데…”
정신이 들어서 부끄러운 생각은 드는지, 방안 이야기를 하자, 여자가 얼굴을 붉힌다. 그리고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한다.
“아뇨. 이틀동안 아무 것도 못먹었어요. 어제 아침에 밥먹고 밖이 어떤가 보러 나갔다가, 그놈들이 사람을…. 걸 봤어요. 그때이후론 계속 몽롱한 상태였던거 같아요.”
대충은 알 것 같다. 말을 흐리는걸로 봐선 지금도 완전히 적응한건 아닌 것 같다. 자신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게 의지가 되는지 그럭저럭 버티는 것 갈다.
“난 다른방에 배낭좀 내려 놓고, 좀 쉴게요. 그사이 좀 씻어요. 방도 좀 큼큼 청소도 좀 하구요. 하고나면 뭐, 뭐든 먹던지하죠. 나도 조리된 음식 먹어본지가 며칠됐으니까요.”
“알았어요. 그럴게요…. 그런데… 저…”
“왜요?”
“저기… 거실에서 쉬시면 안될까요? 무서워서요. 죄송해요…”
[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나. 문도 다 닫아서 잠궈놨구만.]“알았어요. 그러죠. 그럼 나가 있을께요.”
그렇게 말하고 난 거실로 나와 배낭을 가운데 벗어 놓고 누웠다. 나도 오랜만에 사람과 얘기를 해서 그런지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둘이라는 것이.
조금 있으니까, 여자가 무언가 잔뜩 들고서 방을 나온다. 힐끗 보니, 바닥에 깔 이불과 배개였다. 그리고 씻으러 들어가려는지 옷가지도 몇가지 챙겨가는 것 같다.
나는 그녀가 건내주는 이불과 배개를 받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욕실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샤워기에서 물떨어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며칠간 생존에만 매달리며 이곳까지 왔던 내게서, 사라진 것만 같던 성욕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눈을감고 누워있는데 남자의 상징이 빳빳하게 일어서 버렸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뭐. 덮치지만 말자. 크큭. 자유로운 의견조율에 의해서 계약조건을 변경할 수는 있는거니까. 크큭.]두가지 생각이 쉴새 없이 머릿속을 해집었다. 어떻게 할지, 좀비와 마주칠때보다 더 고민이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계속 눈을 감고 고민에 빠졌다.
어느덧 물소리는 멈추었다. 잠시후 문열리는 소리가 나면서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청소를 하는지 빗자루소리가 잠시 들리는 듯 했다. 뭐 나로써는 빗자루질이나 그런것보다 방안에 그 배설물부터 처리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보세요. 그냥 간단하게 라면 끓였어요. 라면좀 드세요.”
그렇게 잠시 누워있다가 오랜만에 편안함에 잠이 들어버렸나보다. 그녀의 깨우는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코에서는 오랜만에 맡아보는 라면향이 나를 자극했다.
“아. 고마워요. 잘먹을께요.”
그녀는 쟁반에 라면 한 그릇을 내게 내밀었다. 그리고는 자신도 한그릇 방으로 가지고 가서 먹는 듯 했다. 나는 얼른 앉아서 라면을 먹어치워 버렸다.
오랜만에 먹는 라면맛은 여지껏 먹어본 다른 어떤 음식보다 맛있었다. 라면을 먹을때는 정신없이 먹느라 몰랐는데, 라면을 먹고 나서 그녀가 방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는 그녀를 보니까, 또 아까의 성욕이 치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