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숙소 밖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은 기준형님이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없이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가려고 뛰듯이 밖으로 향했다.
“형님!”
아무 대비 없이 밖으로 나가려는 그를 그냥 둘 수 없어서 급히 불러 세우려 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그냥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를 그냥 둘 수 없었다. 재빨리 몸을 날려 그의 앞을 막아 섰다.
“형님. 잠시만요.”
“…”
순간 기준형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빛 속에서 원망의 감정이 전해지는 듯 했다. 어떻게 이야기를 할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기웅이가 옆으로 다가왔다.
“형님. 잠시 마음을 가라 앉히시죠. 나가시더라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를 하시는 게 좋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준비를 단단히 해서 같이 나가시죠.”
“…”
기웅이의 말에도 기준형님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다만 아까와는 조금은 다른 눈빛으로 기웅이를 바라봤다.
“알았어. 빨리 준비를 하도록 해.”
기준형님이 침착한 말투로 조용히 이야기 했다. 그리고 나와 기웅이가 소총과 엽총을 준비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준형님이 앞장을 서고, 나와 기웅이가 그 뒤를 따라 현관문을 나섰다. 그리고 건물 안에서는 지선이가 권총을 들고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기준 아저씨…”
대문 밖에 서 있던 이보희가 대문의 창살 사이로 우리가 나오는 것을 알아보고 나직한 목소리로 기준형님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역시나 김현운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후~ 그래, 보희야. 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있니? 우선 안으로 들어와서 얘기를 하자.”
기준형님이 긴 한숨을 내 쉬고는 조금은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이보희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하지만, 난 아직까지 저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
“형님! 잠시만.”
대문을 막 열려는 그를 쫓아가 제지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돌려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이번에는 또 뭐지? 밖은 지금 위험하단 말이야.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사실 저들을 보고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저들은 무기를 꺼내들지 않고 있었고, 별로 긴장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평소 마을에서 생활 하던 것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저들이 직접 위험요소, 즉 현석형님을 제거했을 것이란 내 예상으로 이어졌다.
“형님. 보희씨나 현운씨를 봐서는 그렇게 위험하게 느끼고 있지 않는 것 같네요. 그리고 이런 말씀 어떨지 모르시겠지만… 전 아직 보희씨나 현운씨가를 믿지 못하겠어요.”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야?”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준형님은 고함을 질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내가 주변을 살필 정도였다. 이보희가 난처한 얼굴을 하며 기준형님을 바라봤다. 이들을 믿을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현석형님과 가까웠으니 무언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얻어 내야 할 것 같았다.
“후~”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기준형님을 외면한 채 이보희와 이야기를 해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되짚어 보면, 당신들은 분명히 현석형님의 상태에 대해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숨긴 것이 틀림없어요. 현석형님의 상태에 대해서 어떻게 알았고, 또 왜 그것을 숨긴 것인지 솔직히 이야기 해 줘요. 그러면 서로 믿고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무언가 이야기 할 것이 있어서 온 것 같은데… 아닌가요?”
“잇!”
내 말에 기준형님이 나를 바라보며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역시 대답이 궁금했던지 이내 입을 다물고 다시 이보희를 바라봤다.
“그…”
이보희가 내 말에 뭐라고 입을 열려다가 기준형님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얼굴에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의 곁에 서 있던 김현운과 잠시 작은 목소리로 상의를 했다. 그리고 나와 우리 일행들은 그런 그들을 조용히 지켜봤다.
묻기는 했지만, 진실을 이야기할지 어떨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 일 것 같아서 일단은 무슨 말을 할지 조용히 기다렸다.
“좋아요!”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이보희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은 그녀에게로 향했다.
“우선, 현석아저씨… 보셔서 아시겠지만 좀비였어요.”
“아니! 어떻게? 좀비한테 상처를 입으면… 한 시간 안에 좀비로 변할 텐데… 형님은 며칠이나 마을에서 함께 지냈잖아?”
기준형님이 이보희의 첫 마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추궁하듯 물었다.
“그건 저희도 정확히 알지 못해요. 다만… 짐작되는 거라면…”
“제가 전해준 주사약 때문이란 건가요?”
가만히 듣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말이 툭 튀어 나왔다.
“그럴 거라고 짐작만 하고 있어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주사약이 안전한 치료약이 아닌 것 갈아요. 좀비가 되는 과정에서 이성을 잃지 않는 정도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어느 정도 짐작은 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보희가 현석형님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놓기 시작했다.
“현석아저씨 입장에서는 완전히 치료가 되던지, 그게 아니면 보통의 좀비가 되어서 자신이 좀비인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기를 바랬던 것 갈아요. 그렇게 됐다면 우리들이 보내드렸어야 겠지만, 아저씨 입장에서는 차라리 마음은 편했을 것 같긴 해요. 다만… 우리가 보던 좀비들이 아무런 의식도 없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말이예요.”
그녀는 여태까지 보여주던 말수가 적은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아저씨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셨어요. 조그마한 일에도 곧잘 흥분했고, 한번 흥분을 하면 진정시키기가 아주 힘들었어요. 그래서 숙소 밖에서 사람들과 마주할 때는 말을 줄이고, 저희가 항상 결에서 신경을 써야 했어요. 그리고… 좀 전에 얘기 했지만… 무엇보다 이미 육체는 좀비의 것으로 변해 버렸기 때문에… 사람들을 보면… 주체할 수 없는 식욕이 치밀어 올라왔어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거기에 익숙해지고, 그럭저럭 참을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이것이 저희가 아저씨 옆에 붙어 다녔던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했어요.”
여기까지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좀 전에 내가 한 짓을 떠올려 보면, 좀비를 바로 눈 앞에 두고, 그것도 무기도 들지 않은 채, 죽여 달라고 아주 염장을 지른 격이었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을 돌이켜 보면, 아저씨는 한번 흥분을 하면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고, 그게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 되면, 약간의 지능만을 지닌 채로, 좀비의 본능만이 남아 버리는 것 갈아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이긴 하지만… 틀림없을 것 같아요. 후~”
이보희가 긴 이야기를 마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대문 밖에 서 있는 이보희, 김현운은 물론 우리 일행들도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리고 정적을 깨고 먼저 말을 꺼낸 것은 기준형님이었다.
“그럼… 형님이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
“아… 그게…”
이보희가 기준형님의 물음에 조금은 망설이는 듯이 말문을 열었다.
“아저씨… 현석아저씨는… 저희가 좋은 곳으로 보내드렸어요. 그리고… 희영언니, 미진이, 정민이… 모두 조금 전에 현석아저씨께 당했어요. 그러니까… 이제, 이 마을에 저희들 밖에 없는 거예요.”
그녀의 말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오늘 하루에만 현석형님까지 다섯 명이 죽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어쩌다… 어쩌다 그렇게까지…”
기준형님이 탄식하듯 한마디를 뱉었다. 그리고 그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약속이나 한 듯 입을 꾹 다문 채, 기분 나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사실 기준형님의 그런 탄식도 내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풀리지 않는 의문 하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하나 확인해 보고 싶네요.”
겨우 입을 땐 내게 모여있는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예. 말씀하세요.”
이보희가 차분한 한결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준형님이 격리 되었다가 풀려날 때, 분명 당신들은 기준형님을 보자마자 방안으로 들어가서 셋이서만 방안에 있었죠. 그리고 기준형님을 데리고 바로 당신들 숙소로 갔구요. 분명 그때 기준형님이 좀비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 같구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죠? 다른 사람들은 모습을 확인하는 정도도 빠듯한 시간이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어떻게 좀비인 걸 알면서 단 둘이서 기준형님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두 감쪽같이 숨기면서 말이예요. 도저히 이해가 안되네요.”
내 말에 기웅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보희와 김현운은 살짝 인상을 쓰면서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후~ 그건 제가 이야기하죠.”
이곳에 온 이후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팔짱을 낀 채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김현운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