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2
2화
직장 생활 15년차. 지금에선 여자친구도 없고, 남들이 보면 노총각이라고 할 나이가 됐다. 다람쥐 책바퀴 돌듯 직장과 집을 오갔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서 술한잔씩 하긴 하지만, 그나마도 친구들이 전부 결혼을 하고 나서는, 그런 술자리도 힘들어졌다.
지금의 직장생활도 뭔가 좀 변화가 필요한것 같다. 그래서, 올 여름 휴가는 예년과는 다르게 혼자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혼자서 생각도 좀하고, 머리를 좀 비우고 싶다.
여행지는 진해에 있는 작은 무인도로 정했고, 다른 사람들을 피하고 싶어서 휴가기간도 늦여름으로 잡았다. 어찌됐든 그저 직장일 다 잊고서 며칠이라도 지내고 싶었다.
무인도로 가는 것이니 만큼, 큰맘먹고 캠핑장비들도 구매했다. 사실 뭔가 들뜬 나머지 괜찮아 보이는건 싹 사버렸다. 돈이 좀 들긴 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드디어 기대하던 휴가 첫날 낚시배를 타고 섬에 도착했다. 기대대로 다른사람도 없는 상태다.
“휴. 드디어 도착했네.. 햐~ 좋다. 기분이 다르구만.”
깊은 숨을 한번 들이 쉬었다, 스마트폰은 꺼진채 배낭 어딘가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면서, 드디어 며칠간은 세상과 분리 되었다는 쾌감을 만끽했다. 하지만 이내 현실적인 문제를 떠올렸다.
“아! 텐트부터 쳐야 하는구나…”
오는 중에 낚시배에서 듣기로, 이 근방이 캠핑하기 재일 좋은 장소란다. 이 섬이 해안에서 가까워 시야가 막히는데, 이쪽은 해안 반대 편이라 시야가 탁 트여서 경치가 가장 좋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찮다는 이유로, 섬 남쪽 해안에 자리한, 작은 백사장을 조금 벗어난 곳에 텐트를 쳤다.
처음 해보는 거라서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못할정도는 아니었다.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이 되어서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 먹고, 잠깐 텐트에 붙은 차양 밑에 자리를 펴서 누웠다. 조금 전까지는 마냥 흥분되더니, 잠깐 혼자서 조용히 누으니까 왠지 고즈넉하고, 차분히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런 기분이 그리웠어.”
그렇게 잠시 누워 있었다. 이 기분이 너무 좋아서 말이다. 그리고, 잠깐 누워 있는 다는게 잠이 들었던것 같다.
쾅!!!!!
“음~ 뭐지. 뭐가 이렇게 시끄러운거야.”
비몽사몽간에 뭔가 시끄러운 소리를 들은것 같다.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멍했다.
“아! 뭐야. 그러고 잠들어 버린거야? 나 이거야 원. 근데 무슨 소리가 들린거 같은데… 무인도 아닌가? 무슨 소리지?”
얼마나 잠이 들었던 것인지도 모르겠고, 잠결에 들었던 소리가 실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저녁 7시쯤 이었다.
“7시면… 한 5시간쯤 잔건가. 마음이 편하긴 했나보다. 잠깐 존거 같은데 세상모르고 자버렸구나.”
저녁식사로 가지고 온것 중에 뭘로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아까 분명 무슨 소릴 들은것이 확실한데..」라는 생각을 하는 찰나에 쾅!! 하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난 순간적으로 소리가 들린 북쪽, 육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무숲에 가려 육지가 보이진 않지만, 그 위로 멀리서 시커먼 연기가 북쪽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뭐야!!! 사고라도 난건가? 아… 미치겠네.”
저 엄청난 연기로 봐선 불도 아주 큰 불이 난 모양이다. 육지에서 난 불이라 이곳하고는 별 상관이 없겠지만,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들고, 육지에 사람들이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그리고, 혹시 화학물질 사고 같은 것이라면 여기라고 안전하지는 않을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무슨일인지 알아봐야 될것 같다. 어디에 연락해서 확인 해봐야 되나… 잠시 고민을 하다가, 화재사고 관련 문의니까 소방서에 전화해 보기로 했다.
휴가동안 계속 휴대 전화를 꺼 놓으려고 계획 했는데, 지금 상황은 어쩔수 없는 것 같다. 배낭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전원을 켜고 잠시 기다렸다.
“어디보자. 119로 전화 해 봐야 되려나~”
전화를 걸고, 스피커에서 발신음이 들렸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연결이 되질 않았다.
“뭐야? 젠장. 119가 전화를 안 받아?”
119에 전화를 걸어 본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이런 경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고민을 하다가 타고 온 낚시배 선주에게 전화를 해봤는데 역시 받지를 않았다.
이쯤 되니까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긴급 상황에 전화를 할 수 있는 곳에 전화를 해봤는데 전부 전화를 안 받았다.
미칠 노릇이다. 전쟁이라도 터졌나 싶다. 도대체가 무슨 일인지를 모르겠다.
그냥 아는 사람한테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포털사이트에 들어가서 본 화면은 사이트가 해킹 당했나 싶을 정도로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사진과 기사들이었다. 전체가 그런 사진과 기사였다. 그래서, 더 비현실적으로 받아 들여졌다.
“뭐야 이건. 오늘 왜이래 이거!!!”
이제는 불안감보다는 짜증이 밀려온다. 다른 사이트에 들어가 봐도 모두 비슷한 상황인것 같다. 도대체가 저 비현실적인 사진들이 진짜란 말인가?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들은 「전국에 원인모를 괴질 급속 확산」이라거나, 「현사태 전세계적으로 발생」, 「인류 종말」 따위의 제목을 단 기사들이었다. 같이 올라온 사진들 또한 평상시라면 이런 사이트에 올라올수 없는 사진들이었다.
피를 토하면 쓰러지는 사람. 온몸에 피칠을 하고 멍한 눈으로 하늘을 보고 있는 사람. 하나같이 혐오스러운 사진들이었다.
내가 이 섬에 들어온지 이제 겨우 8시간쯤 지났다. 그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어떻게 된 건지 알아야겠단 생각에 여러 사이트들을 들어가보고, 정보를 수집했다. 그렇게 알아낸 사실들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금 전세계에 원인 불명의 괴질이 거의 동시에 발생했다고 한다. 최초 발생은 약 6시간 전쯤이며, 아무런 증상이 없던 수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피를 토하면 쓰러져 사망했다고 한다.
전세계의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비슷한 증상으로 사망했다는 얘기도 황당하긴 했지만, 가장 황당한건 바로 다음 내용이었다. 그렇게 쓰러져서 사망한 것으로 판단 되었던 사람들이 다시 일어 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인육에 눈먼 짐승마냥 사람들을 공격해서 인육을 먹었다고 한다. 또한, 그들은 이지를 상실한듯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공격받은 사람들도 다시 그들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 다만 차이점이라면 그들이 사망한듯 보이는 시간이 짧아 졌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이런 정보를 올린 이들도 정확한 시간을 아는 이는 없었지만, 아무튼 1시간까지 걸리진 않는다는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가지 더하자면 이런 정보를 올리는 글들이 그 주기가 길어지고, 올리는 이들도 줄고 있다. 지금부터 1시간 이내에 올라온 글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건 마치 영화에서 보던 좀비같다. 나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머리속이 하얗게 변하는것 같다.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 세상과의 단절을 택했는데, 그사이 세상이 이상해져 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씨팔!!! 그냥 휴가온건데… 뭐야 이게…”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것 같다. 인터넷에서 본것들이 전부 사실이라고 할수는 없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없는 일은 아닐것 같다.
우선 난 지금 무인도에 있다. 멀지는 않지만, 일단은 육지와 떨어져 있다.
육지에서 어떤 사단이 났든, 그렇지 않든 예정했던 2박3일이 지나면, 이 섬에서 나가야 한다. 식수나 식량 문제 때문에라도 말이다.
여기서 문제는 나를 여기다 대려다준 낚시배 선주가 연락이 되지 않고, 해경이나 어떤 비상연락도 되질 않고 있다. 일단, 지금껏 인터넷에서 본것이 사실인지 확인 차원에서라도 누군가와 연락을 해야 할것 같다.
이곳으로 도와주러 와주면 더 좋기도 하고. 부모님이야 두분모두 일찍 돌아가셨고, 유일한 친척이랄수 있는 사촌형, 민철이형한테 일단 연락을 해보기로 했다. 부디 형은 전화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띠리리링~
몇번의 벨이 울리는데 역시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제발……”
그렇게 몇번의 벨이 더 울리도록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여보세요.”
민철이형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드디어 누군가와 연락이 닿은 것이다. 구세주를 만난듯 들떠서 얘기했다.
“형!! 동철이예요. 괜찮으세요?”
“어. 그래. 니 목소리 들으니까 반갑네. 길게 얘기 못하니까 끊고 문자로 하자.”
뚝.
이제 느낀것이지만, 들뜬 나하고는 다르게 형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아주 차분하게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조금은 별일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분위기를 봐서는 일이 심상치 않게 흐르는것 같다.
띠링~
잠깐 멍하는 사이 형한테서 문자가 왔다.
[그렇게 끊어서 미안하다. 소리를 죽여야 해서. 니목소리는 들어야 할것 같아서 받긴 했지만.] [예. 형. 근데 인터넷에 있는 괴질. 그런 얘기 진짜예요? 저 휴가차 무인도 캠핑 왔거든요.] [거참. 타이밍한번 기막히게 맞혔구나. 그래 진짜야. 어디까지 아는지 모르겠는데. 영화에서 보던 좀비라고 생각 하면 돼. 좀비… 빌어먹을 세상이 빌어 처먹을 놈들로 가득 차버렸다. 젠장. ]형이랑 문자를 주고 받는 중에 생각 못했던 형수랑 조카 생각이 났다.
[형. 근데 형수랑 현식이는요? 별일 없어요?]형의 답이 늦는게, 괜히 물어 봤나 싶은 생각이 든다.
[모르겠다. 젠장. 현식이 방학이라고 현식이 외가로 놀러 갔는데, 연락이 안된다. 현식이 외가가 미국에 있잖아. 여기보다는 나을꺼라고 생각 해야지뭐. 뭐 방법이 없으니.]역시, 괜히 물었나 보다. 이기적일지 몰라도 내 얘기를 해야 하는데 분위기가 이상하게 돼버렸다.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또 형에게서 문자가 왔다.
다행히 형이 얘기를 꺼내줬다.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해도 난 참 이기적인 놈이다.
[아뇨. 가진게 전부예요. 아끼면 한 4,5일은 버틸꺼예요. 전기는 없구요. 선주나 해경도 연락이 안되네요. 형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육지랑 가까워서 수영으로 나갈수는 있을것 같은데 그러면 여기 야영장비나 그런거 유용할것 같은 것들을 버려야 할것같구요. 정방법이 없으면 그렇게라도 해야겠지만. 그리고 여기 진해 ○○섬이예요.]얘기하다 보니까, 문득 생각 났다. 아직 꺼내지도 못했지만, 배낭안에 물놀이용 매트가 들어 있단 기억이 났다.
뭐. 그냥 맨몸으로 수영하는것보단 덜힘들고 쉴수 있기도 할것 같고, 물품들도 나를수 있겠지 싶다. 형이 생각을 하는지 잠시 답이 없다.
지금은 기다려야 할것 같다. 머리좋은 형이니까 뭔가 답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혼자 딴생각을 하는 와중에 다시 답이 왔다.
뭐가 힘들꺼란 건지 짐작이 된다. 정말 몇시간만에 세상이 뒤집어 지긴 한것 같다.
[생각해보니까 일단 나도 집에서 나서야 할것 같다. 너랑 얘기하다보니까 그냥 집에 있는다고 해결되진 않을것 같다. 너, 내가하는 공장알지? 거기가 부식류도 꽤 사다 놨고, 지내기 괜찮을것 같다. 너한테 갔다가 같이 그리로 가는게 좋겠다. 아무래도 이런세상에 혼자보단 믿을수 있는 둘이 좋겠지.] [예. 그래도 무리하진 마세요. 여긴 일단 섬이니까. 위험하진 않으니까요.] [그래. 오늘 바로 출발하진 못할거고, 준비를 좀 해서 내일 출발하던지 하마. 가면서 뭔가 방법을 생각해 보자. 아. 그리고 너 거기 전기 없으면 전화는 꺼두도록해라. 그리고, 시계 가지고 있냐? 있으면 내일 낮 12시쯤 켜서 나랑 연락하도록 하자.] [예. 시계는 있어요. 그럼 내일 연락해요. 형. 조심하세요.] [그래. 내일 연락하자. 너도 조심하고.]그렇게 형과의 얘기를 마무리 하고, 형 말대로 전화를 꺼 놨다. 예비로 베터리를 하나 더 가져 오긴 했지만, 지금에선 최대한 아껴야 할테니까.
이젠 뭘해야 하나 싶다. 큰일이 나긴 났나보구나 싶으면서도 아직 완전히 실감이 나진 않는다. 그냥 막연하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은 되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싶다.
시간이 어느덧 8시반을 넘기고 있다. 내일을 위해서 저녁을 대충이라도 해결하고, 일찍 자는게 좋을것 같다. 잠을 잘 잘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