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21
21화
영감님은 말없이 마음을 다잡는 듯 했다. 놈들이 보이지 않아서 곧바로 험비가 서있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험비의 근처까지 올 수 있었다.
“캭!!!!!”
험비 근처에서 갑자기 놈들의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서 주위를 살펴 보는데, 주변에는 놈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뭐지? 혹시 놈들이 보이세요? 전 안보이는데요.”
“아니. 나도 안보이네.”
힐끗 보는데, 다행히 영감님은 그렇게 긴장한 것 같지는 않다. 아니 긴장은 했겠지만, 거기에 휘둘리는 지경은 아닌 듯 하다는게 맞는 말일 것이다.
“이상하네요. 분명 근처에서 소리가 들렸는데. 위험한데요…”
차를 타고 있다는 자신감에 조금더 다가갔다.
“아! 저기 있네. 음…”
영감이 험비 근처를 가리키며, 이야기하다가 이내 인상을 찡그렸다. 나도 급히 그쪽을 바라 봤다.
“젠장.”
놈들을 보고 나도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옷을 봐서는 어제 영감님가 함께 와서 먼저 당한 미군이 분명해 보였다.
그들의 몸은 많이 상해 있었다.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많은 놈들에게 당해서 인 듯 했다.
복부 아래로는 근육이나 피부가 재대로 붙어 있지 않았다. 말그대로 해골에 살점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형상이었다.
복부는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옆에서 질질 끌리는 장기를 보면, 형편없이 파해쳐져 있을 것이다. 그나마 복부 위는 정상에 가까웠지만, 얼굴의 살점이 군데군데 뜯겨 있었다.
그 상태로 차를 향해서 기어오며 한번씩 손을 뻗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었다.
한동안 험비 주변을 기어다녔는지, 차와는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었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놈의 위로 차를 운전해 갔다.
덜컹! 빡!
차가 한번 덜컹거리며, 진동이 있었다. 그리고 차 밑에서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후~~~ 지독한 세상이네요.”
한마디 내뱉었는데, 영감님이 대답이 없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굳은 얼굴로 깊은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영감님은 좀 나은편이네요. 전 처음 놈들과 마주하고 거의 정신이 나갔었는데요.”
“후~ 아니네. 어제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으니 말이네. 그래도 어제 한번 겪어서 그런지 어제 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네.”
그렇게 한마디씩 하고 다시 둘은 입을 다물었다.
조금더 이동해서, 험비의 옆에 차를 새웠다. 그리고, 바로 시동을 껐다.
“영감님. 나가면 바로 저는 험비 주변을 한번 확인할꺼예요. 차에서 혹시 못본 놈들이 있을지 모르거든요. 영감님은 차에서 내려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그러면 다음에 험비를 살펴보죠.”
“후~ 알았네. 난 준비 되었네.”
영감님이 그래도 생각보다는 괜찮은 것 같다. 확실한 것은 놈들과 마주해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
“그럼, 내리죠.”
차에서 내려 문을 닫았다. 영감님은 양손으로 야삽을 꼭 붙잡고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나는 오른손으로 손도끼를 꼭 쥐었다. 그리고, 자세를 낮추고 험비로 천천히 다가갔다. 주위를 살피며 험비 주위를 한바퀴 돌았다.
역시 놈들은 없었다. 오는 중간에 차로 뭉게버린 놈도 혹시나 해서 살폈다.
거리는 좀 있었지만, 충분히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놈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될 상태였다. 그런데, 놈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의 시체 하나가 조금 꿈틀 거리는 것이 보였다.
좀비 놈들이라면 그냥 꿈틀 거리고만 있지는 않을것이기에, 혹시나 생존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감님. 잠시 와보세요.”
소리를 최대한 낮추어서 영감님을 불렀다.
“왜그러나?”
“저기 시체처럼 보이는게 조금 이상해서 살펴보고 올께요. 제 뒤에서 따라 오시다가, 혹시나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좀 도와주세요.”
“알았네.”
그렇게 이야기를 해놓고, 꿈틀거리는 이상한 것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지자, 그 꿈틀거리던 시체가 입고 있는 옷을 확인할수 있었다. 거리는 있지만, 확실히 미군 군복이었다. 어제 당한 나머지 한명의 군인인 듯 하다.
계속 천천히 다가가면서 보이는 군인의 상태는 내 생각을 생존자일리 없다는 쪽으로 기울게 했다.
“빌어먹을. 아까 그 군인보다 더 당했네요. 어제 당한 두명중 한명인거 같아요. 상태로 봐선 놈들로 변한 듯 한데… ”
놈들처럼 변했는데도, 우리에게 달려들지 않고 그냥 엎드린 채로 꿈틀거리고만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어쨌든 놈들로 변한 존재를 그냥 둘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저렇게 꿈틀거리고 있다면 처리하기는 훨씬 수월할 듯 했다.
“처리해야 겠어요. 따라오세요.”
영감님을 돌아보면서 역시 낮은소리로 이야기했다. 영감님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
놈과의 거리는 대략 5미터 정도. 놈은 바닥에 엎드린채로 꿈틀 거리고 있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놈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엎드려 있는 놈의 머리를 향해서 손도끼를 내리찍었다.
퍽!
놈의 머리는 여지 없이 터져나가 버렸다.
“젠장.”
몇 번을 겪었지만, 이때의 긴장감과 불쾌감은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꿈틀거림이 사라진걸 확인하고, 무심결에 발로 놈의 몸을 뒤집었다. 그런데 발에 걸리는 무게감이 이상하리만치 가벼웠다.
“우욱!”
몸의 몰골을 확인하는 순간. 영감님은 이제껏 참았던 것이 치밀어 올라오는 것 같았다. 다행히 입밖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힘겨워 하는게 눈에 보였다.
놈의 몰골은 방금 차에 뭉게진 놈보다 더욱 처참했다. 놈은 팔까지 거의 모든 살점이 뜯겨 나가있었다. 더욱이 목도 한움큼 뜯겨 나가 있었다. 얼굴은 조금 덜한 편이 었지만, 여기저기가 뜯겨 두개골이 여기저기 보였다.
“젠장. 이래서 소리도 못내고, 꿈틀거리기만 했나보네요. 후… 일단 총을 챙겨서 차로 돌아가죠.”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방금 처리한놈 바로 옆에 있는 총을 챙겨 들고, 바로 걸음을 옮겼다. 영감님도 조용히 내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