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23
23화
쓰러져 있는 놈을 바라보는데, 등뒤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한시라도 빨리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자네 괜찮나?”
영감님이 내 곁으로 다가와서 물어봤다.
“예. 놀라고 겁이 나긴 했지만, 일단은 괜찮네요. 휴~ 기름통 같은건 찾으셨나요?”
“아니. 아직 못 찾았네. 주유소라 기름통이 금방 눈에 띌줄 알았는데, 밖에는 없는 것 같으이. 건물안이나 들어가면 모르겠지만 말이네.”
“아닙니다. 연료는 아직 급한건 아니니까요.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공장으로 돌아가죠. 빨리 돌아가고 싶네요.”
“그래. 알겠네. 나도 저런걸 보고 나니까, 빨리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뿐이구만.”
영감님과 나는 지금까지 챙긴 것들만을 가지고 공장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돌아오는 길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공장으로 돌아와 둘이서 식사를 하고, 챙겨온 물품을 살펴봤다. 우선은 내 배낭에 통조림, 마른오징어와 육포, 즉석밥과 즉석요리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비누나 치약 칫솔도 몇 개씩 들어 있었다.
휴대용 부탄가스가 몇 묶음 들어 있었다. 꽤 챙긴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기류는 자동소총 3정에 소총탄통 둘, 권총탄통 하나가 있었다.
탄통은 조금씩 사용한 것 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권총탄은 백발조금 넘는 양인 것 같고, 소총탄은 천발은 넘는 듯 했다. 대충 수거해온 물품들을 정리하고, 총기류와 탄약류는 우선 내 침실에 보관해 두기로 했다. 그리고, 개인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나는 옥상에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생각나는 한가지가 있었다. 혹시 영감님이 알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영감님에게 의견을 구해보기로 했다.
“영감님. 시간 괜찮으세요?”
사무실로 들어서며, 영감님에게 물었다.
“괜찮네. 무슨일 있는가?”
“아뇨. 특별히 무슨일이 있는건 아니구요. 돌아와서 몇가지를 생각해 봤는데요. 영감님 의견도 좀 구해보고 싶어서요.”
“음… 내 의견이 필요한가?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이야기해 보시게.”
“오늘 주유소에서 상대한 좀비말이예요. 상당히 이상했거든요. 보통 놈들은 아무리 빨리 저를 쫒아온다고 해도, 제가 전력으로 달리면 따돌릴수 있는 속도였거든요. 근데, 그놈은 달랐어요. 배낭을 매고 있었던 것도 있지만… 그래도 전력으로 달리는데, 제가 따라잡힐 정도로 빨랐어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제가 예전에 시골 마을에서 할머니 좀비를 상대한적이 있는데, 그때도 그랬던거 같아요. 그때는 이번처럼 달리면서 속도를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움직임이 보통 좀비들이랑은 달랐어요. 생각해보면 딱 이번에 만난 놈하고 비슷했던거 같아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요. 그때랑 이번 좀비를 생각해보면, 다른 좀비들과 한가지 다른게 있었던거 같아요. 다른건 또 어떨지 모르지만, 눈에 딱 띄어서 제가 기억하는 바로는 둘다 몸에 상처가 전혀 없었어요. 보통 다른 좀비에게 공격당해서 좀비가 된 경우는 어디가 됐든, 몸에 큰 상처가 있었는데… 그래서, 생각난게 처음 바이러스에 공기로 감염된 좀비일 수 있겠다는거예요. 그런 좀비는 무언가 신체적인 기능이 많이 볼수 있는 2,3차 감염 좀비보다 뛰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도, 영감님이 바이러스를 연구하셨다니까, 저보다는 많이 아시지 않을까 해서요. 어때요? 그게 가능한 건가요?”
영감님은 조용히 내가 묻는 내용들 다 들었다. 그리고, 한동안 생각에 빠졌다가 입을 였었다.
“글세. 먼저 말하자면, 그건 내가 연구한 방향은 아니네. 그러니까, 확실한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일 듯 하네. 저번에 얘기했지만, 이 바이러스의 원형은 인간에게 감염이 되면, 획일적으로 변이가 된다네. 헌데 이 변이 과정을 거치면서, 전염력이 강해져서 원형 바이러스에 면역을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도 전염이 이루어 지네. 내가 많은 사람을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감염초기 인터넷을 둘러본 것을 생각하면, 놈들에게 공격당한 사람은 모두 감염이 되는 것 같았네. 아무리 전염력이 강하다 해도, 100% 감염이란건 또 이상한 일이거든.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 변종에게도 면역을 가진 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확인된 바가 없으니 확률적으로 아직까지는 100%감염이라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싶네. 그렇게 생각하면, 원형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전염력은 극대화하고, 인체의 운동 능력을 살리는 기능은 약화되는 방향으로 변이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네. 어디까지나 추측이네만, 가능한 일일 것 같네.”
“그러면, 상처없는 좀비놈들은 상대하기 굉장히 어려울수 있다는 말이 되네요. 음…”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우선은 영감님이나 제가 가지는 무기를 좀 바꾸는게 어떨까 싶네요. 어제 그 놈은 어찌해서 권총으로 상대하긴 했는데, 15발이 들어가 있는 탄창에서 12발을 사용했더라구요. 제가 사격을 못해서 그렇겠지만, 좀비 하나 상대하는데 15발중에 12발을 사용했다는건, 거의 좀비 한놈 상대하면 더 이상 상대하기 힘들수도 있다는 말이 거든요. 탄창을 교환하거나 하다가는 놈들에게 당할꺼 같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총기는 최후의 수단으로 둬야 되지 않을까 해요. 총알이 수량에 제한이 있으니, 총기에 너무 의존하면 안될 것 같거든요. 총기를 제외하면 지금 쓰고 있는게, 제 손도끼와 드렸던 야삽인데, 손도끼 같은 경우는 잘못 가격해서 빚겨 맞으면 놈들을 처리할수 없는 경우도 생기고… 우선은 타격거리가 짧다보니, 여태껏 써오긴 했지만, 불안한 면이 없잖아 있죠. 그래서, 여기가 공장이고 하니까… 쓸만한 것을 좀 찾았으면 해요. 잘못 가격하거나, 머리를 한번에 가격할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힘으로 놈들을 조금이라도 저지할수 있는 것으로 해야될 것 같구요. 1층에 보면 기계들이랑 공구들 많으니까, 거기서 쓸만한걸 구할수 있을 것 같아요. 권총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는 사용할만 한 것 같았지만, 어제 사용해본 바로는 역시 조금만 거리가 멀고, 놈들이 움직이는중에는 명중 자체가 힘들 것 같아요. 그리고, 소총은 소음때문에라도 사용하기 힘들 것 같아요. 권총보다 놈들 맞추는건 조금은 낮겠지만, 역시나 움직이는 목표를 소총으로 쏴본적은 저도 없어서 확신은 못하겠어요. 그리고, 어제 미군들 경우를 봐도, 소음 때문에 근처의 좀비란 좀비는 죄다 모여들꺼예요. 소총은 우리 입장에서는 최후의 발악을 할때가 아니면 사용 안하는게 좋을 것 같구요. 결론적으로 몸으로 때우는게 가장 확실할 것 같다는 거죠. 어떠세요?”
“일리 있네. 총기는 일단 최후의 보루라고 보는게 좋을 듯 하네. 베테랑 군인들도 총을 사용하고서 모여드는 좀비들을 감당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네. 뭐, 무엇보다 나는 야전삽보다 길기만 하면 마음은 편할 듯 하네. 하하.”
그렇게 영감님과 나는 놈들을 상대하기 조금 더 나을 만한 무기를 찾기 시작했다. 당장 오늘처럼 또 내일 밖으로 나가서 놈들을 상대할 것은 아니니까 시간 여유는 충분했다.
영감님은 내려가서 대충 둘러보다가 쉽게 일명 빠루라고 불리는걸 찾아냈다.
나는 썩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했다. 한동안 찾다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공구는 아니었다. 기계에 들어가는 길이 50cm정도에 지름 2cm정도 되는 샤프트였다. 시간도 많고해서, 천천히 기계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영감님도 금방 찾은 빠루를 바닥에 두고, 나를 거들기 시작했다.
한시간쯤 분해를 하면서, 겨우 원하는 부분을 손에 쥘수 있었다.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한번 휘둘러 보는데, 생각보다 휘두르기 불편했다.
한손으로 휘두르려니 무게를 못이겨 조금씩 손에서 빠지는 것이었다. 영감님과 다시 여기저기를 뒤지면서 얇은 고무 띠같은걸 발견했다.
저거 이름은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로 폐타이어를 잘라서 만드는 거라고 알고 있는데, 폭 2cm정도에 두께는 1mm정도 될까하는 검은색의 얇은 고무띠 같은 것이다. 길이도 길게 남아 있었다.
그걸 쇠봉의 손으로 잡을만한 부위에 감았다. 그리고 나서, 쇠봉을 휘둘러 보는데 감이 훨씬 좋았다. 무게감도 있고 괜찮았다.
전기만 들어온다면 전동공구로 쇠봉 앞부분도 뾰족하게 만들고 싶은데, 그것은 좀 아쉬웠다. 몸으로 때워야 할 듯 했다.
“괜찮네요. 무게감도 있고, 빗맞아도 어느정도 휘청거리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고… 내일부터는 공구통에 있던 야스리로 앞을좀 뾰족하게 갈아봐야 겠네요. 시간은 많이 걸릴 것 같지만, 다른할일이 있는것도 아니니까요. 하하. 아. 영감님은 그 빠루. 괜찮으세요? 무게감이나 그런것도 적당하구요?”
“무게감이 없지는 않은데, 적당한 듯 하네. 꺽인 부분쪽으로 잡으면 손에서 빠질일은 없지 않을까해서, 그렇게 사용할까 하네만.”
“음… 악력이 조금 그렇다면, 그것도 뭐 나쁘지 않겠네요. 전 꺽인 부분으로 가격하시려는줄 알았거든요. 뭐. 그것도 괜찮겠네요. 아이고, 시간도 늦었고 하니, 식사나 하시죠. 오늘도 하루가 지났네요.”
“그렇구만. 저녁은 뭘 먹는게 좋겠나?”
“전 라면아니면 다 좋아요. 전 솔직히 라면 너무 먹었어요… 즉석밥이랑 즉석요리로 먹어보죠.”
“그것도 좋지. 올라가세”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게 이렇게 편안한 느낌인줄 몰랐다. 이런 세상 이전에도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늘 주변에 사람들은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된 이후로 민철이형을 잃고, 혼자서 지내다가, 비록 나이 많은 남자이긴 하지만, 이야기 할수 있고, 무언가 물어볼수 있고, 같이 무언가를 할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자체가 나를 편안하게 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