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24
24화
공장에서의 일상은 매일이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마음 놓고 공장 밖으로 나갈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그나마 옥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외출시간과 마찬가지였다. 꼭 공장내부에서 해야하는 일이 아니면, 대부분을 옥상에서 했다.
영감님과 함께 생활한지 일주일쯤 지났을 무렵, 놈들이 다시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놈들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하지만, 혹시 모를 위험이 있을수 있어 밖에 나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공장 가까운 곳까지 온 것은 아니고, 조금 먼곳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한 놈들이 꽤 많은 수로 늘어 났다. 영감님과 미군들이 왔던 때보다 수가 오히려 많았다.
그때는 눈에 띄는 놈들은 얼마 없었다. 다만 총을 쏘면서 총소리를 듣고 몰려 온 놈들이 많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공장 바로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놈도 꽤 됐다.
공장 바로 주변의 놈들이라도 처리를 해야, 다음에 식량을 구하거나 하기위해서 밖으로 나가기가 쉬울텐데,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날도 영감님과 나는 옥상에서 놈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감님. 공장 주변의 놈들이 너무 많아 지는 것 같아요. 이상태로 계속 늘어나면 공장안에 고립되는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럴줄 알았으면 놈들 숫자가 적을 때, 조금 위험하더라도 바로바로 처리를 하는게 좋았을뻔 했어요.”
“그러게 말이네, 큰일이야. 소총을 사용한다는건 지금 인근의 놈들을 죄다 불러 모을테니, 정말 감당이 안될테고… 가장 가능성 있는게 직접 밖으로 나가서 하든, 옥상에서 하든 권총으로 놈들을 처리하는 것일텐데… 옥상에서 하는건 아무래도 명중률이 문제겠지. 바로 앞의 놈을 처리하는데도 10발이 넘는 총알을 소모했지 않나. 이거리라면 얼마 처리도 못하고 총알이 바닥날꺼야.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 처리를 한다는 것도 지금의 놈들 숫자는 너무 위험해 보이고… 그렇다고 이대로 두면 정말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정말 우리가 손쓸 수 없을 지경이 되버릴 것같고 말이야.”
“아무래도, 밖으로 나가서 공장 바로 근처의 놈들은 직접 처리를 하는게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 같긴해요. 정말 고민이네요. 예전에 제가 이곳까지 혼자 오면서, 놈들이 사람이 있는곳을 기가막히게 알아 낸다는 것을 겪었으면서도, 마음이 풀렸는지 신경을 못썼어요. 그때 제가 생각하기로는 놈들이 살아있는 사람의 냄새같은 것에 끌린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어떤 냄새인지는 몰라도 아마 그것은 맞을꺼라고 지금도 생각하고요. 지금은 이렇게 옥상에서 생활을 거의 하다보니까, 지상에서처럼 직접적으로 공장을 향해서 달려드는 놈들은 없지만, 이 부근에 오면 무언가 놈들의 발길을 끌기는 하는 것 같아요. 다른 곳의 놈들은 여기저기 어슬렁 거리는데, 공장 주변의 놈들은 계속 공장 주변을 맴도는걸 보면, 그 생각이 아마도 맞을 것 같구요.”
“맞아. 예전에 자네가 그런 얘기를 해 줬었지. 나도 그때 듣기는 했는데, 미처 생각을 못했군. 앞으로 옥상으로 올라오는 것을 좀 자제해야 될지도 모르겠구만.”
“그렇다고 옥상으로 전혀 올라오지 않고, 건물 안에만 있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아요. 일단은 방법을 결정해서, 지금 주변의 놈들을 처리해야겠죠. 그리고 나서는 매일 공장 주변에서 어슬렁 거리는 놈들을 처리해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 수가 많아 지기 전에요. 그리고 오늘부터라도 옥상에서 지내는 시간을 조금 줄이는게 좋을 것 같구요.”
“문제는 당장 지금이라는 거구만…”
그랬다. 지금 당장이 문제였다. 앞으로는 어떻게 하겠다. 이전에는 왜 이렇게 했을까? 후회하고 반성해보지만, 그것도 먼저 지금의 상태를 해결을 해야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지금 보니까 공장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놈이 열한 놈인 것 같구만. 다행히 셋 이상이 가까이 뭉쳐 있는 놈들은 없는 것 같네. 하지만 그거야 언제 또 변할지 모르는 것이긴 하지.”
잠시 고민에 빠져있는 사이, 영감님이 옥상을 한바퀴 빙 둘러보고 와서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만약 밖에 나가서 놈들을 처리한다면, 아시겠지만, 최대한 몸을 숨긴 채 하나씩하나씩 들키지 않고 처리를 해야해요. 만약에 어떤 놈이 눈치를 챈다면 시끄러워 지고, 그럼 놈들이 죄다 모일수가 있으니까요.”
“어려운 일이야. 열하나나 되는 놈들을 몰래 처리해야 한다라…”
그렇게 영감님과 나는 옥상의 콘크리트 난간에 기대서서 앞으로의 일을 걱정했다.
“어? 저게 뭐죠?”
주변의 놈들을 살피면서 정말 한번은 나가야하는건가 고민을 하는 와중에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공장을 서성거리는 놈들중 외곽에 있던 놈이 갑자기 쓰러져 버리는 것이었다.
“저놈 갑자기 쓰러지는 데요?”
“응? 어디 말인가?”
“저기요. 저쪽이예요. 지금은 풀들에 가려서 안보이는데요. 좀 멀기도 하구요. 근데 어슬렁 거리던 놈이 갑자기 쓰러졌어요. 놈들도 수명이 있는건가?”
다시 또 그 주변의 놈이 쓰러졌다. 이번에 쓰러진 놈은 거리가 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어디에 가려지진 않았다.
“아! 또 한놈 쓰러졌어요. 근데… 잠시만요. 저거 화살인가? 영감님 저기 쓰러진놈 보이세요? 얼굴에 박힌거 화살 맞죠?”
“글세. 난 그것까지는 잘 안보이는구만.”
영감님은 잘 안보인다지만, 저건 분명 화살인 것 같다.
“근처에 누가 있나봐요.”
나는 혹시 위험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몸을 숙이고 얼굴만 내밀고 아래를 살폈다. 영감님도 내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세를 낮췄다.
화살은 그 뒤로도 계속 날아와서 공장 앞쪽에 있던 놈들은 전부 쓰러져 있었다.
“대단하네요. 활이란거. 아무런 소리도 없이. 아니 쏘는 사람이 대단한건가.”
“저기보게. 저기 풀숲뒤쪽으로 사람이 숨어 있구만. 아! 이쪽으로 오고 있네.”
활을 쏘고 있는 사람의 실력에 감탄을 하는데, 영감님이 공장의 오른쪽 어딘가를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나는 얼른 그쪽을 돌아봤다. 문명 사람이었다. 양궁 선수같은 모양새를 하고, 등뒤로는 배낭을 하나 매고 있었다.
“아! 여잔데요? 그리고, 하고 있는게 무슨 양궁 선수 같네요. 어? 이쪽으로 조금더 접근 하는데요?”
“그렇구만. 자네도 그렇지만, 역시 이 난리가 났어도, 생존자들이 아주 없는건 아니구만.”
“잠시만요. 무슨 수신호를 하는데. 공장으로 오고 싶다는건가? 이리로 오고 싶다는 건가본데요?”
“얼른 좋다고 표시를 하는게 좋겠네. 근처에 놈들은 정리가 됐다지만, 저러다 놈들 눈에 띄겠네.”
“뭐. 한명 더 늘어 난다고, 위험하진 않겠죠? 아니 저정도 활실력이면 살아가는데 아주 도움이 되겠는걸요. 좋아요. 오라고 하죠.”
그렇게 말하고, 나는 머리위로 손으로 크게 O자를 만들었다. 그러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동을 시작했다. 나름 여태껏 생존할수 있는 노하우가 있었던지, 풀숲에 몸을 잘 숨기면서 다가왔다.
“영감님. 제가 내려가 볼께요. 옥상에서 지켜보시다가 도착하거나, 특이 사항이 있으면 소리쳐 주세요.”
“알았네.”
나는 얼른 계단을 내려갔다. 그냥 막 1층으로 또 내려가려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침대방에있는 내 배낭에서 권총을 빼들었다. 혹시 모르는 일이라 준비를 했다. 그리고, 정성스레 만들어둔 쇠봉도 왼손에 들었다.
“도착했네. 바로 앞이야.”
1층 출입문앞에서서 잠시 기다리니까, 영감님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영감님! 문앞에 아까 그사람 뿐인가요?”
나는 혹시 모르는 일이라서 권총을 장전하면서 영감님에게 물었다.
“그렇네. 한명뿐이네.”
쿵! 쿵!
“문좀 열어 주세요.”
영감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문두드리는 소리가 나면서 여자의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벽에 기대서서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열기가 무섭게 왠 여자가 공장안으로 뛰어 들어 왔다.
“휴~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이제 어떡하나 싶었는데요. 정말 고마워요.”
여자의 높은 목소리가 줄기차게 흘러나왔다. 나는 문을 조용히 닫아 잠궜다. 그리고, 조용히 여자에게 대가가서 여자의 뒤통수에 총구를 가져다 댔다.
“활은 바닥에 버려. 그리고, 여자 혼자서 어떻게 여태까지 살아 남은거지? 너 뭐하는 여자야? 놈들에게 어디 물리거나 한건 아니야?”